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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원적인 럭셔리함 , 마세라티 그레칼레 2.0 GT 시승기

자동차 산업은 전적으로 규모의 경제가 중요시 되는 영역이다. 한때 자동차 산업을 장악했던 기업들의 공통점을 분석하자면 생산체계를 혁신했다는 점에 있다. 일례로 대량 생산 체계의 포디즘을 확립했던 미국의 포드 자동차, 그리고 대량 생산 체계의 원가 혁신을 실현했던 토요타의 JIT 전략, 그리고 스마트 팩토리를 선제적으로 구축했던 테슬라의 사례 정도가 대표적이다. 단, 원가 경쟁은 장기적인 수익성 악화라는 난제를 피해갈 수 없다. 제품에 대한 희소성이 결여될수록 부가가치를 덧붙이기 어렵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프리미엄 브랜드라 하여금 시장에서의 입지가 유리하진 않다. 자동차 판매는 단순 재화가 아닌 서비스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하며, 이럴 때일 수록 중요시되는 가치가 규모의 경제다. 자동차의 수요를 공급이 초월한다는 과잉생산론은 꾸준한 두려움으로 남아있고, 시간이 흐를수록 자동차 시장은 양극화에 치닫을 수 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자동차 시장의 다양성은 퇴보하고 있다. 더 이상 세단이나 쿠페 등 전통적인 자동차의 형식을 찾아보기 어렵고, 수익성과 범용성이 높은 크로스오버의 개발을 제조사들이 선호하는 현상이 생겼다.

대신 크로스오버의 선택지 만큼은 정말 다양해졌다. 과거에는 가격과 별개로 소장용에 가까웠던 슈퍼카나 스포츠카 브랜드들의 감성을 데일리카에서도 누릴 수 있게 된 양상이다. 특히 규모의 경제를 갖춘 기업 산하의 브랜드들은 기술과 자본을 바탕으로 단기간에 완성도 높은 SUV를 양산할 수 있게된다. 그런 크로스오버 시장속에서도 오랜 브랜드의 가치와 희소성을 간직한 모델은 마세라티의 그레칼레가 아닐까 싶다. 전통적으로 스포츠 성향을 띄고 있고, 슈퍼카와 그랜드 투어러로만 구성된 라인업중 유일하게 범용성과 접근성을 확보하고 있는 차종이다.

시승 차량은 마세라티 그레칼레 GT트림이다. 그레칼레 GT의 경우 2.0 가솔린 터보 엔진과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표준으로 탑재하고 있다. 주행 성능으로는 엔트리 사양, 상위 모델로 '모데나'와 고성능 '트로페오'가 존재하며, 순수 EV 시스템을 채택한 '폴고레'모델도 지원한다. 기본 GT 모델도 에어 서스펜션과 LSD 등 고성능 섀시가 탑재되며, 디자인의 경우 다양한 휠과 색상 조합이 가능하다. 추가로 통풍시트와 헤드레스트 로고 등으로 구성된 '기후 패키지'와 HUD, 무선충전, 자외선 차단 유리 등으로 구성된 '테크 어시스턴트 패키지'가 채택되었다.

마세라티 그레칼레의 디자인은 브랜드의 최신 패밀리룩을 고스란히 따랐다. 2020년 최초 공개했던 브랜드의 슈퍼카 'MC20'의 전면 부를 이식하고자 했다. 물론 중형 SUV의 체급을 따라 라디에이터 그릴의 크기는 확장되고, 범퍼는 두꺼워진다. 그럼에도 고성능 스포츠카의 실루엣은 느껴졌다. 헤드 램프를 차체 상단에 배치하면서 노즈가 더욱 날렵하게 가라앉고, 프레임리스 타입의 그릴이 존재감이 더욱 강화된다. 고대 건축물의 기둥을 연상시키는 그릴 바는 이탈리아 차량 특유의 웅장함이 느껴지며, DRL을 낮게 배치하여 날렵한 인상을 더했다.

