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MW의 Z4 M 40i를 장기간 시승했다. Z4는 BMW가 오랜 기간 명맥을 유지해온 2인승 로드스터 'Z시리즈'의 현역이다. Z시리즈는 독일어로 '미래'를 뜻하며, 그 이름의 의미처럼 BMW의 많은 혁신 기술을 시현한 바 있기도 하다. 그 시작은 1989년 공개된 'Z1'이었다. 당시 전동식 도어와 HID 헤드 램프, Z형 액슬 등 당대의 혁신 기술을 집약한 바 있다. 하지만 극심한 판매 부진으로 단기간에 단종을 맞이하게 되는데, 그 후속이 되는 'Z3'는 보다 확실한 시장 분석과 생산비 절감으로 소비층을 확보했다.

마찬가지로 'Z4'는 Z3의 후속으로 개발된다. 2002년 크리스뱅글의 주도하에 역대 가장 미래적인 디자인의 로드스터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이번 시승차량 3세대 Z4 'G29'는 2018년에 최초 공개된 이래 부분적인 변화를 거쳐왔다. 2인승 로드스터의 태생적 한계라고 볼 수 있는 수익성 결여는 토요타와의 연구협력으로 완화했고, 오스트리아 마그나 슈타이어 공장에 생산을 위탁한다. 3세대 Z4의 특징은 소프트탑으로 회귀했다는 점, 그리고 파격적인 디자인 변화를 택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2세대보다는 초대 Z4와 유사점이 더욱 많은 2인승 로드스터였다.

사실, BMW의 Z4는 2026년 단종 예정이라고 전해진다. 원래 수익성을 바라며 도전하는 장르는 아니지만, 지금은 자동차 산업의 변동성이 너무 크고 리스크를 완화해야 하는 현실이다. 이는 경쟁사도 마찬가지, 오히려 오래 버틴 편이다. 사실 로드스터는 BMW에게 실패의 상징이기도 했다. 1956년 북미 시장을 타깃으로 개발했던 507의 실패, 뒤이은 Z1은 2년 만에 단종된 바 있고, Z4도 출시를 거듭할 때마다 라인업을 축소시키는 모습이었다. 시장의 문제지 상품성의 결여라 여기진 않는다. 반대로 보면 성공을 위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을지 짐작하기도 어렵다.

BMW Z4는 정교하고도 독창적인 조형미를 갖추고 있다. 얇고 길게 뻗어있는 키드니 그릴은 전통적인 BMW의 헤리티지인 반면, 세로형의 헤드램프는 개성적인 형태를 보인다. 이는 어댑티브 LED 기능을 포함하며, 정교한 그래픽과 함께 그릴 위치가 더욱 낮아 보이도록 유도해 준다. M 스포츠 패키지 사양의 범퍼는 복잡한 형상과 함께 에어덕트 면적을 과장한다. BMW는 2인승 로드스터 Z4에 정식 M디비전을 운영하지 않는다. 때문에 M퍼포먼스 라인으로 출시된 M 40i가 최상위 트림에 해당된다. 2022년 공개된 LCI 이후부터는 세틴 그레이 파츠가 삭제되며, 20i 트림과 외관상 큰 차이는 없다.

프런트 마스크를 채우는 입체적인 디자인 요소들이 스포츠카의 면모를 강조해 주었다. 노즈 위치를 최대한 낮춘 모습은 Low&Wied 스타일링의 정석과도 같다. 그에 대한 효과로 보닛의 길이는 더욱 길고 넓어 보인다. Z4의 보닛은 휠 하우스를 직접 감싸는 클램셀 타입으로, 더욱 깔끔하고 스포티한 디자인을 갖춘다. 상단부를 장식하는 파워돔 라인도 매력적인 디테일이다. Z4의 가장 본질적인 매력은 Long nose&Short deck 디자인의 전형이라는 점이다. 짧은 트렁크 리드와 웅장한 보닛의 역동적인 대비, 그리고 'Z'자 형태의 캐릭터라인과 공격적인 에어 브리더가 이상적인 프로필을 자아낸다.

