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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곡차곡 쌓아 온 출발, 이니시움

11월 2일은 수소의 날입니다. 올해 지정된 법정기념일이죠.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소경제의 중요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법정 기념일 지정을 추진했다고 밝혔습니다.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되면 수소경제로의 이행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요.

수소경제는 수소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경제 산업 구조를 뜻합니다.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시스템에서 벗어나 수소를 주된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것이죠. 전기 발전 열 생산부터 자동차, 선박, 열차, 각종 기계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에서 수소를 활용도를 높이고, 수소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저장하며 운송하는 데 필요한 모든 산업과 시장의 성장도 추구하는 경제 시스템입니다.

에너지를 90% 이상 수입하는 한국에서 수소경제로의 전환은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의 해외 의존도를 낮출 수 있고 수소차, 연료전지와 같은 미래 유망 산업에서 경쟁력도 갖출 수 있죠. 수소경제로 전환은 새로운 경제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셈입니다. 물론 주된 에너지원을 친환경 에너지로 바꾸는 것도 큰 의미가 있고요.

지난주 서초구 세빛섬에서 수소의 날 기념식 행사가 열렸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현대차가 내년 상반기 출시할 새로운 수소전기차의 콘셉트카도 자리했습니다. 27년간 현대차가 연구한 수소전기차의 기술이 집약된 이 모델의 이름은 이니시움. 라틴어로 시작과 처음을 뜻한다고 하네요. 수소경제로의 전환과 본격적인 수소사회를 여는 선봉장이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인가 봅니다.

새로운 디자인

이니시움은 수소 에너지의 가능성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됐다고 합니다. 특히 수소가 가진 순수하면서 강인한 본성에 말이죠. 이니시움에서 차를 이루는 스틸의 자연스러운 탄성과 소재에서 느껴지는 강인함이 두드러지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현대차는 이를 아트 오브 스틸(Art of steel)이라고 부르더군요.

램프에는 현대차그룹의 수소 밸류 체인 사업 브랜드인 HTWO의 심벌을 형상화한 디자인이 적용됐고 SUV 다운 면모도 자랑합니다. 이를테면 볼륨감 있는 펜더, 21인치 휠, 견고함을 강조한 도어의 그루브 패턴 디테일 같은 것들.

현대 제네시스 글로벌 디자인 담당 이상엽 부사장은 이니시움을 두고 “운전자의 경험을 디자인한다는 신념 아래 수소 전기차를 선택하는 이가 추구하는 가치뿐만 아니라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과 퍼스트 무버로서의 자부심을 담고자 했으며, SUV가 주는 견고함과 단단함도 강조한 모델”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이니시움의 주행 가능 거리는 650km를 상회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소 탱크 저장 용량을 키우고 공기역학을 고려한 에어로 다이내믹 휠과 구름저항이 적은 타이어가 적용되면서 이뤄낸 결과라고 합니다.

연료 전지 시스템과 배터리 성능도 향상되어 모터 출력은 최대 150kW로 도심과 고속도로에서 답답함 없는 주행 성능을 구현할 것으로 기대 중이랍니다. 9 에어백 시스템이 탑재되고 전방 다중 골격 구조와 측면 차체 구조가 강건화되어 안전 측면에서도 부족함이 없을 거라는 게 현대차의 설명입니다.

2열 레그룸과 헤드룸은 여유롭게 확보된 실내 공간에선 시트 백 리클라이닝 각도, 리어 도어 오픈 각도를 넓히는 등 쾌적한 탑승 경험에도 신경을 쓸 거라네요. 수소 전기차에 특화된 편의 사양 있다고 합니다. 그중 하나는 루트 플래너. 목적지까지 이동 중 수소 충전소를 경유할 때 최적의 경로를 안내해 주는 기능인데요.

충전소의 운영 상태와 충전 가능 여부 등 세부 정보도 확인 가능하답니다.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실내외 V2L 기능도 지원하는데, 그 중 실외 단자는 220V 가정용 콘셉트에 직접 연결이 가능하도록 설계해 활용도를 높이겠다고 합니다.
전기차도 지지부진한 요즘, 갑자기 나타난 수소전기차인데 보기보단 뜬금없진 않습니다.

꽤나 진심인 편

현대차는 수소 에너지가 청정하고 무한하며 어디에나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특히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이 가능하고 에너지 밀도가 높아 저장과 수송에 강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일찍이 환경, 에너지, 자원과 같은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에너지로 수소의 가능성에 관심을 가져온 거죠. 현대차가 수소 연구개발을 전담하는 조직을 만들고 수소전기차 개발을 시작한 때가 1998년입니다. 2년 뒤엔 미국의 연료전지 전문 업체 UTC 파워와 공동 개발한 수소전기차를 처음 선보였고, 2004년엔 독자 개발 스택을 탑재한 수소전기차를 만들었습니다.

