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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기의 오토픽] '쉐슬람'도 떠난 한국지엠, '합리적 가격 내라'

시간을 거슬러 불과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온라인 상에서 자의반 타의반 '쉐슬람'으로 불리는 이들이 존재했다. 다소 비하적 표현이나 '쉐보레'와 '이슬람 교도'를 합성해 만든 쉐슬람으로 불리운 이들은 한국지엠의 2011년 쉐보레 출범 이후 브랜드에 대한 절대적 믿음을 바탕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특히, 온라인 상에서 제품에 대한 갑론을박이 펼쳐질 때면 어김없이 나타나 쉐보레 제품력에 대한 우수성을 강조하거나 일반인이라 믿기 어려울 만큼의 기술적 지식들을 늘어놓으며 일방적 지지를 보내왔다.

쉐보레에 대한 비판을 쉽게 꺼낼 수 없을 만큼 이들의 결집력은 대단했고 쉐보레는 이 같은 절대 지지층을 바탕으로 현대기아차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며 내수 점유율 10%대를 줄곧 이어왔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쉐슬람'의 막강한 결집력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한국지엠에서 야심 차게 내놓은 신차들이 연이어 가격 책정에 실패하며 판매가 곤두박질 치기 시작 하면서다. 아마도 그 정점은 지난해 출시한 신형 크루즈를 꼽을 수 있겠다. 신형 크루즈는 우수한 제품력에도 불구하고 차급을 넘어선 가격 책정으로 다수의 언론은 물론, 절대 지지층인 쉐슬람의 등을 돌리는 계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는 출시 1년도 안돼 생산공장 폐쇄와 함께 단종 수순을 밟게 된 것.

판매 라인업이 다양하지 못한 상황에서 몇 번의 신차 출시 고배는 곧장 판매량 하락으로 이어지고 여기에 GM의 글로벌 사업 재편이 맞물리며 수출량이 반토막이 나기 시작했다. 해당 결과는 곧바로 '철수설'을 낳고 우여곡절 끝에 현재의 상황까지 이어진 것.

그리고 한국지엠은 어느 때보다 혹독했던 겨울을 지나 다가올 부산 모터쇼를 통해 신규 라인업을 선보이며 고객 신뢰 회복과 경영 정상화를 위한 불씨를 당기려 한다. 그 첫 번째 신차로는 쉐보레의 중형 SUV '이쿼녹스'가 나섰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쿼녹스에 이어 대형 SUV ‘트래버스’의 출시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고 국내서도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는 SUV 제품군에 라인업 확장으로 판매량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한국지엠은 지난달 향후 5년간 15개 신차 및 상품성 강화 모델을 출시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다만 해당 사업 전략에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야심 차게 내놓은 신차들이 대부분은 수입해 판매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 이른 바 소비자가 만족하는 합리적 가격 책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미 무역관계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 같은 불안은 더욱 증폭된다. 앞선 '임팔라'의 국내 도입 후 상황을 감안하면 해당 차량들은 잘 팔려도 걱정이다. 향후 선보일 국내 생산 신차도 신형 크루즈의 절차를 밟게 된다면 결과는 이미 정해졌다.

결론적으로 한국지엠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해답은 어쩌면 매우 단순하다. 소비자 신뢰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임시방편의 보증기간 연장과 무이자 할부 정책을 펼치기 보다는 향후 출시될 신차들을 모두의 이해 가능한 수준의 합리적 가격 책정이 우선이다. 앞서 쉐보레 차량들이 판매가 부진했던 이유는 제품력이 부족해서가 아닌 최종 판매 가격이 맞물린 상품성에 있었던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국내 생산을 비롯한 보다 적극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