3세대 Z4는 소프트탑을 채택하면서 시각적으로 더욱 가볍고 날렵해 보이는 효과가 생겼다. 아울러, M40i에만 제공되는 주요한 차별점 중 하나는 '휠'이 아닐까 싶다. 19인치 더블 스포크 타입으로 휠 하우스를 꽉 채우는 사이즈가 특징, 은은한 색감과 M 스포츠 브레이크의 레드 캘리퍼도 매력적인 디자인 포인트가 된다. 후면 디자인 또한 전고 대비 전폭이 압도적으로 넓어 보인다. 날카로운 테일램프와 립 스포일러 형상이 스포츠카 다운 스탠스를 보강해준다. 공격적인 범퍼의 끝을 마감하는 디퓨저는 물론, 마름모꼴의 듀얼 머플러 팁도 특징이라 볼 수 있겠다.


인테리어 디자인이다. 각 10.25인치 디지털 클러스터와 터치 컨트롤 디스플레이, 헤드업 디스플레이로 인터페이스를 구성한다. 운영체제는 7세대 Idrive, 애플 안드로이드 무선 폰 프로젝션을 지원한다. 센터패시아에는 공조 관련 버튼들이 직관적으로 배치되어 있고, 센터 콘솔에는 주행과 관련된 버튼 및 Idrive 다이얼이 배치된다. 기어 노브는 부츠 레버 타입, 스마트폰 무선 충전을 지원하는 간단한 수납공간도 구성된다. 프런트 미드십 구조상 기어 박스가 밀려나오게 되고, 때문에 컵홀더는 중앙 암레스트 내부에 구현되어 있다.


M 스포츠 패키지를 따라 M 레더 스티어링 휠이 적용된다. 두꺼운 그립과 패들 시프트가 스포츠카의 감성을 더하며, 가죽으로 마감된 혼커버는 고급스러움까지 챙겼다. 대시보드는 센사텍 가죽 마감, 센터 콘솔에는 알루미늄 트리밍이 적용된다. 폭넓게 적용된 앰비언트 라이트나 바네스카 가죽 시트, M 시트벨트, 하만 카돈 스피커까지 실내 공간 자체는 경량 로드스터보다는 럭셔리에 가깝다. 시트는 세미 버킷 타입으로 볼스터가 두껍고 헤드레스트도 일체형인데, 생각보다 탑승감이 정말 편안했다. 1열 전동 및 운전석 메모리, 열선 기능을 포함한다.


Z4는 2인승 로드스터다. 시트백 각도 조절을 위한 좁은 잔여 공간만이 시트 뒤편에 구성되어 있다. 낮은 높이의 네트가 부착되어 간단한 물건 적재가 가능하고, 스키 쓰루 형식의 수납함도 마련된다. 트렁크는 수동식으로 가스 리프트가 적용되어 있다. 차체가 낮고 오픈탑 적재 공간까지 마련되니 적재함 높이가 낮은 편이다. 그나마 소프트탑 적용으로 할애되는 공간을 최소화한 셈이고, 꼼꼼하게 마감된 공간에 많은 짐을 요령껏 적재할 수는 있겠다. 용량으로는 281L, 매트 아래 공간은 없다. 전동식 소프트탑 개방 시간은 대략 14초 수준이다.


전고와 지상고 모두 낮은 편이기 때문에 이지 액세스 기능의 도움이 유독 편리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시트 포지션 자체가 낮다 보니 생각보다는 승하차가 편했다. 실내 공간 또한, 2열 시트를 시작부터 생략하고 설계해서인지 생각보다 여유롭게 느껴진다. 천장이 낮고 시야가 답답한 부분은 어쩔 수 없지만 소프트탑 개방을 통해 분위기를 뒤바꿀 수 있다. 애당초 차체 크기가 작다 보니 주행에 큰 불편으로 다가오진 않다. 운전석에 앉으면 자연스레 손이 가는 시동 버튼의 위치, 낮은 음색으로 울려 퍼지는 중후한 엔진 사운드가 매력적이다.

