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특집 기획 특집 > 스포츠카만 잘 만든다고? 포르쉐 소프트톱의 숨은 기술들

스포츠카만 잘 만든다고? 포르쉐 소프트톱의 숨은 기술들

포르쉐는 1950년부터 소프트톱 품은 스포츠카를 만들었다. 그래서 스포츠카를 잘 만드는 만큼이나 소프트톱도 잘 만든다. 포르쉐 소프트톱의 표면은 다른 메이커들처럼 ‘천’이다. 그런데 사실은 그 아래에 뭔가가 세 겹이나 더 있다. 타입 991 기준으로는 시속 60km 이하에서 여닫을 수 있다. 시속 337km의 윈드 터널 테스트까지 마쳤다. 타입 981과 982 박스터의 소프트톱은 9초 만에 열리거나 닫힌다. 우주에서 가장 빠른 소프트톱 작동 속도다.
글 l 정상현 기자

카브리올레(Cabriolet)는 지붕을 여닫을 수 있는 자동차를 일컫는다. 미국에서는 변환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컨버터블(Convertible)이라고 부른다. 2인승 스포츠카라면 로드스터나 스파이더로 이름 붙인다. 또 천장 재질에 따라 천으로 된 건 소프트톱, 딱딱한 금속으로 된 건 하드톱으로 구분할 수 있다. 90년대 후반의 메르세데스 벤츠 SLK부터 하드톱이 살짝 늘어나는 듯하다가 최근에는 다시금 소프트톱이 주를 이루고 있다. 소프트톱은 하드톱에 비해 가볍다는 게 큰 장점이다. 대신 하드톱보다 밀폐성과 수명, NVH 면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포르쉐는 소프트톱 만들 때 그 약점을 극복하는 데에 포커싱했다.

포르쉐 소프트톱의 시작은 1950년의 356 No.1까지 올라간다. 천 소재의 소프트톱을 품은 미드 엔진 로드스터였다. 결국 포르쉐는 70년 가까이 스포츠카에 카브리올레 보디 형식을 접목시킨 거다. 가장 최신 모델은 며칠 전 등장한 타입 992다. 공식 명칭은 911 카레라 S(4S) 카브리올레.

타입 992에서 한 세대만 올라가 보자. 그러면 타입 991이 나온다. 타입 991의 오픈형 모델에는 타르가와 카브리올레가 존재했다. 그 중 완전한 카브리올레에 가까운 것은 2012년에 나온 911 카레라 카브리올레다. 포르쉐는 이 차를 만들기까지 무수히 많은 인력을 들볶았다. 예컨대 소프트톱 하나 만드는 데에 본사에서만 17명이 매달렸다. 기계조립 개발부를 뺀 순수한 톱 시스템 개발 인력만 이 정도였다.

그들이 짠 911 카브리올레의 소프트톱은 지붕이 닫혔을 때 쿠페 수준으로 쾌적했다. 소프트톱은 태양의 열기나 외부의 습기를 실내로 전달하지 않는다. 실질적으로 쿠페 보디의 카레라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정숙성도 마찬가지다. 이 특성은 '치밀한 구조'에서 비롯됐다.

예를 들어 소프트톱 표면(천) 바로 아래에 부틸 고무 소재의 라이닝을 깔아 완벽한 방수성을 확보했다. 이로써 기체의 투과조차 현저하게 낮추었다. 아울러 바닥에는 블랑켓 매트(Blanket mat)를 붙여 단열 및 차음성을 끌어올렸다. 또한 뼈대는 일자형 바 대신 평평한 마그네슘 패널 네 조각으로 완성했다. 경량화는 물론 안전에도 도움 주는 구조다. 동시에 이것은 911 카브리올레의 루프 라인을 쿠페처럼 매끈하게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포르쉐 소프트톱 개발팀을 이끄는 하인츠 소아 박사(Dr. Heinz Soja)는 911 카브리올레 소프트톱을 이렇게 설명한다. “911 카브리올레는 쿠페처럼 완벽한 형태를 지니고 있는데, 이는 다른 모델에서는 찾기 어려운 특징”이라고. 그의 말처럼 보통의 소프트톱은 닫았을 때 지지대가 불룩 튀어나온다. 반면 911 카브리올레는 이런 어색함이 없다. 가느다란 뼈대 대신 평평한 패널을 얇고 넓게 깐 덕분이다. 즉 ‘패널형 보우’를 사용한 것이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911 카브리올레는 뒷좌석 쪽에 달리는 윈드 디플렉터까지 전자동화했다. 윈드 디플렉터 설치가 번거로운 4인승 카브리올레의 단점을 없앤 것이다. 그저 스위치만 누르면 순식간에 펼쳐지고 접힌다. 이로써 톱을 내리고 윈드 디플렉터를 올리면 그저 선루프를 연 수준의 바람이 감돈다.

포르쉐가 만든 카브리올레 모델들은 여러 기록을 갖고 있다. 예컨대 718 박스터(타입 982)는 톱을 여닫는 시간이 현존하는 카브리올레를 통틀어 가장 빠르다. 박스터는 소프트톱의 덮개를 없애고 마그네슘을 적극적으로 썼다. 이 덕에 고작 9초 만에 톱을 열거나 닫을 수 있다. 아울러 신형 911 카브리올레(타입 992)와 718 박스터(타입 982)는 시속 50km의 속도에서도 톱을 여닫는 게 가능하다. 관리 면에서도 완벽하다. 가령 자동 세차 기계의 진입이 가능하다. 또 톱을 열었다고 해서 최고속이 내려가지 않는다. 타입 991 카브리올레는 윈드 터널의 최고속도(337km/h) 테스트까지 너끈히 마쳤다. 일반적인 카브리올레는 사실상 불가능한 기록이다.

소야 박사는 “포르쉐 고객들은 차량의 톱이 천이라는 걸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길 바란다”고 말한다. 356 No.1부터 내려온 소프트톱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는 것이다. 또 하드톱 때문에 차가 무거워지고 이에 따라 밸런스가 흐트러지는 걸 원치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결국 포르쉐는 앞으로도 소프트톱 카브리올레를 고집할 전망이다. 포르쉐 카브리올레 모델의 진화, 과연 어디까지 가게 될까?

정상현

정상현 편집장

jsh@encarmagazine.com

미치광이 카마니아.

작성자의 다른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