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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K3 페이스리프트 구경하기, 경쟁력은 살아있을까?

기아의 준중형 세단 K3 페이스리프트를 다시 한번 시승했다. 기아 K3는 한때 대한민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많은 인기를 누렸던 차종이다. 트렌디한 디자인과 풍부한 옵션, 효율적인 파워트레인과 비교적 여유로운 공간 등 K3가 내세울 수 있는 장점들이 많았다. 특히 1세대가 출시되었던 2012년에는 위와 같은 이유가 세련된 준중형 자동차라는 인식을 창출한 바 있다. 당대 현대자동차의 아반떼 MD는 페이스리프트로 상품성을 보강해야 했고, 이미 노후화를 겪던 르노삼성 자동차의 SM3나 쉐보레 크루즈의 입지는 K3의 역량에 밀려날 수 밖에 없었다.

1세대 K3는 기아의 준중형 세단 '포르테'의 후속으로 개발된 차량이었다. 당시 '직선의 단순화' 철학을 내세우던 기아자동차는 'K시리즈'라는 이름으로 세단 라인업을 통일한다. 차량은 여전히 현대자동차와의 기술공유로 개발되지만, 시대를 앞서가는 디자인과 MZ세대에 집중하는 패키징으로 차별화 전략을 짜낸 것이다. 하지만 현시점으로 K3의 입지는 예전과 같지 않다. 그런 생각이 든지도 꽤 오랜시간이 지났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세단 시장의 위축과 경쟁 모델의 상품성 강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 SM3와 크루즈는 이미 단종된지 오래, 이미 아반떼와의 판매격차를 좁히기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지난 2023년 K3의 판매량은 1만 3천여대, 아반떼는 6만 5천여대에 달했다. 거의 5배에 가까운 실적 차이다. 물론 신차효과에 따른 차이일 수 있다. 오히려 현대자동차는 기아 K5의 선전으로 쏘나타의 판매량에 큰 타격을 입은 바 있다. 하지만 K3와 아반떼의 판매격차는 일반적인 신차효과나 상품성 차이에 의한 판매 격차를 넘어섰다. 이미 준중형 세단의 수요가 소형 SUV로 다수 이탈된 가운데, 남은 소비자들은 전부 아반떼를 구매하고자 한다는 뜻이다.2024년 기아 K3는 K4로 풀체인지를 앞두고 있다고 하나, 지금처럼 시장 자체가 좁아지고 마진율이 출소되는 상황이라면 아예 국내 출시를 포기할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된다.

2020년, 현대자동차가 신규 플랫폼을 활용한 7세대 아반떼를 공개했던 해다. 2021년 K3도 페이스리프트로 대응하지만 아반떼의 기세는 꺾이지 않는다. 2023년에는 아반떼도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또 한번 경쟁력을 강화한다. 아반떼는 더 큰 차체와 높은 효율, 그리고 스포티한 디자인을 가졌다. 크기상으로도 전폭과 전장은 더 큰데 전고가 낮다. 날렵한 스탠스를 지닐 수 밖에 없다. 실내 인터페이스는 혁신에 가까운 변화였고, 승차감도 안정적으로 가다듬어집니다. 플랫폼의 차이를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이후 K3가 연식변경을 통해 경쟁력을 확고하고자 해도 분위기를 꺾기에는 역량 부족이었다.

하지만 무조건 아반떼가 정답일지에는 의문이 있었다. 플랫폼과 디자인의 변화에 따른 성능 격차라는게 절대적 장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무게나 연비, 가속 성능 등 근소하게 아반떼가 앞서 나가는 부분들이 있고, 당연히 수요가 이탈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단지 그 차이가 소비자의 입장에서 확연하게 느껴지기란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두 차종모두 대중형 준중형 세단이고, 같은 그룹사의 차량이다. 구동계를 공유하고 비슷한 편의 사항을 채택하고 있으며, 대중 브랜드의 성격상 원가절감의 벽이 있기에 브랜드의 독창성을 한없이 부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일단 준중형 세단이라는 분야 자체가 성능보다는 가격 대비 효용에 중점을 두고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아반떼와 K3를 비교하면 진입 가격부터 아반떼가 높게 배치되어 있다. 그만큼 개발비와 생산가가 상승하였으니 당연한 점이다. 아반떼는 1975만원, K3는 1825만원, 물론 엔트리 트림 그대로 출고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 필수 옵션을 추가한 가격을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버튼 시동'과 '내비게이션' 정도를 추가한다 쳤을 때 아반떼는 단순 차량가만 2123만원, k3는 1983만원 정도의 견적이 나온다. 동일한 옵션을 선택했을 때 대략 100만 원 이상의 금액은 K3가 더 저렴한다고 생각된다. 준중형 세단에게 가격은 곧 결정적인 경쟁력이다.

최근에는 자동차 시세가 높아지다 보니 100만 원 차이가 큰 수준으로 와닿지는 않을 수 있다. 다만 한두가지 기능을 위해 옵션을 추가하다 보면 결국 중형 세단이나 SUV로 넘어갈 수 있는 가격대가 나온다. 이 마저도 자동차 기업의 전략이다. 때문에 준중형 세단이라면 합리적이고 저렴한 가격대로 출고하는게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패키지 구성도 K3가 유리했다. 기본 트림 기준으로 아반떼는 1열 열선 시트를 추가할 수 없고, 2열 컴포트 패키지도 선택할 수 없다. 시트 열선은 기본 사양으로 취급되는 추세인데, 아반떼는 아예 선택조차 불가하다는게 다소 당황스러웠다.

