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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기의 오토픽] 결코 프리미엄이 될 수 없는 기아차 플래그십 '더 K9'

기아자동차 플래그십 세단 'THE K9(이하 신형 K9)'의 베일이 완전히 벗겨졌다. 2012년 첫 출시 후 6년 만에 등장한 풀체인지 모델로 한층 커진 차체, 내외관 디자인의 고급화, 첨단 지능형 주행기술의 탑재 등이 주요 특징이다.

기아차는 브랜드를 대표하는 플래그십의 본격적인 출시를 앞두고 다방면에서 감성품질을 강조하며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신차 출시와 함께 독자 브랜드와 엠블럼(emblem)을 사용한 기아차 고급 단일 브랜드가 탄생할 것이란 예상은 제대로 빗나갔다.

지난해부터 신형 K9을 기점으로 일부 차종을 한대 묶어 독자 엠블럼과 차명을 도입해 고급 단일 브랜드로 탄생한다는 이야기가 관련업계를 중심으로 흘러 나왔었다. 제네시스 브랜드를 도입한 현대차의 노하우가 있고 지난해 스팅어를 국내에 출시하며 해외와 다른 독자 엠블럼과 차명이 적용된 바 있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로 여겨졌다.

여기에 기아차는 지난 2015년 이미 특허청에 '에센시스(Esencis)' '에센투스(Esentus)' '에센서스(Esensus)' 등 전에 없던 상표를 출원한 사실이 추가로 밝혀져 기아차의 고급 단일 브랜드 출시설은 무게들 더했다. 앞서 출시된 스팅어와 신형 K9, 향후 선보일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더한다면 라인업 면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또 최근 신형 K9의 국내외 스파이샷이 속속 소개되며 'KIA' 엠블럼이 아닌 스팅어 내수용과 동일한 디자인이 확인되며 기아차 프리미엄 브랜드 도입설은 기정사실화 돼 왔다.

하지만 해당 논란은 적어도 신형 K9의 출시를 며칠 앞둔 현재까지 더 이상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기아차는 이런 논란을 반영하듯 앞서 지난 2월 20일 신형 K9의 측면 렌더링을 최초 공개하며 1세대 K9의 차명과 엠블럼을 계승한다고 분명히 언급했다.

기아차는 신형 K9의 티저 이미지를 공개하며 "2세대 K9은 기아차의 대표 모델임과 동시에 브랜드 헤리티지를 이어가는 상징적 모델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기 위해 1세대 K9의 차명과 엠블럼을 계승한다"라며 "K9의 출시로 기아차 승용 라인업인 'K시리즈'는 2세대 신규 모델로 새로운 라인업을 완성하게 되었고, K9은 기아차의 디자인, 기술력 등 전사적 역량이 집약된 K시리즈의 최상위 모델이자 완결체로 브랜드 리딩 역할을 담당한다"라고 밝혔다.

다만 기아차의 고급 단일 브랜드 설립은 내부적으로도 여전히 충분한 의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그 시기를 두고 지속적인 논의가 있을 것으로 파악됐다.

그렇다면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이 빠진 상황에서 다양한 소재와 기술로 고급화를 주장하는 기아차 신형 K9은 과연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렉서스 혹은 가까이는 제네시스와 비교해 '프리미엄'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아차 엠블럼을 달고있는 한 제아무리 내외부 디자인을 고급스럽게 치장하고 첨단기술을 대거 탑재해도 절대 프미리엄이 될 수 없는 태생적 한계가 존재한다. 신형 K9은 그저 대중차 브랜드의 잘 만든 플래그십에 머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기아차는 앞서 지난 2015년 현대차가 기존 제네시스와 에쿠스 등을 제네시스 브랜드로 통합하며 고급화 전략을 실시한 배경을 살펴야 할 시기다. 당시에도 이미 전세계 프리미엄 자동차 판매는 대중차 브랜드에 비해 2배 가까운 성장세를 보여왔으며 이는 여전히 현재진행 중이다. 판매량은 대중차 브랜드가 우위를 점하고 있으나 증가율은 프리미엄 브랜드가 앞서가는 모습. 결국 미래 자동차 시장은 프리미엄 브랜드에 달렸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J.D.파워(J.D.Power)가 발표한 '2018 내구품질조사(VDS)'에서 19개 대중차 브랜드 가운데 기아차가 2위(122점), 현대차가 3위(124점)로 역대 최고 성적을 달성한 부분 역시 주목된다. 특히 기아차의 경우 전년 대비 순위가 4계단 상승해 대중차 브랜드 2위를 차지했다. 고급차를 포함한 전체브랜드(31개) 순위에서도 기아차는 전년 대비 6계단 상승한 5위를 기록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기아차의 고급 단일 브랜드 설립이 답보 상태인 부분은 매우 아쉬운 소식이다.

한편 오는 30일 개막하는 뉴욕 오토쇼를 통해 그 모습이 첫 공식 공개될 신형 K9은 전면부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이 소폭 변경되고 순차점등 턴시그널 방식의 LED 헤드램프가 새롭게 적용된다. 리어램프는 헤드램프와 동일한 느낌의 디자인과 함께 램프 주변으로 크롬 가니쉬를 더했다.

실내는 수평형 레이아웃을 바탕으로 센터페시아에서 도어트림까지 반듯하게 잇는 일체감 있는 디자인을 통해 개방감을 강조한다. 특히 리얼 우드가 적용된 크러시패드 및 도어트림, 천연가죽과 리얼 스티치로 박음 한 시트부 등을 통해 고급스러움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차가 신형 K9을 통해 선보일 첨단 지능형 주행기술로는 먼저 동급 최초로 차로유지보조(LFA) 기능이 탑재되고 고속도로 주행보조(HDA)와 기존 시스템에서 한 단계 진일보한 후측방모니터(BVM)도 신규 적용된다. 여기에 곡선 구간 주행 시 주행 안전성을 향상시키는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NSCC)도 선보이며 일부 고급 수입차에 적용되는 후방 교차 충돌방지 보조(RCCA) 역시 탑재된다. GPS와 연계해 차량이 터널에 진입할 경우 창문과 공조 시스템을 자동적으로 제어하는 터널연동 자동제어 기능도 주목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