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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는 왜 브랜드 로고를 바꿨을까? hoxy.. 현대도??

지난해 1월 기아자동차는 ‘플랜 S’를 통해 브랜드 변화를 예고했었다. 그리고 1년 뒤 새로운 로고와 브랜드 슬로건을 공개했다. 기네스북 세계 기록을 세울 만큼 수많은 무인항공기가 동원된 로고 언베일링 행사에 이어, 기아자동차는 ‘기아’로 이름까지 바꿨다. 자동차에 국한되지 않고 보다 자유로운 이동과 움직임을 위한 모빌리티 제품과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미였다.

플랜 S에 따르면 기아의 미래 전략의 핵심은 두 가지다. 하나는 EV 라인업 구축 그리고 다른 하나는 모빌리티 솔루션이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기아는 앞으로 4년 이내에 판매하는 전 모델에 전동화 모델을 추가하고 친환경차 판매 비중을 25%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이와 함께 전동화와 자율 주행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친환경 통합 이동 서비스 제공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쉽게 말해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수익창출을 하겠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브랜드 재정립이 필요했고 이를 상징하는 새로운 로고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유야 어찌 됐든 변화는 반가운 일이다. 전보다 세련된 것은 사실이니까. 기아는 ‘균형, 리듬, 상승’이라는 세 가지 디자인 콘셉트 아래 새로운 로고를 완성했다고 했다. 지금까지 해오던 사업과 앞으로 하게 될 사업 사이의 균형과 서로 연결된 글자처럼 고객의 요구에 반응하고 변화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리듬 그리고 새로운 브랜드로 도약하겠다는 상승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세 가지 콘셉트와 새로운 로고를 연결해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보다 단순해졌고 간결해졌다는 것이다. 디지털 환경에 더욱 적합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폭스바겐은 2019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전야제에서 ‘뉴 폭스바겐’이라는 모토를 담은 새로운 브랜드 로고를 선보인 바 있다. 순수 전기차 ID.3도 함께 공개하기도 했다. 새로운 브랜드 개발에 중심 역할을 했던 클라우스 비숍 폭스바겐 디자인 총괄은 미래 폭스바겐의 모습을 ‘e-모빌리티의 감성 표현’과 ‘디지털 중심’으로 표현했다.

이듬해 BMW도 20년 넘게 사용해오던 브랜드 로고를 교체했다. 새로운 로고가 부착된 순수 전기 그란 쿠페 i4 콘셉트도 공개했다. 당시 옌스 티머 BMW 브랜드 수석 부사장은 ‘릴레이션십 브랜드(Relationship Brand)’로 변화를 강조하며,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로고는 ‘개방성과 투명성’을 의미하고, 한층 투명해진 로고는 ‘브랜드의 디지털화를 향한 도전과 기회’에 대응하기 위해 제작했다고 말했다.

두 제조사의 브랜드 로고 교체 발표 시기는 다르지만,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디지털과 전기차다. 브랜드의 디지털화 그리고 전동화를 향한 여정 속에서 새로운 로고가 탄생한 것이다. 폭스바겐과 BMW의 새로운 로고는 본질적인 요소만 남긴 2차원적 평면 형태로 변모했다. 어찌 보면 단순하기 그지없는 형태의 로고는 디지털 환경 속에선 유연하고 선명하다. BMW의 새로운 로고를 온/오프라인 커뮤니케이션 채널에서 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지만, 공개 당시 신규 로고를 현실에 구현할 플랫폼으로 선택받은 것은 전기차였다.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하는 것부터 자율 주행 그리고 IT 기술을 활용한 공유와 연결 등 새로운 이동에 대한 패러다임을 미래 모빌리티라고 한다면, 현재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고 와닿는 이동 수단은 전기차일 테니 말이다. 기아도 이에 대한 이견이 없는 듯하다. 기아 또한 이매진 바이 기아, 하바니로, 퓨처론 등 전기차 콘셉트카와 2만 대가 넘는 사전예약을 기록한 EV6 모두 신규 로고와 함께 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아의 새로운 로고가 붙어 출시되는 첫 양산차가 K8과 K3라는 점은 다소 아쉽다. 참고로 대변혁을 선언한 기아의 첫 번째 모델이자 '무한한 변화와 혁신'을 상징하는 K8에 대해서는 따로 다룰 예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이 간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소속 아스널을 22년 동안 이끌었던 아르센 벵거 감독은 최근 출판된 그의 자서전에서 ‘과거의 업적이 미래의 특권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로 말할 것 같으면 체계적인 훈련 프로그램과 식단 관리 그리고 유소년 육성 등 당시로서는 매우 혁신적인 시스템을 클럽에 도입하며 지루하고 재미없는 축구를 하던 아스널뿐만 아니라 프리미어리그를 기술적으로 발전시킨 인물이다.

아르센 벵거의 말처럼 과거의 성과에 안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미래는 밝지 않을 것이다. 국내 최초로 자전거를 만들고 3륜 차와 트럭 등 다양한 이동 수단을 만들어 오며 75년 이상 국내 자동차 산업 발전에 기여한 기아의 업적을 폄하할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물론 플랜 S와 같은 중장기 전략의 실행에는 수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변화하는 환경 속에 브랜드의 새로운 지향점을 정하고 이에 기반한 전략으로 변화를 선도하겠다는 의지는 미래의 기아를 기대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사진 / Kia Global Media Center, Volkswagen Newsroom, BMW PressClub

이순민

이순민

royalblue@encar.com

Power is nothing without 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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