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특집 전문가 칼럼 > [카레시피] 택시는 왜 이렇게 안 잡힐 때가 있을까?

[카레시피] 택시는 왜 이렇게 안 잡힐 때가 있을까?

지난 연말 강남, 홍대 등지의 번화가에서 송년회를 마치고 택시가 안 잡혀 추위 속에서 고생을 하신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사실 이런 경험은 새삼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꼭 연말이 아니더라도 금요일밤 강남역 인근에서 택시 잡기 어려운 것은 상식에 가까운 일입니다. 실제로 걸어서 강남역을 한참 벗어나 간신히 택시를 잡거나, 현금 5천 원을 더 드리고 택시를 타는 등의 실전 노하우는 술자리를 파할 때 즈음 지인들과 한번씩 논해봤음직한 주제입니다.

카카오 택시도 해결 못한 문제= 승차 거부, 골라 태우기

카카오택시가 처음 등장했을 때, 이제는 조금 더 편하게 택시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살짝 기대를 한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모두가 아시다시피 “큰 변화 없음”입니다. 서울시에서는 한국스마트카드에서 개발한 행선지를 표기하지 않는 택시 어플 지브로를 통해 승차 거부를 없애겠다고 하는데 공허한 이야기로만 들립니다.

카카오택시가 자리잡은 것은 카카오톡에 기반한 이용자 확보도 주요했지만 택시 기사들이 카카오 택시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카카오택시는 런칭 초반 택시 기사들이 앱을 사용하도록 엄청난 노력을 쏟아 부었습니다. 반면 지브로는 택시 기사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요소도, 지자체의 권한을 동원해 사용을 강제할 수 있는 방안도 딱히 없어 보입니다.

또한 이미 지배적인 플랫폼이 된 카카오 택시를 이기고 대중들의 선택을 받으려면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이거나 사용자들에게 획기적인 가치를 제공해야하는데 지브로는 둘 중 어느 것도 갖추지 못했습니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할까? = 구조적 문제

어차피 특정 시간, 장소에서 택시가 안 잡히고, 승차 거부가 발생하는 것은 수요자와 공급자 간의 연결 방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상황에서 공급자들이 수요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으로 택시 기사들이 나쁜 사람이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택시 기사들의 입장도 일견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습니다. 서울 노동 권익센터의 “서울 지역 택시 노동자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법인 택시 기사의 하루 평균 근무 시간은 약 10시간에 이르지만 월 평균 수입은 150~170만 원 수준이라고 합니다. 이들이 이렇게 오랜 시간 근무하고도 낮은 임금을 받는 이유는 과중한 사납금과 운송 비용의 전가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택시는 과거 지나친 공급 증가와 대중 교통 확대로 인한 택시 수요의 감소로 인해 초과 공급 상태로 택시 산업은 사양 산업입니다. 이를 서비스 개선이나 신사업을 통해 극복하는 것이 아닌 사납금을 인상하고 운송 비용을 전가해 버티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일 사납금 제도는 헌법재판소에서 2번이나 위헌 판결을 받았지만 택시 회사들은 일일 사납금을 폐지하는 대신 월 단위로 정산하고 모자란 비용은 기본급에서 공제하는 변형된 형태로 사납금 제도를 사실상 존속시키고 있습니다. 또한 LPG 유류비, 세차비, 사고시 처리 비용 등 운송 비용을 기사에게 전가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지만 여전히 만연해 있는 것이 현실로 지난 12월까지 서울시 택시 회사 절반 이상이 적발되어 과태료 500만 원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런 이유로 택시 기사들은 장시간 노동에 노출되어 있으며, 강남과 같은 지역에서는 최대한 수익성이 높은 장거리 콜을 받거나 과속 운전을 통해 빨리 사납금을 채우고자 하는 유혹에 노출될 수 밖에 없으며, 이러한 문제들은 택시 기사들에게 생존과 연결된 절박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법인 택시 숫자의 2배에 달하는 개인 택시의 경우에는 법인 택시 기사들보다 사정이 낫지만 역시 힘든 것은 마찬가지이며 이들을 활용해 수요-공급 불일치를 해소하는 것 역시 어려운 상황입니다. 우선 개인 택시는 고령의 운전자가 법인 택시보다 훨씬 많은 편으로 이들은 야간 시간대에는 운행을 잘 안하려는 특성이 있습니다. 또한 개인 택시는 부제의 영향을 받는데 서울시에서 심야 부제를 확대해 야간 개인 택시 공급을 늘리려고 해도 법인 택시들의 반대로 쉽지 않습니다.

택시 업계에는 유류비 보조, 부가세 감면 등 공식적인 지원 뿐만 아니라 카드 수수료, 단말기,블랙 박스 등 보조금까지 포함해 연간 5~7천 억원 정도의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고 있으나 시민들의 불편과 택시 기사들의 처우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승차거부, 골라태우기는 표면적인 현상일 뿐이고 진짜 문제는 택시 산업의 뿌리 깊은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택시 회사들만 이득을 보는 현재 구조는 누구를 위한 구조일까요?

근본적 개선과 대안이 필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단순히 단속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승차거부와 골라 태우기는 개선이 불가합니다. 너무 복잡한 문제로 미봉책이 아닌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물론 단속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지금처럼 단속만 하고 실제적인 처벌로 제대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곤란합니다. 다만 단속을 강화하되, 개선 방향은 제시해야 택시 업계도 스스로 변하려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외 근본적인 개선책은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택시 요금제의 개편입니다. 택시 요금을 인상하는 것만이 방법은 아닙니다. 할증 시간대, 장소를 다변화해 단거리를 가더라도 수익이 날 수 있도록 하는 수요 대응형 탄력 요금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일본은 IT 기술을 활용해 합승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델들도 우리가 검토하고 벤치마킹할 사례입니다.

두 번째는 라이드 셰어링의 허용입니다. 현재 라이드 셰어링은 출퇴근 시 카풀만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습니다. 택시 업계의 이익 보호를 위해 라이드 셰어링 전면 허용을 늦출 수는 있겠지만 라이드셰어링은 전 세계적인 흐름으로 막을래야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라이드 셰어링이 허용되면 국민들에게 또 하나의 이동 옵션이 생긴다는 면에서 긍정적입니다. 이러한 라이드 셰어링은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상황에 효과적인 대응책입니다. 또한 라이드 쎼어링과 택시의 경쟁으로 인해 택시 서비스 개선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우버의 등장 이후 미국 택시 업계의 서비스가 발전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물론 택시 업계는 라이드 셰어링에 크게 반발하고 있지만 이는 다소 과민 반응입니다. 현재 카풀 기반 라이드 셰어링은 택시 시장의 0.1%도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0.1%의 시장으로 인해 택시 업계가 고사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얘기로 보입니다. 또한 라이드 셰어링은 기본적으로 호출 기반으로서 배회 영업을 하는 택시와 완전 경쟁 관계에 있지 않습니다. 코리아스타트업 포럼에서 최근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라이드 셰어링이 허용되더라도 택시와 공존할 것이라는 예측이 70% 이상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요금제 개편, 라이드 셰어링 허용 등의 개선책들을 무조건 안된다고 하기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너무 오래 지속되고 있고, 그 사이에서 국민과 택시 기사 모두 고통받고 있습니다. 변화를 위해 새로운 시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