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수입 자동차 시장 판매량 1위는 테슬라의 모델 Y가 차지했다. 그리고 2위는 메르세데스-벤츠의 E클래스였다. 2025년 전체 판매량은 2만 8688대, 3위 5시리즈의 2만 3876대 실적보다 약 5000대 가량 높은 실적이다. 다시 말해, 여전히 프리미엄 세그먼트에서는 E클래스의 한국 시장 선호도가 독보적이다. E클래스는 대한민국 누적 판매량 30만 대의 벽을 넘어선 유일한 수입 차이자, 전체 시장 점유율 10% 이상을 차지하는 중이다. 최다 판매 수입차라는 타이틀은 곧 모델Y에 따라잡힐 가능성이 있지만, E클래스는 '프리미엄' 마켓을 지향한다.

단, 아무리 프리미엄 세단이라도 판매량이 늘어날수록 독점성은 반비례하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E클래스가 높은 판매량을 기록할 수 있던 이유 중 하나는 최하위 트림 'E200' 사양을 중심으로 한 프로모션 전략이었다. 일부 딜러사는 최대 할인 비율이 18% 이상에 달할 정도로, 치열한 가격 할인 경쟁이 벌어졌다. 경기 악화 속에서도 목표 실적을 달성하기 위해 유통 마진을 최소화한 셈이다. 실제 2만 8688대의 판매량 중 1만 5567대, 다시 말해 50% 이상의 판매 비중이 E클래스의 엔트리 트림 E200이었던 근황이다.

결과적으로 벤츠 코리아는 이른바 '직판 판매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정식 명칭은 ROF, Retail of the Future라는 의미다. 투명한 가격 정찰제로 무리한 할인 경쟁을 억제하고, 딜러사와 고객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구조를 지향한다. 본질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재고하기 위한 목적이다. 정식 시행은 올해 2분기 목표로 알려진다. 다만 프리미엄 브랜드에게 차량 구매 과정을 맨투맨 케어가 아닌 온라인에 의탁한다는 점, 그리고 프로모션 축소 시 판매량에 대한 즉각적인 타격을 어떻게 감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번 시승차량은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의 디젤 사양 E220d 4MATIC EXCLUSIVE 트림이다. 2.0L 싱글 터보 디젤 엔진과 마일드 하이브리드, 컴포트 서스펜션, 고급감을 강조한 디자인과 다양한 편의 장비로 구성된다. 디젤 엔진 선호도가 낮아지면서, 지난해 판매 비중은 저조했다. 옵션 트림도 익스클루시브 단일 사양으로만 제공된다. 한편으로 26년형 최신 모델부터는 발광 라디에이터 그릴 기본 적용되고, 19인치 휠 디자인이 기존 E350e와 동일하게 변경된 바 있다. 가격은 대략 170만원 인상되며, 타 옵션 트림에 비해서는 인상률이 낮았다.

E클래스 '익스클루시브' 트림은 고급감을 강조하는 외관 디자인이 특징이다.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라면 클래식 벤츠를 연상시키는 '스탠딩 엠블럼'이 아닐까 싶다. 스탠딩 엠블럼이 제공됨에 따라, 라디에이터 그릴에는 별도의 엠블럼 없이 수평 형태의 크롬 가니시가 부착된다. 정통 메르세데스-벤츠의 중후함과 우아함이 공존한다. 현행 E클래스의 특징이라면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의 경계를 생략했다는 점이다. 그릴 테두리 부분은 블랙 하이그로시 패널로 마감하고, 하이 퍼포먼스 LED 헤드램프의 경우 DRL 그래픽이 매우 간결하다.

라디에이터 그릴의 크기가 매우 확장되며 프런트 범퍼의 형상은 간소화된다. 입체적인 굴곡과 크롬 몰딩을 통해 밋밋함을 덜어줄 뿐이다. 그리고 26년형부터는 그릴 테두리에 발광 LED가 탑재된다. 측면 디자인의 경우는 여전히 정통파 럭셔리 세단의 비율이 느껴진다. 길게 뻗어있는 보닛과 짧은 트렁크 데크, 그러면서도 객실 공간은 완전히 분리되어 보이는 윤곽선이 특징이다. E클래스는 여타 라인업과 달리, 캐릭터 라인이 두 줄로 끊겨있다는 점 또한 독특하다. 오토 플러시 도어 핸들이 기본 적용되면서 디자인 완성도는 더욱 높아진다.

E220d 익스클루시브 트림의 휠은 19인치 크기가 세팅된다. 26년형부터는 멀티 스포크 휠이 적용되는 부분인데, 투톤 전면 가공 디자인에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개인적으로 볼륨감이 나타나는 리어 웨이스트 라인과 우아한 곡선을 그리는 C필러 라인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테일램프의 경우 일체형 커버를 적용하고 있지만, 실제 그래픽은 분리된 형태다. 쿼드 타입 디자인으로 메르세데스를 상징하는 '삼각별' 을 형상화한다. 우아함을 지향하는 만큼 머플러 팁은 생략되었고, 빈 공간은 역시 크롬 몰딩으로 장식한 모습이다.


실내 공간이다.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와 14.4인치 센터 스크린으로 인터페이스가 구성된다. MBUX 증강현실 내비게이션과 T맵 오토를 지원하고, 대부분 기능이 스크린에 통합되며 센터 콘솔이 간결해진다. 변속기는 칼럼 타입이다. 실내 공간은 블랙 오픈 포어 애쉬우드 트림, 그리고 나파룩 아티코 대시보드와 아티코 가죽 시트, 화려한 엠비언트 라이트 등으로 마감된다. 오디오는 브랜드가 없는 기본 스피커, 그 외 통풍/열선/메모리 시트. 서라운드 뷰 카메라, 순정형 블랙박스&하이패스, 2존 에어컨디셔너, 공기청정기, 무선 충전 등 편의 사양이 탑재되었다.


