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프리미엄 모빌리티 브랜드 '지커(ZEEKR)'가 한국 시장에 정식 진출한다. 정식 출시가 예정된 중형 전기 크로스오버 '7X'의 공개에 앞서, 공식 브랜드 갤러리 운영을 통해 국내에서의 첫 번째 오프라인 마케팅 활동을 시작한다. 전 세계적인 전동화 흐름과 함께, 중국산 전기자동차가 글로벌 시장에 침투하고 있다. 대한민국 역시 주요 전기차 생산 국가였지만, 되려 생산성과 선진성 측면에서는 우위를 점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번 지커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지향하나, 역시 공격적인 가격 책정을 우선시 한 차량 보급이 예상된다.

지커는 중국의 신생 전기차 브랜드로 연혁은 짧다. 반면 모회사가 중국 지리 홀딩 그룹, 지리자동차와 합작 법인으로 기술력을 고스란히 이식한다. 2021년 첫 모델 001의 출시와 함께 공식적으로 브랜드가 출범했고, 슬로건은 Imagine Beyond로 발표했다. 001은 럭셔리 슈팅 브레이크라는 유럽 지향형 장르였으며, 이후 플래그십 MPV 009와 콤팩트 SUV X 등으로 라인업을 확장한다. 국내 출시를 앞둔 패밀리 SUV '7X'는 2024년에 최초 공개된 바 있다. 공개 37일 만에 누적 40만 대 계약을 달성했으며, 출범 5년 만에 글로벌 판매량 50만 대를 기록한다.

국내에서도 지리자동차라는 이름은 익숙할 수 있다. 실제 간접적으로 지리 자동차의 기술을 흔히 접하고 있다. 지리자동차가 속한 지리 홀딩 그룹은 볼보의 모회사이기도 하다. 또, 지커를 제외하고도 폴스타나 로터스, 스마트 등 일류 브랜드들은 계열사로 거느리는 중이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와도 기술 협력 관계로, 실제 르노 그랑 콜레오스의 바탕이 되는 '싱유에L' 도 지리차의 시판 차종이었다. 2025년 지리 홀딩 그룹의 연간 판매규모는 302만 4,567대였는데, 그중 NEV 판매 비중이 168만 7,767대로 전년 대비 90%나 증가하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일종의 배지 엔지니어링을 통해 한국 시장을 공략해온 지리 홀딩 그룹이다. 이제는 '지커'라는 독자 브랜드로 국내에 진출하는 셈이다. 다시 말해 지리 자동차의 기술력 자체는 한국 시장에서 긍정적인 호응을 받은 바. 지커의 정식 출시가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전기차의 근간이 되는 공용 플랫폼은 Sustainable Experience Architecture라는 명칭을 갖고 있다. SEA 플랫폼은 이미 폴스타 4와 볼보 EX30 등 긍정적인 한국 소비자 반응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그 근간은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유럽의 엔지니어와 디자이너 등 인적 자원을 활용했다.

그리고 지커는 신생 브랜드의 이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별다른 헤리티지가 없다는 점 자체는 신뢰성과 수익성 측면에서 부진할 수 있으나, 무한한 도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자동차 산업 자체가 워낙 권위적이기에, 일정한 관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지리 홀딩 그룹은 볼보나 로터스 같은 레거시 브랜드들로 소비자 충성도를 유지하고, 보다 얼리어답터 성향이 강한 소비자들을 위해 001을 출시했다. 그 이후 출시된 믹스나 009 등 혁신성과 창의성이 돋보이는 신차들이 매스컴의 이목을 집중시킨 셈이다.


지커의 첫 번째 모델이었던 001의 풀 퍼포먼스 버전 '001 FR'이다. 지커의 퍼포먼스를 상징하는 모델이라고 볼 수 있는데, 800V 전력 시스템과 CATL의 NCM 100kWh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휠마다 각각의 전기 모터가 탑재된 쿼드 모터의 합산 출력은 956kW라 하며, 대략 1300마력 수준이다. 제조사에서 발표한 제로벡은 2.02초였다. 사실 전기차 시대에 들어서며 최고출력 자체는 큰 의미가 없어졌다. 요점은 제어 기술이다. 001 FR은 쿼드 E- 드라이브 구조와 밀리초 단위 토크 백터링 시스템으로 안정적인 구동력을 확보한다고 한다.

직접 시승하지 않고서 하이 퍼포먼스 카의 성능을 평가할 순 없다. 다만 도전정신만큼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전체적인 실루엣은 SEA 플랫폼을 공유하는 폴스타 4 와 유사하고, 디자인은 지리 자동차의 첫 번째 프리미엄 브랜드였던 링크&코와 유사하다. 개인적으로는 실내 공간의 소재나 만듦새가 인상적이었다. 스티어링 휠이나 시트의 질감은 기존 고성능 자동차의 감성 그대로인 반면, 스크린 UI 최적화 수준도 훌륭했다. 그리고 슈팅 브레이크 디자인을 통해 2열 거주성과 트렁크 용량을 확보하였다.


