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틀리 모터스 코리아의 ' 더 뉴 컨티넨탈 GT 스피드' 런칭행사에 참석했다. 10월 31일, 제4세대 컨티넨탈 GT 스피드, 그리고 컨버터블 사양 '컨티넨탈 GTC 스피드'까가 한국 시장에 정식으로 출시되었다. 컨티넨탈 GT는 '럭셔리 그랜드 투어러의 정수'로써, 벤틀리의 코어 모델을 담당해왔다. 특히 세계 3대 명차로 알려지는 브랜드 중, 벤틀리는 젊고 스포티한 성향까지 겸비하는 성격으로 럭셔리 쿠페의 장르에 제격이다.이번 컨티넨탈 GT 스피드는 풀체인지와 함께 역사상 가장 강력한 퍼포먼스를 구현했다고도 한다.
자동차의 가치는 브랜드가 정하는 법다. 정확히는 브랜드에 내재되어 있는 가치가 차량 출시가의 상한선을 정의할 수 있다. 그런데 브랜드가 가진 무형의 가치라는 힘은, 결국 원점으로 돌아서 대중들의 반응에 의해 결성되는 법이다. 벤틀리는 세계 3대 명차로 알려진다. 영국 태생의 기업으로서 대략 105여 년에 걸친 역사를 쌓아왔다. 그 시작부터 최고의 자동차를 지향해 온 기업이었고, 특히 이번 컨티넨탈과 같은 '럭셔리' 시장에서 오랜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고급스럽지만 빠르고, 무엇보다 '소수'를 위해 만들어진 자동차였다.
원래 자동차 산업의 태동기에는 모든 기업들이 최고의 차를 만들고자 했을 것이다. 자동차라는 소유물 자체가 부의 상징이었던 시절이었다. 그 이후 2차 산업혁명과 태평양 전쟁, 오일 쇼크 등 많은 경제 위기를 겪은 기업들은 저마다의 생존 전략으로 생산성을 키우고 판매량을 늘려왔다. 실제 벤틀리 같은 하이엔드 브랜드들은 대부분 재정적으로 안정되었던 시기가 극히 짧았을 것이다. 그런 인고의 시간을 겪고서 자사의 신념을 유지해 왔다는 것, 비로소 소비자들이 브랜드의 가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명차'의 반열에 오르는 사이클이다.
최고의 차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온 벤틀리의 주력 시장이 '그랜드 투어러'였다. 넉넉한 공간의 여유를 가진 스포츠카, 과거로 갈수록 인류는 자동차의 최고 시속에 대한 열망이 강했었다. 실제 벤틀리는 르망 24를 비롯한 모터스포츠에서 훌륭한 성과를 이루었던 기업이기도 하다. 그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물려받는 차종이 바로 '컨티넨탈 GT'라는 의미다. 2003년 폭스바겐 그룹의 산하에서 출시된 차종으로 각종 디비전이나 세단형 '플라잉 스퍼'로도 파생된 바 있고, 2017년에 공개된 3세대를 거쳐 대략 11년 만에 새롭게 공개되는 4세대 컨티넨탈 GT다.
행사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벤틀리 큐브 전시장에서 진행되었다. 루프탑에서 벤틀리 모터스 코리아 총괄 이사장 크리스티안 슐릭의 간단한 환영식이 있었고, 자유롭게 차량을 관람하는 방식이었다. 이번 행사에서는 총 3대의 컨티넨탈 GT 스피드가 공개되었고, GTC 스피드 모델도 공식적으로 출시된 상태다. 원래 '스피드'라는 명칭은 V12 엔진을 탑재한 벤틀리의 하이 퍼포먼스 라인업에 덧붙여졌다. 이번 출시 모델은 V8 엔진을 바탕으로 하나, '울트라 퍼포먼스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결합하여 '역대 가장 강력한 일반 도로용 벤틀리'가 되었다.
