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르노 글로벌 전략 '인터네셔널 게임 플랜 2027'의 중심에 르코 코리아가 있다. 르노는 2027년까지 유럽 외 다섯 곳의 글로벌 허브에서 총 8 종의 신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글로벌 시장의 입지 강화, 그 하이엔드 라인업을 E세그먼트급 크로스오버 '필랑트'가 담당한다. 필랑트는 르노 코리아가 개발과 생산을 주도하는 '오로라' 프로젝트의 두번째 결과물이다. 르노 코리아의 플래그십 모델이 된다. 또한 앞서 그랑 콜레오스를 통해 큰 성공을 거두었던 국내 연구진들의 본격적인 기술 자립과 고부가가치 시장에 대한 시험대가 되어주기도 한다.

필랑트의 본성은 리브랜딩과 함께 발표했던 르노의 세 가지 철학을 그대로 따른다. 디지털 혁신과 전동화 기술, 그리고 '인간 중심' 철학이다. 우선 필랑트에 새롭게 적용된 르노의 음성인식 기능 '에이닷 오토'는 Ai모델을 접목하여 대화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진보했다. 엔진과 파워트레인 레이아웃 자체는 기존 그랑 콜레오스와 동일하나, 소폭 향상된 출력과 소프트웨어를 접목한다. 마지막 '인간 중심' 철학은 필랑트에 기본 장착되는 2레벨 수준의 ADAS 장비와 지속가능 소재를 예로들 수 있는데, 매력적인 '디자인' 도 같은 맥락이라는 사견이다.

르노의 오로라2 프로젝트는 전적으로 '감성' 품질을 만족시키기 위한 CMA 플랫폼의 파생 모델과 같다. 크로스오버라는 표현은 단순히 혁신적인 디자인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새로운 디자인에 대한 최적화와 보이지 않는 영역에 대한 개선, SUV의 실용성과 함께 세단의 승차감을 구현하고자 했던 르노 코리아 연구진들의 노력이 담겨있다. 덕분에 필랑트는 중형 SUV의 실용성과 준대형 세단의 편안함과 경쟁할 수 있는 성격과 가격을 앞세우게 된다. 단지 이런 크로스오버의 성격이 '완벽함'이 될지 모호함으로 남을지는 국내 소비자들의 시장 반응에 달린것이다.

시승 차량은 르노 필랑트 하이브리드 E-테크 Esprit Alpine 모델이다. 필랑트는 1.5L 듀얼 테크 하이브리드 엔진이 표준, 에스프리 알핀은 최상위 옵션 트림이다. 다만 편의 기능보다는 디자인 변화에 치중한 옵션 구성을 보인다. 중간 트림 아이코닉 대비 추가되는 편의 장비는 스마트 룸미러가 유일하며, AR-HUD와 BOSE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은 각각 114만원 133만원에 추가해야 한다. 대신 블랙 어퍼 테일게이트와 블랙 루프, 20인치 다크 틴티드 투톤 휠 등 외장 사양과 나파 인조 가죽 시트, 앰비언트 라이트, 각종 데코 등 내장 마감이 크게 개선된다. 공시 가격은 아이코닉 대비 275만원 높은 4971만원으로 책정된다.

르노 필랑트의 디자인은 전통적인 차체 형식의 경계를 벗어나고자 한다. 프랑스 르노 테크노 센터와 협력했으며, 넓고 당당한 스탠스를 통해 역동적인 분위기를 구현해 낸다. 전면 디자인의 특징은 프레임리스 타입 그릴, 로장주 엠블럼과 같은 마름모꼴의 패턴으로 역동성을 더했다. 풀 LED 헤드램프는 날카로운 카리스마를 갖추었고, 범퍼를 장식하는 DRL은 차량을 더욱 입체적으로 보이게 한다. 범퍼와 언더커버를 전부 블랙 컬러로 마감하여 역동성을 과시한다. 여기에 에스프리 알핀 트림은 '일루미네이티드 시그니처 로장주' 라이팅 애니메이션이 더해졌다.

측면 디자인이다. 필랑트가 지향하는 바가 가장 잘 느껴지는 부분이다. 역슬렌트 형상으로 공격성이 느껴지는 전면부 윤곽선부터 예사롭지 않다. 길게 뻗어있는 보닛과 비교적 가파르게 상승하는 A필러, 그리고 완만하게 하강하는 루프라인과 D필러는 전형적인 쿠페형 SUV의 실루엣을 보인다. 여기에 플로팅 타입 스포일러가 더해져 차량은 더욱 길어 보이는 착시가 생긴다. 2열 도어에서부터 서서히 상승하는 벨트라인도 특징적이고, 숄더 라인도 제법 두꺼운 볼륨감을 자랑했다. 또 길게 뻗어나가는 리어 오버행이 시각적으로는 더욱 역동적인 프로필을 구현한다.

