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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시승할 때 따져볼 만한 5가지 포인트

“차는 타 보아야 안다”고들 말합니다. 움직이는 기계로서 디자인이나 장비, 성능 등이 실제로 어떤지 알아야 한다는 뜻일 겁니다. 다행히 요즘은 자동차 메이커들이 다양한 시승 프로그램으로써 경험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자동차를 처음 대면하고 시승할 때 무엇을 어떻게 체크하는 게 좋을까요? 시승 경험이 많지 않은 '일반적인 소비자’라면 다음의 다섯 가지 포인트를 따져보는 걸 권합니다.

 

Step 1. 운전석 주변 살피기
시트를 본인 체형에 맞춘 뒤 운전대, 페달, 기어 노브 등의 위치가 적절한지 따져봅니다. 요즘 나오는 차들은 대개 좋은 시트 포지션을 갖지만 체형에 따라 차와 사람이 안 맞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전 설계의 중고차라면 그럴 가능성이 더욱 높죠. 가령 필자의 경우 의자는 높게, 반대로 스티어링 휠은 낮게 달린 모델을 운전할 때 피로감을 크게 느끼는 편입니다.

이와 함께 A필러가 내 포지션에서 시야를 심하게 가리지 않는지, 뒤쪽은 잘 보이는지, 사이드 미러 시야 확보가 잘 되는지도 함께 살펴봅니다. 핸드폰이나 음료 둘 곳이 적절한지와 같은 수납 공간의 체크는 당연한 일. 아울러 오디오와 공조장치를 만질 때 손이 잘 닿는지, 그 배치가 직관적인지도 직접 확인할 부분들입니다. 안 좋은 예로 오디오와 공조장치가 아래쪽에 달려 있으면 운전 중 버튼을 누르느라 몸을 움직여야 합니다. 이에 따라 전방을 주시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애석하게도 양산차 중에는 여전히 이런 차가 존재합니다.

 

Step 2. 뒷자리 및 트렁크 살피기
주로 혼자 타는 용도라면 이 부분은 넘어갑시다. 대신 패밀리카로서도 쓰인다면 Step 1.만큼 중요한 과정입니다. 운전석을 자신에게 맞춘 상태에서 뒷좌석 공간은 어떠한지, 뒷자리에 타고 내릴 때 머리가 닿거나 발이 걸리지는 않는지를 확인하세요. 뒷유리가 창틀 끝까지 내려가는지 보는 것도 시승 때 알 수 있는 부분이니 놓치지 맙시다.
공간을 가늠할 때는 보통 레그룸(무릎과 앞 시트 사이의 거리)에 중점을 두는 경우가 많은데 숄더룸과 헤드룸도 따져야 합니다. 한편 육안 상 실내 공간(레그룸)이 넓어 보이게끔 시트 방석 부분을 짧게 만드는 차들도 있는데요. 뒷좌석에 앉았을 때 허벅지 안쪽까지 잘 지지해 주는지 체크하면 이러한 메이커의 편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것입니다.


트렁크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히 공간뿐만 아니라 입구가 널찍한지, 트렁크 턱이 높지 않은지에 관해서도 체크합니다. SUV나 해치백에서는 예외지만 세단 또는 쿠페 형태의 차량이라면 시트 폴딩이 가능한지도 보는 게 좋습니다. 다만 뒷좌석 폴딩 기능의 경우 종종 트림에 따라 배제되기도 하므로 그 필요성에 관한 본인의 판단이 우선입니다.

 

Step 3. 시동 직후 판단할 것들
시동 건 상태에서 느껴지는 소음이 어떤지 판단합니다. 보통 차의 엔진 소음에 관한 스트레스를 아이들링 때 호소하므로 이때의 수준을 잘 보세요. 엔진 자체의 소음(외부에서 느껴지는 소음)과 실내에서의 소음 수준을 구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진짜 조용한 건지, 아님 차음이 잘 되어서 그저 조용하게 느껴지는 건지에 따라 평가가 갈릴 수 있습니다.
진동도 마찬가지. 이때는 스티어링 휠과 헤드레스트를 통해 전해지는 정도를 따지는 것이 간편합니다. 강조하건대 소음이나 진동은 ‘주관적인 요소’입니다. 시승기나 유튜브에 의존하지 말고 본인의 평가에 집중하는 게 아주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남들은 조용하다고 해도 정작 내 귀에 크게 거슬린다면 그 차는 시끄러운 차일 뿐입니다.

 

Step 4. 동력성능 체크하기
보통의 승용차라면 가속성능이나 최고속도를 체크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일상 영역에서의 주행감이죠. 가솔린 모델 기준으로 실용 영역인 1,500~2,500rpm의 회전 영역에서 엔진이 풍부한 힘을 내주는지 느껴보는 게 필요합니다. 이건 마니아들이 그토록 따지는 ‘제로백’보다 훨씬 유의미하죠.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았을 때 부밍음은 없는지도 확인합니다. 특히 자연흡기 엔진이 아닌 경우에는 고회전보다 저회전에서의 반응성과 출력을 면밀히 살피는 것이 좋습니다. 일부 터보 엔진은 특정 회전 영역에서 힘이 부족한 녀석들도 있습니다.

