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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3 GT, 5도어가 4도어보다 비싼 이유

기아 K3 GT가 나왔습니다. 평범했던 K3에 1.6L 터보 엔진과 리어 멀티 링크 서스펜션 달아 성능 강조한 모델입니다. 아직 실제 인도가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호평이 대부분입니다. 마치 아반떼 스포츠(AD) 출시 때를 보는 듯하죠. 사실 K3 GT를 현대에 대입하면 아반떼 스포츠와 교집합이 많습니다. 양쪽 모두 준중형차를 바탕으로 만든 고성능 모델이니까요. 엔진과 변속기를 나누어 쓴다거나 같은 플랫폼이라는 점도 데칼코마니 같습니다.

하지만 K3 GT는 막강한 세일즈 포인트가 하나 더 있습니다. 4도어 세단 보디만 있는 아반떼 스포츠와 달리 5도어 해치백 버전까지 준비한 것. 결정적으로 5도어 버전은 노말 모델 없이 오직 GT 사양만 나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도로에서 K3의 해치백 버전을 만나게 된다면 그 차는 무조건 GT라는 거죠.

그런데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K3 GT는 4도어보다 5도어가 더 비쌉니다. 동일 트림, 즉 GT 베이직 기준으로는 54만 원 더 받고 GT 플러스는 39만 원을 더 받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이쯤에서 '아반떼 AD-i30 PD'의 관계를 떠올리는 분이 있을 텐데 그와는 경우가 좀 다릅니다. i30도 AD를 베이스로 삼지만 AD보다 ‘고급화’가 많이 되어 있잖아요. 그것 만으로도 아반떼보다 비쌀 이유는 충분합니다. 하지만 K3 GT는 꽁지 빠진 걸 빼면 4도어와 5도어가 서로 같습니다.

어떤 사람은 그 이유에 대해 “해치백인 5도어 버전이 철판을 더 많이 써서 그렇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따지고 보면 철판은 4도어 형이 더 많이 쓸 수밖에 없습니다. K3는 세단이 해치백보다 130mm 더 깁니다. 이로써 5도어 언더 보디는 4도어보다 짤막합니다.

진짜 이유는 ‘규모의 경제’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위에 답이 나와 있었어요. 4도어 버전은 노말 모델도 함께 나오지만 5도어는 ‘GT only’라는 말. 결국 기아 입장에서 5도어 형은 GT로만 팔기 때문에 노말까지 같이 파는 4도어보다 많은 생산/판매량을 보장받을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5도어 버전의 값을 4도어보다 높여 부르게 된 거죠.

뭐, 이렇게 말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해치백이 세단보다 보강이 더 많이 이뤄져서”라고. 이것도 일부분 맞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설령 보강이 많이 됐더라도 노말 버전을 함께 팔았다면 값 차이가 지금보다 확 줄었을 것입니다. 또 “해치백 디자인을 새로 해서 그런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 역시 5도어 노말 버전이 함께 팔렸다면 값 차이는 지금보다 줄었을 것입니다. 결국 5도어가 더 비싼(또는 4도어가 더 싼) 이유는 ‘많이 팔면 더 싸게 팔 수 있다’는 논리로 수렴합니다.

K3 GT는 오랜만에 나온 기아의 매력 만점 모델입니다. 현대의 N만큼은 아닐지라도 기아의 이미지 리딩 역할을 할 운명입니다. 그렇다면 K3 GT는 아반떼 스포츠가 그랬듯이 실제 판매로까지 잘 이뤄질까요? 성패는 4도어보다 39만~54만 원 비싼 5도어 버전이 얼마나 팔려 나가는지에 따라 갈릴 것입니다. 아직까지 해치백형의 새 리어 디자인과 실용성에 대한 '평가'는 우호적이군요. 이 차가 앞으로 어떤 길을 갈 것인지 기대됩니다.

정상현

정상현 편집장

jsh@encarmagazine.com

미치광이 카마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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