Z4 M 40i에는 배기량 3.0L급 직렬 6기통 가솔린 엔진이 탑재된다. 트윈 스크롤 형식의 싱글 터보가 적용되어 최고출력 387Hp, 최대토크 50.9Kg.m의 강력한 퍼포먼스를 발휘한다. 변속기로는 역시 ZF의 8단 토크컨버터가 맞물리며, 오직 뒷바퀴를 굴린다. 공차중량이 1610Kg으로 제로백은 약 4.1초 수준이다. 공인연비는 10.2Km/L로 인증받아 스포츠카치고는 뛰어난 효율을 가진 편이기도 하다. Z4는 별도 M 디비전이 존재하지 않고, 중량이 가벼운 만큼 M40i가 가장 고성능 셋업에 가깝다.

가속감은 부드럽다. 가속페달을 깊숙이 밟지 않는 한 출력의 차이를 체감하긴 어렵다. BMW의 직렬 6기통 엔진은 마치 비단결처럼 부드러운 회전 질감을 제공해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부드러운 엔진 반응과 별개로 저 RPM에서는 두터운 부밍음이 유입된다. 본성적으로 운전의 재미를 위한 차량이다. 탄력이 붙은 시점부터는 정숙한 주행감을 유지해 준다. 경량 로드스터의 이점은 반응성에서 나타난다. 엑셀 페달을 깊게 밟으면 즉답적인 가속감으로 반응해 준다. 부드럽게 반응하던 변속기도 딜레이 없이 강력한 펀치력을 뒤따라 주었다.

승차감은 기본적으로 단단한 편이다. 컴포트 모드에서도, 댐핑력 자체가 과하게 단단하기보다는 롤 스트로크부터가 짧아 요철에 대한 반응이 예민할 수밖에 없다. 특히 19인치 더블 스포크 휠을 적용하며 노면에 대한 피드백은 더욱 뚜렷하다. 하나, Z4를 투어링카가 아닌 스포츠카로 감안한다면 편안하다. 장거리 주행에도 큰 불편함이 없다. 방지턱과 요철에 대응하는 경우에도 진입 시에는 충격이 올라오지만, 탈출 시에는 가변식 댐퍼의 느슨한 작용과 함께 충격을 적극적으로 완화해 주기도 한다.

전륜 맥퍼슨 스트럿 후륜 멀티링크 구성의 섀시에는 M 어댑티브 서스펜션이 적용되었다. 전자제어식 댐퍼가 채택되는 편인데, 기본 컴포트 모드에서는 댐핑력이 확실히 부드러워진다는 내용이다. 다만 위와 같은 맥락으로 롤 스트로크 자체가 짧아 예민한 차이만이 느껴질 뿐이다. 주행 모드는 에코, 컴포트, 그리고 스포츠로 구분된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본격적으로 승차감이 단단해지고 스티어링도 묵직해진다. 역시 데일리 용도로 부담이 가는 수준은 아닌데, 예민하게 반응하는 엔진과 더욱 자극적으로 변화하는 사운드는 확실한 운전의 재미를 더해준다.

증폭되는 엔진 사운드는 이내 익숙해진다. 그 대신 스로틀 반응에 날카로운 배기음이 반응해 주었다. 풀스로틀에서 느껴지는 강력한 가속력은 제로백 4.1초를 넘어서는 경쾌함을 전해준다. 터보 래그는 사실상 느껴지지 않는 수준이다. 패들 시프트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더욱 뛰어난 반응성을 누릴 수 있으며, 팝&뱅 사운드가 재미를 더해주었다. 순정 배기치고는 사운드가 정말 자극적인 편, 특히 탑을 오픈하는 경우 더욱 직접적인 사운드를 경험할 수 있다. 차체 중량이 가볍다 보니 엔진과 변속기는 더욱 가뿐하게 운전자의 의도를 뒤따라주는 느낌이다.