SEA 플랫폼으로 개발된 패밀리 밴 '믹스'는 본격적으로 지커의 창의성을 엿볼 수 있는 차량이다. '바퀴 달린 지능형 거실'이라는 컨셉트를 바탕으로, 실제 가족들이 마주보고 머물 수 있는 또 하나의 거주 공간을 구현해낸 것이다. 사실 비슷한 아이디어는 다양한 브랜드들의 컨셉트 카에서 접했던 기억이 있으나, 이를 가장 선도적으로 양산해낸 브랜드가 지커였던 것이다. 1열 시트는 평소 전방을 바라보지만, 270도 전동 회전 기능으로 손쉽게 2열 공간을 마주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동시에 센터 콘솔은 전후 이동, V2L과 스테이 모드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B필러가 생략된 더블 슬라이딩 도어로 실제 개방적인 공간을 구현했다. B필러를 생략하는 경우 차체 안전성에 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고장력 강판으로 가공된 히든 타입 듀얼 B필러로 강성을 보강했다고 한다. 이런 도전정신 자체가 지커가 중국 브랜드임에도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사실상 경쟁 차종이 없는 셈이다. 하나, 아직 국내 출시 일정은 미정이다. 외관 디자인에 배치된 일자형 DRL과 헤드램프는 첫 번째 출시가 예정되어 있는 중형 크로스오버 '7X'와 패밀리룩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다.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모든 기술력이 집약된 지커 '009 그랜드 콜렉터 에디션'도 함께 전시되었다. 외관 디자인부터 무게감이 상당하다. 전기차인 만큼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은 필요가 없어지는데, 009에는 그 빈자리를 라이팅 패턴과 스테인리스 스틸 장식물이 대체한다. 이번 에디션 모델은 차체에 부착된 총 7개의 엠블럼에 24K 순금이 총 3g 적용되었다고 한다. 측면에 새겨진 골든 웨이스트라인은 30시간 이상의 수작업을 거쳐 완성되었다. 한국 시장의 정서에 어울리는 디자인은 아닌 것 같아도, 존재감 하나는 무시할 수 없었다.

009의 실내 공간만큼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국내로 치면 외주 특장업체에서 생산하는 VIP 의전 차량과 유사한 구성인데, 역시 순정 차량인 만큼 만듦새나 내구성 모두 월등해 보인다. 업계 최초로 LC 광막 유리가 적용되어 1.5초 만에 칸막이 투과율을 0.5%까지 낮출 수 있다고 한다. 리어 시트는 24방향 조절과 12존 지지 시스템으로 최적의 시트 포지션을 구현하며, 43인치 스마트 스크린과 야마하의 31 스피커로 엔터테인먼트를 극대화했다. 창의성을 떠나, 의전용 차량에 담을 수 있는 모든 옵션들을 집약한 결과물 같은 모습이었다.


플래그십 SUV '9X'의 실물도 공개했다. 9X의 슬로건은 '슈퍼 일렉트릭 하이브리드 플래그십 SUV'다. 앞서 009과 패밀리룩을 구성한 모습, SUV 특유의 우람한 덩치가 더욱이 인상적이다. 해당 외관 디자인은 고대 중국 궁궐 기단 양식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인기 가장 보수적인 디자인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반면 실내 공간은 디지털 친화적인 모습, 그리고 뒷좌석은 실제 VIP 의전용으로도 손색이 없다. 세계 최초 '클라우드 라운지' 시트가 적용되어 전문 마사지 모드와 무중력 포지션, 그리고 180도 회전 기능을 제공한다.

SUV치고 공간감이 상당하다. 실제 30평대 아파트 드레스룸 수준인 6.3 제곱미터 수준의 실내 공간이다. 차량에 적용된 기능 하나하나 인지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수많은 옵션을 포함하고 있다. 참고로 9X는 순수 EV가 아닌 PHEV 기반이다. 이론상 열효율 46%라는 극한 효율의 2.0T 엔진을 탑재하고 있으며, 트라이 모터의 합산 출력은 1,030kW다. 대략 1,401마력의 파워로 제로백은 3.1초 수준이다. 배터리 용량은 70Kwh인데, 구성 자체는 PHEV이지만 실제 구동은 직렬 하이브리드에 가깝게 운행되는 방식으로 추정된다.


지커는 이렇게 총 네가지 차종을 한국 시장에 먼저 선보였다. 사실 하나의 브랜드로 보기에는 각각의 포지션이나 디자인, 타깃층 자체가 너무 극명하게 갈리는 것 같다. 이는 앞서 말한 스타트업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부분이긴 하다. 브랜드 의존도가 매우 낮은 만큼, 진정한 고급화 기술로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결국 유연한 제품 라인업 덕분에 시장의 빈틈을 더욱 치밀하게 파고들 수 있기도 하다. 보급형 모델에 가까운 001이나 믹스만 보더라도 대중적인 장르는 아니나, 대체할 차종도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중국의 프리미엄 모빌리티 브랜드 '지커'가 한국 시장에 정식으로 진출한다. 함께 기술력을 과시할 수 있는 핵심 차종들을 대중들에게 먼저 공개했다. 짧게 바라본 품질과 편의 사양은 모두 준수하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타 브랜드를 통해 경험한 SEA 플랫폼을 빗대자면, 주행성도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중국차에 대한 선입견이 쉽게 사라질 것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반면 레거시 브랜드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하고, 지켜낼 수 있는 마지막 골든 타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로 지커 브랜드의 창의성과 완성도, 이를 이끌어낸 도전정신이 위협적이었다.
글/사진: 유현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