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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속 터져도 '완속 충전' 할 수밖에 없는 5가지 이유

솔직히 자동차에 대한 글을 쓰는 저도 아직은 전기차가 낯섭니다. 특히나 다른건 몰라도 '전기차 충전 문제'를 떠올리면 까마득하죠. 그래서 저 또한 전기차 시승차량을 받아오게 되면 당장 충전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인터넷 검색을 해보게 되더군요.

그때마다 가장 많이 눈에 들어오는 얘기들은 '급속충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급속충전을 사용하면 40분이면 된다, 충전시간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다 등등의 이야기였죠. 하지만 흔히 말하는 '집밥'(=가정용 전기차 충전기)이 없는 입장에서 실제로 전기차를 타게 되니 '급속 충전'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특히 전기차를 '오래' 탈 생각을 한다면 더더욱 말이죠. 전기차, 결국 '완속 충전' 하게 되는 5가지 이유 내 차 정보, 마이라이드가 엔카매거진과 함께 전해드립니다.

 

1. 배터리 보호

일단 배터리 보호를 위해서 제조사 매뉴얼에도 나와 있는 것처럼 급속 충전보다는 완속 충전이 배터리에 좋습니다. 시승차는 제 차가 아니지만 어쨌거나 제가 소유자라고 생각을 하면 아껴서 타고 싶은 마음은 당연한 것이죠.

 

'어차피 시승차 타는 건데 뭘 그런걸 신경쓰냐' 이렇게 아끼는 마음을 이해 못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지 못합니다. 저는 어떠한 물건을 가지게 되면 기왕이면 엄청나게 불편함을 수반하는게 아니라면 오래쓰고 싶습니다. 그러니 시승차 역시 오래 탈 것을 상정하고 더 나은 방법이 없는지 고민하게 되더군요.

지금 사용하고 있는 갤럭시S22 울트라 스마트폰만 해도 어차피 2년 정도 후 최신 폰으로 교체할 가능성이 크지만, 그래도 기왕 사용하는 거 배터리 보호를 위해 85%까지만 충전되도록 설정을 하고, 초고속/고속 충전 기능을 끄고 대신 가급적이면 배터리 충전을 미리 해놓으면서 배터리 수명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200만원도 되지 않는 물건도 이렇게 다루는데 30배가 족히 넘는 물건을 다룰 때 노력하는게 제게는 당연한 일인 겁니다.

 

2. 충전시간 제한

다른 이유로는 급속 충전기의 사용시간 제한 때문에 그렇습니다. 자승자박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전기차 충전은 분명히 제한시간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한시간과 함께 충전기에 대한 표준 성능에 대해서 법령을 재정하기도 하죠. 이는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요건 등에 관한 규정'을 보면 나와 있습니다.

아래와 같이 제6조에 1항을 보면 '1시간', 2항에 보면 '14시간'이라고 나와 있죠. 그런데 뭐가 몇 시간인지 확인하려면 '영 제18조의8제1항'의 내용도 함께 봐야 합니다.

 

이번에는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보면 됩니다. '급속'의 경우는 2시간 이내의 범위에서 가능하다고 나와 있으며 '완속'의 경우는 14시간 이내의 범위에서 가능하다고 나와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결국 '급속 충전은 1시간을 넘기는 순간' 불법이고, '완속 충전은 14시간 이상을 충전하거나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 불법'에 해당하는 것 입니다. 단순히 마음에만 걸리고 끝나는 문제일까요? 아닙니다. 지난 8월 1일부터 서울시는 모든 전기차 충전 방해행위 차량에 과태료를 부과하기 시작했습니다. 전기차 급속충전 1시간을 넘겨 주차하거나 완속충전 14시간 이상 주차할 경우, [충전방해] 행위로 간주돼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됩니다.

 

3. 100% 충전 문제

앞서 언급한 충전시간 제한과 직결되는 것으로 바로 풀(Full, 100%) 충전이 어렵다는 점 입니다. 저만 그런지는 몰라도 당연히 사람인지라 어느 정도 배터리 용량이 부족해질 때 충전을 하게 됩니다.

급속 충전기로 충전을 해보면 빠르긴 하지만 40분이라는 충전 제한시간이 있기 때문에 가뜩이나 장거리에 불리한 전기차는 급속 충전만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급속 충전을 하기 위해 오랫동안 물려 놓더라도 결국 1회, 40분만 충전되기 때문에 아무리 빨리 그리고 많이 충전을 해도 85% 넘게 충전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웠습니다. 거기에다가 충전기 상태나 성능을 운전자가 판단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충전 가능시간 동안 얼만큼 충전이 될지는 그냥 '복불복'이 되더군요.