에스프리 알핀 트림의 차별성은 다양하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역시 20인치 크기의 다크 틴티드 투톤 알로이 휠이 아닐까 싶고, 로고 사이드 엠블리셔나 각종 매트 블랙 데코가 더해진다. 특히 테일게이트는 마감하는 글로시 블랙 어퍼 가니시는 필랑트의 입체적인 리어 엔드를 과장해 준다. 가파른 경사각의 D필러와 기울어진 테일게이트 형상, 그리고 LED 리어램프까지 과감하고 역동적인 필랑트의 정체성을 담아내고 있다. 리어 범퍼의 블랙 컬러 마감은 전면부와 통일감을 더하고, 이따금 디퓨저나 머플러 팁을 강조하지 않아도 밋밋하지 않다.


실내 구성이다.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와 센터 스크린, 그리고 조수석 미디어 스크린까지 openR 파노라마 스크린 구성을 답습했다. 5G 데이터 기반의 순정 T맵과 각종 미디어 플랫폼에 더불어, AI 기반 음성 어시스턴트 '에이닷 오토'가 디지털 친화적인 실내 구성을 완성한다. 또한 새롭게 디자인된 4스포크 타입 스티어링 휠이 채택되었고, 센터 콘솔 구성은 전자식 기어 레버와 수납공간이 깔끔한 배치를 보인다. 스마트 룸미러도 적용된다. 10개의 스피커로 구성된 BOSE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은 대시보드 상단을 장식하며 감성 품질을 높여준다.


이번 필랑트의 실내 공간은 '프리미엄 테크 라운지'라는 컨셉을 담았다. 디지털 인터페이스와 각종 편의 장비에서 '기술'을 경험할 수 있는데, 가장 분명한 고급화는 '퍼스트 클래스 라운지 시트'가 아닐까 싶다. 특히 에스프리 알핀 트림에서는 인조 나파가죽 마감과 라이팅 로고, 그리고 프랑스의 삼색 라인 데코가 추가되어 고급스러운 외형과 안정적인 탑승감 모두를 만족시킨다. 그 외 대시보드를 가르는 앰비언트 라이트나 헤드라이닝, 안전 벨트 라인, 도어 스커프, 도어 포켓 플로깅 등 감성적인 디테일은 가격대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뒷좌석 공간도 1열과 같은 고급스러운 라운지 시트가 적용된다. 필랑트가 쿠페형 루프라인을 채택하고는 있지만, 리어 오버행을 연장하는 방식이라 헤드룸에 큰 손실은 없었다. 벨트라인이 상승하며 측면 시야는 소폭 감소하지만, 광활한 파노라마 글래스 루프가 천장 개방감을 더한다. 레그룸은 중형 SUV의 사이즈 자체가 넉넉하다. 기본 옵션으로는 2열 시트 열선과 암 레스트, 그리고 3존 독립 공조 시스템을 갖추었다. 스마트 파워 테일게이트 역시 기본, 무엇보다 트렁크 용량이 확장된다. 대신 바닥면 높이가 비교적 높게 느껴진다.

르노 필랑트에는 배기량 1.5L급 직병렬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채택된다. 1.5L 가솔린 싱글 터보 밀러 사이클 엔진의 최고 출력은 150hp 최대 토크 25.5Kg,M 수준인데, 각각 100kW와 60kW 구동 모터가 최고 136Hp 수준의 출력을 더한다. 고출력 모터는 엔진과 병렬 배치되어 구동력에 가세하고, 또 하나의 모터는 에너지 발전을 담당한다. 결과적으로 합산 최고 출력은 250Hp까지 상향된다. 다만 차체를 키운 만큼 공차중량도 1820Kg 까지 무거워졌다. 파워트레인은 3단 멀티모드 변속기, 가장 중요한 복합 연비는 15.1km/L로 인증을 받았다.

르노의 직병렬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사실 변속기의 중요성이 크게 강조되진 않는다. 엔진과 모터 출력이 거의 대등한 만큼, 도심 주행 구간은 거의 EV에 가까운 가속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전력량이 부족하면 엔진 점화가 시작되는데, 엔진이 직접 구동에 가담하기보다는 발전기의 역할을 담당한다고 보는 게 맞다. 이 덕분에 파생되는 장점은 잦은 가감속 상황에서도 에너지 손실이 적고 가감속 반응이 부드러우며, 엔진이 개입하는 경우에도 소음이나 진동이 부드럽게 억제된다는 점이다. 실제 진동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 수준이었다.

