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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GV80 페이스리프트 2.5 가솔린 터보 AWD 시승기, 이상적 범용성

제네시스가 하이브리드 엔진 개발에 착수했다는 루머가 있다. 원래 제네시스는 2026년 이래 모든 차종을 순수 전기나 연료 전지로 개발하는 투-트랙 전략을 목표로 한 바 있었다. 급증하던 전기차 수요는 금세 정체가 되었고, 단가 경쟁이 심화되면서 전기차 기업들의 영업익은 급감하는 시기다. 자동차 제조업이 국책 사업인 국가들은 보호무역주의로 물들고 있다. 전기차의 시장성이 악화된다. 마찬가지로 지난해 제네시스의 연간 판매량은 소폭 상승했지만 전기차 판매량은 감소했다.

제네시스는 신생 브랜드이기 때문에 여타 스타트업처럼 전기차 브랜드로의 전환이 수월한 편이었다. 반대로 보면 백여 년의 역사를 지닌 타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내연기관 사업으로 앞지르기에는 무리가 있다. 전기차 시장의 형성과 격동기는 제네시스에게 좋은 기회라고 평가했을 것이다. 하지만 시장의 침체가 오히려 브랜드 성장의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상황, 탄소 배출량 감축은 강요되는 상황에서 대안이 하이브리드밖에 없다. 결국 토요타 그룹의 후발주자가 되는 셈이지만, 제네시스는 후륜 구동을 기본으로 한다는 점이 다르다.

투자라는 것은 불확실한 미래를 향한다. 당장의 자금력이 필요하다. GV80은 그런 제네시스의 자금력과 같은 차량이다. 2020년 출시 후 현재까지도 제네시스의 SUV 포트폴리오 중 최고 등급에 있고, 높은 마진율과 탄탄한 수요를 확보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는 세단 G80에 비해 인기가 훨씬 높다. 2023년 페이스리프트를 외관 디자인을 다듬고, 실내 디자인을 대폭 개선하는 등 상품성을 계량하여 공개된다. 그리고 디젤엔진을 완전히 단산시켰다는 점이 하이브리드 개발의 필요성을 더욱 시사했다는 생각이 든다.

시승 차량은 2024 GV80 2.5 가솔린 터보 AWD 기본 모델에 여러 종류의 패키지 옵션이 추가되어 있다. 우선 엔진 등급은 3.5 가솔린 터보와 2.5 가솔린 터보 두 가지로 나뉘고, 모두 AWD 사양을 추가할 수 있는 구성이다. 시승 차량은 6,7인승이 아닌 기본 5인승, 추가 옵션은 시그니처 디자인 셀렉션 1, 파퓰러 패키지, 뱅앤 올룹슨 사운드 시스템 등이 있다. 파퓰러 패키지의 경우는 인기 사양인 2열 컴포트 패키지, 헤드업 디스플레이,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1,2 번 패키지 모두가 하나의 구성으로 포함되어 있다.

페이스리프트 이후에도 디자인 레이아웃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각형의 크레스트 그릴과 두 줄 헤드 램프는 그대로 채택한다. 대신 크레스트 그릴 패턴을 두 줄로 변경하고, 헤드램프에는 MLA 광원을 탑재하여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이전 모델에 비해 범퍼 형상이 단순해지고, 프런트 오버행을 축소시키면서 보다 SUV 다운 인상이 확고해졌다. 범퍼 하단부를 두꺼운 크롬 가니시로 마감하면서 고급 SUV의 분위기를 강조하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이전 모델과 유사하나 신차 다운 세련미는 와닿는 디자인이었다.

제네시스의 핵심은 측면 디자인이라 본다. 역동적인 우아함으로 정의되는 곡선 형태의 프로필이 참 매력적이다. 헤드램프에서 테일램프로 연결되는 캐릭터 라인은 고풍스러운 멋을 남기고, C 필러를 기점으로 상승하는 윈도 라인이 역동적인 실루엣을 형성해 준다. 후륜 기반 SUV만 구현할 수 있는 롱 후드 디자인도 참 멋스럽다. 휠은 20인치가 적용되어 있는 모델이다. 그럼에도 크기가 커 보이진 않는 게 큼지막한 휠 하우스의 크기가 실감 간다. 휠 하우스에도 볼륨을 강조하는 굵직한 라인이 있다.

후면 디자인은 마치 말발굽처럼 오목하게 파여있는 실루엣이 매력적이다. 전면부와 마찬가지로 두 줄 형태의 테일램프가 구현되어 있다. 페이스리프트 이후 테일램프는 그래픽까지 그대로 유지된 모습이다. 범퍼의 형상만 달라졌다. 기존 듀얼 머플러 팁의 위치가 에어 인테이크로 마감되었고, 실제 머플러 팁은 하단부에 노출되어 있었다. 범퍼 디자인의 경우 모서리 라인이 크롬으로 마무리되면서 간결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내어 준다. 전반적으로 고급스럽고 정교한 느낌, 특히 비율이 마음에 드는 GV80의 디자인이다.

페이스리프트 이후 27인치 OLED 디스플레이와 디지털 센터미러가 적용된다. 전용 인포테인먼트 ui를 적용하며 중앙 베젤 없이 하나로 연결된다는 게 특장점이다. 대화면 디스플레이인데 대시보드가 워낙 넓으니 사진상으로는 아담해 보인다. 스티어링 휠은 3포크 타입, 기어노브는 다이얼 방식을 택한다. 디자인 셀렉션 1 적용으로 천연가죽 시트와 가죽 내장재, 알루미늄 커버가 사용되었다. 전반적으로 깔끔하고 우드 트림에 비해서는 간결한 느낌이 있다. 센터 콘솔이 낮은 편이라 개방감이 나아진 대신 수납공간은 적은 편, 전반적은 실내 기능 사용성은 준수하다.

