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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스 자동차 코리아, 에스프리 파이널 에디션 전시

로터스 플래그십 전시장에 전시된 에스프리 파이널 에디션을 취재했다. 지난해 4분기, 로터스 자동차가 한국 시장에 정식으로 출범하며 꾸준한 홍보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전까지는 마이너 시장 경량 스포츠카를 전문으로 제조해 왔다는 점에서, 국내 시장에 큰 인지도를 적립하기 어려움이 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새로운 모회사를 만난 이후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는 중이다. 순수 전기 플랫폼으로 SUV와 세단을 양산하는 등 럭셔리 차량이나 스포츠카 애호가들에게 접근성이 낮은 자동차를 제조하고 있다.

보통의 브랜드 가치는 화려한 역사에 비롯한다. 로터스 역시 모터스포츠의 꽃 'F1'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였던 기업이다. 하지만 시장성과는 다른 개념, 화려한 GT 슈퍼카나 크로스오버를 제작하는 타사와 다르게 정통파 '퓨어 스포츠카'를 고수했던 로터스는 점차 입지가 좁아졌던 것이다. 특히 20세기 말에는 자동차 산업의 공급이 수요를 넘어선다는 과잉생산론에 비롯해, 다수 기업의 인수합병으로 시장 지배 구조에 혼란이 생긴 바 있다. 다수 스포츠카 브랜드들은 자금력이 부족했고, 말레이시아 국영기업에 인수된 로터스 엔지니어링은 네트워크도 부진했다.

로터스 에스프리는 그런 로터스 자동차의 20세기 마지막을 장식했던 럭셔리 GT다. 그 역사는 1970년대로 거슬러간다. 1976년, 우리나라에는 현대 '포니'의 디자이너로 잘 알려져 있는 조르제토 주지아로의 손길을 거쳐 경량 미드십 스포츠카로 시장에 데뷔했다. 주지아로는 '쐐기형 디자인'의 장인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최근 현대차가 복원 사업을 진행했던 현대 포니 쿠페와도 스타일링이 유사다. 아울러 폭스바겐 골프나 BMW M1, 그리고 영화 백 투 더 퓨처의 타임머신으로 활용된 'DMC-12 드로이안' 또한 주지아로의 작품이다.

그렇듯 실물로 접한 에스프리의 첫인상은 상당히 납작하고 매끄러워 보였다. 그리고 제원 대비 크기가 꽤 크게 느껴진다. 경량 스포츠카의 대명사 로터스답게, 1세대 에스프리는 2.0L급 직렬 4기통 엔진과 5단 변속기를 배치하여 공차중량은 1300KG 아래로 유지했다. 공기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리트렉터블 헤드램프를 적용했고, 전시 차량보다도 더 낮고 날카로운 쐐기형 디자인이 특징이었다. 그 모서리의 날카로움이 마치 종이를 접은듯한 예리함에 비유하곤 한다. 영화 007 시리즈에 출연한 것으로도 유명세를 쌓았다.

전시 차량은 5세대 로터스 에스프리다. 1993년부터 2004년까지 양산되었던 모델이다. 그중에서도 최후기형으로 양산되었던 V8 파이널 에디션 모델이다. 앞서 초대 로터스 에스프리는 직렬 4기통 엔진을 탑재했다고 설명했지만, 5세대에 이르러 3.5L급 저 배기량의 V8 트윈터보 엔진을 탑재한다. 경쟁 차종들이 점차 고배기량, 고출력 엔진을 탑재하고 2.2L급 엔진의 터보래그가 비판받는 내용을 의식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공차중량은 1380Kg에 불과하다. 2009년에 공개되었던 로터스 에보라보다 가벼운 수치다.

경량 스포츠카치고 실내가 고급스럽고 편안해 보였다. 대시보드를 감싸는 검은색 가죽, 시트나 도어트림, 센터콘솔 등을 감싸는 붉은색 가죽이 사치스러움을 남긴다. 에어컨과 카세트 플레이어, 버튼식 윈도까지 확실히 퓨어 스포츠 카보다는 GT의 성격에 가깝다. 변속기는 수동 5단, 사이드 브레이크가 좌측에 따로 핸드레버로 위치한다는 점이 신기했다. 의외로 스티어링 휠은 넓은 직경에 그립이 얇았으며, 선루프가 거의 통창 수준에 가까워 시원한 개방감이 전해졌다.

