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의 프리미엄 중형 SUV 'XC60'은 글로벌 시장 누적 판매량 270만 대를 넘어섰다. 이는 볼보 브랜드 단일 차종 최다 판매 기록으로, 기존 240 시리즈가 보유했던 265만 대의 판매 실적을 경신한 것이다. 240은 볼보의 전문분야라고 볼 수 있는 '에스테이트' 형식의 패밀리카였다. XC60의 성공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SUV 중심의 자동차 시장이 고착화되고 있으며, 이는 브랜드의 가치를 불문한다. 볼보는 라이트 사이징 엔진과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빠르게 구축했던 브랜드이기도 하며, 디젤 엔진의 선제적 단산 또한 옳았던 전략으로 받아들여진다.
21세기 전후로 SUV에 대한 시각은 크게 달라졌다. 흔히 접할 수 있는 SUV들은 전통적 의미의 '다목적 자동차'보다 일반 '승용차'에 가까운 형식이다. 그런 모호한 분류를 정의하기 위한 '크로스오버'라는 표현도 대중화된다. 다만 모호한 분류라고만 단언하기에는 승용차 사업에서 가장 큰 영역을 차지하는 주요 시장이 되었다. 이를 도심형 SUV, CUV 등 사회적으로 통용할 수 있는 표현들은 많다. 그리고 21세기의 SUV에 대한 성격은 볼보의 주력 상품이었던 '에스테이트', 더 나아가 크로스컨트리 형식의 자동차와 크게 닮아 있다는 사견이다.
볼보의 '크로스컨트리'는 일반적인 세단이나 에스테이트 차량에 기동성을 더한 장르였다. 예를 들어 두꺼운 언더커버를 부착하거나, 지상고를 높이고 전용 댐퍼와 타이어를 세팅한다. 개발비를 절감하면서도 보다 다양한 목적을 따라 볼보 고유의 안락함을 누릴 수 있다. 그런 성격이 21세기의 크로스오버 타입 SUV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단지 조금 더 자연스럽고 보기 좋은 디자인, 그리고 SUV라는 사실을 암시할 요소들을 살짝 섞어주면 된다. 그렇게 탄생한 60클러스터의 SUV, 2025년 하반기 '신형 XC60'이라는 이름으로 한국 시장에 새롭게 출시된다.
시승 차량은 2026 볼보 XC60 B5 AWD Ultra Bright 트림이다. 신형 XC60 출시이래, 2.0L 가솔린 터보 엔진과 48V BISG 조합은 'B5'트림만 남게 된다. 즉, B6 트림은 더 이상 만나볼 수 없다. AWD는 전 사양 기본 채택된다. 마이너 체인지 이후 센터 스크린이 11.2인치로 확장되었다. 신규 OS를 적용하기도 한다. 그리고 상위 트림 Ultra는 새롭게 적용된 액티브 에어 서스펜션 적용을 비롯해, 20인치 휠, B&W 하이파이 오디오 시스템, 통풍 나파가죽 마사지 시트 등 다양한 편의 및 디자인 옵션이 추가되어 있다.
신형 볼보 XC60의 디자인은 이전 모델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가장 확실하게 변화한 부분은 라디에이터 그릴, 정식 페이스리프트로 복귀했던 90 클러스터처럼 사선형의 패턴을 갖추게 된다. 볼보의 아이언 엠블럼은 전통적으로 비대칭 형상이어왔고, 그런 디테일을 잘 활용한 디자인이 아닐까 싶다. 그 외에 토르의 망치를 연상시키는 'T'자형 DRL이나 크롬 액세서리로 치장되어 있는 범퍼가 기존처럼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구현해 준다. 프런트 에이프런 하단부에 자리 잡고 있는 안개등도 그대로 유지되었다.
