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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바꿔 나온 K8, 왜 7이 아니라 8일까?

“여친의 이해를 바라기는 멀었지만 난 이 스타일이 좋아”

보이비의 ‘My Jersey’라는 노래 가사다. 보이비나 그가 속한 그룹 리듬파워의 팬은 아니지만, 이 노래를 즐겨 듣는 이유는 단 하나다. 나도 그와 마찬가지로 ‘지구 반대편에 새겨졌던 기록들과 이름’이 새겨진 축구 유니폼에 특별한 애정이 있기 때문이다. 보이비가 그 당시 이해하지 못하던 여친과 아직 만나는지는 모르겠지만, 예전부터 나의 주변 사람들 또한 축구 유니폼을 그저 운동복으로 취급하기 일쑤였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 나는 월드컵 때문에 한국을 찾은 한 영국 선수에게 흠뻑 빠지고 말았다. 생전 처음 보는 헤어스타일도 충격적이었지만, 잘생겼는데 공까지 잘 차다니. 그렇게 나는 데이드 베컴이 팬이 됐고, 그의 등 번호였던 7번은 나에게 러키 넘버 그 이상으로 자리 잡게 됐다. 참고로 세계적인 온라인 축구 매체 골닷컴(Goal.com)은 7번을 윙어와 세컨드 스트라이커에게 주어지는 번호로 정의한다. 무엇보다 7번은 예나 지금이나 10번이나 9번과 함께 팀의 에이스에게 주어지는 번호로 인식되고 있다.

그래서일까.행운의 숫자 7이 아닌 8를 달고 나온 K8에 의문이 생겼다. 왜 7이 아니라 8이 되어야 했을까? 먼저 크기를 살펴보자. 보통 제품명에 옆에 붙은 숫자가 10에 가까울수록 더 큰 자동차를 연상하기 마련이다. K8도 역시나 더 길어지고 넓어졌다. K8의 길이는 5,015mm에 이른다. 물론 플랫폼의 변화로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준대형 세단 K7(4995mm)의 후속 모델로 바라보기엔 급을 넘어섰다. 더 뉴 그랜저(4,990mm)나 제네시스 G80(4,995mm)보다 길다. 휠베이스(2895mm)와 트레드(전 1631mm/후 1,638mm)도 2세대 K7의 부분변경 모델(2855mm/전 1,602mm/후 1,610mm)을 뛰어넘는다. 가격 올리기 딱 좋다.

2019년 6월 출시된 2세대 K7의 부분변경 모델의 가장 낮은 트림의 가격은 3,102만 원(2.5 가솔린 프레스티지). K8의 가장 낮은 트림(2.5 가솔린 노블레스 라이트)은 3,340만 원이다. 3.5%로 한시적으로 인하된 개별소비세 혜택을 받아도 3,279만 원. 기본으로 적용되는 장비를 고려하면 같은 선상에서 바라보기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어찌 됐든 177만 원 올랐다. 참고로 12년 전 출시된 K7의 판매 가격은 2,840만 원(VG 240 디럭스)부터 시작했다. 차 값의 변화를 보니 문득 비싸진 만큼 더 좋아졌을까라는 궁금증도 생긴다.

그리고 가격 올리기 위한 크기 변화가 있었다면 크기 변화 뒤에도 뭔가 있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기아는 2021년을 ‘대변혁의 원년’으로 선언했다. EV 라인업과 모빌리티 솔루션에 대한 계획이 나중의 일이라면, 이를 제때 이루기 위해서는 앞선 변화가 필요하다. K8과 관련해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제품 라인업의 변화다.

2세대 K9은 올해 부분변경을 거치고 단종될 것으로 알려졌다. 다소 보수적인 K9 대신 프레임리스 라디에이터 그릴부터 스타 클라우드 라이팅, 리어램프 클러스터 등 이름만 들어도 뭔가 새로운 것들과 신규 로고가 더해진 K8을 한층 젊고 미래지향적인 세단 라인업의 플래그십 모델로 만들 생각이다. 모름지기 맏형이라면 그에 걸맞은 기품과 품위가 있어야 할 테니, 이름과 크기 모두 바뀔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2026년까지 11종의 EV 라인업을 구축해 전기차 일류 브랜드로 전환을 목표로 삼은 기아차에게 또 다른 그랜저로 K7을 이어나갈 이유도 명분도 없었을 것이다.

골닷컴에 따르면, 7번, 9번 혹은 10번의 셔츠를 받은 선수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 8번 셔츠의 책임은 막중하다. 공격과 수비 지역을 오가면서 볼을 배급하고 상대의 공격도 막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페널티 박스 바깥 어디에서든 존재감을 보여줘야 한다. 뛰어난 체력과 활동력을 바탕으로 공격과 수비 능력 모두 능한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에게 8번이 주어지기도 하는 이유다. 이러한 공격과 수비의 연결고리 역할은 현대 축구에서 매우 중요하기에 골닷컴 또한 8번의 책임을 강조한 것이 아닐까.

축구 팬으로서 그리고 미드필더 출신 선수의 유니폼만 수집하는 컬렉터로서 새로운 브랜드의 정수를 담아 혁신적으로 진화했다는 K8이 과연 멀지 않은 미래 브랜드 전동화를 이루겠다는 기아의 8번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지 그리고 센세이셜널하게 등장했던 K7의 화려한 명성도 이어나갈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입생노랑

입생노랑

royalblue@enc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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