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MW 4시리즈 420i LCI M 스포츠 패키지 프로를 장기간 시승했다. 4시리즈는 BMW의 상징과 같은 '3시리즈'와 섀시를 공유하는 후륜구동 엔트리 쿠페에 해당된다. 3시리즈에 비해 더욱 가벼운 중량과 이상적인 무게 배분, 그리고 하드탑 쿠페의 우아함을 담고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스포츠 세단의 이상향을 제시해온 3시리즈의 기원이 '쿠페'였다. 자동차 산업과 문화의 변천에 따라 '세단'형태의 3시리즈가 표준이 되었지만, 전통적으로는 BMW의 본성에 가장 부합하는 모델이 바로 '4시리즈'라는 의미다.

4시리즈라는 이름이 처음 사용된 건 2013년이었다. F바디 이전까지 '3시리즈 쿠페'라는 명칭으로 시판되어왔고, BMW가 세단과 쿠페의 포트폴리오를 이원화하면서 새로운 이름을 부여받은 서사가 있다. 단순한 이름의 변경이 제품성에 큰 타격을 줄리는 없다. 문제는 다음세대로 공개되었던 'G바디', BMW는 네이밍 전략을 변경함과 동시에 3시리즈와 4시리즈의 디자인 기법까지 분리해 버린다. 가장 큰 차별성으로 내세웠던 세로 형태의 '버티컬 키드니 그릴'은 많은 파장을 남겼다. 당대 BMW의 정통성을 동경해온 충성 고객들에게는 차가운 비평을 받았던 도전적인 변화가 아닐수 없었다.

역사가 오래된 브랜드일수록 그 변화에 대한 대중들의 반항심은 더욱 커지는 법이다. 그렇다고 도전하지 않는 기업에게 긍정적인 미래는 그저 공상일 뿐이다. 당시로부터 약 5년이 지난 현 시점, 4시리즈의 디자인을 보고서 그때의 반감은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혁신주의를 표명하는 BMW의 일반적인 라인업 중 하나로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2024년, LCI를 통해 다듬어진 모습은 더욱이 완성도가 높다. 오랜기간 검증되어온 3시리즈의 섀시 지오메트리에 '쿠페'라는 로망을 실현할 수 있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된다.

4시리즈의 LCI 이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헤드램프에 있다. DRL 형상이 수직 형태로 날카로워지면서, 기존보다 날렵하고 공격적인 인상을 남긴다. 버티컬 키드니 그릴은 기존과 같은 형태, M 스포츠 패키지는 범퍼까지 빈틈없이 공격적인 외형을 만들어 준다. 정확히는 MSP '프로' 등급이다. 하이그로시 셰도우 라인이 추가되기 때문에 그릴 프레임이나 각종 몰딩까지 전부 검은색으로 칠해진다. 바디 컬러까지 검은색이 채택된 시승차량은 그릴 메시의 입체적인 패턴과 DRL의 강렬함이 더욱 대비되는 효과를 보인다.

버티컬 키드니 그릴은 프런트 노즈를 최대한 앞당겨 보이게 유도한다. 이른바 '샤크 노즈'스타일로 상어 같은 측면 디자인을 재현한다. 그렇게 길게 뻗어있는 보닛과 우아하게 내려앉는 C필러 라인이 쿠페만의 역동성을 강조했다. 벨트라인은 노즈의 경사각을 따라 서서히 상승하는 형태, 비교적 정제되어 있는 캐릭터 라인 덕분에 본연의 매력적인 비율에 더욱 자연스레 빠져든다. 헤드램프와 MSP 범퍼, 에어 브리더, M 배지 등 각종 액세서리로 치장된 전면부와 웨이스트 라인이 두껍게 부풀려져 있는 후면부의 조화도 대비를 더하는 것 같다.

휠은 19인치 더블 스포크 디자인이다. 휠 색상까지 제트 블랙 컬러로 통일했다. 심지어는 머플러 팁 색상까지 블랙이다. 하나, 캘리퍼 사이로 비치는 브레이크 캘리퍼는 레드 색상으로 유지하여 디자인 포인트로 활용한다. 이번 4시리즈 LCI의 또 한 가지 큰 변화는 레이저 라이트 기술을 활용한 테일램프다. 그 그래픽 형상이 신비할 수준으로 정교했다. 테일램프 자체는 날카롭게 뻗어나가는 디자인, 실물로는 후방 전고가 높다 보니 범퍼의 면적이 생각보다 큰 편이다. 그렇다 보니 공격적인 디퓨저의 형상도 눈에 잘 들어온다.