측면에서 바라보는 실루엣은 더욱 독창적이다. 공격적으로 내려앉는 전면부 노즈 형상과 마세라티 특유의 헤드램프 배치가 더욱 직관적으로 나타난다. 길게 뻗어나가는 보닛과 사이드 벤트 형상 또한 이탈리아 고성능 GT의 감성을 자극했다. 루프라인은 쿠페처럼 서서히 가라앉는 실루엣인데, 윈도우 라인과 C 필러 형상을 조율하여 더욱 역동적인 프로필을 연출했다. 볼륨감이 느껴지는 웨이스트 라인도 인상적이다. C 필러에는 트라이던트 엠블럼을 부착했고, 휠 아치나 언더커버 등 차체 하단부 마감도 전부 바디 컬러로 통일하여 세련미를 확보했다.

그레칼레는 휠베이스가 2.9m를 넘어설 정도로 굉장히 긴 편이다. 유선형의 루프라인과 입체적인 웨이스트 라인 덕분에, 후측면에서 바라보는 스탠스는 더욱 공격적이다. 포지드 휠의 크기는 20인치, 정교한 스포크 형상과 컬러 마감에서는 입체감이 돋보인다. 후면 디자인 자체는 간결한 편으로, 얇고 길게 배치된 테일램프에서는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측면 도어 패널을 가르는 유선형의 캐릭터 라인은 리어 범퍼까지 부드럽게 감싼다. 또한 범퍼 하단의 디퓨저와 함께 배치된 대구경 듀얼 트윈 팁 머플러는 그레칼레의 주행성능을 은은하게 과시한다.

실내 공간이다. 12.3인치 풀 디지털 클러스터와 센터 스크린, 그리고 8.8인치 컴포트 패널과 HUD로 인터페이스를 구축한다. 센터 스크린은 차량 기능 제어와 무선 폰 프로젝션, 하단 스크린은 편의 기능을 분리 배치하여 직관성을 가져온다. 또한 스크린 중심에는 버튼식 기어를 배치했다. 센터 콘솔은 수납공간으로 구성되고, 고급스러운 가죽과 우드 트림이 만족감을 더한다. 스티어링 휠은 D 컷, 고정형 패들 시프트와 중심부 아날로그 형태의 전자시계가 모터스포츠 감성을 자극했다. 1,285W 급 Sonus faber 사운드 시스템 또한 풍부한 음향을 제공한다.

뒷좌석 공간이다. 긴 휠베이스와 완만한 루프라인을 바탕으로 넉넉한 2열 공간을 확보했다. 레그룸의 면적은 충분하고, 깊이감 또한 여유롭다. 파노라마 선루프가 적용되어 시원한 개방감을 더한다. 뒷좌석의 마감 품질 역시 독보적이며, 2열 센터를 제외한 전 좌석 헤드레스트에는 트라이던트 로고가 각인된다. 편의 기능으로는 독립 공조 장치와 시트 열선, 그리고 암레스트 컵홀더로 표준적인 구성이다. 파워트렁크 역시 기본, 적재 공간은 깔끔하게 마감되어 있다. 기본 용량은 535L로, 리어 시트는 4:2:4 비율로 평탄하게 접을 수 있다.

마세라티 그레칼레 GT에는 배기량 2.0L급 직렬 4기통 싱글 터보 가솔린 엔진이 채택된다. 또한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되는데, 고전압 시동 모터는 물론 전자식 컴프레서를 활용한 'e-부스트' 기능으로 성능을 강화한다. 그에 따라 최고 출력 330hp, 최대 토크 45.9kg.m 수준의 넉넉한 퍼포먼스를 발휘한다 변속기는 ZF의 8단 토크컨버터, 전자식 AWD 시스템과 기계식 후륜 LSD가 기본이다. 공차중량은 1,970kg으로 복합연비는 9.8km/l로 인증을 받았다. 4기통임에도 시동을 걸 때는 마세라티 특유의 묵직한 사운드가 들려온다.

전체적인 반응성은 정밀하다. 엑셀 페달을 밟으면 부드럽고 점진적으로 가속한다. 저 RPM에서는 고성능 SUV 특유의 날카로운 부밍음이 유입되다가 이내 정숙함을 되찾는다. 기본적인 스티어링 휠의 세팅도 요즘 SUV치고는 묵직하기 때문에, 고성능 차 특유의 무게감은 분명히 느껴진다. 특히 가장 크게 느껴지는 차별성은 서스펜션 세팅이다. 그레칼레에는 전 사양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이 기본 적용되며, 너무 단단하지 않게 노면을 움켜쥐는 느낌이 직관적이면서도 동시에 편안하다. 참고로 지상고는 65mm 범위로 조정 가능하다.

