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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팰리세이드 블랙에디션 시승기, 합리성의 역할

대한민국 소비자들은 큰 크기의 자동차를 선호해왔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인식을 품고 있을 것이다. 사실이다. 준대형 SUV의 판매량이 높다는 점도 그렇고, 중형 세단보다도 보급형 대형 세단의 판매량이 우세하다. 보통의 대형 자동차 시장은 '고부가가치'로 분류하고, 특히 세단 시장에서는 양산 브랜드들의 실패 사례가 더욱 많다. 베스트셀러 그랜저도 5m를 넘어서는 전장으로 한국 시장에서 매번 상당한 인기를 누리지만, 결과적으로 중동이나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판매 부진으로 수출을 중단한 바 있다.

환경 때문이기도 하다. 일본이나 유럽 국가들은 산업혁명과 함께 불규칙적인 도시 개발이 이뤄졌다고 한다. 주차공간도 협소하고, 도로 폭도 좁기 때문에 크기가 큰 차량을 산다는 건 많은 불편함을 동반하는 경우가 되며 우리나라에 비해 과세율도 높은 편이다. 한국은 비교적 교통 인프라나 주차공간이 체계적으로 확보된 국가다. 아울러 배기량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해 왔고, 자동차 산업 자체가 국가 경제 기반을 책임지고 있다. 정서적으로 자동차가 부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경우도 흔했기 때문에 대형 자동차에 대한 소비율이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대형 차의 수출량을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바로 대형 SUV를 생산하는 것이다.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세단보다는 활용성이 뛰어난 대형 SUV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비단 미국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은 물론, 유럽 시장까지도 '크로스오버'의 인기 자체는 모두가 실감할 수 있는 내용이니다. 그래서 현대자동차는 2018년 대형 SUV '팰리세이드'를 라인업에 추가한다. 프로젝트 코드는 'LX2' 한국 시장에서는 싼타페의 롱바디 모델 맥스크루즈의 빈자리 대체하는 역할이었다. 역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며 2022년 페이스리프트 모델까지 순탄하게 출시된다.

시승차량은 현대자동차 팰리세이드 3.8 가솔린 AWD 캘리그래피 블랙에디션 트림이다. 팰리세이드는 중간 트림 프레스티지까지는 다크크롬 그릴, 캘리그래피 트림만 은색 색감의 그릴이 적용된다. 블랙에디션 모델은 연식 변경과 함께 추가되는데, 타 모델들과 마찬가지로 검은색의 전면 그릴이 채택된다. 색상은 취향이지만 그릴 색상만으로 엔트리 모델과 구분이 어려울 수 있다. 블랙 루프랙과 하단 가니시, 전용 20인치 휠 등이 추가적인 차별점이다. 아울러 실내에는 전용 어퍼 커버와 퀼팅 나파가죽 스웨이드 시트가 적용되는 모습이다.

페이스리프트와 함께 디자인이 훨씬 강인해진 바 있다. 기존 캐스캐이딩 그릴 대신에 프레임이 두꺼운 대형 그릴을 적용하여 존재감이 상당하다. 양측의 수직형 DRL 역시도 두꺼운 두께로 듬직한 인상을 남긴다. 그릴 패턴은 현대차의 패밀리룩 요소인 전산학적 규칙을 활용하여, '파라메트릭 실드' 그릴이라는 표현이 따라붙는다. 그릴 최상단의 좌우 측 가니시는 보통의 플라스틱 소재 같지만, 히든 타입 LED램프로 방향지시등이 점등된다. 블랙 에디션 사양이라서 차체 하부를 감싸는 가니시까지 유광 블랙 색상으로 마감되어 있다.

전면 디자인을 수정한 페이스리프트지만 전체적인 비율로도 밸런스가 훌륭한 편이다. 헤드램프에서 시작되는 수평형의 캐릭터 라인은 테일램프까지 연결된다. 보다 정제된 인상을 준다. 3열 글래스를 뒷유리와 연결된 랩 어라운드 스타일로 디자인했고, 플래그 타입 사이드미러도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여준다. 또한 휠 하우스를 두껍게 강조하는 라인으로 SUV의 기동성을 표현하기도 했다. 블랙 에디션의 차별점으로 20인치 블랙 휠이 적용되었고, 로커패널에도 유광 검은색의 가니시를 부착하여 볼륨감이 더해지는 느낌이다.

후면 디자인은 테일램프 그래픽과 범퍼 형상 정도가 변화하였다. 테일램프 그래픽이 전면부와 유사한 수직형이라 전체적으로 통일감이 강조된다. 범퍼에도 역시 라인 형태의 검은색 가니시가 부착되었고, 엠블럼을 검은색으로 도장한 것도 블랙 에디션의 특징이다. 리플렉터를 디퓨져 상단에 수평형으로 배치하여 전반적인 인상이 깔끔하다. 듀얼 머플러 팁도 멋스럽다. 단, 개인적으로 블랙에디션은 바디색상까지 검은색으로 조합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흰 색상과는 대비가 너무 심해서 시선이 분산되는 느낌인데, 그만큼 신경 써 준 티는 난다.

실내 디자인이다. 전체적으로 수평 형태의 디자인 기조를 따른다. 와이드 스크린은 아니지만 베젤을 연결한 12.3인치 스크린, 그리고 디지털 클러스터가 적용되었다. 1세대 전 UI인데 그래픽 디자인은 오히려 마음에 든다. 페이스리프트 이후 4스포크 타입 스티어링 휠과 일자로 연결된 에어벤트 디자인을 적용한다. 브리지 타입 센터 콘솔과 접이식 컵홀더가 있는 수납함은 공간 활용이 극대화된다. 게다가 변속기도 버튼식이라 개방감은 더욱 뛰어나게 되며, 스웨이드 천장 트리밍이나 엠비언트 라이트, 블랙에디션 전용 다크 어퍼 커버가 고급감을 더한다.

