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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냐 기본기냐 그것이 문제로다' 켄보 600 시승기

파격적인 가격으로 무장한 중국 승용 자동차가 한반도에 첫걸음을 내디뎠다. 중형 SUV의 넉넉한 공간을 국산보다 천만 원이나 싸게 누릴 수 있으며, 편의장비도 알뜰하게 챙겼다. 대신 부족한 주행성능과 조립품질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글, 사진_ 고석연 기자


켄보 600은 중국 베이징자동차(BAIC)의 수출형 모델을 담당하는 북기은상기차가 제작한 중형 SUV 로 자국에서는 환보 S6로 판매되고 있다. 중한자동차가 국내에 들여와 판매하며, 켄보에 앞서 소형 미니밴과 트럭을 선보인 경험이 있다. 승용 자동차는 '최초'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우려와 기대, 호기심이 공존한 가운데 넘겨받은 켄보 600의 키. 그리고 스스로 최면을 걸어본다. “선입견을 벗고 차에만 집중하자.”

익숙하지 않은 건 엠블럼 디자인 뿐

켄보 600의 첫인상이 낯설지 않다. 렉서스의 스핀들 그릴이 떠올랐다. 자세히 보니 크롬으로 선을 그려 놓았으며 위• 아래가 분리된 형태다. 헤드램프는 간결하지만 심심하지 않다. 3분할로 된 내부 구조와 하단의 주간 주행등의 위치가 조화롭다. 벌브와 반사판이 외부로 보이지만, 오히려 수십 개의 LED로 멋을 부린 쌍용 코란도 C의 헤드램프보다 나아 보인다.

켄보 600은 후면 디자인이 좀 더 훌륭하다. 범퍼 하단에는 반광 크롬 빛의 플레이트를 덧대고, 양쪽에는 반사경을 붙였다. 패널들 간의 눈에 띄는 단차도 없어 매끈하다. 테일게이트 중단에는 널찍한 크롬바가 가로지르고 있지만 게이트가 분할되는 ‘크램쉘’ 타입은 아니다. 리어램프를 제외한 모든 장식 요소가 중앙을 기준으로 아랫부분에 자리하고 있어 안정감이 뛰어나다. 하지만 차체의 폭이 길이나 높이에 비해 좁은 편이라 잘록해 보이는 효과는 감출 수 없었다.

기자가 켄보 600의 오너가 된다면 가장 먼저 엠블럼을 바꾸고 거리에 나설 것이다. 그만큼 다양한 디자인 요소가 어색함과 이질감 없이 매끈하게 잘 빠졌다.

만족도 높은 실내 거주성

운전석에서 앉아 켄보 600의 실내를 꼼꼼히 살펴보니 몇 개의 차종이 순식간에 스쳐간다. 두툼한 인조가죽과 우드그레인, 플라스틱을 위치에 따라 적절히 사용했다. 스티어링 휠, 계기판, 센터페시아의 디자인은 각기 다른 차종에서 빌려왔지만 공통점이 있다. 일본차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패턴이다. 송풍구와 도어 캐치 주변에도 크롬 장식을 아낌없이 사용해 눈이 부실 정로도 화려하다. 투톤 컬러를 입힌 시트는 자칫 심심할 수 있는 실내에 포인트가 됐지만, 자세히 보면 스티치의 간격과 만듦새가 꼼꼼하지 못하다.

켄보 600의 크기는 길이 4,695mm, 너비 1,840mm, 높이 1,685mm이고, 휠베이스는 2,700mm에 달한다. 싼타페보다는 조금 짧고 좁으며, 휠베이스는 같다. 한 등급 아래인 투싼보다는 너비를 제외한 모든 사이즈가 크다. 때문에 1열과 2열에서 주는 넉넉한 공간은 이 가격대에서 기대하기 힘들 정도로 우수하다.

