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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크로스오버,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5 P360 R-Dynamic HSE 시승기

크로스오버의 사전적 정의는 승용차에 RV의 장점이 접목된 다목적 퓨전 자동차라고 한다. 최근 도심형 SUV라고 칭하는 대부분의 승용차가 크로스오버의 범주에 속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대신 그 근간이 정통 SUV였는지 승용 세단이었는지에 따라 유의미한 성격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고 여긴다. 승용차의 플랫폼을 계량한 SUV는 있더라도 역은 성립하지 않다는 반증이 있다. 만약 기술적 제약으로 인해 승용차의 모노코크 플랫폼이 정통 프레임 타입 SUV 수준의 강성에 도달하지 못했다면, 지금도 SUV와 크로스오버의 경계는 명확했을 것이다.

2017년, 5세대 디스커버리 L462 역시 기술적 제약을 극복하고서 모노코크 바디로 출시된다. 프레임을 혼합했던 기존 세미 모노코크 타입 IBF 플랫폼을 개혁하고, 오프로드 성능을 강화했다. 2020년에는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공개되며 대한민국 시장에도 새롭게 데뷔했다. 아무래도 랜드로버는 '레인지로버'의 브랜드 벨류가 강하지만, 디스커버리는 대중성이란 명목과 함께 고급감과 실용성을 모두 챙긴 성격을 지향한다는 차별점이 있다. 어쩌면 레저용 패밀리카를 원하는 대한민국 소비자분들의 정서에는 가장 잘 어울리는 SUV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시승 차량은 디스커버리 P360 R-Dynamic HSE 트림이다. P360은 재규어 랜드로버의 인제니움 직렬 6기통 가솔린 싱글터보 엔진을 채택한다. 디스커버리의 국내 시판 라인업중 유일한 가솔린 모델이고, 트림 구성에 따라 디자인과 편의 장비 등 크고 작은 차이가 있다. 특히 HSE 트림은 전용 익스테리어 패키지와 22인치 휠,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가 적용되고, 실내에는 메리디안 서라운드 스피커 시스템 등 편의장비가 추가된다. 올블랙 컬러가 인상적인 위 디스커버리 시승차량이다.

모노코크 바디를 채택하며 디스커버리 '5'의 디자인은 매끄러운 형태이다. 두터운 LED 그래픽과 매끄러운 라디에이터 그릴은 랜드로버의 최신 디자인 언어를 담아낸다. 사실 디스커버리 '4' 까지는 특유의 투박하고 터프한 디자인을 계승해왔기 때문에, 5세대 디스커버리의 도심형 디자인에 거부감을 느끼는 대중들도 있었을 것이다. 이를 수용하는 건 소비자들의 자유이지만, 저는 디스커버리의 미래지향적이고 듬직한 스타일링이 마음에 든다. 특히 R-다이내믹 패키지 적용을 통한 스포티한 스타일 감각에 두꺼운 SUV의 강인함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

측면 디자인에는 디스커버리의 오랜 헤리티지가 명백히 스며들어 있다. 특유의 2열 스타디움 시트 구성으로 인해 루프라인에 굴곡이 생기고, 휠 아치의 볼륨을 최대한 살려낸 모습이다. 두꺼운 C필러로 글래스를 분할한 것도 기존 디스커버리의 디자인 캐릭터와 유사하다. 반면 벨트라인과 캐릭터 라인이 차체 뒤로 갈수록 상승하는 형태로 정통 SUV의 감각과는 거리가 있는 부분이다. 어느 정도 날렵한 스탠스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현대적이 크로스오버의 분위기를 지향했다. 루프라인도 완만하게 낮아지며 역동적인 인상을 남긴다.

디스커버리는 3열 거주성을 위해 전고를 상당히 높게 세팅해 왔다. 뒷모습의 스타일링 자체는 많이 달라졌지만 전폭 대비 전고가 높아 보이는 특유의 폼팩터는 여전하다. 랩 어라운드 디자인으로 볼륨을 살리고, 가로형 LED 헤드 램프를 채택하는 등 현대적인 크로스오버의 감각을 담아낸 모습이다. 그러면서 넘버 가드를 좌측에 배치하는 비대칭형 트렁크 리드는 과거 스페어타이어의 설치를 고려하던 레이아웃을 반영했다. 전체적으로 도심형 크로스오버의 세련미와 디스커버리의 헤리티지를 적절히 섞어낸 모습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디스커버리는 인테리어 구성도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대략 7인치 크기의 LCD가 포함된 클러스터는 T맵을 지원하여 직관성과 실용성이 뛰어나고, 11.4인치 디스플레이의 pivi pro 인터페이스도 사용감이 적절하다. 패키지 옵션으로 HUD나 1열 통풍시트 등 편의 장비도 풍부한다. 그리고, 디스플레이 뒤편이나 글로브 박스, 쿨링 콘솔 박스 등 수납공간이 상당히 넉넉했다. 특히 센터터널은 2중 구조로 컵홀더와 깊은 수납공간 모두를 사용할 수 있는데, 공간이 필요하지 않을 때는 커버로 완전히 마감할 수 있는 간결함도 훌륭했다.