리어 윈드 실드 사이로 비치는 엔진이 미드십 슈퍼카만의 낭만일 것이다. 에스프리는 엔진 커버로 깔끔하게 마감되어 있다 보니 과시적인 패키징은 아니었다. V8 트윈터보 엔진의 최고출력은 355마력, 최대토크는 40.8Kg.M 이라고 한다. 제로백은 4.8초, 가벼운 중량과 이상적인 무게비는 단순한 가속성능보다도 코너링의 주행성능에서 본연의 퍼포먼스가 반영될 것이다. 배기량이 낮아서인지 생각보다 엔진 블록의 크기도 작았다. 그 뒤에 남는 잔여 공간은 깔끔하게 마감되어 트렁크로 활용되는 모습이다.

보닛 상단에는 냉각을 위한 에어덕트가 마련되어 있다. 트렁크 부분 상단은 깔끔하게 마감되어 있고, 큰 크기의 스포일러가 시선을 이끈다. 후면 디자인은 간결한 구성이다. 딱히 특징이랄 게 없는 4포인트 테일램프와 로터스 배지, V8 엠블럼, 그리고 에스프리 레터링이 프린팅되어 있다. 차체 중심에 모여있는 듀얼 머플러가 눈에 띈다. 배기 라인에는 두꺼운 방열판이 부착되어 있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전폭 대비 전고가 상당히 낮아 보인다. 측면에서 바라보아야 리어 스포일러의 크기가 체감 가게 된다.

전반적인 디자인이 통상적인 럭셔리 GT처럼 화려하거나 과시적이지 않다. 거의 직선과 넓은 면을 사용했고, 미드십 특유의 비율도 쐐기형이라 그런지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대신 동급 스포츠카에서는 오히려 단정해 보이는 스탠스 자체가 특징이라면 특징처럼 느껴진다. 이제는 안전 등의 문제로 볼 수 없는 팝업 헤드램프를 적용하고 있기도 하디. 우선적으로 '납작하다'는 표현이 떠오를 수밖에 없는데, 다른 차량과 직접 비교가 된다면 그러한 분위기는 더욱 확실해질 것이다.

방문 당시에는 로터스 최후의 경량 스포츠카 '에미라'도 전시 중에 있었다. 에스프리와 마찬가지로 미드십 구조를 택하고 있고, 옵션 구성에 따라 수동 변속기를 탑재할 수 있다. 또 서스펜션 세팅도 스포츠 셋과 투어링 셋 중에 설정할 수 있다고 한다. 엔진은 토요타와 AMG로부터 공급받는 방식, 최소한의 편의 장비를 갖추면서도 공차중량은 대략 1.4T에 머물고 있다. 다만 보다 적극적으로 공기를 다루고자 하는 듯, 날카롭고 역동적인 에미라의 디자인은 에스프리와 완전 결이 다른 미드십 스포츠카처럼 느껴진다.

에스프리 자유관람은 2월 29일까지 진행된다고 한다. 앞으로 로터스는 순수 전기 자동차 브랜드로 재림할 것이다. 에미라는 최후의 경량 스포츠카라 했다. 곧 소형 스포츠 쿠페가 출시한다 한들, 고출력 모터와 배터리를 배치한다면 중량은 훨씬 증가한다. 그래도 전기차 시대에서도 로터스 엔지니어링의 경량화 노하우와 공기를 다루는 실력은 훌륭한 자산이 되어주지 않을까 싶다. 탄소중립은 모든 스포츠카 브랜드에게 주어진 과제다. 선도적으로 전동화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로터스가 다시금 명품 스포츠카 브랜드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날을 기약하여 본다.

유현태

유현태

naxus777@encar.com

자동차 공학과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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