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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고 닦은 전문성,아우디 Q7 50TDI 콰트로 시승기

아우디는 2033년으로 예정했던 내연기관 폐지 계획을 공식적으로 철회하였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아우디는 2026년 이후 순수 전기 자동차만을 출시해야 했다. 이는 폭스바겐 AG 자회사 중에서도 가장 단기간의 전환이었다. 초기 전기자동차 산업은 '혁신'이라는 명목하에 많은 관심과 주목을 이끌어냈고, 이는 플래그십 모델을 앞서 공개한뒤 양산형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한 테슬라의 전략이었다. 그와 같은 부가가치를 쉽게 창출해낼 수 있는 브랜드가 '아우디'였지만, 지금의 전기차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현실주의에 가까워진 양상이다.

비단, 대부분의 기업들은 계획했던 로드맵을 고수하지 못했다. 전기차 산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가장 큰 요인, 그 내막에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미국 정부와 유럽 연합은 공급망 측면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 EV산업을 마냥 지지할 수 없는 반면, 과잉생산으로 치닫는 중국산 전기차는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더 이상 전기자동차에 대한 '프리미엄'을 선뜻 받아들일 수 없는 시대가 되었고, 이는 전기차 '캐즘' 현상의 원인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결국 전기차 산업에 대한 투자는 딜레마가 생길 수 밖에 없고, 유연한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

사실 자동차 시장의 과잉생산에 대한 불안감은 내연기관 시대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다. 결국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비용절감이 필수적이었고, 그렇게 자동차 산업에 도입된 원가 혁신 중 하나가 '플랫폼'이란 개념이다. 하나의 훌륭한 플랫폼은 수 십가지 차종에 대한 유연한 변형이 가능하다. 이번 시승차량 아우디 Q7은 2015년 출시이후 2024년도에 2번째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바있다. 10년이 넘는 기간에도 생명력을 잃지 않는 모습, MLB EVO 플랫폼의 완성도와 아우디의 정교한 엔진 기술은 재래식 자동차 산업에서 분명한 차별성을 지닌다.

시승 차량은 아우디 Q7 50 TDI 콰트로 컴포트 트림이다. 3.0L급 디젤 엔진과 8단 토크컨버터, 기계식 사륜구동 콰트로 시스템과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로 구동계가 구성된다. 컴포트 등급은 Q7의 국내 시판 라인업 중 기본형과 같다. 하지만 상위 트림과의 차이는 편의 기능이 아닌 외관 디자인 옵션에만 차이가 국한된다. 때문에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이나 HD 매트릭스 LED 헤드 램프, b&o 프리미엄 사운드, 소프트 도어 클로징 같은 고사양 장비는 전부 탑재되었다. 프리미엄 등급은 S라인, 블랙 패키지, 알루미늄 인레이 정도가 추가되는 차이다.

아우디 Q7의 디자인은 2019년 1차 페이스리프트와 함께 그릴 크기와 헤드램프 형상 등 대대적인 변경이 있었다. 이번 2차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이전의 디자인을 조금 더 정교하게 다듬은 모습이다. 헤드 램프는 라디에이터 그릴과 직접 연결되었고, HD 매트릭스 LED 적용과 함께 날카로운 눈매를 품는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격자 형태의 그릴 메시가 채택되면서 입체감이 강해졌다. 컴포트 트림은 기본 사양의 범퍼가 채택된다. 알루미늄 색감의 가니시와 에이프런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더해주는 모습이다.

측면 디자인이다. Q7은 동급 SUV 중에서도 전장이 굉장히 긴 편에 속한다. MLB EVO 플랫폼 특성상 프런트 오버행이 길 수밖에 없는데, 그 이상 휠베이스와 리어 오버행의 길이가 연장된 느낌이다. 길게 뻗어있는 보닛과 그린하우스 형상이 여유로움을 전해주기도 한다. 기본 사양은 바디 컬러 클래딩이 채택되지 않았는데, 언더 가니시 면적 자체가 좁다 보니 크게 아쉬운 느낌은 아니다. 윈도우 라인을 장식해 주는 크롬 몰딩이나 사이드 가니시, 루프레일이 나름의 디자인 포인트가 되어준다.

