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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기의 오토픽] 폭스바겐의 신차 라인업에 빠진 하나

지난주 폭스바겐코리아가 올 한해 한국 시장에 출시될 신차 라인업을 소개하며 기자 간담회를 겸한 자리를 마련됐다. 폭스바겐코리아의 대규모 행사는 2015년 가을 미국발 '디젤 게이트' 이후, 2016년 8월 국내서 서류조작으로 불법인증이 탄로나며 사실상 모든 라인업에 걸쳐 판매 중지 처분이 내려진 후 처음이다.

이 자리에서 폭스바겐코리아는 약 1년 8개월 만에 한국 시장에 출시될 신차 라인업으로 지난 3월 고객 인도를 시작한 파사트 GT를 포함 미국형 파사트, 신형 티구안, 티구안 올스페이스, 아테온 등 5종을 소개했다. 최근 국내서도 판매 성장세가 가장 뚜렷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가성비'를 앞세운 준대형 세단들을 판매 재계의 선봉장으로 제시한 것.

인기 모델을 투입해 빠르게 판매량 회복을 노린 의도가 뚜렷해 보인다. 다만, 아쉬운 부분이 한 가지 존재한다. 한국형 파사트를 제외한 대부분의 차량이 여전히 국내 법규는 준수 하나 더이상 '친환경', '클린 디젤'로 불리지 않는 디젤 파워트레인을 달고 나온 점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다양한 전기차와 콘셉트카를 내놓는 것과는 달리 한국 시장에선 여전히 단 한 대의 전기차도 선보이지 않고 있는 것.

이는 이달 초 국내 폭스바겐그룹 산하 브랜드(폭스바겐, 아우디, 벤틀리, 람보르기니)를 대표하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기자 간담회를 통해 언급한 '향후 3년간 4개 브랜드에서 선보일 신차 40종 중 독일 본사의 '로드맵E'에 따라 25%를 전기차로 채워 나갈 예정'이라고 밝힌 것과도 상충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9월 폭스바겐그룹 독일 본사는 전기차 전략 '로드맵E'를 발표하고 2025년까지 80종의 신형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며 이를 위해 200억 유로, 한화로 27조 2,000억원 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을 투입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한국 시장 역시 로드맵E 전략에 따라 전기차가 채워져야 겠지만 현재까지 국내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산하 브랜드 4곳 중 어디서도 전기차는 찾아 볼 수 없다. 또한 첫 전기차 도입 시기도 불투명하다.

이런 이유로 폭스바겐의 한국 시장 출시 라인업에서 친환경차를 찾을 수 없는 부분은 꽤 안타깝다. 폭스바겐그룹 본사가 전략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기존 친환경 디젤에서 친환경 전기로 라인업 조정을 단행하는 것에서 한국 시장은 여전히 소외된 분위기다. 또한 폭스바겐을 비롯 대다수 독일차 브랜드가 노후 디젤차를 친환경차로 교환 시 매력적인 할인 혜택 등으로 빠르게 친환경차로 분위기를 전화하는 것과도 비교된다.

한편 정부에 따르면 국내 배출 미세먼지는 전국적으로 제조업 공장 등이 내뿜는 배출량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으나 대도시에선 여전히 디젤차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디젤차가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미 널리 알려져 왔다. 이로 인해 대다수 국가에선 자동차 업체에 디젤차 배기가스에서 질소산화물을 줄이는 저감장치를 달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강화 추세에 있다.

유럽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유럽 주요 15개국의 디젤차 점유율은 2011년 56.1%에서 2016년 50.2%, 지난해는 45.7%로 급감 추세에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디젤차를 생산하던 글로벌 업체들은 하나 둘 디젤차 생산을 점차 줄이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여기에 독일 연방행정법원은 지난 2월 디젤차 시내 주행 금지 조치를 허용하는 판결을 내리는 가 하면 유럽 일부 국가에선 이미 디젤차의 시내 진입을 막는 추세다. 국내에서도 대도시를 중심으로 노후 디젤차의 운행 제한 지역을 늘리는 등 디젤차가 설 자리는 점차 잃어가는 모습이다.

이런 분위기 속 한국 시장에서 여전히 판매에 급급한 나머지 인프라와 수요에 대한 핑계만 늘어 놓으며 단 한 대의 전기차도 내놓고 있지 않는 업체들 속 과거 '환경'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며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판매량 상위에 링크되던 폭스바겐의 이번 신차 전략은 더욱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