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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 폭스바겐 투아렉 R-Line의 강점 '5'

폭스바겐의 맏형, 투아렉을 만났다. 폭스바겐코리아의 허전한 라인업을 채울 프리미엄 대형 SUV다. 이 녀석의 주변에는 경쟁자들이 득실거린다. 벤츠, BMW, 아우디는 물론이거니와 링컨, 캐딜락, 제네시스까지 뒤엉켜 있다. 치열한 프리미엄 대형 SUV 시장.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한 폭스바겐 투아렉의 강점 5가지를 살펴보았다.

시승에 함께한 모델은 ‘투아렉 3.0 TDI R-Line’. 전용 디자인을 입힌 최상위 트림이다. 꼭짓점 모델답게 편의장비와 안전장비도 풍성하게 채웠다. 가격은 10,200만 원. 참고로 기본형인 프리미엄은 8,980만 원, 중간급인 프레스티지는 9,790만 원을 받는다. 7월 기준 폭스바겐코리아 공식 할인은 최대 11%다.

1.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디자인

첫눈에 반할 만한 얼굴은 아니다. 어딜 봐도 무난하다. 인테리어도 마찬가지다. 요즘 나오는 폭스바겐 모델이라면 으레 예상 가능한 디자인. 직선 위주의 터치를 통해 정적이고 차분한 인상이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묘한 끌임이 있다. 디테일이 생각보다 좋다. 헤드램프에서 뻗어 나온 크롬 장식이 라디에이터 그릴과 어우러지는 디테일, 차체 옆구리를 칼로 벤 듯한 캐릭터 라인, 사이드 미러로 엿보이는 두툼한 숄더 라인 등 은근히 눈길 끄는 요소가 많다.
R-Line 전용 디자인 역시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21인치짜리 ‘스즈카’ 알로이 휠은 까맣게 칠해 스포티한 느낌도 연출했다. 배 나온 아저씨가 운전석에서 내릴 것 같은 대형 SUV이지만 의외로 젊은 구석이 많다.

인테리어는 최신차 감각으로 꾸렸다. 계기판과 기어 노브 등을 전자화했으며 노트북만한 대형 디스플레이(15”)로써 물리 버튼을 줄인 게 핵심이다. 여기에 멀티 컬러 앰비언트 라이트, 파노라마 선루프,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버무려 시각적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소재 면에서도 모자람 없다. R-Line은 리얼 알루미늄, 블랙 하이그로시, 메탈 포인트를 조화롭게 구성했다. 고급감이 아주 뛰어난 건 아닐지라도 보기에는 나쁘지 않다.

2. 가솔린 부럽지 않은 디젤 엔진

엔진은 V6 3.0L 디젤(TDI) 한 가지. 여기에 토크컨버터식 8단 자동변속기를 물렸다. 페이퍼 스펙 상 최고출력은 286마력, 최대토크는 61.2kg·m다. 사실 특별할 것 없는 수치다. 과거 비행기를 끌던 녀석(1세대 투아렉 V10 5.0L 디젤)이니 그에 비해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런데 실상은 다르다. 실제 가속력은 예상치를 훨씬 웃돈다. 직접 측정한 바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는 6초 초반에 끊는다. 반복되는 테스트에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상당한 거구임에도 가속력이 수준급이다. 최고속도는 시속 238km에서 제한된다. 독일 쪽 시승기를 살펴 보면 최고속도에 이르러도 힘이 여유롭게 느껴진다고. 우리나라 도로 환경이라면 차고 넘칠 만한 출력이다.

특히 디젤 특유의 노이즈가 억제되어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느낌 상 엔진룸에 방음재를 빼곡히 채워 놓은 듯하다. 가속 페달을 밟고 바퀴가 굴러가기 시작할 때 잠깐의 소음을 제외하면 NVH는 가솔린 못지 않은 수준. 특정 엔진 회전 구간에서는 폭력적인 사운드로 귀를 즐겁게 할 줄도 안다. 감성적인 면만 놓고 평가한다면 필자가 경험한 디젤 모델 중 가장 인상적인 엔진이다.