휠은 20인치 크기다. 5스포크 디자인으로 색감이 다소 가볍게 느껴진다. 상위 트림과의 가장 큰 차별성이 휠 디자인이 아닐까 싶다. Q7의 경우 테일게이트 파팅 라인을 최대한 넓게 구성하였다. 덕분에 테일램프에는 분할선이 생기지 않고, 이를 장식하는 몰딩까지 끊김 없이 깔끔한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페이스리프트와 함께 테일램프에 OLED를 적용했다. 주간주행등 라이트 시그니처 설정이 가능하다. 리어 범퍼는 단정한 형태, 두꺼운 언더바디 패널과 듀얼 머플러 팁이 디자인을 깔끔히 마감해 준다.

1열 공간이다. 약 12.3인치 버추얼 콕핏 플러스와 MMI 디스플레이, 그리고 공조 디스플레이와 HUD로 인터페이스를 구축했다. 터치 인터페이스는 햅틱 반응을 더해 직관성을 살리고, 센터 콘솔은 컵홀더와 플로어 시프트 타입 기어 레버로 구성된다. 1열 시트는 통풍과 메모리 기능은 물론 마사지 기능을 지원하며, 대시보드는 전부 인조가죽 패키지로 마감되어 있다. 전체적인 대시보드 디자인은 블랙 하이그로시 패널과 유칼립투스 내추럴 인레이를 적용했고, 앰비언트 라이트나 19스피커 B&O 3D 서라운드 시스템 사운드 등 화려한 장비가 기본이다.

뒷좌석 공간이다. 2열 시트는 수동식 시트 슬라이딩과 리클라이닝을 지원하여, 넉넉한 공간을 확보하거나 3열 레그룸을 확장할 수 있다. 또, 2열 공간에도 B필러 에어벤트와 독립 공조기, 그리고 시트 열선과 수동식 롤러 블라인드가 적용된다. 파노라믹 선루프 또한 광활한 개방감을 전달해 주는 요소다. 사실 동급 SUV 대비 긴 전장만큼 3열 시트 공간이 넓어진 느낌은 아니다. 대신 트렁크 잔여 공간이 넓다. 트렁크에서는 2,3열 시트를 전동으로 접을 수 있고, 에어 스프링 높낮이 조절 기능도 제공된다.

시승 차량 50 TDI 콰트로에는 배기량 3.0L급 V6 디젤 엔진이 탑재된다. 싱글 터보를 탑재하며 최고 출력 286Hp, 최대 토크 61.1Kg.M 수준의 퍼포먼스를 발휘한다. 변속기는 8단 토크컨버터, 구동력은 토센 디퍼렌셜 바탕의 '기계식 콰트로'가 각 차축에 배분한다. 공차중량은 2360Kg, 공인연비는 10.5Km/L 수준이다. 디젤 엔진이지만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되면서 시동이 부드럽게 걸린다. 스톱&고 시스템에 대한 불쾌함 또한 덜어준다. 전반적으로 엔진의 떨림이나 소음 자체가 적은 편이라 가솔린으로 헷갈리는 수준이다.

MLB EVO 플랫폼 차량들은 특유의 묵직하고도 단단하게 느껴지는 주행 감성이 있다. 이는 Q7도 마찬가지, 운전자와 차량 간의 일체감이 인상적이다. 묵직한 차체는 디젤엔진의 강력한 토크로 경쾌한 가속력을 얻었다. 일반 컴포트 모드에서도 엑셀 반응은 선형적이고, 조용하다. Q7의 섀시는 에어 서스펜션으로 조율되어 있다. 평상시에는 잔잔한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고급스러운 승차감을 제공하며, 방지턱이나 요철 등 강한 충격에 있어서는 순간적인 댐핑력이 단단하게 작용하는 감각이다. 차량의 쏠림을 적극적으로 억제해 주는 느낌이었다.

