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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2.5 HEV XSE 시승기 , 카플레이션 시대의 대체재

토요타의 중형 세단 캠리 하이브리드를 타봤다. 캠리는 한국보다도 글로벌 시장에서 오랜기간 인기를 끌어온 '대중형 세단'이다. 북미 내수 시장에서 중형 세단 통산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는 실적만으로도 캠리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 토요타가 표적이 되었던 대규모 리콜 사태, 세대교체 이전 판매량 이탈 등 특정 이벤트가 있었던 시기를 제외하고는 연간 중형 세단 판매량 1위를 빼앗긴 적이 없었다. 그만큼 토요타는 품질과 상품성 측면에서 상당한 신뢰도를 쌓아왔다는 의미이다. 지금은 캠리의 판매량이 감소했지만, 크로스오버의 강세로 인해 세단 시장의 전체적인 파이가 줄어들었을 뿐이다.

지금 대한민국 시장에서 캠리의 판매량이 높지는 않다. 굳이 캠리 하이브리드의 판매량이 낮다고 특정 짓기보다도, 한국에 수입되는 중형 세단들의 공통된 현상이다. 정확히는 대중적인 소비재를 판매하는 '매스 브랜드' 출신의 중형세단은 기세를 펼치지 못한다. 닛산은 반일 감정등의 여파로 한국 시장에서 가장 먼저 철수했고, 각각 미국과 독일의 매스 브랜드인 포드와 폭스바겐은 아예 중형 세단을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한 바 있다. 이 브랜드들은 한국이 아닌 세계 시장에서도 판매량과 마진율이 낮은 세단 시장을 과감히 포기하고, 배터리 전기차나 크로스오버에 집중 투자하는 과감한 전략을 펼친다.

당연한 말이지만 국내 생산 차종 대비 수입 판매 차량들의 가격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 특히 대중형 세단의 경우 부가가치 비율 자체가 낮다 보니 상대적인 가격 격차는 더욱 크게 느껴진다. 앞서 언급했던 독일, 미국, 일본 브랜드들의 대중형 세단들이 '수입차'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프리미엄이 붙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이 발전한 것도 사실이며, 실질적으로 내수 '세단' 시장은 현대차 그룹의 독점 체제가 되며 생산성이나 인프라 측면에서 몸집을 급속도로 키워왔다. 우리나라 GDP가 높아지며 '수입차' 자체의 희소성에 가치를 크게 메기지도 않는다.

그래서 한국 시장 한정으로 토요타 캠리의 판매량은 국산 중형 세단을 넘어설 수 없다. 당연하다. 반대로 북미시장에서의 토요타는 프라자 합의 이후 판매량이 급증하며 생산 및 AS 인프라를 가장 빠르게 구축하게 되었다. 일본 내수 시장에서는 중형 세단에 붙는 과세율이 높기 때문에 승용 세단 자체의 판매량이 매우 저조하기도 하다. 글로벌 기업들의 현금 흐름이 미래에 대한 가치 투자로 집중되고, 레드오션인 중형 세단 분야에서 토요타 캠리의 영향력은 더욱 강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만큼 캠리는 글로벌 시장에서 고정적인 인지도를 쌓은 것이다.

아무리 SUV의 전성시대라 해도 자동차의 표준은 세단이었다. 편안하고 안락한 실내공간과 승차감, 때로는 경쾌하고 안정적인 주행성능까지 도심형 SUV 들과 구분 지을 수 있는 명백한 저항선이 있다. 토요타의 캠리 하이브리드는 그 정석을 따른 승용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방적이고 넓은 실내공간과 여유로운 착좌감, 안정감 있는 시야를 갖추었으며 처음 시승하면서도 마치 익숙한 차량인 듯 평온한 마음이 든다. 하이브리드 모델이 지닌 주행감은 정숙성이 돋보이면서, 변속 충격을 최소화한 채 18km/L라는 높은 연비를 쉽사리 기록한다.

토요타가 괜히 하이브리드의 대명사가 된 건 아니다. 그 역사성은 곧 신뢰도가 된다. 열효율을 최대 41%까지 극한으로 끌어올린 에킨슨 사이클 2.5L 엔진, 내구성 확보와 소형화를 마친 다이렉트-CVT, 마지막으로 발전과 주행을 동시에 수행하는 직병렬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자연스러운 가속감과 최고의 연비를 이끌어 낼 수 있다. 고속에서의 응답성도 매력적이다. 역시 승용 세단답게 높은 순간 토크를 매끄럽게 전달해 주는 느낌이고, 지긋이 속력을 올려봐도 안정적인 크루징 감각과 정숙성이 돋보인다.

캠리는 당시 신규 플랫폼 TNGA-K로 기획되었고 토요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표준화하여 무게 밸런스를 조율한 바 있다. 토요타의 승차감은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편이다. 과거에는 한국인들이 선호하던 전형적인 승차감을 완성했다고 표현할 수 있는데, 최근에는 한국 시장에도 단단한 세팅의 승용차들이 인기를 끌고 있기는 하다. 과거 대한민국 시장에서 인기를 끌던 일본 브랜드들은 충격 흡수에 능통한 하체 세팅을 지향해 왔는데, 어쩌면 일본 브랜드 또한 북미시장의 취향을 따랐으므로 미국 소비자들의 정서와 겹치는 경향이 있었다.