익스테리어 디자인에서 신형 볼보 XC60의 또 다른 변경점은 휠 디자인이다. 20인치로 세팅되었고, 정교한 전면 가공을 통해 화려한 이미지를 갖추고 있다. 역시 전체적인 비율이나 라인은 기존 모델과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다. 두꺼운 면을 강조하여 볼보 특유의 단단함을 나타내준다. 참고로 2026 볼보 XC60부터는 기존 다크 브라이트 테마 선택이 가능해졌다. 해외에서는 앞서 R-디자인 패키지 사양으로 시판되었던 트림인데, 국내에서는 신형 XC60의 출시와 함께 선택지로 도입된 셈이다. 즉, 국내에 한해서는 신규 디자인 사양이라고 볼 수 있겠다.
자칫 단조롭게 느껴질 수 있는 측면 디자인은 입체적인 웨이스트 라인 덕분에 볼륨감이 살아난다. 또, 가파른 각도를 지니고 있는 D필러 라인이 SUV치고는 스포티한 프로필을 연출해 준다. 이 모든 디자인 요소들은 볼보의 오랜 헤리티지와 같은 버티컬 타입 테일램프에 연결된다. 테일램프 디자인도 기존과 동일한 모습, 정교한 그래픽을 갖추고 있다. 리어 범퍼는 머플러 팁을 생략했으며, 역시 크롬 액세서리로 포인트를 남겼다.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대비를 통한 세련미, 그리고 고급스러운 마감이 느껴지는 신형 XC60의 외관 디자인이다.
실내 공간이다.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는 기존과 동일한데, 센터 스크린이 11.2인치 고해상도 화면으로 확장된 모습이다. 신규 프로세서 적용과 네이버 웨일 탑재 등 디지털 인터페이스를 보강한다. 기존처럼 대부분의 차량 제어 기능은 스크린을 활용하는 대신, 신형 XC60은 센터 콘솔의 배치도 변경하여 사용성을 개선했다. 1410W 급 B&W 스피커의 메시 커버와 투톤 스티어링 휠의 엠블럼 등 소소한 디자인 업데이트도 포함한다. 나파가죽 시트는 통풍은 물론 마사지 기능을 제공하며, 사이드 볼스터까지 전동식으로 조작할 수 있다.
뒷좌석 공간이다. SUV치고는 시트 포지션이 낮게 느껴지지만, 적절한 레그룸 면적을 확보하고 있다. 함께 낮은 벨트라인과 파노라믹 선루프의 적용으로 탑승자의 입장에서 느껴지는 개방감이 훌륭하다. 2열 독립 공조와 에어벤트, 시트 열선, 그리고 센터 암레스트 컵홀더 정도의 무난한 편의 장비가 기본 적용된다. 넓은 용량과 평탄한 바닥면으로 마감된 트렁크 공간 또한 실용적이다. 러기지 스크린은 전동 파워 테일게이트와 힌지를 연결할 수 있기도 하다. 매트 하단 부분에도 잔여 공간을 마감해 두었으며, 에어 서스펜션 탑재를 통한 차고 조절이 가능하다.
XC60 B5 AWD에는 배기량 2.0L급 직렬 4기통 싱글 터보 가솔린 엔진이 채택된다. 최고 출력은 250Hp, 최대 토크는 36.7Kg.m 수준으로 여유로운 성능을 갖춘다. 변속기는 8단 토크컨버터, 전륜 기반 AWD가 표준으로 탑재되어 있다. 시동모터 통합형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 또한 적용되어 있으며, 공차중량 1930Kg으로 10.7Km/L라는 준수한 연비를 실현한다. 신형 XC60의 핵심은 역시 Ultra 등급부터 적용되는 액티브 섀시, 기존 리프 스프링을 대체하는 에어 서스펜션이 노면 상태를 초당 500회 모니터링하여 승차감을 조율한다.
