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니 3도어 해치백, 쿠퍼 C Classic 트림을 장기간 시승했다. 지난해 전 모델에 대한 풀체인지가 진행된 '미니 해치백'은 라인업 체계에 약간의 변동이 생긴 바 있다. 원래 미니 해치백은 엔진 출력에 따라 쿠퍼 트림부터 쿠퍼 S, 쿠퍼 SE, 그리고 JCW로 구분되어 왔다. 'S'이니셜의 유무로 차량 배기량과 출력이 달라졌는데, 차세대 해치백부터는 세팅 값이 다른 2.0L 단일 엔진으로 통일되게 된다. 그리고 기본 출력 모델에 쿠퍼 'C'라는 이니셜이 덧붙게 되며, 이는 순수 전기 모델 쿠퍼 'E'와 구분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전 세대 미니 일렉트릭은 내연기관 모델의 계량형 플랫폼을 활용한 바 있다. 이후 차세대 미니 일렉트릭은 BMW의 소형 전동화 겸용 아키텍처 'Faar'을 기반으로 했다. 국내와 다르게 유럽 시장에서는 미니 해치백 판매의 상당량이 전기 모델이었다. 타 헤리티지 브랜드보다 전동화 시대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고, 실제 지난해 상반기 유로존 EV 마켓셰어는 BMW 그룹이 테슬라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는 시사점이 있었다. 그럼에도 국내 주력 사양은 역시 '가솔린'이다. 가솔린 모델은 섀시 플랫폼 변경 없이, 기존 UKL 플랫폼을 계량하여 활용하는 방식으로 풀체인지가 진행된다.

보통의 브랜드라면 풀체인지 시기에 플랫폼 변경을 통한 긍정적인 성능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단, 미니처럼 헤리티지를 강조하는 브랜드들은 그 고유의 성격을 답습할 필요가 있다. 특히 ICEV/BEV 겸용 플랫폼은 각각의 목적에 최적화된 아키텍처가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소극적인 변화를 택한 차세대 미니 해치백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바라보았다. 무엇보다 풀체인지와 함께 대시보드 디자인을 변경하고, 부족했던 편의 장비들을 대폭 보강했다. 그만큼 대중성을 개선했고, 이번 쿠퍼 C 사양은 경제성까지 지향하는 모델인 셈이다.

시승 차량은 미니 쿠퍼 C 라인업 중에서도 '클래식' 트림이다. 클래식 하위 트림으로 '에센셜' 트림이 따로 존재하며, 외관상으로는 휠과 루프 색상 등 소소한 차이가 있다. 디자인 자체는 이전 세대 미니 해치백과 유사하다. 특히 클램셸 후드와 헤드램프 형상이 동일한데, 큰 차이이라면 주간주행등 그래픽을 총 3가지로 변경하여 설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프레임이 보다 각지게 다듬어졌고, 범퍼의 경우 양 끝단 에어 인테이크가 사라진다. 모든 가니시 색상이 검은색으로 통일되면서 생각보다 무게감 있고 진중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이번 시승 차량에 적용된 브리티시 레이싱 그린 색상은 더욱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있다. 디테일에 많은 공을 들이는 미니답게, 벨트라인 몰딩이나 프레임리스 도어, 랩 어라운드 스타일링 등 마감 품질이 뛰어나다. 쿠퍼 C 클래식 사양만 화이트 루프가 적용되고 사이드 미러 커버까지 색상이 통일된다. 휠은 17인치 투톤 패러랠 경량 알로이 타입, 왜인지 모를 영국스러움이 더해지는 것 같다. 전기 모델과 다르게 기존 플랫폼을 유지한 미니 쿠퍼는 두꺼운 휠 아치 클래딩이 그대로 적용된다. 클램셀 후드까지 고유의 개성을 더했다.

후면 디자인은 비교적 많은 변화를 거쳤다. 테일램프 디자인이 완전히 달라지면서, 거의 삼각형에 가까운 사다리꼴로 변경된다. 유니언 잭 패턴이 각인되어 있던 이전과 다르게 형상 자체가 상징성을 품게 된 셈이다. 그리고 헤드램프와 마찬가지로 3가지 그래픽 설정이 가능했다. 개별적으로 작동하는 내부 LED 그래픽 덕분에 느껴지는 시각적인 화려함도 매력적이다. 양측 헤드 램프는 검은색 가니시로 연결되고, 각 사양에 맞는 엠블럼이 부착된다. 범퍼는 역시 간결한 형태, 머플러 팁이 사라진 점은 다소 아쉽지만 안테나는 여전히 귀엽다.