변속기도 중요합니다. 직결감은 어떤지, 로직은 똑똑한지, 변속 충격과 변속에 걸리는 시간은 어떤지 살펴야 하겠지요. 이때도 꼭 급하게 가속할 필요 없습니다. 평소처럼 서서히 가속하면서 엔진 회전(rpm) 상승에 따라 속도가 잘 붙는지 따져보세요. 혹시라도 동력이 새어 나가는, 또는 미끄러지는 느낌이 일지 않는지 섬세하게 파악합니다.
기어가 오르내릴 때의 충격 유무도 중요한 포인트. 한편 일부 DCT 변속기들은 지정체 구간에서 모든 걸 포기한 것처럼 굴기도 하므로 이 점도 체크합니다. 이러한 평가가 모이면 파워트레인의 완성도를 논하게 됩니다. 일상 용도의 차량에서는 수치 상의 성능보다 더 중요합니다. 동력성을 체크할 때는 파워트레인의 ‘완성도’를 꼭 확인하세요.

 

Step 5. 운동성 및 승차감 체크하기
Step 4의 동력성능에 비해 운동성이나 승차감은 한층 주관적인 요소입니다. 예컨대 어떤 사람은 ‘승차감이 좋다’고 하는 걸 어떤 이는 ‘출렁거린다’고 말하죠. 반대로 ‘하체가 딱딱해서 유럽형’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승차감이 쿵쾅거린다’고 하는 이도 있습니다. 그래서 차의 하체와 관련된 평가는 꼭 직접 해야 합니다.


승차감을 체크할 때는 일상적인 주행환경에서 하체가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느끼는 데 주력하도록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저속(시속 60km 이하)에서 승차감이 우수하더라도 고속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것. 따라서 잠깐이라도 시속 100km 이상에서의 움직임을 체크하는 게 좋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승차감이 좋으면 운동성을 양보하게 됩니다. 반대로 운동성을 좋게 만들면 승차감을 잃기 마련입니다. 결국 승차감과 운동성 사이에는 트레이드-오프 관계가 성립합니다. 그래서 승차감(또는 운동성)을 10만큼 얻고 운동성(또는 승차감)을 10만큼 잃었다면 이는 좋은 차라고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승차감(또는 운동성)을 똑같이 10만큼 얻고 대신 운동성(또는 승차감)을 단지 5만 잃었다면 이는 좋은 차가 됩니다.
여기서 하고자 하는 얘기는 ‘승차감이 좋은 차=나쁜 차, 운동성이 좋은 차=좋은 차’라는 논리가 오류라는 것입니다. 결국 승차감과 운동성 사이의 트레이드-오프 관계에서 얼마나 상대 가치를 덜 잃었느냐가 좋은 섀시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것이죠. 결정적으로 승차감과 운동성 중에서 어떤 게 구매자에게 중요한지가 핵심 포인트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운동성능은 어떻게 알 거냐는 문제가 남는데요. 이 부분은 정말 많은 감각과 지식을 요구하므로 우리의 감촉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노릇입니다. 가령 댐퍼의 감쇠력(스프링이 늘어나고 쪼그라드는 것을 댐퍼가 감쇠 시키는 힘)을 판단할 때는 노면이 고르지 않을 때 보디의 흔들림이 얼마나 빨리 안정화되는지로써 알 수 있습니다. 아울러 운전대를 좌우로 연속 조작해보고 이때 혹시 뒤쪽이 스티어링 조작보다 늦게 따라오지는 않는지 보는 것도 좋습니다.
코너링 중의 범프-다리 이음매 따위-를 만났을 때 차가 안정적으로 선회 가능한지도 체크하도록 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운동성과 승차감은 그 기준이나 선호에 따라 의견이 갈릴 여지가 많습니다. 따라서 둘 사이의 트레이드-오프 관계를 이해하고 경쟁차와의 비교를 통해 자신의 성향에 맞는 차를 고르는 것이 옳습니다.

 

오류를 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
자동차 시승자들이 많이 범하는 오류는 오직 동력성능 파악에 중점을 둔 시승입니다. 사실 동력성능은 차의 평가 항목 중 극히 일부일 뿐입니다. 차 타볼 때는 여기서 그치지 말고 다른 가치들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어야 합니다. 가령 현대 그랜저를 시승하는데 키를 넘겨 받자 마자 풀액셀로 내달리는 것보다는 평소처럼 신호에 걸려 멈춰보고, 흐름 따라 서서히 가속하는 게 훨씬 의미 있을 수 있다는 얘기지요.


계속 강조하지만 실제 구매 전제의 차량 시승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차와 나의 궁합입니다. 이럴 때는 설령 운전을 잘 하지 못하거나 ‘차알못’이 행한 시승이라도 본인이 느낀 게 답이 됩니다. 그 어떤 전문가 평가보다 의미 깊고 가치 있지요. 결국 시승의 포인트는 운전 실력의 높고 낮음이나 자동차를 평가하는 능력이 아니라, 그 차의 성격을 이해하고 시승했는지와 같은 ‘접근 방법’의 문제로 귀결될 것입니다.

정상현

정상현 편집장

jsh@encarmagazine.com

미치광이 카마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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