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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뉴 5시리즈 G60 풀체인지 구경기

한국 수입차 시장의 핵심 차종, BMW 5시리즈 풀체인지의 신차 발표회 현장에 방문했다. 장소는 영종도에 위치한 BMW 드라이빙 센터다. 아시아 최초이자 전 세계 3번째로 BMW 본사에서 직영하는 복합 문화 단지라고 볼 수 있다. 한국 지사에 R&D센터를 건립할 정도로 BMW의 투자는 적극적이다. 특히 브랜드의 볼륨모델 '5시리즈'를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출시한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만큼 한국 시장에 대한 부가가치를 중대히 평가한다는 의미다.

지난해 대한민국의 수입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19%를 넘어섰다. 누적 판매량은 약 15%의 비중을 기록했고, 가파른 상승세를 보면 올해는 20%를 돌파할 것으로 예측된다. 흥미로운 사실은 수입 판매량의 과반 이상을 BMW 코리아와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BMW의 적극적인 투자와 한국 소비자들의 꾸준한 고급차 사랑으로 맺어진 성과다. 특히 이번 글의 주제인 5시리즈는 월간 수입차 판매량 순위권을 항상 유지했다. 그리고 10월에 이르러 전 세계 최초로 5시리즈의 정식 출시가 이뤄진 것이다.

목적이 어떻든 시장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는 건 고마운 일이다. 그만큼 BMW코리아는 규모 경제와 인프라를 키워왔고, 더욱 합리적인 제품과 서비스로 한국 시장을 공략할 것이다. 한국에는 '제네시스'라는 유일무이한 프리미엄 브랜드가 있다. 시기와 트림에 따라 편차가 크지만, 국산차의 출고가는 수입차와 다를 바 없다. 브랜드 밸류 와 유통마진을 감안하면 제네시스는 높은 폭리를 취하고 있다. BMW에게는 기회와 같다. 같은 값이라면 소비자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물론 브랜드에 의한 편협된 사고보다도 '제품'의 본성을 느껴봐야 한다.

데스크에서 입장 확인과 시승 동의서를 간단히 작성하고 건물 내부로 이동했다. 전체적으로 직원 수가 방문객과 대등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BMW코리아는 많은 정성을 쏟았다. 이른 시간에 방문했고 한산한 분위기 속에 입장했다. 원래 BMW의 플래그십이 전시되어 있던 확장 공간에는 역대 5시리즈로 채워져 있었다. BMW 지니어스의 도슨트 투어와 함께 5시리즈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2세대 5시리즈에 해당하는 E28, 그에 앞선 E12 5시리즈부터 엔젤아이와 키드니 그릴에 이르는 디자인 헤리티지를 답습해 욌다.

알루미늄 바디를 채택한 E39부터 우리에게 익숙한 5시리즈가 아닐까 싶다. 디자인의 해체주의를 이끌었던 E60 5시리즈는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도 무장했고, F바디 5시리즈 부터는 세계인의 대중성을 품는다. 특히 한국인의 많은 수요를 유치했다. 이후 출시된 G바디 5시리즈는 첨단 ADAS 장비와 최신 디지털 UI로 더 많은 소비자들을 매료시킨다. 그리고 말로는 형용하기 어려운 단단함과 안정감이 있었다. 그런 감성 품질이 프리미엄 세단의 가치를 더하는 것이다. 미로 같은 통로를 지나 베일에 쌓여져있는 G60을 마주했다.

키드니 그릴을 감싸는 '아이코닉 글로우'와 쿼드램프 DRL이 헤리티지를 과시하고 있다. 차체의 굴곡과 조명만으로 느껴지는 차세대 5시리즈의 실루엣은 인상적이다. 누가 봐도 BMW이고, 특별한 카리스마를 품었다. 실물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자극한다. 해당 전시공간은 G60 5시리즈의 두 가지 특징을 암시하고 있기도 하다. 첫 번째는 좌측에 거치된 전기차 충전기다. G60은 순수 전기차 'I5'로도 파생된다. 그리고 '프로액티브 케어'서비스에 대한 설명이다. 커넥티비티 서비스를 기반으로 소유자의 차량관리를 지도해 주는 서비스인듯 하다.