그래서 결국 장거리 운행을 앞둔 상태에서 100% 충전을 못한 상태로 주행을 시작해야 했습니다. 배터리 용량의 20%는 꽤나 큰 주행가능거리 차이를 불러옵니다. 내연기관 차량으로 기름 20%를 덜 넣고 장거리 운전을 떠나, 중간에 연료를 보충해줘야 할 상황이라면 흔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1분만 시간을 내면 해결될 문제입니다. 하지만 전기차는 그렇지 못합니다. 급속충전기를 쓰더라도 40분 가량은 발이 묶여있을 각오를 해야 하죠. 그에 따른 일정의 차질은 불가피합니다. 그런데 과연 40분'만' 묶여있을 각오를 하면 해결되는 문제일까요?

 

4. 유휴 충전기 문제

제 짧은 전기차 경험을 토대로 결론을 내보면 요즘은 '완속 충전기'를 찾는게 더 힘들고, 웬만한 환경에서는 급속 충전기만 즐비한 것 같습니다. 2021년 6월말 기준 약 7만2,000기로 이중 급속충전기는 13,000기(17.7%), 완속충전기는 59,000기(82.3%)로 완속충전기의 보급 비율이 4배 이상 높습니다. 하지만 최대 14시간이 걸리는 완속충전기의 회전률이 '40분'이면 끝나는 급속충전기보다 월등히 낮다보니 (급속충전기 대비 최대 1/25) 현실적으로 이렇게 체감되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흔히 말하는 집밥이나 회사밥이 없는 환경에서는 더욱 더 이런 문제가 부각될 것으로 보는데요.

문제는 급속 충전기는 회전률이 빠르지만 그만큼 사용자가 많기 때문에 꼭 내가 원하는 시점에 사용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 입니다. 사용자가 많은 낮 시간 때는 이러한 문제점이 더욱 부각되죠.

시승기간 동안 워낙 열심히 돌아다니다보니 충전을 계속하게 되는데 문제는 현실적으로 충전기와의 시점 궁합이 잘 맞아야 편하다는 점 입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주변에 급속 충전기가 사용할 수 있다고 하여 방문을 해보니 이미 제한시간을 끝낸 테슬라 차량 한 대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원래는 글을 쓰는 시간 동안 급속 충전을 하고, 잠시 들러 나머지 시간 동안 완속 충전으로 전환하여 다음날 유용하게 쓰려고 했는데 이러면 계획이 또 틀어집니다. 플랜 B로는 부족하고 C, D까지는 있어야 할 것 같네요.

 

대신 역시나 인기가 덜한 완속 충전기는 자리가 있어 충전기를 물려놓고 와서 지금 글을 쓰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경험이 아주 쉽게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죠. 내 맘 같지도, 스마트폰 앱에서 알려주는 현황 같지도 않습니다.

 

5. 충전 비용 차이

마지막으로 충전 속도에 따른 충전비 차이 때문입니다. 아래의 내용을 보시면 동일한 충전소이지만 '완속'은 1kWh당 255.7원이지만 '급속'은 1kWh당 290원으로 금액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내연기관 차량처럼 큰 차이는 아니지만 E-GMP 롱레인지 차량에 들어가는 배터리 용량인 77.4kWh를 모두 충전한다고 가정하면 대략 2,654원이 차이가 나게 됩니다.

큰 차이가 아닌 것 같지만 거의 12%를 더 지불하고 충전하게 되는 것 입니다. 가솔린으로 비교하자면 1리터에 1600원과 1792원 차이입니다. 여러분이라면 이 정도 금액 차이를 그냥 무시하실 수 있나요? 물론 그 차이를 고려해도 기존 내연기관의 연료비보다는 압도적으로 저렴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충전비용의 차이가 결코 무시할 수준은 아니라는게 제 생각입니다. 특히 앞으로 전기차 충전료가 인상될 가능성을 감안한다면 더더욱 말이죠.

 

닫는 글

다만 대부분의 전기차 소유자는 저와는 다를거라 생각합니다. '집밥'을 쓰시는 분들은 충전 문제에 있어 보다 자유로울 것이죠. 하지만 모든 사람이 '집밥'을 갖추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따라서 전기차의 충전 문제는 내연기관에서 전기차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적인 시점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공백일테지만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여전히, 아직은 전기차를 대함에 있어 속 시원하게 권하기가 망설여지는 게 저의 개인적인 소감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이지만 그 특정한 누군가의 잘못도 아닌 이러한 문제들이 분명히 현시점에 존재한다는 것은 알고 계셔야겠습니다. 또한 완속 충전은 선택일 수 있지만, 환경이라는 타의에 의한 필수일 수도 있다는 점 분명히 인지하고 거기에 대한 마음의 대비를 하셔야겠습니다. 내차 정보, 마이라이드가 엔카매거진과 함께 전해드렸습니다.

( 취재/원문 : 마이라이드 / 편집: 차돌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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