도어트림 상단에 위치한 윈도우 버튼과 별도의 암레스트도 디스커버리의 감성이다. 뒷좌석도 폭이 정말 넓고 천장도 높다 보니 상당히 편리하다. 전동식 리클라이닝, 독립 공조 등의 편의 장비도 당연 지원한다. 사각지대 경보 장치는 배려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3열 거주성을 위해 2열 시트 높이를 낮춰 약간 불편할 수 있다는 평도 있는데, 저는 부정적인 생각은 일체 떠오르지 않았다. 3열 시트를 접은 상태에서 트렁크 공간도 상당히 넓고 높으며 전동식 폴딩이나 후륜축 차고를 낮추는 편의 장비도 제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디스커버리의 인제니움 엔진은 에너지 효율을 위해 마찰손실을 최소화한 유닛으로 자연스레 소음과 진동도 완화되었다. 특히 직렬 6기통은 N.V.H 성능에 있어 가장 유리한 형태이고, 마일드 하이브리드방식의 48V 고전압 스타터 모터로 엔진 점화 과정도 상당히 매끄럽다. 일단 주행질감 자체가 워낙 부드럽고 조용하다 보니 사전 정보없이 운행해 보아도 가솔린 모델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높은 시트 포지션으로 시야는 탁 트여있는데, 다이내믹 에어 서스펜션이 노면 충격을 완화해 주는 느낌이 승용차처럼 부드러워 정말 편안하다.

전용도로에서 속력을 올려보면 가솔린 엔진만의 고속 펀치력을 느껴볼 수 있다. 보통 디젤엔진이라면 후반부로 갈수록 강한 가속감을 느껴보기 어려운데, P360 모델은 끝까지 힘에 부친다는 느낌이 들지 않다. 최고출력 360hp, 토크가 55kG.M이다. 수치상의 제로백은 6.4초, 스펙시트로 보아도 2.5T의 거구를 이끌기에 차고 넘치는 힘이다. 기존 IBF 프레임을 사용했던 디스커버리 4는 공차중량이 2.7T을 넘어선 바 있다. 85% 알루미늄 모노코크 바디를 채택한 5세대 디스커버리는 더욱 높은 강성과 부드러운 주행감각을 담아낼 수 있다.

랜드로버에서 설명하기로 섀시에서만 약 480KG의 무게를 감량했다고 한다. 실질적인 무게는 200Kg가량 차이 나지만 여타 편의 장비가 풍부해졌고, 항력계수를 0.33cd까지 낮추면서 상품성을 개혁한 것이다. 정통 오프로더들도 크로스오버의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아울러 오프로드 성능조차 강화하고자 했다는 내막이 있다. 터레인 리스폰스2 시스템은 다양한 지형반응 토크 백터링및 자세제어 기능을 지원한다. 에어스프링은 최대 60mm까지의 차고조절이 가능하다. 때문에 이탈각이나 도강 능력도 동급 SUV 대비 뛰어나다.

직접 오프로드를 뛰어본 건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험로 주파 능력이 뛰어날 수밖에 없는 세팅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하고 싶다. 그러면서 부드러운 승차감마저 확보했으니 디스커버리5의 주행성능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다. ZF의 8단 토크컨버터 변속기는 변속 충격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더불어 스포츠 모드에서는 터보의 응답 지연도 없이 정말 경쾌한 가속감을 느껴볼 수 있다. 굳이 아쉬운 점을 떠올리자면 7.5km/l의 연비이다. 박스 타입 바디와 높은 공차중량 가솔린 기관을 채택하니 연비가 훌륭하긴 어렵다.

뉴트럴 성격을 보이는 핸들링 감각도 예상외로 즐거웠다. 지상고를 낮춘 상태에서는 휠 스트로크 길이나 댐핑력이 생각보다 물렁거리지 않았다. 특히 톨보이 타입 바디인데도 생각보다 롤링이 심하지 않다. 차체의 물리량이 크다 보니 맹목적인 펀 드라이빙에는 무리가 있다. 단, 컴포트 세팅의 세단과 유사한 주행감과 재미를 느껴볼 수 있었다. 여기에 탁 트인 시야는 물론, HUD, 클러스터 등 뛰어난 인터페이스, 적정선에서 개입하는 ADAS 덕분에 주행 피로도가 상당히 낮았다. 고마력 엔진과 변속기까지 운전에 대한 여유를 키워주는 것이다.

차음성능도 나쁘지 않다. 그래서 타면 탈수록 만족도가 뛰어났다. 레저활동과 오프로드에 최적화된 형태로도 컴포트 세단 같은 부드러움을 지니고 있고, 원할 때는 스포츠 세단이 부럽지 않은 가속감을 발휘한다. 평소에는 정숙성이 돋보이던 직렬 6기통의 사운드도 즐겁다. 에어스프링 서스펜션의 개입이 막 극적으로 느껴지진 않아도, 뚜렷한 안정감을 놓치지 않았다. 계속 언급하지만 절대적으로 불리한 바디 스타일과 무게를 가지고 승용차의 온전함을 보여준다는 게 인상 깊은 크로스오버 SUV였다.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5를 시승했다. 뛰어난 승차감과 여유로운 출력 덕분에 정말 즐거웠던 경험이었다. 만약 디스커버리란 차량을 가지고 여행이나 레저활동을 즐긴다면, 더욱 의미 있는 하루가 될 것이라 확신이 생긴다. 풀 모노코크 바디로 변모한 디스커버리는 더욱 대중들에게 친화적인 상품성을 갖추고 있다. 소수의 소비자들이 지키고자 하는 일말의 감성도 남아있으며, 그 밖의 프리미엄 SUV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니즈까지 충족시켰다는 결론이다. 만약 오프로드와 온로드를 병행하는 라이프스타일을 가진다면 디스커버리는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유현태

유현태

naxus777@encar.com

자동차 공학과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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