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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비에 H?

지난주 현대차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아이오닉 9을 선보였습니다. 5m가 넘는 길이에 3m 이상의 휠베이스를 갖춘 아이오닉 9은 E-GMP에 기반한 3열 대형 전기 SUV입니다. 110.3kWh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으로 최대 532km까지 주행이 가능하며, 사륜구동 모델 기준 최고 출력 226kW, 최대 토크 605Nm의 성능을 발휘합니다. 브랜드 최초로 적용된 카메라 클리닝 시스템을 비롯해 현대 AI 어시스턴트, FoD 서비스 등이 특징입니다.

참고로 FoD는 Features on Demand의 약자로 자동차 구매 후에도 블루링크 스토어에서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원하는 기능을 추가할 수 있는 서비스라고 하는데요. 아이오닉 9 전용 FoD 상품으로는 전/측방 주차 충돌 방지 보조,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2 기능이 포함된 파킹 어시스트 2, 클러스터와 내비게이션 화면을 취향에 따라 바꿀 수 있는 디스플레이 테마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FoD 서비스 상품이 적용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새로운 디자인과 기능의 신차만큼 눈길이 가는 소식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현대자동차와 GM의 배지 엔지니어링(Badge engineering)입니다. 미국 자동차 전문 매체 모터 1(motor1.com)은 매일경제 영문 뉴스 펄스(Pulse)의 보도를 인용해 현대차와 GM의 배지 엔지니어링 가능성에 대해 전했습니다. 콜로라도에 ‘H’가 부착될 수도 있다면서요.

배지 엔지니어링은 한 제품에 다른 배지(엠블럼)를 부착해 각 브랜드마다 따로 판매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배지만 바꿔 붙이는 거라 리배징(Rebadging)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제품 개발과 생산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면서 신 모델을 선보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배지 엔지니어링의 이점에 일찍이 주목했던 브랜드 중 하나는 GM이고요.

GM의 역사를 보면 미국의 여러 업체들을 인수합병하면서 체급을 키워왔는데요. GM이 만든 자동차에 쉐보레, 뷰익, 폰티악 등 산하 여러 브랜드들의 엠블럼이 붙여지기도 했습니다. 엠블럼에 따라 외관과 구성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기도 했지만 하나의 제품을 다르게 포장해서 판매한 셈입니다. 이를테면 쉐보레 캐벌리어. GM J 플랫폼으로 만들어진 이 차는 뷰익 스카이호크, 폰티악 선버드 등으로 팔리기도 했습니다.

신차를 만드는 데 소요되는 비용 절감과 함께 판매망 확대 효과도 누릴 수 있습니다. 특정 브랜드만 론칭된 곳에선 그 브랜드의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자동차를 수출하는 경우에도 이득이 있습니다. 수출 대상 국가에서 잘 알려져 있지 않거나 타국의 제품에 대해 특별하게 경계한다면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미국에서 외국 자동차 업계의 전망이 그리 밝진 않습니다. 앞으로 미국에서 활동이 축소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인데요. 이러한 우려 속에서 미국 기업인 GM 과의 협력은 현대차에게 도움이 될지도.

그렇다고 배지 엔지니어링이 좋기만 한 건 아닙니다. 무분별한 배지 엔지니어링은 브랜드와 제품 간의 차별성을 희미하게 만듭니다. 또한 품질 개선 보다 생산, 제조, 판매의 효율성에 초점이 더 맞춰지고, 트렌드와 소비자의 니즈에 걸맞은 신속한 대응이 이루어지기도 쉽지 않습니다. 결국 상품성이 악화되는 거죠.

현재까진 배지 엔지니어링은 확정이 아니라 실현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하니 GM에 부착될 현대차의 엠블럼이나 현대차에 붙여질 GM의 엠블럼은 조금 더 기다려봐야겠습니다. 전해지는 바로는 배지 엔지니어링이 아니면 함께 픽업트럭을 만들 수도 있다는데요(혹은 둘 다 할 수도 있고). 아무튼 양사가 공동 개발을 추진하는 픽업트럭은 그 수요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는 중남미 지역을 타깃으로 한다네요.

여러 승용차를 만드는 현대차지만 픽업트럭만큼은 아닙니다. 물론 산타 크루즈가 있긴 하지만 현대차의 픽업트럭은 세단이나 SUV 만큼 형태나 크기가 다양하진 않잖아요. 현대차에게 낯선 분야이기도 하고. 그래서 현대차가 판매 볼륨을 더 늘리기 위해선 약 290조 원 규모의 픽업트럭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는 게 매일경제의 지적입니다.

북미에서 픽업트럭 시장 1, 2위를 오가는 GM은 파트너로 적합할 수 있다는 거죠. 상대적으로 부족한 픽업트럭 라인업을 신속하게 강화하고 시장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파트너로요. GM 입장에서도 연구 개발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난 역사를 돌이켜 보건대 이론상 서로에게 이득일지라도 그 결과가 항상 좋았던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기대가 되긴 하네요. 다른 브랜드의 자동차에 붙여질 H가 신기할 것 같거든요. 아이오닉 9의 디자인만큼.

반박 시 님 말이 다 맞아요.

글 이순민
사진 HK PR Center, Hyundai Motor America, Chevrolet

이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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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yalblue@enc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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