풀체인지 이후 대시보드 디자인은 완전히 변경되었다. 눈에 띄는 특징은 클러스터가 사라졌다는 점인데, 모든 인포테인먼트 기능이 약 9.4인치 크기의 센터 OLED 디스플레이에 통합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디스플레이의 상단부에 RPM과 연료 게이지, 방향지시등을 포함한 경고등이 표기된다. 차세대 OS를 접목한 센터 스크린은 기존과 다른 차원의 사용자 경험을 제시한다. 차량 설정이나 각종 인포테이먼트 탭이 실제 태블릿 PC와 유사하게 배치되었다. 주행 모드를 변경하면 디스플레이 테마도 함께 바뀌기 때문에 분위기 전환 효과까지 지니고 있다.


이전 세대와 비교하면 센터패시아가 정말 간소화된다. 모든 편의 기능이 스크린에 통합된 점도 있지만, 시동 버튼과 변속기가 레버 타입으로 변경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잔여 공간은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를 마련하고, 중앙 수납공간을 확장하며 개방감도 개선했다. 클래식 트림까지는 신형 스포츠 스티어링 휠이 적용되는데 하단 스포크를 스트랩으로 마감한 점이 특징이다. 니티드 인테리어 트림, 대시보드를 감싸는 앰비언트 라이트까지 참신함과 아기자기함을 지녔다. 참고로 시트는 수동식, 스티어링 휠과 함께 열선은 내장되어 있다.


기존과 섀시 아키텍처가 유사한 만큼 공간적 차이는 없다. 화이트 루프가 적용되는 클래식 트림은 기존처럼 듀얼 타입 파노라마 선루프가 적용된 모습이었다. 2열 공간은 당연히 비좁다. 대신 양측의 컵홀더를 생략하여 시트 폭을 넓힌 느낌이고, 미니 뒷좌석 특유의 안락한 감각이 있다. 측면 창이 상당히 넓기도 하다. 그리고 3도어의 뒷좌석은 보조 수단 개념이다. 리어 시트는 6:4 비율로 폴딩 할 수 있으며 러기지 보드로 적재 공간은 러기지 보드로 깔끔히 마감된다. 아담한 트렁크 공간 또한 꼼꼼한 마감이 특징이며 매트 아래 잔여 공간도 있다.

간소화를 이룬 실내라도 서클 타입 디스플레이 하나로 미니의 아이덴티티는 다분하다. 그리고 엔진 시동을 거는 순간 다시 한번 더 브랜드 고유의 필링을 느껴볼 수 있다. 마치 장난감 자동차의 태엽을 돌라는 감각으로 묵직하고 중후한 스타트 사운드가 들려온다. 이내 아이들링 상태에서는 조용해지지만 초반 RPM 전개에서 들려오는 중저음의 배기 사운드가 전형적이다. 토글 타입 변속기도 기존 핸드레버 타입보다 조작감은 단조로울지라도 편리한 건 사실이다. 주행 중 자주 사용해야 하는 비상등이나 볼륨, 디포그, 주행 모드 변경 버튼은 물리 방식이었다.

미니 쿠퍼 C 트림에서는 서론의 내용처럼 2.0L급 트윈 스크롤 싱글 터보 가솔린 엔진이 탑재된다. 엔트리 트림이라도 최고출력 166HP, 최대토크 25.5Kg.M이라는 넉넉한 파워를 발휘해 준다. 흔히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지만, 원래 '쿠퍼'라는 명칭부터가 미니 3도어 해치백의 고출력 엔진 트림을 의미했다. 변속기는 7단 듀얼 클러치 타입, 공식 제로백이 7.7초로 민첩한 편이다. 공차중량은 1345Kg, 공인 연비가 12.5Km/L로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가벼운 차체와 넉넉한 토크로 발진 감각이 경쾌하다.

풀체인지와 함께 서스펜션 세팅과 쇽업 쇼버를 변경했다고 한다. 예상보다 그 차이가 확실하게 느껴졌다. 기존처럼 노면 상태가 즉답적으로 느껴지지 않고, 조금 부드럽게나마 충격을 흡수하는 감각이다. 방지턱 같은 심한 요철 구간에서도 단단한 세팅의 자동차라는 점을 바로 파악할 수는 있다. 다만 그 정도는 휠 상하운동 거리 자체가 짧기 때문에 느껴지는 충격이지, 이전 세대보다는 확실히 편안해진 승차감이다. 특히 노면 소음이 많이 감소했다. 쿠퍼 S의 18인치 휠이라면 모르겠지만 시승 차량의 17인치 휠의 승차감은 정말 만족스러웠다.

결과적으로 만족할 수 있는 이유는 미니의 '고 카트 필링'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전처럼 롤에 대한 저항성이 강하고, 회피 기동에서도 낮게 깔려있는 무게중심이 안정적인 피드백을 전해준다. 평상시의 승차감은 조금 더 부드러워졌지만 그립력의 한계치는 거의 동일한 느낌이다. 어차피 쿠퍼S도 아닌 기본 트림을 본격적인 하이 퍼포먼스 모델로 인식하진 못하다. 그런 측면에서 균형미가 더욱 훌륭해졌다. 7단 DCT는 오르막 정차 시에만 특유의 체결감에 익숙해지면, 한번 탄력이 붙은 이후에는 토크컨버터처럼 부드럽고 더욱 효율적이다.

