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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커다란 꿈을 꾸는 미니

앞으로 9년. 미니가 순수 전기차 브랜드로 탈바꿈하는 데까지 남은 시간입니다. 그래서 미니는 2025년을 기점으로 내연기관 모델을 더 이상 만들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자동차 산업의 큰 변혁 속에서 친환경 파워트레인으로의 변화는 피할 수 없다지만, BMW 그룹 내에서 미니가 전동화의 첫 타자로 선택된 이유가 뭘까요?

지난달 BMW 그룹은 2020년 실적을 공유하는 자리에서 그룹의 미래 전략 또한 함께 전달했는데요, 가장 중요하게 다뤄진 내용은 바로 브랜드의 디지털화, 전기화 그리고 지속 가능성이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BMW 그룹에서 재무총괄을 맡고 있는 니콜라스 피터는 “2021년 전동화 모델의 판매를 2020년 대비 75% 이상 늘리겠다"라고 선언했습니다.

이와 함께 니콜라스 피터는 2025년까지 총 200만 대 이상의 순수 전기차를 판매하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함께 전하기도 했죠. 이에 ‘도심 주행과 e-모빌리티’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특성을 고려해 미니를 그룹 최초로 순수 전기차 브랜드로 바꾸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아울러 BMW 그룹은 미니만의 매력이 돋보이는 곳으로 도시를 지목했고, 전동화로의 변화 속에서 만들어지는 미니의 전기차는 특별하게 강조될 필요가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미니의 헤리티지가 도시와 잘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BMW 그룹에서 독일 시장을 총괄하는 세바스티안 마켄젠이 미니를 두고 ‘도시에서 탄생한 브랜드라는 본질과 디자인’을 가진 자동차로 표현한 이유도 같은 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겠죠. 참고로 그는 미니가 미래 도심에서 주로 활용될 전기차에 적합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럼 도대체 미니와 도시는 무슨 연관이 있는 걸까요? 지금으로부터 60년 하고도 2년 더 거슬러 올라가 보죠. 지금은 프리미엄 소형차 브랜드로 소개되지만 미니는 애초에 돈 많은 사람을 위한 차로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돈 많은 사람도 살 수 있었겠지만요.

1959년의 영국은 수에즈 운하의 주도권을 잃고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경제적 위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경제가 어려워진 만큼 연료 소비 측면에서 조금이라도 더 효율적인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고, 이러한 배경 속에서 초소형 자동차가 자연스럽게 주목을 받게 된 겁니다. 비록 편안하거나 안락한 자동차는 아니었지만, 미니는 엔진의 배치를 다르게 가져가면서 작은 차체 속에서도 부족하지 않은 공간을 만들어냈습니다. 프리미엄이 선사하는 특별한 가치보다는 효율과 경제성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실용성에 보다 초점이 맞춰졌던 것이죠.

이동이라는 본질에 집중한 공간과 이를 간결하게 포장한 외형. 미니에서 두드러지는 브랜드의 본질과 디자인입니다. BMW 그룹은 아무래도 이러한 헤리티지가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도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나 봅니다.

UN 경제사회국은 2050년에는 전 세계 인구가 90억 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특히 도시에만 65억 명이 거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고, OECD 또한 인구 1,000만 명 이상 거주하는 메가시티가 2030년까지 40곳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메가시티의 증가는 한 지역의 인구 과밀화로 이어지고, 이는 곧 교통, 주택, 환경오염, 에너지 부족 등 여러 사회 문제를 야기하기 마련입니다. 당연히 이동에도 많은 제약이 생기겠죠. 앞으로도 자동차를 팔아야 하는데 이동에 많은 제약이 생기면 안 되겠죠?

때론 단순한 접근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해 주기도 합니다. 석유가 부족했던 시절 선택과 집중을 통해 이동 수단의 역할과 본질에 충실했던 것처럼요. 물론 미니가 등장해서 석유 부족 문제를 해결한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에게는 대안이 되었을 테니까요. BMW 그룹은 작은 차체에 친환경 파워트레인을 더해 앞으로 우리가 맞이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하나의 대안을 제시하고자 함이 아닐까요. 일부 국가 한정이지만, 지난 3월부터 미니는 독일과 네덜란드에서 새로운 미니 셰어링 앱을 론칭한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겠죠?

또 하나 눈여겨볼 사실은 미니가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았다는 것입니다. 1960년 대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3번이나 우승하면서 미니는 강인함까지 획득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문화적 아이콘으로 성장했죠. 특정 시대와 특정 공간을 대변할 수 있는 위치로 올라서면서 미니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넘어 특정 라이프스타일로 진화한 것이죠. 쉽게 말해 브랜드와 소비자 간의 끈끈한 유대 관계를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여담이지만 영국을 대표하는 패션 디자이너 폴 스미스가 1999년에 이어 2020년에 미니와의 두 번째 협업을 결정한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돌이켜보면 클래식에 위트를 더해 자신만의 영역을 확고히 구축해온 폴 스미스는 미니와 닮은 구석이 있는 것 같네요.

미니가 구축해온 라이프스타일은 자동차 밖으로도 확장되고 있습니다. 일례로 ‘어반 X’를 꼽을 수 있겠네요. 미니와 어반 어스가 함께 설립한 어반 X는 미국 뉴욕에 위치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로, 도시 문제를 해결하는 신생 회사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6개월마다 15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를 더욱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답니다.

안타깝게도 미니의 이러한 노력은 우리나라와는 먼 곳의 이야기입니다. 특히 미니의 순수 전기차 버전인 미니 일렉트릭은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는 판매되고 있지만, 국내에는 아직 출시되지 않았습니다. 작년 여름(8월)에 미니 일렉트릭의 누적 생산 대수가 1만 1,000대를 기록했다는 소식도 들려왔었죠. 현재까지 정확한 국내 출시 일정에 대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컨트리맨의 2세대 부분변경 모델이 세계 최초로 공개되었던 한국에서 미니의 전동화가 더딘 점은 아쉽기만 합니다.

미니 일렉트릭은 친환경 파워트레인을 갖춘 순수 전기차로, 브랜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배출가스가 없는 지속 가능한 이동성을 상징합니다. 앞으로의 방향성도 짐작해 볼 수도 있죠. 미니 3도어 해치백을 기반으로 제작된 미니 일렉트릭은 181마력을 발휘하는 전기모터와 32.6kWh 급 리튬이온배터리의 조합 속에 완충 시 230km(WLTP 기준)를 달릴 수 있습니다.

여기에 배터리가 하단에 자리 잡으면서 무게 중심이 낮아지고, 업그레이드된 섀시 기술이 더해지면서 미니 특유의 민첩한 운동 성능은 물론 안정적인 주행도 보여줍니다. 전기차 플러그 모양의 로고를 제외하고 큰 변화가 없는 외관과 함께 여전한 주행 감각은 전동화의 변화 속에서도 ‘미니다움’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줍니다. 다만 효율성이 더해졌을 뿐입니다.

약 60여 년 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했던 미니는 이동이라는 본질과 간결한 외관을 바탕으로 독특한 지위를 획득했고 이제는 특정 사람들이 향유하는 라이프스타일 자체가 되었습니다. 전동화라는 변화를 품고 다가올 미래에 우리가 맞이할 새로운 위기 속에서 미니가 보여줄 미니만의 해결책과 미래가 무엇일지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사진 / BMW PressClub, URBAN-X

입생노랑

입생노랑

royalblue@enc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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