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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시피] 르노 클리오, 한국에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한방은?

르노의 클리오가 국내에서 정식 데뷔했습니다. 2017년 서울모터쇼 르노삼성관에 전시된 이후 국내 데뷔가 금새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예상보다는’ 다소 늦은 타이밍에 등장했습니다.

그 기간 동안 르노삼성의 확실한 원톱이던 SM6의 판매량이 주춤하면서 르노삼성 브랜드는 전반적으로 다소 침체된 모습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르노삼성은 클리오를 통해 침체된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다시 한번 좋은 분위기를 이어나가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준비했습니다.

클리오 전략 포인트

[전략1] 수입차로서의 포지셔닝

클리오의 첫 번째 전략은 '수입차스러운 포지셔닝'입니다. 한국에서 수입차는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아반떼-쏘나타-그랜저로 대표되는 국산차의 등급은 대중들에게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국산차를 구매하면 차량을 노골적으로 경제력과 연관 지어 보는 시선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수입차는 이와 다르게 '취향의 영역'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에 20-30대는 가격대와 관계없이 수입차를 국산차보다 선호하는 편입니다. 또한 선진국의 수입차에 대한 동경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르노삼성은 이러한 심리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성공한 경험이 있습니다. 르노삼성은 2013년 QM3 런칭 당시 QM3가 스페인에서 수입되는 점을 활용해 '수입차'스러운 느낌을 부여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적이 있습니다.

클리오는 QM3와 마찬가지로 한국이 아닌 르노 터키 공장에서 생산되어서 수입되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며, QM3에서 한발 더 나아가 아예 르노삼성의 마크가 아닌 르노의 마크를 달았습니다.

이러한 의도는 클리오 출시 보도자료의 '르노 엠블럼 그대로 르노삼성자동차의 판매, 서비스 네트워크 똑같이 누려'라는 소제목을 통해 잘 알 수 있습니다. 또한 클리오는 르노삼성 홈페이지가 아닌 별도의 르노 전용 홈페이지에서 트위지와 함께 별도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사실 10여년 전쯤의 보수적인 분위기였다면 국내에 공장이 있으면서 국내에서 생산하지 않고 해외에서 수입해 오는 것은 오히려 공격받을 수 있는 포인트일 수 있는데 이를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해 프레임을 전환하는 것은 매우 뛰어난 전략입니다.

[전략2] 해치백의 장점 홍보

클리오의 두 번째 전략은 '해치백의 장점 알리기'로 보입니다. 르노삼성은 '펀드라이빙'과 '실용성' 모두가 가능한 해치백으로의 장점이 극대화된 차량으로서의 클리오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르노삼성은 클리오의 장점에 대해 정밀한 조향 감각을 중시하는 유럽에서 온 자동차답게 안정적인 주행감각과 정교한 코너링이 가능한 차라고 묘사한 바 있으며 출시 후 곧이어 실시된 시승회에서 고속 코너링 코너를 준비하는 등 펀드라이빙이 가능한 차량임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실용성 측면에서는 복합연비 17.7의 높은 수준의 연비를 적극 홍보하고 있습니다. 이는 연비가 좋기로 소문난 QM3나 (차급은 다르지만) 국산 해치백 i30의 복합연비 17.3보다 우수한 수준입니다.

르노삼성은 이러한 장점들을 통해 2009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수입차 판매량 TOP 10에 들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폭스바겐 골프가 그랬던 것처럼 '한국에서 해치백은 안된다'는 편견을 깨고 싶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걸로 충분할까?

클리오의 디자인을 살펴보면 르노 디자인의 최근 트랜드가 잘 구현되어 있어 굉장히 세련된, 소위 말하는 유럽 느낌이 물씬 느껴집니다. 때문에 '수입차스러움'을 강조하는 전략은 충분히 납득이 갑니다. 하지만 해치백을 강조하는 것은 과연 올바른 전략인가에 대해 의문이 듭니다.

우선 해치백을 강조하다보니 기사에 '해치백의 무덤'이라는 단어가 헤드라인이 되는 경우가 많은 데 '무덤'이라는 단어 자체가 소비자에게 부정적인 연상을 일으키므로 좋은 전략은 아닙니다.

사실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은 해치백의 무덤이라기보다는 '세단의 나라'였습니다. 본격적인 모터라이제이션이 시작된 이래 한국의 승용차 시장은 오랜 시간 세단이 주도해왔으며, 시장은 세단과 세단이 아닌 차량으로 나뉘어져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 우리나라의 자동차 소비자들은 특별한 목적성이 있지 않고서는 대부분 세단을 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왔습니다. 그러다 2010년 대에 들어서 SUV(정확히는 CUV)가 상품성 발달에 따라 범용성을 획득하게 되면서 '세단이 아닌 영역'을 확고하게 차지하게 되면서 다른 형태의 차량들은 상대적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결국 세단이 아닌 차량이 대중적인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해치백을 원하는 소비자에게 주목받는 것보다 세단이 아닌 차량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주목받느냐가 중요합니다.

또한 르노삼성이 벤치마킹하고 싶은 폭스바겐 골프의 성공은 ‘해치백이라서’ 성공했다기보다는 현대차와 벤츠,BMW,아우디,렉서스 사이에 위치한 절묘한 포지셔닝의 폭스바겐 차중 가장 접근성이 좋은 차량에 합리적인 명분을 소비자에게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봐야합니다. 즉 '골프'의 성공이라기보다는 '폭스바겐' 골프의 성공이라고 봐야합니다.

소형 SUV와의 경쟁은 어떨까?

클리오는 브랜드, 생산지 무엇으로 보든 분명한 수입차지만 르노삼성에서 출시한 차량이기 때문에 폭스바겐이 가지고 있는 포지셔닝을 획득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때문에 단순히 수입차스러움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골프의 성공을 재현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또한 펀드라이빙을 강조한 해치백이라는 이유로 같이 언급되는 i30와 벨로스터와 묶이는 것은 너무 좁은 시장을 겨냥하는 것으로 보이며, 이 두 차종에 대비해서 클리오가 확실한 우위라고 보기도 힘듭니다. 차라리 더 넓은 시장을 겨냥하는 것은 어떨까요?

바로 소형 SUV 시장입니다. 현재 한국에서 인기있는 소형 SUV들은 본질적으로 SUV라기 보다는 SUV를 표방한 CUV들입니다. 이들은 SUV 본연의 목적인 오프로드 주행 성능보다는 더 넓은 공간 등 실용성을 통해 소비자의 관심을 얻은 장르입니다.

사실 클리오의 상품성이 소형 SUV인 코나, 티볼리, 스토닉와 비교해서 딱히 떨어질 것이 없습니다. 오히려 정숙성과 고급감 측면에서는 해치백이 오히려 유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물론 QM3와의 간섭이 우려되긴 하겠지만 QM3는 이미 소형SUV 선두 경쟁에서 한발자국 멀어진 상황으로 차라리 과감하게 승부수를 던지는 게 가능한 상황입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는 오래전의 기아 프라이드나 폭스바겐 골프를 제외하면 딱히 성공한 해치백이 여태까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한국 사람들은 해치백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증거가 될 수는 없습니다. 어쩌면 폭스바겐 골프 이래로 지금까지 한국 소비자의 마음을 훔칠만한 상품성을 갖추고 제대로 마케팅에 성공한 사례가 없었던 것뿐일 수 있습니다. 클리오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