반면 최근 국산 차종들은 독일 브랜드들의 딱딱한 하체를 지향하는 느낌이다. 단, 캠리에서 가장 긍정적으로 느꼈던 부분은 묵직한 감각의 랙타입 스티어링이다. 국산 중형 세단들은 단단한 하체에 비해 스티어링이 지나치게 가볍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반대로 캠리는 하체가 충격 흡수에 집중하지만 운전자가 핸들링에서 느끼는 피드백은 안정감이 확고했다. 아무리 대중형 브랜드이고, 패밀리 세단이라도 세팅에 대한 차이는 확실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지금 대한민국 국내 생산 차종들만 비교해서는 명확한 차이를 알아보기 어려웠다.

국내 시장에서는 이 세팅의 차이를 수백만 원의 가격차이로 비교해야 하니, 직접 느낀 캠리 하이브리드의 경쟁력도 높지는 않다고 보았다. 분명 승차감은 캠리의 편을 들어주고 싶지만, 수입차의 마진 구조상 가격 인하는 어렵다. 단, 최근 몇 년간 국내 생산 자동차들의 출고가가 지나치게 높아졌다. 특히 4년 만의 페이스리프트로 돌아온 쏘나타는 하이브리드 인스퍼레이션 트림 기준, 기본가가 4천만 원을 상회한다. 만약 패키지 옵션을 몇 가지 더 추가한다면 실질적인 캠리 하이브리드와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가격 차이는 매우 축소된다. 올해 공개될 K5 하이브리드의 가격 인상도 예견된 셈이다.

물론 캠리 하이브리드의 편의 장비는 쏘나타에 비해 매우 빈약하다. 기본적으로 운전자 중심의 편의 장비이고 그마저도 통풍 시트나 서라운드 뷰 같은 고급 장비는 없다. 그나마 JBL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 선루프, 패들 시프트가 마련되며 연식변경을 통해 카플레이와 락 폴딩 사이드미러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나마 좋게 보는건 기본기에 출중한 구성이다. 차선유지, 후측방 및 공기압 경보, 10 에어백 시스템 등 안전장비는 과분한 편이고, 대단한 기술은 아니지만 전 좌석 파워윈도우가 탑재된다.

또한 캠리 하이브리드 XSE 트림의 익스테리어는 풀옵션 사양의 테가 느껴진다. 쏘나타 페이스리프트도 디자인을 중점적으로 변화가 이뤄졌지만, 캠리나 쏘나타나 엔트리 트림에 대한 외관 차별화는 다소 심하다고 여긴다. 디자인은 개인의 취향으로 판단한다. 그래도 캠리 디자인의 핵심을 짚어보자면 마치 후륜구동 세단의 역동성을 담아내기 위한 비율 감각이 아닐까 싶다. 날렵하게 뻗어있는 보닛과 A필러 라인, 마치 스포츠카처럼 강렬한 대비를 나타내는 캐릭터 라인이 인상적이다. 강렬한 전면부 디자인과 보수적인 후면부가 대비되기도 한다.

지난해, 코로나 쇼크와 함께 내수 시장에는 이른바 '카플레이션' 현상이 이슈였다. 화폐가치 하락과 정부의 경기 순환 정책, 원자재 쇼티지 등의 문제로 한때 중고차가 신차 출고가를 넘어서는 현상이 생기기도 한다. 한번 상승한 내구소비재의 가격은 쉽사리 인하되지 않고, 그나마 최근에는 금리 빅스텝으로 인해 자동차 판매사에서 판촉 정책을 기획하고 있다. 그로 인해 준중형 세단부터 대형차량들까지 이따금 매력적인 가격대로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수입차종들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고 본다.

더구나 일본 브랜드들은 뛰어난 내구성까지 입증받아왔다. 자동차의 내구성이 훌륭하다는 건 단지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결론에 그치지 않는다. 차량 유지에 소모되는 정신적, 시간적 스트레스를 최소화할 수 있다. 많은 북미 소비자들이 캠리를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오히려 현대차도 북미 시장에서는 사후관리를 더욱 철저히 이행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그리고 토요타는 '하이브리드'가 주력 차종이다. 환경 보호에 이바지할 수 있는 등 캠리는 의외로 메리트가 확실한 선택지였다. 사실 카플레이션과 함께 토요타 코리아도 인기 차종들에 한해서는 출고가 인상을 감행한 바 있다. 그나마 캠리는 옵션을 보강하면서도 토요타 코리아의 시판차종중 가격 인상 폭도 제일 낮았다.

국산 중형차를 비교군으로 생각하며 캠리 하이브리드를 바라보았다. 캠리가 '의외의' 메리트를 지녔다고 표현한 부분은 사실 언론에서 자주 다뤄지는 차종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토요타나 렉서스에 대한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소비자들은 명백히 연령대가 높은 편이라 생각한다. 수입차 시장에 일본 차가 강세를 보였던 2000년대 초반 이미지도 그렇고, 토요타의 표준화된 승차감 세팅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수입차와 국산차의 가격 격차가 좁혀질수록, 기성 세대는 물론 MZ세대까지 다시금 수입 대중형 세단에 대한 이목이 집중되지 않을까 싶다. 캠리 하이브리드, 선택지가 좁은 세단을 선호한다면 한 번 쯤은 고민해볼 차량이다.

유현태

유현태

naxus777@encar.com

자동차 공학과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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