역대 5시리즈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리셉션에서 안내받은 팀별 구역으로 앉아 차세대 5시리즈의 공개를 기다렸다. 곧 조명과 음악이 울려 퍼지며 G60 5시리즈가 입차한다. 이미 매스컴을 통해 디자인은 익숙해진 모습이기도 하나, 역시 차는 실물이다. 진행자분의 5시리즈에 대한 간단한 PT가 진행된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중심으로 한 파워트레인 변화, 차세대 Idrive 운영체제와 인터렉션 바로 구축된 실내 인터페이스, 앞서 언급했던 프로액티브 케어 서비스와 M60이 지닌 600마력의 출력이 주요 특징이다.

사실 극적인 변화는 아니다. 대다수 브랜드가 그렇다. 특히 완성된 품질을 지향하는 브랜드일수록 변화는 더뎌진다. 내연기관의 기술은 상한선에 도달했고, 기술 개발은 전기차의 효율성과 안정성 강화에 집중되고 있다. 대신 제품성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앞서 언급했던 '제품의 성격'에 대한 차이이다. 곧바로 드라이빙 센터의 서킷에서 평가해 볼 수 있었다. 담당자의 안내를 따라 I5 M60모델에 먼저 승차한다. BMW가 추구하는 전기차의 감성은 이전 I시리즈 모델들과 동일하다. 내연기관과 큰 차이가 없다.

I5 M60은 BMW의 M뱃지를 부여받은 순수 전기 5시리즈다. 600마력의 힘과 트윈 모터를 품었고, 2250Kg의 중량을 지녔다. 스탠다드 모델에 비해 항속거리는 짧다. 브랜드의 감성과 같이 '재미'를 추구하는 모델이다. 짧은 시승인만큼 자세한 항목을 평가하긴 어렵다. 다만 딜전기차 특유의 선형적인 가속감은 시속 190KM까지 딜레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폭발적인 가속감이다. 한스짐머와 협력했다고 하는 사운드는 전기차의 신비감을 더해준다. 중량이 무거운 만큼 제동 감각도 사뭇 이질적이다. 회생제동의 강도는 평가하지 못했다.

코너에서는 강한 원심력이 느껴진다. 높은 중량으로 인해 유쾌함이 느껴지지는 않는 모습이다. 예상보다는 무게중심도 높다. 코너를 탈출하는 순간 자신 있게 밟는 엑셀은 다시금 'M'디비전의 짜릿함을 제공한다. 승차감은 분명히 딱딱하나, 스포츠 플러스 모드를 해제하진 못했다. 전기차, 그것도 M디비전의 특성상 기본적으로 편안하진 않을 것이다. 아무래도 전기차의 강점인 정숙성이나 저렴한 유지비는 재미를 위한 자동차에 썩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폭발적인 가속감과 신비감 만큼은 I5 M60에서만 느껴볼 수 있는 새로운 자극이다.

곧바로 내연기관 모델을 시승했다. 523D 디젤 엔진과 M스포츠 패키지를 품은 트림이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의 도입으로 연비나 시동 감각은 근소하게 개선점이 있을 것이다. 다만 디젤엔진 특유의 떨림이나 소음이 완전히 억제되진 않았다. 전기차 시승 직후라 더욱 두드러지는 부분이 있다. 그만큼 주행감은 한층 경쾌하다. 승차감은 예상보다 편안했다. M스포츠 패키지의 적용임에도 예상보다 댐핑력이 부드럽다. 섀시는 한층 편안해졌고, 주행감은 경쾌해진 느낌이다.