차세대 컨티넨탈 GT 스피드의 디자인은 1952년 출시했던 'R-타입 컨티넨탈'의 헤리티지를 계승했다. 사 측 설명에 따르면 1959년 이후, 벤틀리의 양산 모델 중 최초로 싱글 헤드 램프를 채택했다고 한다. 해당 싱글 헤드램프 디자인은 벤틀리의 코치 빌트 프로젝트였던 '바칼라'와 '바투르'의 것을 연상시킨다. 타원형을 파고드는 수직선 형태의 DRL 라인이 강렬한 카리스마를 남기고, 하단에 배치된 매트릭스 LED 램프는 120만 개의 소자로 결성되어 최상의 조광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더 뉴 컨티넨탈 GT의 가장 큰 차이점이었다.
대담하게 자리 잡은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이 웅장함을 더한다. 헤드램프보다 낮게 포지셔닝 되어 있고, 수평성이 강조된 프런트 범퍼와 함께 역동적인 실루엣을 구현해 준다. '스피드'답게 크롬 소재를 최대한 배제한 모습도 인상적이다. 물론 무한한 색상 조합이 가능하겠지만, 22인치 블랙 휠과의 조화도 정말 매력적인 부분이었다. 후면 디자인에서는 테일램프와 트렁크 리드, 배기 파이프와 범퍼 등 모든 부분이 새롭게 디자인되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작은 차이를 통해 헤리티지를 계승하고자 하는 모습이며, 그 디테일이 놀랍다.
아무렴 벤틀리 컨티넨탈 GT는 세부적인 디자인 요소보다도 전체적인 '실루엣' 자체에 대한 가치를 높게 평가할 수 있다. '휴식하는 맹수의 자세'를 형상화했다고 하는 디자인의 언어, 보닛에서 리어 펜더로 연결되는 우아한 드로핑 라인과 깊은 굴곡으로 시선을 이끄는 웨이스트 라인의 조화가 이상적이다. 쿠페의 정석과도 같은 수려한 루프라인은 컨티넨탈 GT만의 독보적인 지위를 표명한다. 헤드램프가 하나로 합쳐지거나 범퍼의 디자인이 바뀌거나, 물론 신차로서 그 차이도 중요하겠지만 본연의 가치는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고 있다.
같은 플랫폼과 레이아웃을 유지하면서 실내 디자인에 큰 차이는 없었다. 역시 디테일의 차이를 보인다. 새로운 퀼트 패턴과 자수, 다크 크롬 스펙 등 인테리어 트림이 제공되며, 벤틀리가 새로운 형상의 도입보다는 '개인화' 옵션에 집중하고 있는 시기이다. 컨티넨탈 GT의 가장 호화로운 장비는 '로테이팅 디스플레이'가 아닐까 싶다. 12.3인치 고해상도 센터 디스플레이는 설정에 따라 순수한 베니어와 아날로그 다이얼 등으로 물리적인 구성 자체를 변경할 수 있다. 30 컬러 무드 라이팅 기능과 함께 고급스러운 실내 분위기를 완성하게 된다.
포근한 시트에 잠시 앉아 느끼는 컨티넨탈 GT는 확실한 격을 품고 있다. 눈에 보이는 모든 소재부터 느껴지는 질감까지, 하나하나 장인 정신이 담겨있다. 럭셔리 쿠페에서 빠질 수 없는 오디오는 영국 하이엔드 브랜드 'Naim'이 개발한 2200W 급 18채널 스피커가 옵션으로 제공된다. 기본 뱅앤 올룹슨 오디오는 1500W 급, 전시 차량은 선주문을 받았던 '퍼스트 에디션' 사양으로 헤드레스트나 도어스커프 등 곳곳에 전용 엠블럼이 각인되어 있기도 했다. 추가로 풀체인지와 함께 첨단 사양을 보강하여 Ui나 공기 청정 기능을 강화했다고 한다.
