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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시피] 자동차를 새로 산 친구에게 해서는 안되는 말

자동차는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것과는 달리 고도의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이 개입되는 고관여 제품이라기보다는 감성적인 제품으로서의 특징이 강하게 나타나는 편입니다.

또한 보통 사람은 일생을 살면서 자동차를 평균적으로 5회 이내로 구매하고, 구매 주기가 5년 이상으로 길기 때문에 매번 자동차를 구매할 때마다 자동차에 대해서 그동안 새롭게 정보 탐색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본인이 고심끝에 선택하고 구매한 자동차에 대해 강한 애착을 갖죠.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고 새로 자동차를 산 친구나 주변 지인에게 별 생각없이 가볍게 던진 말들은 서로 감정이 상하는 빌미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아래와 같은 말들은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그 돈 주고 그 차를 왜 사? 차라리 다른 차를 사지"

자동차에 대해 잘 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 특히 쉽게 던지는 말입니다. 친구의 구매에 진심으로 도움을 주고 싶다면 이런 말은 구매 전에 하는 게 좋습니다. 구매 후에 이런 말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또한 도움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공격적인 말입니다.

자동차 구매의 과정은 숙고와 다양한 비교의 과정이라는 것을 명심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동차는 기본적으로 고가인만큼 정보 탐색이 오래 시간을 투입하는 제품입니다. 또한 요즘은 인터넷 상에 엄청나게 다양한 시승기, 리뷰 등이 존재합니다. 그 자료들을 살펴보는 과정 속에서 그 차와의 비교 역시 당연히 거쳤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자동차는 취향을 타는 물건입니다. 누구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또 다른 누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것뿐입니다. 어떤 물건에 대해서든 취향을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내 친구는 그 차 얼마 할인 받았다던데"

특히 매월, 딜러별 할인의 폭 차이가 비교적 큰 편인 수입차를 구매한 경우에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입니다.

할인은 딜러사 사정, 신차 출시 일정, 재고 물량 등 다양한 변수에 의해 결정됩니다. 때문에 구매 전이라면 여러 정보를 종합해 최적의 구매 시점을 예측해보는 것은 의미 있는 행동일 수 있지만 구매 후라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또한 사람들은 자신의 “스마트한 구매”에 대해 자랑하는 것을 좋아하고, 자랑할 때일수록 장점은 과장하고 단점은 감추는 편입니다. 얼마 할인 받았다는 얘기에는 해당 차량의 재고 개월수, 카드 할인, 비현금성 할인 등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세부 조건들이 생략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것들을 잘 모르는 상황에서 굳이 다른 사람에게 들은 얘기를 전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그 색깔을 왜 샀어?"

어느 나라나 비슷하지만 우리나라 역시 흰색, 검은색, 회색의 차량 비중이 굉장히 높은 편입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점점 특이한 색상의 판매 비중이 올라가고 있는 편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작은 차는 흰색, 큰 차는 검은색”이라는 편견 아닌 편견은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어, 특이한 색상의 차를 산 사람을 보면 꼭 한마디씩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물론 흰색, 검은색, 회색 계열의 색이 수요가 높기 때문에 중고로 판매할 때도 유리한 것이 사실이고, 관리에 있어서도 유리한 점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가장 감성적인 재화인 자동차에서 그런 요소들 때문에 본인의 취향을 포기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썬루프 왜 넣었냐 vs 왜 안 넣었냐

썬루프는 여러 옵션들 중에 특히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리는 옵션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썬루프는 사고시 파손될 위험이 있기 떄문에 안전을 생각하면 안 넣는 게 좋다고 얘기합니다. 또 다른 사람들은 아이들이 밤 하늘의 별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옵션 값어치는 다 한다고 얘기하기도 합니다. 또한 썬루프는 중고로 판매할 시에 옵션값만큼 더 받을 수 있다는 실용적인 이유로 썬루프를 선호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떤 이유든지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선택이므로 굳이 이유를 물어보기보다는 본인의 선택에 만족하는 지를 물어보는 것이 더 건강한 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차는 여자(or 남자)들한테나 인기있는 차 아니야?

아직까지 자동차에 대해서 남자가 선호하는 차량이 다르거나 여자가 선호하는 차량이 다르다는 편견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는 편견입니다.

차량마다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이미지는 차이가 날 지라도 실제 판매 구성비를 살펴보면 의외로 차종별, 장르별로 남녀 구성비가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SUV는 매우 거친 이미지를 가지고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선택하는 여성들도 있고, 경차 역시 의외로 덩치 큰 남성이 타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보통 이런 류의 말을 하는 사람들은 여자가 차에 대해 잘 모른다는 편견을 가지고 얘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는 다소 위험한 편견으로 남자든 여자든 차량을 구매할 때 다양한 정보 탐색을 거치는 것은 유사하며, 차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주변의 차에 대해 잘 아는 지인들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선택에는 존중을

다른 제품들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자동차는 고가인 동시에 매우 감성적인 제품이므로 다른 사람의 구매 선택에 대해 함부로 얘기하는 우를 범하는 것은 관계를 망치는 지름길입니다.

또한 상대방이 본인의 선택의 이유를 일일이 설명해주어야 하는 의무는 없으며 이미 구매를 확정한 상태에서 본인이 가지고 있는 편견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는 것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결국, 다른 사람이 자동차를 샀다고 하면 박수를 쳐주고, 실제로 차를 구매하고 운행해보니 어떤지를 물어보는 것이 건강한 관계를 유지해나가는 데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에서 “출고기는 무조건 추천”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