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테스트

> 리뷰 로드테스트 > 7시리즈 대표선수, BMW 740Li x드라이브 맛보기

7시리즈 대표선수, BMW 740Li x드라이브 맛보기

시장에서 디젤의 위세가 한풀 꺾인 틈을 타 수입차 업체들이 발 빠르게 가솔린 엔진 모델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BMW도 이를 놓칠세라 서둘러 기함 라인업에 핵심 가솔린 모델을 투입했다.

지난 7월 27일, 미디어 시승회를 열어 본격적인 홍보에 나선 740Li x드라이브가 그 주인공. 서울 삼성동에서 출발해 경기도 가평의 아난티 펜트하우스 인근에서 이뤄진 시승은 본격적으로 매력을 탐구하기엔 짧은 시간이었지만, 고속도로와 국도를 섞어 달리며 새로운 BMW 기함의 야무진 기본기를 맛볼 순 있었다.

740Li x드라이브는 최신 6세대 730과 750의 중간에서 가장 수요가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모델이다. 뒤에 붙은 L(Long)이 말해주듯 기본형보다 140mm 긴 차체를 자랑한다. 730 시리즈가 오너 드리븐과 쇼퍼 드리븐을 오간다면 740Li부턴 슈퍼 드리븐쪽으로 무게가 기운다.

5,238mm의 긴 차체 덕분에 안팎으로 기함의 품격을 더욱 짙게 풍긴다. 동급 모델 중 처음으로 레이저 헤드램프를 달았고 알루미늄과 가죽으로 우아하게 버무린 실내의 분위기는 형제들과 다를 바 없다. 디지털 계기판은 드라이빙 모드에 따라 형태를 달리해 직관성이 좋고 스티어링 휠의 스위치들은 조작감이 좋다. 750Li x드라이브엔 ‘바우어스 앤 윌킨스’(B&W)의 다이아몬드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이 달렸지만 740Li x드라이브의 오디오는 하만카돈 제품이다.

라이벌인 벤츠 S400L(5,250mm)보다 전체 길이는 12mm 짧지만, 휠베이스는 3,210mm나 되어 45mm 더 길다. 늘어난 휠베이스는 고스란히 뒷좌석 승객을 위한 편의로 쓰였다. 평균 키라면 동반석을 앞으로 젖히고 이그제큐티브 라운지 시팅에 엉덩이를 맡기고 다리를 쭉 뻗어 휘저을 수 있다.

최고급 나파가죽을 두른 시트는 비슷한 듯하면서도 앞뒤의 느낌이 사뭇 다르다. 1열의 경우 폭~신(?)한 느낌을 주는 데 반해 뒷좌석은 의외로 단단하다. 처음엔 다소 어색한데 시간이 지날수록 편안해지는 쪽은 당연히 뒤다. 시트가 살짝 높아 시야가 좋은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런 편안함은 살을 비비는 부분에 그친다. 귀로 들리는 나지막한 소음이 거슬리고 에어 서스펜션의 승차감은 뒤보다 앞쪽이 오히려 더 낫다. 운전석과 뒷좌석엔 마사지 기능까지 챙겼다. 물론 작은 롤러로 등을 아래위로 훑는 수준이어서 큰 기대는 금물이다.

엔진은 직렬 6기통 3.0L 터보로 5,500~6,500rpm에서 최고출력 326마력을 내고 최대토크는 45.9kgm(1,380~5,000rpm)까지 낸다. 부드럽게 치고 나가는 게 매력적인 구형 엔진과 비교하면 토크 감각이 모터와 비슷한 수준이다. 거의 회전과 동시에 묵직한 토크를 토해낸다는 뜻이다.

물론, 기함인지라 그 동작이 절대 촐랑거리지 않는다. 이를 다독이는 몫은 8단 자동변속기와 xD드라이브로 불리는 네바퀴쿨림. 넘치는 엔진 토크를 적절하게 거르며 부드러우면서도 빠르게 차체를 가속시킨다. 평상시에는 40:60으로 앞뒤에 구동력을 배분하다가 상황에 따라서 한쪽으로 100%까지 밀어낸다. 물론 이런 변화를 운전자가 눈치채긴 어렵지만 든든하다는 인상을 받기엔 충분하다. 양립하기 어려운 부드러움과 기민함의 교집합을 가장 잘 표현하는 브랜드답다.

운전석에서의 감각뿐만 아니라 수치로도 이를 증명해 주는데 정지 상태에서 5.2초면 시속 100km에 도달한다. 시속 100km로 크루징 시의 엔진 회전수는 1,400rpm 부근이고, 이미 최대토크 영역에 접어들어 있으므로 가속페달을 누르는 것만으로 지체 없이 가속이 이어진다.

기함답게 편의장비도 넉넉히 챙겼다. 그중에서도 자율주행차에 대한 관심이 뜨거우니 ‘트래픽 잼 어시스트 기능을 포함한 스티어링 및 차선제어 기능에 관심이 간다. 스티어링 왼쪽의 버튼을 이용해 활성화하면 계기판에 녹색의 핸들이 보이고 0-210km/h 사이에서 반자율주행을 즐길 수 있다.

직접 테스트해보니 차선 안쪽으로 밀어 넣는 감각이 부드러워 이질감이 적은 것은 만족스럽지만 차선이 흐리거나 어두운 곳에선 종종 작동하지 않는 순간이 있었다. 이는 7시리즈뿐만 아니라 벤츠 S클래스에서도 경험했던 문제로 아직은 운전자를 돕는 수준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야기했듯 740 시리즈는 7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라인이다. 전작인 5세대의 경우, 7시리즈 전체 판매량 중 36%가 740 가솔린 라인업이었다. 비록 맛보기였지만 이번 시승을 통해 과거의 이런 흐름을 이을 것 같은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다. BMW 고유의 스포티함과 기함의 품격을 높은 차원에서 양립했고 최근에 오르내리는 최신 장비들도 꼼꼼히 챙겼다. 판매가는 1억 5,620만원으로 740Ld x드라이브와 같지만, BMW 그룹 100주년을 기념해 300대 한정으로 1억 4,920만원까지 할인하는 등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펼치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전문가 평가

85
  • 85 파워트레인
  • 85 섀시 & 조종성
  • 85 승차감
  • 90 안전성
  • 85 최신 기술
  • 80 가격 & 실용성
  • 85 기타
박영문

박영문 기자

spyms@encarmagazine.com

부품의 기술적인 결합체가 아닌, 자동차가 지닌 가치의 본질을 탐미하는 감성 에디터입니다.

작성자의 다른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