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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기의 오토픽] 기아차 뉴 카니발 '역차별' 논란의 빗나간 포인트

지난달 3세대 부분변경 모델로 등장한 '뉴 카니발'이 스티어링 구동 방식을 둘러싼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의 요지와 더불어 반드시 챙겨봐야 하는 사실들을 짚어본다.

먼저 뉴 카니발 역차별 논란의 내용인 즉 내수용 신차에서는 여전히 모든 트림에서 유압식 스티어링만 고를 수 있는 것과 달리 '세도나'로 팔리는 미국식 2018년식 모델은 상위 트림에서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R-MDPS)을 제공하고 있어 구설수에 오른 것.

이는 곧장 과거 현대기아차의 내수와 수출용 품질을 달리하고 국내 보다 해외를 더 챙긴다는 이른 바 '역차별' 논란의 또 다른 사례로 여겨지며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다만, 이번 논란은 앞서 강판과 에어백, 늦장 리콜 등 자동차 안전과 직결된 부분이 아니라는 점. 트림에 따른 차별화, 국내와 동일 판매 모델이 아니라는 이유로 문제가 확산되지는 않았다. 단순히 '형평성에 어긋난다' 정도로 여론이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카니발 스티어링 관련 논란은 앞서 명백한 차이를 보였던 안전관련 역차별 사례들과 달리 유압식과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 각각에 장단점이 존재하고 이에 따라 사람마다 호불호가 뚜렷하기에 큰 공감을 얻지 못했다.

앞서 일부 언론을 통해 세도나 상위 트림에 R-MDPS 적용이 이번이 처음처럼 소개되었지만, 기아차는 이미 2년여 전부터 트림별 스티어링 구동 방식에 차이를 두고 판매하고 있었으며 또 세도나 뿐 아니라 쏘렌토 등 타 차종 일부에서도 트림별 다른 스티어링 구동 방식을 넣어 판매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역차별 논란은 시기가 좀 늦은 감이 있다. 한편 이번 역차별 논란에 가려 우리가 뉴 카니발을 통해 불만을 제기해야 할 포인트도 조금 빗나간 모습이다. 내수와 수출용에 다른 부품을 사용한 것에 대한 차별이 아닌 국내 미니밴 시장에서 95% 육박하는 점유율을 보이는 카니발이 여전히 유압식 스티어링 구동 방식을 고집한 까닭에 반쪽짜리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먼저 자동차 스티어링 시스템에 대해 살펴보면 기술 발전 단계에 따라 유압식 파워 스티어링(HPS), 전기 유압식 파워 스티어링(EHPS),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MDPS)으로 나뉜다. 유압식의 경우 엔진에 연결된 유압펌프가 스티어링 컨트롤을 보조하고 전기 유압식은 유압모터가 유압펌프를, 전동식은 전기모터가 해당 역할을 담당한다.

유압식 스티어링은 큰 힘을 발생시킬 수 있고 충격 완화와 감쇄 등 직결감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펌프를 구동하기에 연비가 소폭 떨어진다. 이를 보완한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은 유압펌프가 사라져 연비 향상과 조작이 간편하다.

이들 중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을 대부분 사용되는 추세로 1980년대 후반 등장 이후 대부분 차량에 탑재되고 있다. 더구나 자율주행차의 등장과 ADAS 기술의 발전 등으로 MDPS의 채용 속도는 놀랍도록 빨라지고 있다.

하지만 기아차는 국내에 신형 카니발을 출시하며 여전히 유압식 스티어링 구동 방식을 사용해 차로 이탈 경고(LDW), 후측방 충돌 경고(BCW), 전방 충돌 방지 보조(FCA), 하이빔 보조(HBA) 등을 묶은 '드라이브 와이즈 패키지' 란 이름의 안전사양에 머물렀다.

앞서 신형 카니발이 출시되기 직전 8단 자동변속기와 R-MDPS 신규 탑재로 연비가 개선되고 차선유지보조시스템(LKAS)과 고속도로주행보조시스템(HDA)이 추가될 것으로 짐작돼 왔던 것과는 사뭇 다른 결과다.

아이러니 하게도 현대기아차가 최근 출시한 싼타페, 넥쏘, K3, K9 등 신차에서 ADAS 기능이 제외된 차량은 다른 어떤 차종들 보다 안전이 최우선으로 다뤄져야 할 다수의 승객과 가족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미니밴 카니발이 유일하다.

카니발은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6만5,927대가 팔려 기아차 전체 차량 중 두 번째로 많이 팔린 모델이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