덕분에 수치상의 성능보다도 반응성은 더욱 탁월하다. 풀스로틀 상황에서의 펀치력은 소폭 아쉽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일상 용도에 전혀 부족함은 없는 수준이다. 정확히 말하면 일상 속에 가장 효율적인 세팅을 지향했다고 설명할 수 있겠다. 특히 이번 필랑트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감속 시에 개입하는 회생제동의 이질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도록 보완되었고, 실제 필랑트는 고속 항속보다도 도심 주행 연비가 더욱 효율적으로 계측된다. 에코 모드로 10Km 가량 도심 가감속을 반복한 경우, 실연비는 21.3Km/L 수준으로 체급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무엇보다 승차감 세팅도 훌륭하다. 지리 자동차 그룹의 CMA 플랫폼을 바탕으로, 핫 프레스 포밍 강판 비율을 높이고 주파수 감응형 댐퍼를 적용하여 움직임을 조율했다. 처음 느낀 승차감은 노면을 움켜쥐는 느낌이 다소 단단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막상 요철이나 방지턱을 만나면 예상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모습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방지턱은 빠른 속도로 지나쳐도 충격은 억제하면서도 리바운드 없이 복원되는 감각이 인상적이다. 저소음 폼 타이어가 적용된 에스프리 알핀 트림은 노면 소음도 거의 없었다.

스티어링 감각이 처음에는 상당히 가벼웠으나 고속으로 올라갈수록 무겁게 조율된다. 물론 스포츠 모드에서는 세팅이 바뀐다. 코너링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동 가격대의 SUV중 날카로운 핸들링 반응은 CMA 플랫폼을 적용한 르노의 강점이기도 했는데, 필랑트도 같은 움직임을 보여준다. 스티어링 반응이 기민하고, 체급을 생각하면 후미 추종성도 준수하다. 요철에서 부드럽게 대응하던 섀시가 코너에서는 또 단단하게 차체를 지탱해 준다. 기본적인 세팅 자체가 안정성에 치중하는 편인데, 댐퍼 변경으로 부드러움을 더했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

리어 오버행이 길어지며 차체 강성은 부족해질 수 있는데 고장력 강판 비율을 더해 안정적인 움직임을 유지한 셈이기도 하다. 아무렴, 필랑트는 그랑 콜레오스와 비교했을 때 플랫폼은 동일하지만 그 외의 하드웨어는 전부 새롭게 재구성된 개념이다. 고속 주행에서 느끼는 안정성이나 정숙성까지도 한 단계 발전했다. 특히 시속 90km 이하에서는 웬만한 세단보다도 조용한 차음 성능과 가속 성능을 보여주었다. 2레벨 수준의 ADAS 장비가 편의와 안전을 더해주기도 하며, 넓은 화면의 HUD나 풀 디지털 인터페이스 등 정도 전달 능력도 훌륭했다.


어디에서든 시선을 사로잡는 과감한 디자인을 갖춘 필랑트였다. 프레임리스 그릴과 일루미네이티드 로고, 독창적인 실루엣까지 필랑트의 스타일링은 그 자체로 차별화가 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실제 느껴본 주행 질감의 완성도 또한 고급화 전략에 걸맞다. 당연히 세단처럼 편안하고 SUV처럼 실용적인 세팅은 존재할 수 없다. 최소한 필랑트는 안정적인 세팅을 지향하는 세단에는 거의 범접하는 주행성을 보여주었고, 험로 기동성이나 요철에 대한 반응은 더욱 부드럽다. 높은 연비를 바라보면 가격 또한 합리적이라 생각된다.

르노 필랑트 하이브리드 미디어 시승회에 참석했다. 필랑트의 외관 디자인은 기하학적인 디자인 요소들이 섬세함을 느끼게 하나, 차체 폼팩터부터가 진취적이고 역동적이다. 인테리어도 세심한 마감 품질이 르노만의 감성을 더하는데, 또 Ui 측면의 완성도 역시 훌륭하다. 여기에 공간과 주행의 여유를 품은 크로스오버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연결성은 정점에 다다랐고, 실제 세단 수준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보여준다. 아무래도 디자인이 가장 화두에 오를 차량 같지만, 더 많은 기술적 진보를 이룬 차종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는 결론이다.
글/사진: 유현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