독특한 차체 비율 덕분에 스티어링 감각이 다르다. 운전석 자체가 후륜에 더 가깝다 보니, 뒷바퀴 굴림이라는 점을 더욱 확실히 체감할 수 있다. 핸들링 반응이 날카롭기도 하지만 즉답적인 추종성은 마치 뱀 같은 움직임을 느끼게 한다. 또 전륜과 운전석 사이 거리가 길다보니, 실제 회전반경에 대한 피드백은 둔감하다. 이는 차량 자체에 적응이 필요한 부분, 그에 대한 이점은 5:5 수준의 이상적인 무게배분이다. 급격한 횡력이 가해져도 안정적인 자세제어와 접지력으로 대응한다.


낮은 롤 스트로크 덕분에 코너에 대한 탈출은 더욱 편안하다. 앞서 서술한 특유의 스티어링 감각은 익숙해지는 대로 코너를 더욱 즐겁게 공략할 수 있고, 경쾌한 엔진 반응은 '스프린터' 성향을 제대로 보여준다. 그리고 생각보다는 ESC의 개입이 적극적이다. 오히려 20I보다도 트랙션이 보수적인 느낌이었다. 노면 컨디션이 특별히 위험하지 않다면 초보 운전자도 쉽게 컨트롤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특히 소프트탑 개방을 통한 오픈 에어링, 사운드가 더해지는 순간에는 경량 로드스터 본연의 재미에 쉽게 적응하고 빠져들 수 있다.

의외로 장거리 여정에서는 편안함을 전달해 주는 차량이었다. 시트 포지션 자체가 누워있고 안락하다 보니, 오히려 일반 승용차보다도 피로도가 적었다. 오히려 편하다. 물론 고속도로나 전용도로의 경우이고, 요철 구간이 많은 시내에서 장시간 운행한다면 느낀 점은 다를 수 있다. 또, 승차감보다는 피치 못할 풍절음이 더 큰 스트레스다. 가장 놀라웠던 점은 에코 모드에서의 연비, 150Km 이상의 구간에서 항속주행을 하는 경우 16Km/L 이상 극한의 효율을 보여준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같은 주행보조 장비도 탑재되어 있다.

오픈 에어링은 뜨거운 햇볕이 진 밤 시간대가 더욱 여유롭고 낭만적이다. 실내 공간을 장식하는 화려한 앰비언트 라이트, 그리고 인테리어 트리밍이 더욱 만족스러운 실내 분위기를 구현해 주었다. 하만카돈 오디오의 풍부한 음향 성능은 탑 오픈 시에도 충분한 음량을 제공해 준다. 어댑티브 LED 헤드램프는 야간에도 선명한 시야를 제공해 주니 가로등이 없는 한적한 도로에서도 안전성을 확보했다. 그런 주행 환경이라면 정말 자극적인 편이었던 Z4 M40i의 순정 배기도 더욱 즐겁게 활용해 볼 수 있겠다.

BMW의 Z4 M40i를 장기간 시승했다. 낮고 공격적인 외관 디자인은 누가 보아도 스포츠카 다운 분위기를 전해준다. 의외로 안락하고 여유로웠던 실내 공간은 데일리 스포츠카의 가능성을 더해주는 부분, 운전석 인터페이스도 만족감을 느끼게 했다. M 퍼포먼스 라인의 강력한 반응성과 FMR 레이아웃 특유의 핸들링 감각, 강렬한 배기 사운드와 오픈 에어링은 스포츠카의 긴장감과 낭만 모두를 제공해 준다. 함께 뛰어난 연비와 편안함까지 지녔다는 점, BMW는 Z4라는 차량을 통해 경량 로드스터라는 장르를 뛰어넘는 제품성을 실현하고 있었다.
글/사진: 유현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