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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크루즈, 1년만에 마무리한 험난한 여정

쉐보레가 자사의 준중형 세단 올 뉴 크루즈를 공개한 지 1년이 지났다.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와 맞물려 갖은 고초를 겪어 온 쉐보레 크루즈의 지난 1년을 뒤돌아 봤다.

출시부터 삐끗

실로 6년만의 변화였다. 사골로 불리며 새 모델에 대한 갈증이 깊어지던 때 나왔던 터라 언론의 조명은 더 집중됐다. 하지만 강력한 경쟁차였던 현대차 아반떼보다 무려 300만원이나 비싼 크루즈는 질타의 대상이 됐다. 가격이 높은데도 편의장비는 부족하고 서스펜션 역시 멀티링크 타입을 제외시켜 소비자들의 의구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엎친 데 겹친 격으로 출고 지연까지 이어졌다. 게다가 출고 지연의 원인이 ‘제품불량’이라는 치명적인 문제였다. 2017년 1월 17일 정식 출시 후 막바지 테스트 도중 에어백에서 뒤 늦게 불량이 발견됐고 생산라인이 중단되더니 자체 시험 과정에선 엔진 스타터 모터 불량까지 겹쳤다. 다행히 에어백 문제는 원인을 찾아 수정했지만 엔진 스타터 모터 불량은 자체 해결을 못해 미국 GM 본사와 협의를 거쳐야만 했다.

한국 GM은 당초 2017년 1월을 출시시기로 잡고 2월을 차량 출고를 목표로 잡았다. 하지만 에어백 결함의 원인이 된 볼트 교체 작업을 진행하고 추가로 불거진 문제들을 처리하는 데에만 수일이 걸리는 통에 결국 출시 56일 만인 3월 14일 1호차를 내보낼 수 있었다.

성과를 내지 못한 할인

소비자들의 가격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3월 8일 ‘가격인하’라는 초강수를 둔다. 가격인하는 트림별로 적게는 129만 원부터 최대 200만 원까지로 출시 후 두 달이 채 되지도 않은 시점이었다.

자동차 회사가 가격인하를 결정하게 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가격정책에 대한 실패를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출시 후 두 달이 채 되지도 않은 시점이어서 사전계약자를 비롯해 초기 구매자들의 배신감은 극에 달했다.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 한국GM은 2월 국내 판매량 3.2% 감소로 시작해 이후 반등없이 판매감소로 이어졌다.

디젤 엔진의 뒤늦은 합류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경쟁차와 활발한 판매경합을 벌일 것으로 생각했던 크루즈는 신차임에도 먼저 나온 경쟁 모델을 넘어서지 못했다. 7월까지 그나마 1,050대를 판매하며 체면치례를 했지만 8월부터는 429대로 곤두박질 치더니 9월 417대, 10월에는 297대까지 판매량이 떨어졌다.

1.6L 디젤 엔진을 라인업에 추가한 것이 지난해 11월. 6단 자동변속기와 134마력을 내는 디젤 엔진을 투입해 판매 반등을 노렸다. 그 결과 12월 1,046대로 반짝 판매상승을 이뤄낸다. 하지만 올해 1월 487대로 판매량은 다시 초라해졌다. 일부 딜러에서 디젤의 투입시기가 너무 늦었다는 불만이 나왔다.

출시 1년만에 파국 맞아

2018년 2월 한국GM은 결국 군산공장 폐쇄와 맞물려 크루즈를 단종시켰다. 시판모델 가격 조정없이 재고물량 3천대를 소진하게 되면 더 이상 국내에서 생산되는 쉐보레 크루즈는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크루즈가 단종됨으로서 한국GM의 국내생산 판매차종은 창원공장의 더 넥스트 스파크와 부평공장의 아베오, 올 뉴 말리부, 더 뉴 트랙스, 캡티바 등 5종으로 줄었다.

돌이켜 보면 당초 쉐보레 올 뉴 크루즈는 국내에서 생산하기로 결정된 모델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4년 당시 한국GM 사장이었던 세르지오 호샤는 지역경제와 공장가동률 등을 감안한 노조와 협의결과를 바탕으로 본사 설득과정을 거쳐 국내 생산을 감행했다. 그리고 갖은 고초를 겪고 난 후 출시 후 1년. 돌이켜 보면 국내 자동차 모델 가운데 쉐보레 크루즈 처럼 우여곡절이 많은 모델이 있었던가.

김경수

김경수 기자

kks@encarmagazine.com

좋은 기사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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