3. 동급 최고의 제동 성능

투아렉은 동급 최고 수준의 제동력을 자랑한다. 과장 조금 보태어 표현하자면 풀 브레이킹 시 얼굴에 피가 쏠릴 정도다. 폭스바겐코리아 홍보 자료에 브레이크 얘기를 왜 빠트린 건지 모르겠다. 그 정도로 제동 성능이 좋다는 것.
뿐만 아니라 속도를 줄이는 과정도 정말 안정적이다.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칼같이 속도를 줄인다. 이따금 대형 SUV들은 무게중심 탓에 급제동 시 거동이 불안해지기도 하는데 투아렉은 그런 걱정할 필요 없다.

4. 극강의 연료 효율

디젤 엔진인 점을 제외하면 연료 효율에 득이 될 만한 요소가 없다. 2,250kg에 육박하는 몸무게, 네 바퀴에 힘을 전하는 ‘4모션’ 사륜구동, 커다란 21인치 휠, 스포츠 타이어 등(무려 피렐리 P-Zero를 달고 나온다). 이렇다 보니 공인 복합 연비도 10.3km/L에 그친다. 숫자만 놓고 보면 분명 아쉬움 남는 수준이다.

그런데 실제 주행 환경에서는 상당한 연료 효율을 보여준다. 서울 시내에서 9km/L 아래로 떨어지는 일은 드물며 간선도로에서 항속 주행하면 L당 20km쯤은 가볍게 간다. 이처럼 연비가 좋다 보니 트립 컴퓨터의 연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사진은 경기도 양평에서부터 서울시청까지 주행하며 기록한 연비. 통행량이 늘어나는 오후 시간대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준이다.

단순 디젤 엔진이어서 연비가 잘 나오는 것만도 아니다. 투아렉은 효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우선 8단 자동변속기는 엔진 회전을 낮게 쓰며 연료 소모를 줄인다. 타력주행도 적용돼 엔진 회전이 아예 뚝 떨어질 때도 있다. 스타트&스톱 시스템도 상당히 적극적인 편. 이러한 것들이 맞물려 연비를 극대화했다.

5. 나긋나긋한 주행성과 풍요로운 실내공간

에어 서스펜션으로부터 비롯되는 부드러움이 인상적이다. 편평비 40 시리즈의 얇은 타이어라고는 느껴지지 않을 만큼 충격 흡수가 매끄럽다. 승차감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다면 반드시 눈여겨볼 선택지. 여담이지만 에어 서스펜션은 벤츠가 최고라고 여겼는데 이번 시승을 통해 생각이 바뀌었다.

실내공간은 허한 느낌이 들 정도로 여유롭다. 헤드룸은 물론 레그룸까지 공간이 남아 돈다. 천장의 상당부를 차지하고 있는 파노라마 선루프 덕분인지 더 광활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트렁크는 810L로 구형보다 110L가량 커졌다. 뒷좌석 폴딩하면 최대 1,800L까지 늘어난다고. 가족용 SUV로서 지녀야 할 기본기를 탄탄하게 갖췄다.

“꽤 괜찮다.” 필자의 결론이다. 3세대로 거듭난 폭스바겐 투아렉은 기본기가 탄탄하다. 성능과 효율을 양립한 것은 물론 실용성까지 갖췄다. 박 터지는 프리미엄 대형 SUV 시장이라지만 이 녀석이 품은 가치는 충분해 보인다. 문제는 가격이다. 1억이라는 가격표를 달기에는 라이벌들의 위세가 너무나도 강하다. 8,000만~9,000만 원대 하위 트림을 사자니 디자인과 편의장비가 눈에 밟힌다. 선택을 주저하게 되는 것. 가격은 폭스바겐 투아렉의 가장 큰 ‘허들’이다.

전문가 평가

83.4
  • 86 파워트레인
  • 88 섀시 & 조종성
  • 80 승차감
  • 90 안전성
  • 82 최신 기술
  • 78 가격 & 실용성
  • 80 기타(디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