기본 주행모드에서 에어 서스펜션은 어느 정도 차체 흔들림을 억제하면서도 잔잔한 진동은 여과하기에 매우 안정적인 크루징 성능을 제공했다. 패밀리 SUV의 부드러움까지는 아니더라도, 불편함은 없는 수준으로 고성능 SUV 치고는 상당히 쾌적한 승차감을 보여준다. 특히 고속 안정성이나 정숙성은 패밀리 SUV로서도 그레칼레만의 강점이다. 또한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장거리는 물론 도심 주행에서의 연비를 더하고, 2레벨 수준의 ADAS 장비도 오류 없이 동작한다. 표준 상태에서 지상고를 30mm 상승하는 오프로드 모드도 지원된다.

그레칼레의 핵심은 역시 '스포츠'모드에 있다. 스포츠 모드를 활성화하는 순간 그레칼레의 모든 잠재력을 퍼포먼스에 쏟아붓는다. 스티어링 휠은 더욱 묵직한 감각으로 정밀한 조향감을 제공하고, 어댑티브 서스펜션은 감쇠력을 닫단 하게 조율해 불필요한 흔들림을 억제한다. 엑셀 반응은 훨씬 예민하게 반응하는데, 터보 엔진임에도 48V MHEV 시스템을 활용한 초반 가속력이 기대 이상으로 즉답적이다. 거의 2톤에 준하는 차체 무게가 묵직한 편이긴 하지만, 제로백은 5.3초로 민첩했다. 묵직한 무게 때문인지 체감하는 펀치력은 더욱 거칠게 느껴진다.

마세라티 특유의 사운드 역시 놓치지 않았다. 4기통 엔진인 만큼 고배기량의 묵직한 음색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나름대로 날카로운 엔진 및 배기 사운드가 긴장감을 자극한다. 특히나 고 RPM에서 울려 퍼지는 부밍 사운드는 고성능 SUV라는 점을 실감하게 한다. 그레칼레는 감성적인 자극뿐 아니라, 기계적인 밸런스 또한 훌륭했다. 에어 서스펜션은 코너를 고속으로 진입해도 차체 쏠림을 적극적으로 억제하며, AWD 시스템과 LSD를 활용한 트랙션 컨트롤은 더욱 기민한 코너링 감각과 동시에 안정적인 그립력을 유도해 준다.

330hp의 힘도 중형 SUV에게는 강력한 출력이었다. 일반적인 운전자로 하여금 운전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재미있고 안전한 수치가 아닐까 싶고, 특히나 그레칼레의 섀시 계통은 민첩한 드라이빙을 효과적을 보조해 준다. 즉, 운전자로 하여금 운전을 잘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들어 준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센터 스크린에서 터보, 토크, 오일 압력 등 퍼포먼스 탭으로 동작 상황일 직접 확인할 수 있고, 드라이브 모드 버튼 클릭 한 번으로 다시 일상용 SUV로 복귀한다. 다양한 편의 장비와 하이엔드 사운드 등 다시금 럭셔리 SUV의 감성을 제시했다.

마세라티 그레칼레 2.0 GT를 시승했다. 브랜드의 최신 패밀리룩을 중형 크로스오버에 이식했고, 특유의 고풍스러움과 스포티함을 적절하게 담아냈다. 인테리어는 상위 모델들과 더욱이 유사하며, 디지털 친화적이지만 럭셔리 브랜드만의 고급스러운 소재 감각은 독보적이다. 2.0L 엔진의 퍼포먼스나 사운드 또한 큰 불만이 없다. 다만 배기량의 한계도 분명했다면, 본격적인 하이엔드 SUV의 감성은 액티브 서스펜션에서 여전히 경험할 수 있었다. 어떠한 방면에서든 브랜드만의 감성이 곧 차별성이 되는 모습, 그레칼레를 럭셔리 SUV로 비유할 수 있는 이유다.

글/사진: 유현태

유현태

유현태

naxus777@encar.com

자동차 공학과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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