컨티넨탈 GT는 2+2 시트 구성의 럭셔리 쿠페다. 그 실루엣과 장르의 특성으로 인해 아무리 대형 쿠페일지라도 2열 공간이 여유롭진 않다. 그래도 쿠페 중에서 구분하고자 한다면 당연히 넓고 여유로운 편에 속한다. 의외로 안락함이 느껴지기도 하는 리어 시트는 마찬가지로 온갖 고급 소재와 가죽으로 전부 마감되어 있다. 센터 콘솔에는 수납식 컵홀더가 마련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트렁크가 넓지는 않다. 새로운 파워트레인과 오디오 시스템 탑재에 따른 용량 타협도 있고, 원래 뒷좌석을 짐공간으로 인식하는 경향도 있다.
역사상 가장 강력한 일반 도로용 벤틀리, PHEV 시스템의 바탕이 되는 4.0L 급 V8 엔진만 해도 600마력의 최고출력을 발휘한다. 약 190마력의 구동 모터와 결합하여 합산 782HP 최고 출력과 102.2Kg.m 수준의 최대 토크를 구현했다. 8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와 E-LSD를 통해 구동력을 배분하며, 제로백은 3.2초, 최고 시속은 335kM에 달한다. 순수 전기 동력으로만 190Hp, 45.9kg.m의 힘을 내며, 최고 시속 140Km까지 주행할 수 있다. 배터리 용량 25.9 kwh, WLTP 기준 81KM의 항속거리를 지니며 '지속 가능한 럭셔리'를 실현했다.
출력이 높아질수록 이를 받아들이기 위한 섀시 성능도 강조되는 법이다. 더 뉴 컨티넨탈 GT에는 이른바 '퍼포먼스 액티브 섀시'라 하는 섀시 제어 시스템이 도입된다. 공차중량 2459kg, 우선 배터리 탑재를 통해 전후 49:51이라는 이상적인 무게 배분을 실현한다. 전륜 10p 브레이크, 48V 안티 롤 컨트롤, 올 휠 스티어링, 전자식 리미티드 슬립 디퍼렌셜, 차세대 ESG 컨트롤 로직 등 어떠한 상황에서든 안정적인 트랙션을 유지해 준다고 한다. 그 바탕이 되는 서스펜션은 트윈-밸브 댐퍼와 듀얼 챔버 에어 서스펜션으로 각 바퀴의 독립적인 현가 제어를 지원한다.
결과적으로 가장 강력한 퍼포먼스를 지닌 벤틀리 '스피드'와 극한의 럭셔리함을 품은 '컨티넨탈 GT' 고유의 성격을 함께 누릴 수 있게 된다. 더 뉴 컨티넨탈 GTC는 소프트톱 전동 루프 시스템을 탑재하여 48Km/h 이내에서 19초 만에 루프 개폐가 가능하다고 한다. 더 뉴 컨티넨탈 GT 스피드와 GTC 스피드는 영국 크루 공장에서 수작업으로 생산되며, 판매가는 각각 3억 4,610만 원, 3억 8020만 원으로 책정되었다. 2025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더 뉴 컨티넨탈 GT와 GTC 뮬리너도 사전 주문을 받고 있다고 한다.
벤틀리의 제4세대 더 뉴 컨티넨탈 GT 런칭 행사에 참석했다. 그야말로 럭셔리의 정점을 담고 있다. 변화에 변화를 거듭해 왔고, 이제는 제품성의 변화보다 소비자의 성격에 맞는 '개인화'에 집중하는 벤틀리다. 때문에 모델 체인지의 차이가 다채롭진 않더라도 전시장에 준비된 3대의 차량 모두 각양각색의 스타일링을 갖추고 있었다. 그와 함께 가장 고도화된 PHEV 시스템을 도입하며 지속가능성을 품은 스포츠 쿠페로 자리잡는다. 역대 가장 다채로운 라인업을 지니게 된 벤틀리 모터스 코리아, 하이엔드 브랜드 중에서도 그 입지가 강해지고 있다.
글/사진: 유현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