2열 시트는 두 단계로 각도 조절이 가능한 리클라이닝 기능을 채택했다. 최대로 세운 상태는 90도에 가까워 사람이 탑승하기 힘들지만 2열과 적재 공간을 나누어 짐을 싣기에 용이하다. 트렁크의 용량은 평상시에는 1,063L, 2열을 접으면 최대 2,738L까지 늘어난다. 하지만 시트와 적재 공간 사이에 턱이 있어 완벽히 편평하지 못해 공간 활용성이 떨어진다.

답답한 변속기와 불안한 주행안정성

켄보 600은 1.5L 가솔린 터보 엔진과 수동 6단 제어가 가능한 CVT를 조합해 최고출력 147마력, 최대토크 21.9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베이징 자동차에서 직접 생산하는 1.5L 가솔린 터보 엔진은 1,620kg에 달하는 차체를 부드럽게 밀어 부친다. 터보 차저의 특성상 낮은 RPM(2,000~4,400)에서 최대토크가 발휘되기 때문에 도심에서도 운전 스트레스가 덜하다.

변속기는 네덜란드 상용차 제조업체인 DAF의 자회사 펀치파워트레인의 CVT를 사용한다. 꾸준한 가속 상황에서는 충격이나 변속 지연 등의 별다른 이상을 발견할 수 없다. 하지만 그동안 경험했던 닛산과 혼다의 무단자동변속기와는 비교가 힘들 정도로 짜여진 로직에 문제가 많았다. 급격히 엔진 회전수를 올리거나 수동 제어로 변속 상태를 바꾸면 차의 상태를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허둥댄다. 시속 100km의 항속 주행상황에서 수동 모드로 변환하자 변속 단수가 3단에서 5단까지 들쭉 날쭉하게 반응했으며, 추월 가속 상황에서 RPM을 높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일어났다. 차의 움직임을 민첩하게 제어하지 못함은 물론이고 변속기 내구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시승하는 내내 불안했던 부분은 제동 성능. 페달에 배분된 답력은 고르게 배분되어 부드럽고 여유있는 운행이 가능하다. 또한, 충분한 거리와 예측이 가능한 상황에서는 충분한 제동 성능을 보인다. 하지만 고속 주행 상황에서의 제동은 차체의 거동을 불안하게 만든다. 특히, 급제동 경보 시스템이 점등 될 정도의 상황에서는 전륜이 한쪽 방향으로 심하게 잠겨 스티어링을 단단히 잡지 않으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한다. 150km/h 정도까지 무난한 파워트레인 성능에도 불구하고 제동이 불안해 선뜻 가속이 쉽지 않다.

켄보 600의 복합연비는 9.7km/L(도심 9.2km/L, 고속 10.6km/L). 고속 구간의 비중을 60%로 200km 남짓 시승한 결과 8.06 km/L의 실연비를 나타냈다. 평소처럼 여유있게 운전하면 L당 9km 정도는 충분히 달릴 수 있다.


Editor’s point
중국 전자기기 브랜드인 샤오미의 국내 진출로 중국하면 떠오르던 ‘짝퉁’의 고정관념이 일정 부분 해소됐다. 이제는 저가로도 충분히 제 값어치를 하는 ‘가성비’의 대명사로 떠올랐으며, 켄보 600 역시 가성비가 훌륭한 어필하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는 전자기기에 비해 고관여도 상품으로 한 번 선택하면 바꾸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패밀리 SUV 선택하기에는 아직 검증과 보안의 기간이 필요하며, 브랜드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이미지 쇄신도 만만치 않은 벽이 될 것이다.

전문가 평가

79.3
  • 75 파워트레인
  • 70 섀시 & 조종성
  • 80 승차감
  • 85 안전성
  • 80 최신 기술
  • 85 가격 & 실용성
  • 80 기타(디자인)
고석연

고석연 기자

nicego@encarmagazine.com

공감 콘텐츠를 지향하는 열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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