가성비만의 차이는 아니다. 약간의 성격 차이가 있다. 아반떼는 전폭과 전장이 넓고 전고가 낮다고 했다. 때문에 시트포지션이 미세하게 누워져 있고, 창문 각도도 답답하게 느껴질 우려가 있다. 실제 K3에 비해 시야가 다소 좁게 느껴지는 경향은 있었다. 특히 2열 공간은 K3가 더 편리하게 느껴진다. 시트 각도가 아반떼는 많이 누워져 있고, 헤드룸이 좁은 편이다. 레그룸은 아반떼가 더 넓다고 하더라도 탑승객의 입장에서는 시트 편의성이나 옵션 탑재 여부가 더 중요하게 느껴질 것이다.

아반떼가 신규 플랫폼을 채택했다. 그렇다고 반드시 승차감이 유리한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느낀 바 아반떼보다는 K3가 조금 더 승차감이 안정적이었다. 아반떼는 댐퍼가 약간 부드럽게 세팅되어 있는 대신 댐핑 스트로가 짧고, K3는 미세하게 반대되는 느낌이다. 물론 설계상으로 아반떼가 더 저중심 설계에 가깝고 공기역학적으로 유리하다 하지만, 직접 두 차량을 시승한 바 느낀 점은 K3의 주행감이 조금 더 묵직하고 신뢰도가 있어 보인다. 어차피 대중적인 성향의 세단인 만큼 두 차종 모두 확고한 성격은 없다. 단지 승차감으로 아반떼가 K3를 압도한다거나 그런 차이는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었다.

남은 경쟁력은 외관 디자인이다. 두 차종모두 헤드램프는 LED가 기본이고, 옵션에 따라 빛의 반사 방식이나 휠 디자인, 액세서리 들이 변경된다. 단, 아반떼는 프로젝션 타입 LED를 상위트림에서만 지원한다는게 또 하나의 단점이다. K3는 기본 사양에서도 스타일 패키지 추가가 가능하다. 조금 더 정확히 설명하자면 아반떼 기본트림은 17인치 휠 패키지를 추가할 수 있다. 하지만 아반떼의 기본 사양에서 가장 아쉬운건 할로겐 방식의 테일램프다. 많은 비용을 추가해야 바꿀 수 있다.

K3는 아무런 옵션이 없는 깡통 사양이라도 디자인이 크게 아쉽지 않다. 전반적인 형태 자체가 간결함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3박스로 전형적인 세단의 형태를 추구하면서, 크게 시선을 이끄는 액세서리들이 없다. 대다수 소비자들은 아반떼의 디자인이 더 혁신적이고 스포티하다고 느낀다. 지향점부터 그렇고, 아무래도 최신화된 차종이니 당연하다. 다만 '국민차'라는 타이틀을 붙이기에는 너무 진취적이고 복잡한 형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결국 받아들이는 이의 취향 차이다. 반대로 K3 페이스리프트의 디자인을 더 고급스럽고, 별다른 부연설명 보다도 그냥 마음에 들어 하는 소비자들도 종종 보았다.

인테리어 디자인만큼은 확실하게 아반떼의 편을 들어주고 싶다. 확실히 아반떼 CN7의 인테리어가 보기에 세련되고 고급스럽게 느껴진다. 엔트리 모델도 디지털 클러스터가 적용된다. 다만 실질적으로 기능적인 차이는 없다. 오히려 엔트리 트림으로 가면 아반떼의 인테리어는 여백이 많아지기도 한다. K3는 네비게이션 팩만 추가하면 딱히 차이점이 느껴지지 않는 편, 그리고 K3의 보수적인 디자인이 직관성 측면에서는 유리할 수 있다. 만약 비용적인 관점에서 K3의 출고를 고려하고 있다면, 인테리어의 차이가 선택을 좌지우지할 수준의 메리트는 아닐 것이다. 실용성과 경제성이 중요한 준중형 세단이다.

이번 글은 아반떼와 K3의 엔트리 모델을 모두 시승해본 이후에 작성해 보는 글이다. 기아와 현대자동차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다른 방향으로 자리 잡아 왔지만, 준중형 세단이 지녀야 할 대중성에서는 벗어나지 못한다. 제한된 원가 내에서 드라마틱한 발전이 생겨나는 것도 자체가 불가능하다. 물론 차세대 아반떼의 시장 영향력이 강했지만, K3도 '가성비'라는 자체적인 상품성을 유지하고는 있다. 사실적으로, 시장 분위기 속에 K3 페이스리프트가 내세울 수 있는 장점이 있을까 궁금해서 비교해본 시승이었다. 어차피 우리나라의 준중형 세단 시장은 현대자동차가 독점하고 있다.

결론은 K3 페이스리프트도 충분한 시장성을 지닌 차종이었다. 수요의 패턴이 바뀌고 트렌드가 달라지면서 준중형 세단에 대한 니즈가 달라졌는데, 과거의 역할을 떠올려 보면 K3가 본질에 더욱 가까운 것 같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운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패밀리카에 가깝다. 아반떼가 보다 최신 기술과 디자인으로 탄생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K3 페이스리프트와의 실질적인 차이는 근소했다는 게 중요하다. SUV나 경차를 구매하기 싫다면, 결국 K3와 아반떼를 비교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시장은 아반떼의 손을 굳게 붙잡고 있지만, 그렇다고 아반떼가 정답은 아니다.

유현태

유현태

naxus777@encar.com

자동차 공학과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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