기존과 같은 레이아웃에서 생각보다 많은 변화가 있는 인테리어다.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와 14.9인치 센터 스크린을 병렬로 배치한 파노라믹 커브드 스크린이 채택되었고, 8.5세대 OS를 적용한다. 다양한 테마와 HUD 기능까지 지원하여 수준급의 인포테인먼트 Ui를 보여준다. LCI와 함께 센터 콘솔의 공조기는 전부 터치스크린에 통합되었다. 센터 콘솔의 배치는 기존가 같은데, 변속기가 토글 레버 타입으로 변경된다. 전체적인 디자인상으로 훨씬 깔끔한 분위기를 보이며, 앰비언트 라이트가 간접 반사식으로 변경되어 더욱 세련된 느낌을 준다.


위는 4시리즈 LCI의 변경점으로 M 스포츠 패키지 추가에 따른 차이점도 또 있다. 우선 D컷 형태의 M 레더 스포츠 스티어링 휠, 복잡한 스포크 형상의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그립이 정말 두껍고 패들 시프트의 작동감도 직결적이다. M 스포츠 시트는 두꺼운 볼스터로 안정적인 지지력을 더해주며, 헤드레스트까지 전동 조작 방식이다. 전동식 안전벨트 마운트는 쿠페만의 감성 요소로, M 시트벨트가 또 한 번의 차별성을 가져온다. 인스트루먼트 패널과 대시보드를 감싸고 있는 알루미늄 롬비클 인테리어와 헤드라이너, 하만-카돈 오디오를 포함한다.


4시리즈는 2+2 시트 형식이다. 보통 쿠페는 4명이 탑승하기에 편리할 수 없는데, 4시리즈는 뒷좌석도 예상보다 편안했다. 휠베이스가 확보되어 있다 보니 1열 시트가 밀려도 레그룸이 답답하지 않고, 시트 포지션이 낮아 헤드룸도 생각보단 넓었다. 키 170Cm 수준의 성인까지는 장거리 주행도 가능할 것 같다. 편의 장비로는 에어벤트와 암레스트 컵홀더가 있다. 앞서 4시리즈의 후방 전고가 생각보다 높다고 설명했는데, 그만큼 트렁크 공간도 넓고 깊게 확장되어 있는 느낌이다. 2열 시트는 4:2:4 폴딩이 가능하여 트렁크에 레버가 있다.

운전석에 앉으면 낮은 시트 포지션과 스포츠 시트의 안정감이 와닿는다. BMW의 차세대 OS는 차량에만 탑승해도 능동적으로 폰 프로젝션 기능을 연결하며, 센터 콘솔의 엔진 시동 버튼을 누르면 이미 연결이 끝난 상태다. 파워트레인 측면에서, 4시리즈 LCI에는 48V MHEV 시스템이 기본 탑재되기 시작한다. 48V 전압원은 엔진 시동을 더욱 부드럽게 점화하고, 미약하게나마 출력을 보조하는 기능을 한다. 연비 개선 효과도 확실한데, 중량이 함께 늘다 보니 실제로는 정숙성에 대한 만족감이 더욱 크게 다가오는 것 같다.

420I는 배기량 2.0L급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이 탑재된다. 과급은 트윈 스크롤 싱글 터보가 담당하며, 48V MHEV 시스템과 결합한 합산 최고 출력은 190Hp, 최대 토크는 31.6Kg.m 수준이다. 변속기는 ZF의 8단 토크컨버터, 신뢰성이 가장 높은 조합이다. 공차중량 1660Kg으로 그에 따른 공인연비는 12.2Km/l, 제로백 7.5초로 인증을 받았다. 2.0L 가솔린 엔진에 190Hp라는 토크가 수치상으로 막 높아 보이진 않더라도, 실제 운전자가 느끼는 응답성이나 가속성은 BMW만의 차별성이 있다고 항상 표현한다.

기본 컴포트 모드에서는 엑셀에 힘을 가해도 안정적이고 부드럽게 유지되는 RPM이 인상적이다. 엔진 소음 자체가 조용하지만, 가속 중에도 일관성이 유지되는 편이다. 동시에 경쾌함이 공존했다. 평소에는 묵직하게 반응하던 엔진과 변속기가, 힘을 조금만 더 가하면 즉답적인 반응으로 강한 구동력을 전달해 준다. 420i MSP에는 M 어댑티브 서스펜션이 기본 채택된다. 2단계 감쇠력 조정이 가능하고, 컴포트 모드에서는 제법 부드럽게 노면 충격을 받아들여 준다. 롤 스트로크 자체는 짧아 감속이 필요하지만, 평범한 도로에서는 소음도 없고 부드럽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운전자와 자동차의 직결감이 크게 향상된다. 스티어링 휠은 조금 더 묵직해지고, 단단해진 댐퍼는 노면 상태를 직접적으로 피드백하기 시작한다. 엔진 반응성과 함께 사운드도 예민해지는데, 일단 변속기가 컴포트 모드에 비해 훨씬 거칠어진다. 190마력의 힘이 폭발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저속에서는 제법 즉답적인 펀치력을 보여준다. 터보 랙이 거의 체감 가지 않는다. 아울러 뒷심을 잃지 않는 선형적인 가속력은 수치상의 성능 이상, 고속으로 갈수록 하체는 더욱 단단해지는 느낌이 든다.