아우디의 상징과 같은 기계식 콰트로의 안정적인 구동력 배분도 고급스러운 주행감을 느끼게 해주는 요소다. 직진성이나 코너링 안정성 모두 수준급, 묵직한 핸들링 감각에서 느껴지는 안정감이 매력적이다. 조향 감각 자체는 준대형 SUV 다운 다소 둔감한 세팅이긴 하다. 평소에는 약간의 언더스티어 경향이 있긴 하지만, 급격한 선회에서는 올 휠 스티어링이 개입하여 회전반경을 적극적으로 줄여준다. 특히 이번 시승은 강한 비가 쏟아지는 날씨였는데, 콰트로 시스템을 바탕으로 한 안정적인 트랙션은 무한한 신뢰를 주었다.

다이내믹 모드에서는 엑셀 반응이 조금 더 민첩해진다. 제로백은 6.1초, 일상적인 영역에서는 막힘없는 펀치력과 응답성을 갖추었다. 사실 디젤 엔진이다 보니 엑셀 반응의 변화나 사운드 자체는 큰 차이점을 느껴보기 어려웠는데, 에어 서스펜션이 롤링을 보다 적극적으로 억제해 준 다는 점만큼은 확실했다. 탄탄한 차체 강성은 고속으로 상승할수록 더욱 뚜렷한 특성을 보이며, 특히 고속 선회에서의 직결감이 인상적이었다. 2.4톤이라는 묵직한 물리량을 최대한 안정적으로 움직여 주는 느낌, 그리고 무게 중심이 확실하게 잡혀있다.

항속 주행에서는 뛰어난 정숙성을 제공해 주기도 한다. 20인치 휠은 외형상 아쉬움이 있었지만, 오히려 고속에서는 노면 소음과 작은 요철들을 효과적으로 억제해 주는 것 같았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로 유지 기능으로 작동하는 ADAS 장비도 정확도가 훌륭하다. 에코 모드로 항속주행을 한 결과 트립 연비는 13.8Km/L 정도로 유지된다. 약 100Km 정도의 일상 주행을 포함해서는 11Km/L 후반대의 연비가 기록되었으니, 디젤 엔진의 이점은 확실한 셈이다. 다만 에코 모드에서는 변속 반응이 다소 뒤늦게 개입하는 느낌이 있다.

Q7에는 올로드라는 명칭의 오프로드 주행모드까지 별도로 제공되었다. 디젤엔진의 강력한 토크와 MLB EVO 플랫폼의 탄탄한 강성은 험로에서도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줄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 SUV는 디젤엔진이라는 공식이 아예 무너져, 가솔린 엔진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하지만 Q7은 디젤엔진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마치 가솔린 같은 주행 질감을 제공해 주었다. 선명한 화면의 360도 카메라와 각종 편의 기능, 그리고 뚜렷한 시인성을 제공했던 사각지대 경보 시스템까지, 최악의 주행 환경에서도 가장 편안한 여정을 도와주었다.

아우디 Q7 페이스리프트 50 TDI 컴포트 트림을 시승했다. 2번의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디자인은 그 나름대로 완성도가 높다. 단지 상위 트림에 대한 욕심이 남을 뿐이었다. 반면 우드 트림을 활용한 인테리어는 그만의 안락함이 있다. 터치 인터페이스도 고급스럽고, 특히 앰비언트 라이팅의 만족감이 높았다. 디젤엔진에서 느낄 수 있는 불쾌함 없이, 가속성과 효율성을 챙긴 50TDI 트림이다. 함께 MLB EVO 플랫폼 특유의 견고한 주행성과 에어 서스펜션의 세팅은 '프리미엄'의 진가는 외면이 아닌 내면에 담겨있다는 점을 깨닫게 하였다.

글/사진: 유현태

유현태

유현태

naxus777@encar.com

자동차 공학과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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