실내 마감 품질은 E클래스만의 고급감과 화려함이 확실하다. 2열 좌석의 경우 레그룸은 비교적 좁게 느껴지지만, 깊이감이 있고 시트 포지션도 세워져있는 편이다. 파노라마 선루프 적용으로 개방감을 더하는데, 중간 루프레일이 시야를 가리긴 한다. 또, 2열 편의 장비도 시트 열선과 에어벤트, 암레스트 컵홀더 정도로 빈약한 편이다. 전동트렁크와 핸즈프리 액세스는 역시 기본 제공된다. 트렁크 공간은 높낮이가 조정되어 있고, 잔여 공간 등 내부 마감 품질도 훌륭하다. 2열 시트의 경우 수동식 폴딩 기능으로 트렁크 용량을 확장할 수 있다.

E220d 4MATIC에는 배기량 2.0L급 직렬 4기통 디젤 엔진이 탑재된다. 과급 장치는 싱글 터보, 그리고 스타터 제너레이터 통합형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EQ부스트'도 소폭의 구동력을 보조한다. 이를 통한 합산 최고 출력은 197Hp, 최대 토크는 44.9kg.m 수준이다. 변속기는 9단 토크컨버터, 기본적으로 후륜 기반 사륜구동 시스템이 구현되어 있다. 총 공차중량도 1910kg에 달한다. 그럼에도 공인 연비는 16km/l 수준, 역시 디젤 엔진의 효율성은 놀랍다. EQ 부스트가 도입되면서 엔진 시동은 보다 부드럽고 정숙해졌다.

아이들링 상태에서 디젤 엔진 특유의 거친 음색은 느껴진다. 그 대신 타사에 비해서는 엔진 자체의 소음과 진동은 잘 억제되어 있는 편, 특히 실내 공간에 유입되는 소음은 현저히 감소한다. 메르세데스는 직렬 4기통 가솔린보다는 디젤 엔진에 대한 완성도가 한 단계 더 진보한 듯 느껴진다. 엑셀을 밟으면 차량은 경쾌하게 나아가는데, 그 주행 질감이 가볍지는 않다. 속력을 올려도 꾸준한 펀치력이 받쳐준다. 반대로 고 RPM에서의 가속감은 큰 유쾌함이 없겠지만, 일상 주행에서는 편의를 더해줄 수 있는 세팅이라는 내용이다. 제로백은 7.8초다.

E220d 익스클루시브 트림에는 컴포트 서스펜션이 채택된다. 기본 서스펜션 중 승차감이 부드러운 세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확실히 어질리티 컨트롤 서스펜션이나 타 독일 브랜드 세팅에 비해 노면을 읽는 감각이 부드럽다. 잔 요철이나 포트홀들은 자연스럽게 흡수한다. 방지턱에 진입하는 느낌도 확실히 충격이 크지 않고, 이탈하더라도 차체가 요동친다거나 리바운드가 느껴지진 않는다. 결과적으로 처음 시승해 보는 감각은 부드러움에 가까웠는데, 어느 정도 선을 넘어가면 피드백을 전해주기도 한다. 다시 말해 '물렁함'과는 다른 편안함이다.

가변 제어 기능은 없지만 허용 범위 내에서만 댐퍼가 부드럽게 작용한다. 그 때문에 어느 정도 롤링이나 피칭이 느껴지는 편이기는 하나, 과하다가 싶을 정도로 쏠리지는 않았다. 고속에서는 어느 정도 노면을 움켜쥐는 느낌이 강해지고, 고속 선회나 핸들링 감각에 전혀 불안감이 없다. 컴포트 세팅이더라도 기본기를 놓치지 않는 모습,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훌륭하다고 느꼈다. 스티어링 휠도 익스클루시브 트림은 비교적 가볍게 되어 있는데, 모드 설정을 통한 변경이 가능하다. 기본적인 선회 감각은 뉴트럴 타입에 가깝다.

고속 크루징이 정말 편안하다. 스티어링의 안정감과 부드러운 주행감, 방음 성능도 준수하여 실내 공간은 차분했다. 항속 주행 시 연비는 놀랍다. 고속 기준 공인 연비가 18.9Km/L, 실연비 20Km/L는 가볍게 상회한다. EQ부스트가 항속주행거리를 연장해 주기 때문에 누구든 높은 연비를 기록할 수 있다. 또, 필요시에는 충분한 펀치력을 제공해 준다.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패키지 플러스 역시 탑재되어 있어 2레벨 수준의 ADAS 장비를 활성화할 수 있다. 지루함이 느껴질 정도로 자극이 없는 크루징을 경험할 수 있었다.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E220d 익스클루시브를 시승했다. 다소 과감하게 느껴지는 디자인의 변화도 차츰 적응이 되어간다. 스탠딩 엠블럼과 우아한 세단의 비율은 여전한 고급감을 제공했다. 실내 공간은 더욱 다채로운 소재와 디지털 UI를 강화, 편안한 시트가 장점이다. 4기통 디젤 엔진의 선호도는 예전 같지 않지만, 진정한 '벤츠'다움은 오히려 디젤에 담겨있다고 느낀다. 타사 대비 조용하고 부드러우며, 월등한 연비를 제공한다. 차량 성향 자체가 역동성을 지향하진 않는 만큼, 모든 균형미가 돋보이는 럭셔리 세단이라 생각된다.
글/사진: 유현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