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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메르세데스-AMG

도대체 누구지?

프리다 지아니니와의 갑작스런 이별과 함께 전해진 구찌의 새로운 수석 디자이너에 대한 소식은 놀라웠습니다. 알렉산드로 미켈레, 긴 머리에 어찌 보면 올드해 보이는 무늬의 옷차림만큼 그의 이름은 너무나도 낯설었습니다. 독특한 개성이 넘치는 그의 모습은 세련된 우아함을 보여주던 이탈리아 럭셔리 패션 하우스와는 상반되는 모습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확히 5일. 알렉산드로 미켈레는 전임 수석 디자이너가 마무리하지 못한 2015년 F/W 남성복 컬렉션을 완성했고 런웨이에 올렸습니다. 그리고 6년이 지난 현재 구찌는 세계에서 가장 ‘힙(Hip)’한 럭셔리 패션 하우스로 자리 잡았습니다. 전통과 규칙으로 가득 찬 세상 속에서 그가 불어넣은 혼란은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냈고, 명품 시장의 새로운 큰 손으로 등극한 밀레니얼과 Z세대는 그런 변화에 열광했습니다. 국내에서도 구찌의 행보는 남다릅니다. 그 일례로 최근 문을 연 구찌 가옥을 들 수 있겠네요. 구찌는 23년 만에 국내에 선보이는 단독 매장의 장소로 이태원을 선택했습니다. 상권이 성숙한 부촌이 아닌 젊은 세대가 많이 찾는 곳을 선택한 것은 흔치 않은 일이죠.

이러한 이례적인 선택(혹은 변화)을 보여주는 자동차 브랜드도 있어 소개하고자 합니다. 바로 메르세데스-벤츠의 서브 브랜드 ‘메르세데스-AMG’입니다.

5월 초, 메르세데스-벤츠는 고성능 서브 브랜드의 새로운 캠페인을 공개했습니다. 이전과 다른 새로운 브랜드 포지셔닝을 담은 캠페인이었죠. 메르세데스-벤츠는 퍼포먼스 럭셔리 브랜드로서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목적으로 이번 캠페인을 기획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이번 캠페인은 AMG의 정체성과 태도를 소개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선보일 또 다른 캠페인들의 서곡이나 다름없다고도 덧붙였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캠페인 영상은 신선했습니다. 절제된 품격보다는 자유분방함이 돋보였기 때문입니다. 54년 전 고성능 엔진 개발을 목표로 설립된 메르세데스-AMG는 자동차의 힘을 도로에 쏟아내고 이를 정교하게 제어하며 다이내믹 퍼포먼스를 실현해왔습니다.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위한 브랜드라고 할지라도 메르세데스라는 이름 아래 기품과 품격을 잃지 않았죠. 하지만 달라졌습니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퍼포먼스라는 가치에 새로운 요소들도 더해졌습니다.

반 삭발에 가까운 파격적인 헤어스타일의 여성부터 페인트가 잔뜩 묻은 양손, 꽃을 들고 기다리는 남성을 향해 차에 타라는 여성까지 영상에 등장하는 인물은 기존 미디어에서 흔히 남녀를 다루던 방식에서 벗어났습니다. 더 나아가 메르세데스-AMG의 자동차들은 도로 위 음향 기계로, 도로라는 종이 위에 획을 긋는 붓으로서 그려지기도 합니다. 물론 고성능에 특화된 자동차들이 보여주는 탁월한 퍼포먼스도 빠지지 않았죠.

자유를 향한 갈망과 기존 체제와 통념에 대한 거부랄까요.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헤리티지와 성능을 바탕으로 더욱 다양하고 많은 이들을 끌어안겠다는 의지가 느껴집니다. 이처럼 보다 젊은 사람들 그리고 여성이 캠페인 영상에서 강조되는 것은 기존 고객들의 결집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타깃을 향한 메르세데스-벤츠의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기존의 고객들이 이러한 변화에 얼마나 긍정적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알렉산드로 미켈레가 구찌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처럼, 버질 아블로가 루이 비통에 활력을 불어 넣었듯이 또 다른 질서와 안정 그리고 번영은 새로운 변화에서 시작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아무튼 메르세데스-벤츠의 표현을 빌리자면 특별한 자동차와 쾌감을 찾는 그룹이 새로운 타깃이라고 합니다. 전통적인 가치보다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부합하는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 말이죠. 새로운 캠페인은 퍼포먼스 럭셔리 브랜드로의 변화를 압축한다고 밝힌 필립 슈이머 메르세데스-AMG의 대표가 ‘드라이빙 퍼포먼스를 재정의할 준비를 마쳤고, 이에 새로운 고객을 향해 문을 열겠다’고 말한 만큼 앞으로 메르세데스-AMG가 제시할 자유롭고 반항적인 라이프스타일이 기대됩니다. 그리고 폭발적인 성능에 그 라이프스타일을 과연 어떻게 녹여낼지도요.

사진 / Gucci, Daimler Global Media Site

이순민

이순민

royalblue@encar.com

Power is nothing without 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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