2013년엔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의 본격적인 양산 체제를 갖췄고 투싼ix Fuel Cell를 거쳐 2018년, 넥쏘를 출시했습니다. 승용 부문에만 한정되진 않았습니다. 현대차는 2017년부터 도심형 수소 전기 버스, 수소 연료 전지 시스템을 탑재한 고속형 대형 버스, 수소 전기 대형 트럭 등도 꾸준히 선보이고 있으니까요.

지난 6월, 현대차는 현대모비스로부터 국내 수소 연료 전지 사업 인수를 완료하면서 관련 설비와 자산을 비롯해 R&D 및 생산 품질 인력 등 기술력과 자원을 한곳에 모아 기술 혁신과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바 있습니다. 기술력과 자원을 통합해 수소연료전지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수소전기차를 넘어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수소연료전지 판매를 확대해 궁극적으로 수소 생태계의 실현을 가속화할 목적으로요.

참고로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은 수소전기차의 가격, 연비 등 시장성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부품입니다. 현대차는 R&D 영역과 생산 영역의 밸류 체인 연결을 통해 수소연료전지의 성능, 내구성, 품질을 향상시켜 수소전기차 보급 확대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하고자 한다네요.

올해 초 CES에서 수소 밸류 체인 사업 브랜드 HTWO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수소 에너지로의 전환은 미래 세대를 위한 것이라며 역량을 결집해 수소 관련 사업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분명하게 밝히기도 했었죠.

공식적인 발표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지난달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페스티벌을 함께 개최한 현대차와 토요타가 모터스포츠 문화 벌전을 넘어 함께 손잡고 더 나은 사회와 모빌리티 미래를 향해 나아가겠다고 전했던 만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비롯해 수소연료전지와 수소차 기술 개발과 생산에 관련해서 협력이 예상된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무튼 현대차는 내년 이니시움의 실제 양산 모델 출시를 시작으로 수소 버스와 수소 트럭 판매 확대를 통해 수소 모빌리티 대중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수소 전기차를 중심으로 자원 순환형 수소 생산부터 충전 인프라까지 내다보는 건데요. 더 나아가 수소의 생산, 저장, 운송 및 활용의 모든 단계에서 다양한 환경적 특성과 니즈에 맞춰 단위 솔루션을 결합하여 최적화된 맞춤형 패키지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통해 수소 생산부터 활용까지 수소 산업의 성장을 견인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현실은 녹록지 않지만요.

다가오는 미래, 가까워지는 현실

수소차 판매량은 2022년 약 2만 700대를 기록한 이후로 감소했습니다. 지난해 판매량은 1만 6000여 대. 올 상반기 판매량은 6000대에도 미치지 못하는데 이는 작년 상반기와 비교했을 때 30% 이상 감소한 수치입니다. 국내 한 매체는 수소차의 보급이 더딘 이유로 비싼 가격과 충전의 불편함을 꼽기도 했는데요. 전기차보다 20% 이상 비싼 가격도 부담이지만 선택할 수 있는 수소차는 매우 제한적이며 충전소 등 인프라도 부족해 운행에도 어려움이 적지 않다는 겁니다. 수소충전소는 아직 400기에 미치지 못합니다.

비용도 문제입니다. 탄소 배출 없이 재생 에너지로 생산하는 수소는 가격이 높아 실효성이 떨어지거든요. 만약 기술적으로 수소 생산 비용이 줄어들게 되면 더 많이 생산할 수 있고 그럼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한 자동차도 많아지면서 가격이 다운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와 함께 수소연료전지의 상품성과 성능이 개선되어야 하고 수소 충전소도 더 늘어나야겠죠.


수소차와 연료전지를 양대 축으로 삼아 수소경제 선도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로드맵을 제시했던 정부이기에 국내 수소 산업 생태계 조성과 발전을 위한 여러 지원을 지속해 오고 있습니다. 원활한 민관 협력을 바탕으로 미래가 한층 더 가까워진 만큼 현실 속 문제에 대한 가시적인 해결책도 더욱 두드러지길 바랍니다. 그렇게 된다면 이니시움은 새로운 에너지에 기반한 새로운 사회를 여는 출발점으로 기억될 수 있지 않을까요?

반박 시 님 말이 다 맞아요.

글 이순민
사진 HK PR Center, motie.go.kr, korea.kr

이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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