정확히 묘사하기는 어렵다. 하나 이전세대 5시리즈와는 다른 감각이다. 경쾌함과 가벼움은 분명한 차이가 있고, 차세대 5시리즈의 세팅은 명백한 경쾌함이다. 무게중심도 비교적 낮고 안정적이다. '운전의 재미'라는 BMW의 본성에서는 이탈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섀시가 과하게 단단하지 않다는 점에서 한국시장의 정서에는 더욱이 잘 어울린다. 실제로 한국 소비자의 취향이 반영된 부분이 없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트랙에서의 짧은 시승을 마치고 드라이빙 센터로 복귀했다. 전시 차량 관람과 케이터링, 기념품 제공 등의 서비스가 남아있었다.

디자인을 한 번 더 살펴본다. 사견으로는 E바디 시절 BMW의 디자인 풍이 느껴진다. 당시 BMW의 디자인 수장 크리스 뱅글은 면과 선을 재구성하는 '해체주의'를 선보였다. BMW가 두 개의 키드니 그릴을 연결한 건 전자 장비를 탑재하기 위해서였고, 크기를 키운 건 맹목적인 스포티함을 추구하는 결과이다. 전반적인 직선의 기조와 보닛의 굴곡으로 입체감을 강조하며 날렵한 눈매는 E60 5시리즈를 연상시킨다. 과감함으로 무장한 M스포츠 패키지에 비해 일반 DPE 트림의 익스테리어는 밋밋함에 아쉬움이 있었다.

역시 전기차라고 하여 외관상의 큰 차별점은 없다. 전시 차량은 M60 트림이라서 검은색 몰딩과 가니시, 전용 휠, 스모크 필름 등의 커스텀이 더해진 것이다. 굳이 차이점을 따져보자면 라디에이터 그릴이 통으로 막혀있다는 점 정도이다. 심지어 MSP 가솔린 트림도 머플러 팁이 없다. 차세대 5시리즈의 측면 디자인은 롱노즈 숏데크의 비율 감각을 유지한다. 다만, C필러 라인이 유연해지면서 실루엣이 상이해졌다. 테일램프는 밋밋한 그래픽으로 앞서 출시했던 7시리즈와 비슷하다.

정말 7시리즈와 가장 유사한 부분은 실내 디자인이다.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와 차세대 UI의 채택으로 디지털 친화적인 감각을 보인다. 핵심은 '인터렉션 바'다. 드라이브 모드를 설정하면 차량 세팅이 변화하는 게 기본이었고, 이제는 실내 분위기까지도 능동적으로 변화한다. 한층 깔끔해진 레이아웃으로 인테리어의 변화는 긍정적으로 보였다. 2열 공간도 아늑하다. 특히 발을 놓을 공간이 잘 확보되어 있다. 독립 공조 조작부가 디지털 스크린 형태로 변경되었다. 트렁크는 큰 특징 없이 무난하다.

기본 옵션도 섭하지 않다. 어댑티브 LED 헤드램프와 대형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 1열 통풍 시트와 트래블 & 컴포트 시스템, 스마트폰 무선충전과 전동 트렁크 등 한국 소비자들의 선호 사양들은 전부 마련되어 있었다.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과 파킹 어시스턴트 플러스 시스템도 기본 사양이기 때문에 초보 운전자나 장거리 운행에도 부담이 없다. 또, 여가 시간에는 14.9 인치 디스플레이에서는 스마트폰 연동을 통해 콘솔 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디스플레이가 직관성은 떨어져도 그만큼 기능의 확장성은 무한하기도 하다.

차세대 5시리즈의 런칭 행사는 짧게 끝났다. 5시리즈는 BMW의 핵심 모델이지만, 일각에서는 모호한 포지션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3시리즈의 경쾌함이나 7시리즈의 묵직함, 그 모든 성격이 희석된 상태로 공존한다. 그럼에도 BMW의 본성에 따라 탄탄한 주행성을 품었다. 대신 '비즈니스 세단'이라는 표현을 쓴다. BMW가 내세우는 제품성의 '중심'이라는 의미이고 곧 기준이다. 즉, 5시리즈는 BMW의 기준이다. 고품질의 완성도와 한국 시장에 어울리는 주행성, 비교적 인상폭이 낮은 가격대로 꽤나 준수한 실적을 이뤄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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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태

유현태

naxus777@encar.com

자동차 공학과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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