스티어링 휠도 묵직하다. 약간의 언더스티어 감각이 있으나 차체가 작아 자연스럽다. 아무렴 재미있는 차량이다. 드라이빙 모드 중 '고-카트'를 활성화하면 엔진 반응과 변속기의 체결감이 예상보다 확실히 달라진다. 디스플레이에는 RPM 게이지가 표기되고, 달라진 앰비언트 라이트의 패턴이 마치 체커기를 연상시킨다. 엑셀 응답성이 한층 예민해지고 DCT는 적극적으로 RPM을 높여 사용했다. 잔잔한 편이지만 부밍 사운드도 자극을 더하고, 재빠른 가속에도 기존 섀시는 탄탄한 주행감각을 실현해 준다. 딱 부담 없이 재미를 느끼기 좋은 출력이다.

새롭게 디자인된 시트와 편안해진 승차감 덕분에 장거리 시승에서도 피로도가 높지 않았다. 오히려 기본 모드에는 출력이나 변속기가 예민하지 않아 편했다. '그린 모드'로 하면 엑셀링은 더욱 부드러워지는 느낌이며, 항속 주행 시 연비 개선 효과가 확실했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점은 노면 소음이 많이 감소했다는 점, 대신 프레임리스 도어 특성상 B 필러 풍절음을 억제하진 못했다. 개인적으로는 음악을 크게 듣다 보니 주행 소음 자체를 운행 중 단점으로 느끼진 않았다. 단점이라면 ADAS 장비가 부족하다는 내용인데, 그만큼 가격이 낮은 셈이기도 하다.

탑재되는 주행 보조 장비는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이탈 방지 장치, 일부 경보 시스템 정도다. 참고로 방향지시등은 전자식이 아닌 기계식으로 통합되었다. ADAS가 없다는 점은 막히는 길에서 불편하긴 하다만, 미니는 본성적으로 편의보다 재미를 표현하니 일반 주행에선 괜찮다. 추가로 오토홀드는 적용되어 있고, 브레이크를 꾹 밟고 있으면 해제가 가능했다. 또한 T맵과 협력한 한국형 내비게이션의 사용성이 편리했다. 클래식 트림도 전방 카메라가 적용되어 AS 길 안내 기능을 지원하고, 파킹 어시스트는 자동 주차 및 후진 보조 기능까지 제공한다.

즐거운 시승이었다. 차세대 미니 해치백은 웰컴 세리머니로 좌측 DRL이 한번 깜빡이며 윙크를 재현한다. 소비자가 무엇을 바라는지 알고 있다. 클러스터를 생략했다는 점이 의아하긴 했지만 역시 적응의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한다. 또, 야간에는 스티어링 휠 너머로 비치는 앰비언트 라이트를 감상할 수 있다. 만약 페이버드 트림이라면 컴바이너 타입 HUD가 클러스터를 대체해 주긴 한다. 그러나 클래식 트림도 웬만한 편의 기능은 전부 갖추고 있다. 지금까지의 미니를 생각하면 클래식 트림이 표준이고, 페이버드 등급이 오버 스펙에 가까운 것이다.

보다 범용성이 훌륭해진 승차감도 만족스러웠다. 핸드레버 변속기가 사라지고 패들 시프트도 없다는 내용은 아쉽지만, 생각보다 '고 카트' 모드에서의 발진 감이나 응답성의 변화가 확실했다. 그리고 테일램프 디자인, 보는 이의 취향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실물은 나쁘지 않다. 그 형상보다도 그래픽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 정도 변화를 고려해 보면, 언제나 충성 고객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미니'다. 아이코닉한 디자인과 운전의 재미, 그리고 쿠퍼 C 클래식 트림이 제시하는 넉넉한 출력이나 보다 합리적인 가격은 매력이 충분했다.

미니 3도어 해치백 쿠퍼 C클래식 트림을 장기간 시승했다. 헤리티지를 유지한 채 디지털 감성을 더 한 디자인은 신차 다운 분위기를 위한 적절한 솔루션이었다. 반면 혁신을 추구한 인테리어는 더욱 차세대 미니를 갖고 싶게 만드는 세일즈 포인트가 되었다. 쿠퍼C 클래식 트림만 되어도 편의나 감성 요소는 충분하다. 미니처럼 지지층이 탄탄한 브랜드들은 오랜 역사가 곧 자산이다. 하지만 기업의 존속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신차 판촉이 병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 사이에서 적절한 타협안을 발견해 낸 차세대 미니의 변화였다.
글/사진: 유현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