420I의 경우 스포츠 모드라 하여도 부밍 사운드가 자극적으로 유입되진 않는다. 오히려 일반적인 승용차보다 방음 성능이 더 뛰어나고 매끄럽게 다가오는데, 정숙하면서 섀시가 워낙 안정적이다 보니 체감 속력이 더 느리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잠시 한 눈을 팔면 속도계는 높게 상승하여 있다. 갑자기 코너를 만날 경우 문제가 되겠지만, M 어댑티브 서스펜션 세팅과 5:5 수준에 가까운 무게 배분은 횡가속도에 대한 한계치도 파악하기 어렵다. 약간의 오버 스티어 편향을 보이는 날카로운 스티어링과 후미 추종성은 후륜구동의 이점을 극대화한다.

이 매끄러운 코너링 감각을 경험해 보면 BMW가 제시하는 '운전의 즐거움'을 단번에 이해할 수 있다. 국내에서 주로 판매되는 BMW들은 패밀리카 성향이 강한 모델들이지만, 왜 충성 고객들은 엔트리 세그먼트를 고집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마지막 에코 모드에서는 엔진 반응성이 확 차이가 느껴질 정도로 둔해진다. 그만큼 연료 소모량을 감소하는 효과가 있고, 또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가장 적극적으로 탄력 주행을 보조한다. 감속 속도가 정말 느려지기 때문에, 시내보다는 국도에서 활용하면 꾸준히 상승하는 연비를 경험할 수 있다.

주행 편의 장비로는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과 파킹 어시스턴트 플러스가 채택된다. 앞서 언급해 온 내용처럼 컴포트 모드에서는 생각보다 댐핑력이 더 부드럽다 보니 장거리 주행에도 피로도가 높지 않다. 스티어링 휠은 그립 감지 기능이 있기 때문에 물리력을 가하지 않아도 ADAS가 유지된다. 인식률도 상당히 높은 편, 비가 많이 내리는 날씨였음에도 부드러운 작동감을 보였다. 항속 주행과 정체구간이 반복되는 약 200KM의 거리에서 계측된 트립 연비는 12.1Km/l 수준, 신경 써서 운행하면 13Km/l는 가볍게 넘긴다.

수입차 중에서 오래 타볼수록 만족도가 가장 높은 브랜드는 BMW라 생각해왔다. 4시리즈 또한 마찬가지, 쿠페는 2인승처럼 이용된다는 점이 문제지 그 유일한 단점만 감안할 수 있다면 다른 장르에서는 제공할 수 없는 감성적 만족감을 더해준다. 어차피 M스포츠 패키지를 적용해야 한다면, 감쇠력 조정이 가능한 4시리즈의 승차감이 더 편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반대로 아쉬움을 생각해 보자면 더 높은 출력에 대한 갈증이 생길 수 있다는 점, 엔진 출력 수준이 낮다기 보다 섀시 안정성이 워낙 높다 보니 그런 생각이 떠오르는 셈이다.

420i는 엔진 출력이 비교적 낮다 보니 스포츠 카보다는 '패션카' 정도로 받아들여지곤 한다. 그런 패션카라는 초점에서 보아도 만족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디자인이다. 출시 당시 큰 논지가 되었던 버티컬 키드니 그릴의 디자인도, 국면보다는 차량의 전체적인 실루엣을 보았을 때 효과적인 형태였다. 이번 페이스리프트와 함께 DRL이 바뀌면서 4시리즈와 3시리즈는 완전히 독립적인 디자인이 되었고, 호프마이스터 킨크를 생략한 윈도우 몰딩도 쿠페만의 유연함을 강조해 준다. 우리나라는 특히나 쿠페의 수요가 저조한데, 꾸준한 출시 자체로 특별한 선택지가 된다.

BMW 4시리즈 420I M스포츠 패키지 프로를 장기간 시승했다. 기본적인 스타일링 기법은 BMW의 전형과 같지만, 쿠페만이 가져올 수 있는 여유로움이 매력적이다. 섀도우 라인이 기본 적용되면서 일반 라인업과는 더욱 차별화된 스타일링을 보여준다. 데일리카로 손색없는 편안한 승차감과 즉답적인 반응성, 그리고 주행 모드에 따른 확연한 세팅의 차이가 420I 등급에서도 느껴졌다. 엔진에 비해 섀시의 잠재력이 정말 높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BMW가 오랜 시간 갈고닦아온 본성적인 매력에 빠져들기에 4시리즈는 최적의 모델이다.
글/사진: 유현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