저속에서의 가속감이 상당히 부드럽다. 48V BISG를 통한 부드러운 재시동 과정 및 가감속은 이질감 없이 최적의 저속 반응성을 더한다. 특히 신형 XC60에 적용되어 있는 액티브 섀시와의 조화는 중형 SUV라는 장르가 무색할 정도로 매끄럽고 고급스러운 승차감을 제공해 주었다. 노면의 요철과 진동이 거의 삭제되는 듯한 느낌, 방지턱을 처리하는 감각도 매끄러운 반면 리바운드를 비롯한 불필요한 흔들림은 능동적으로 억제해 준다. 심한 원심력이 가해지지 않는 도심 주행에서만큼은 편안함 측면에서 동급 최고의 승차감이라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신형 XC60의 B5 단일 엔진은 넉넉한 파워를 지니고 있다. 단순히 제로백만 보아도 6.9초 수준, 다만 스포티한 주행보다는 여유로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에 따른 변속 질감도 상당히 부드럽고 박자가 느린 편이다. 부드러운 승차감과 더불어 주행에 대한 긴장감을 풀어 준다. 다소 아쉬운 점은 RPM 상승 시에 유입되는 엔진 소음이다. 변속 타이밍이 즉답적이진 않다 보니 부밍 사운드가 생각보다 예민하게 유입된다. 이는 소음 자체가 크다기 보다는 평상시 방음 처리가 뚜하다 보니, 그에 대한 대비가 강해지는 경향이 있다.
오프로드를 제외하면 별도의 주행 모드가 제공되지는 않는다.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과 서스펜션의 강도를 각각 부드러움과 단단함 두 단계로 조율 가능하다. 신형 XC60은 이전 모델 보대 기본 스티어링 휠 감각이 다소 묵직해진 느낌인데, 묵직함 설정은 기존과 같아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아무렴 중형 SUV에 어울리는 적절한 무게감은 전달받을 수 있다. 서스펜션 설정의 경우 확실히 댐핑력이 단단해진다. 무엇보다 지상고가 생각보다 큰 폭으로 낮아지기 때문에, 무게 중심이 낮은 움직임 자체가 안정적으로 변화할 수밖에 없다.
한없이 부드러운 승차감을 제공하던 표준 세팅의 XC60은 고속에서도 시종일관 안락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다만 급선회에 회피기동 등 고속 선회에서는 약간의 롤을 허용할 수밖에 없고, 다소 취향을 타는 승차감이 될 수 있다. 반면 서스펜션 강도를 바꾸는 순간 주행성도 기대 이상의 변화를 보여주었다. 태생부터 안정적인 성향의 SUV를 능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대신 어느 정도 롤에 대한 한계치가 강해지고 민첩하게 반응하는 핸들링은 패밀리 SUV에 담겨있는 밋밋한 주행감을 해소해 준다. 특히나 B5 엔진은 터보랙을 극복하는 순간 강력한 펀치력을 더한다.
그래도 신형 XC60의 변화에 있어 중핵은 에어 서스펜션의 '부드러움'이라는 결론이다. 기존 복합소재 리프 스프링 방식은 롤 스트로크가 짧으면서도 안정성이 뚜렷하진 않게 느껴졌는데, 신형 XC60은 도심이나 고속도로 등 어떠한 환경에서든 최적의 편안함을 제공해 주었다. 항속주행 시 트립 연비도 16.9Km/L 수준으로 효율적인 편, 볼보의 파일럿 어시스트 기능은 수준 높은 주행보조를 지원하기도 한다. 동급 국산차 이상으로 풍부한 옵션과 최고의 카오디오 시스템, 섬세한 인포테인먼트 UI는 XC60의 독보적인 완성도를 입증하는 부분이었다.
볼보 자동차의 신형 XC60 B5 AWD 울트라 브라이트를 시승했다. 외관 디자인의 변화는 그릴과 휠 정도의 차이, 대신 다크 테마 선택이 가능해졌다는 차별성을 두었다. 반면 인테리어는 화면 크기나 공간 배치, 디지털 UI 등 꽤 많은 변화를 담았다. 특히 에어 서스펜션을 기본화했다는 점에서 제품성에 대한 차이는 완연해진다. 외면의 화려함보다는 내면을 가꾸었다는 점, 특히 그 차이를 운전자가 직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었다는 점은 기존 고객과 신규 고객 모두를 만족시키는 방향성이다.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커지고, XC60의 흥행은 지속될 것 같다.
글/사진: 유현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