2열 좌석도 마찬가지로 천연가죽 시트다. SUV답게 공간이 여유롭고 센터터널도 적당히 솟아있는 편이다. 암 레스트에도 고급스러운 스티칭 패턴이 각인되고, 시트 열선과 에어벤트는 기본이다. 컴포트 패키지를 적용하면서 독립 공조와 풍량 제어, 통풍 시트 기능까지 추가되었다. 게다가 전동식 선 커튼과 시트 리클라이닝 및 슬라이딩, 파노라마 선루프가 적용되어 있음에도 루프에는 화장 거울이 마련된다. 패밀리카라면 선택할 만한 가치가 있다. 트렁크 공간은 넓고 평탄한 바닥면을 갖추며, 러기지 스크린과 2열 전동식 폴딩이 포함되어 있었다.

서론의 내용대로 GV80은 가솔린 모델만 생산되고 있다. 가솔린 엔진의 정숙성을 토대로 GV80의 차별화된 차음 및 방진 설계는 뛰어난 정숙성을 보여준다. 또한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기본이라 감쇠력을 설정할 수 있다. 엑셀 페달은 민감하게 반응하는 타입이 아니고, 차량 하중이 있어서인지 기본적인 승차감부터 생각보다 탄탄하게 조율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물론 예상에 비해 그렇다는 것이지 요즘 SUV 치고는 감쇠력이 부드러운 편, 작은 요철이나 완만한 방지턱의 충격 정도는 부드럽게 흡수하여 준다.

2.5 가솔린 터보 엔진의 최대 출력은 304Hp, 토크는 43kg.m이다. 변속기로는 현대트랜시스의 8단 토크컨버터가 맞물린다. 직렬 4기통 엔진 특성상 2.2톤의 거구를 이끌기에는 토크감이 다소 부족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나름 여유로운 힘이었다. 특히 의도대로 엑셀 페달을 밟아도 4기통 특유의 진동이나 고 RPM 소음이 쉽게 유입되지 않는 감각에 놀랐다. 스로틀 밸브를 최대한으로 개방하면 차량은 폭발적인 가속감으로 나아간다. 유입되는 소음도 사운드 제너레이터를 통해 나름 매끄럽게 다듬어지고, 기본 4P 브레이크는 제동력도 준수했다.

8단 토크컨버터는 전반적으로 부드러움에 치중한 세팅이다. 저속에서도 충격은 전혀 없고, 안정적인 RPM을 유지해 주었다. 네 바퀴로 구동력을 배분하는 가솔린 SUV치고는 8.9km/l의 연비도 무심하지 않다. 스티어링은 기본적으로 묵직한 편이고 스포츠 모드에서는 저속에서 꽤나 힘을 들여 회전시켜야 한다. 스포츠 모드에서 전자제어 서스펜션은 승차감이 딱딱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확연한 세팅 차이가 있었고, 엑셀 반응이나 RPM 사운드는 더욱 거칠게 반응하여 준다. 중량이 무겁고 무게중심이 높다 보니 말 그대로 민첩하다기보다는 공격적인 거동이다.

변화한 세팅은 직접적인 피드백을 전달했다. 네 바퀴는 끈끈한 접지력을 갖추며, E-LSD를 탑재한 조향감은 의도대로 회전하는 뉴트럴 스티어의 특성이다. 다만 격한 움직임에서 느껴지는 롤링은 딱히 스포츠 모드에서의 유쾌함을 전달해 주지 않았다. 고속도로에서의 급가속이나 그 정도 넓은 회전반경의 코너에서 고속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하면 적합할 듯 하다. 스포츠 모드에서 복귀한 컴포트 모드의 가속감은 더욱 부드럽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4기통 같지 않은 회전 질감과 뛰어난 정숙성이 GV80의 메리트가 아닐까 싶다.

그런 제품성 덕분에 뱅앤 올룹슨 사운드 패키지의 선택이 탁월하게 느껴졌다. 음향 성능이 정말 풍부하다. 아울러 제네시스의 강점은 주행 전반을 도와주는 ADAS와 첨단 인포테인먼트다. HUD는 필요한 정보를 직시적으로 확인시켜 주고, 증강현실 내비게이션은 직접적으로 운전자가 진행해야 할 방향을 나타내 주었다. 파퓰러 패키지에 포함된 사각지대 카메라와 디지털 룸미러, 차로 변경 시 보조 기능과 자동 회피 기능은 안전성 개선에도 크게 기여한다. 실제 험로에서 사용해 보진 못했지만, AWD에 탑재되는 오토 터레인 모드는 험로 주파 능력까지 고려한 설계였다.

제네시스 GV80 페이스리프트 2.5 가솔린 터보를 시승했다. GV80이 페이스리프트와 함께 기본 모델과 쿠페로 이원화되면서, 패키징이 더욱 패밀리 SUV스럽게 다듬어진 것 같다. 외모가 한층 듬직해졌고, 실내 디자인의 개방감이나 사용성도 보다 쾌적했다. 승차감 또한 고급스러운 외모처럼 부드럽고 조용했지만, 주행 모드에 따라 직관적으로 탄탄해지는 섀시 감각은 또 이면의 매력이 있다. 시장은 강인한 SUV보다도 범용성을 지닌 크로스오버를 선호한다. 그런 범용적인 자동차로써 GV80은 뛰어난 럭셔리 크로스오버의 자질을 갖추고 있었다.

글/사진: 유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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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태

유현태

naxus777@encar.com

자동차 공학과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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