아울러 광활한 공간을 자랑하는 2열에는 열선은 물론 통풍 시트까지 지원한다. 수동식 선 셰이드는 기본, 듀얼 선루프는 운전석에서 조작 가능하며, 루프 에어벤트, 후석 대화모드 등 본격 패밀리카로서의 편의 장비를 더했다. 특히 현대차의 SUV 라인업 중에는 3열 공간도 레그룸 높이가 확보된 편이며, 3명이 탑승 가능하고 양측에는 열선까지 깔려있다. 3열 시트를 펼쳐도 트렁크가 남아있을 정도로 공간이 광활하다. 2열 다이브 기능으로 플랫 폴딩 또한 가능하며, 3열 시트는 전동 폴딩 및 리클라이닝이 가능하다.

운전석에는 에르고 모션 시트가 포함되어 있다. 공기주머니를 작동시켜 운전 피로를 줄여주는 역할이다. 또, 디지털 룸미러와 같은 운전자 위주의 첨단 장비는 대부분 적용된다. 시승 차량은 V6 3.8 GDI 가솔린 엔진을 채택하고 있다. 엔진 점화는 부드럽다. 단, 팰리세이드의 V6 가솔린 엔진은 이례적으로 오토사이클이 아닌 앳킨슨 사이클 방식을 채택한다. 피스톤의 압축비보다 팽창비를 크게 하는 개념이다. 효과는 펌핑로스 감소다. 즉, 연료 소비 효율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이다. 단점으로는 소음과 진동, 그리고 출력 저하가 있다.

실제 회전 질감 자체가 오토사이클과 미세하게 다른 느낌이다. 미세하게 유입되는 소음과 진동은 있지만 허용 가능한 수준으로, 딱히 앳킨슨 사이클을 채택함으로써의 단점은 아니라고 본다. 가속 페달의 반응은 부드럽다. 확실히 가솔린 애킨슨 사이클의 조합은 디젤 SUV에 비해 두터운 초반 토크를 전달받기 어렵지만, 포장도로에서의 주행에 지장을 줄 일은 없다. 처음 느껴지는 승차감은 컴포트 성향이다. 최근 현대차의 SUV들도 롤을 억제하는 비교적 고강성 세팅을 보여주나 팰리세이드는 다소 부드러운 승차감을 지향하고 있었다.

3.8L V6 엔진의 최고출력은 295마력, 최대 토크는 32.6 Kg.m이다. 변속기로는 현대트랜시스의 8단 토크컨버터가 맞물리며 전륜 기반의 AWD가 옵션으로 선택되어 있다. 따라서 총 공차중량은 약 2톤, 중량에 비해 수치상의 토크가 넉넉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풀스로틀시 초반 가속 자체는 경쾌한 편이다. 실용 영역이라 불리는 시속 110Km까지는 선형적인 가속감을 보인다. 의외로 고속으로 갈수록 가속감의 둔화가 심하게 와닿는 감각은 6실린더 가솔린 엔진의 퍼포먼스라 하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 원인이 앳킨슨 사이클 때문이라고 추측은 할 수 있겠다. 하나, 팰리세이드는 보급형 패밀리카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단가 및 효율과의 조화를 따지면 최선책이 될 수 있음은 맞다. 풀패키지 사양의 공인 연비는 8.5Km/l로 크기와 중량 대비 평균적인 수치라고 볼 수 있다. 드라이브 모드 변경 시에는 스티어링 휠이 묵직해지고, 엔진의 진동이 더 강하게 올라온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스포츠 모드에서의 핸들링 감각이 딱 적당했다. 일반 주행 모드에서는 스티어링 휠이 정말 가볍다. 비교적 과거의 섀시 세팅 같다고 느낀 이유와 연결된다.

장점이자 단점이다. 조금 안정적인 세팅을 원하는 편이라면 핸들링이 많이 가볍다 느낄 수 있겠으나, 운전 편의와 피로도 측면에서만 따져본다면 가벼운 게 최고다. 조향 감각은 약간의 언더스티어로 크기에 대비해서는 의도대로 선회하는 편, 결과적으로 주행에 있어 체급이 크게 의식되지 않았다. 서스펜션 세팅도 휠 트래블 거리가 높게 세팅된 만큼 충격을 부드럽게 흡수해 주는 편이며, 한두 번의 리바운드를 허용한다. 운전 피로를 감소시키기에는 딱 좋은 타입이다. 체감상 딱딱하다는 느낌을 받기 어렵다.

예상대로 급격한 코너에서는 체감 가능한 롤링을 허용한다. 그나마 전폭이 길기 때문에 불쾌함이 억제되어 전해지는 편이다. 어차피 섀시 세팅이 명백한 컴포트 성향으로 편향된 이상, 핸들링 감각도 가볍게 세팅하는 편이 옳겠다는 생각이 정립된다. 한편, AWD 시스템은 지형반응식 구동제어, '멀티 트레인 컨트롤' 기능을 포함하여 드라이브 모드처럼 노면 환경에 맞게 조작할 수 있다. 레저활동에 적합한 부분이다. 현대차의 플래그십 SUV답게 HDA2를 비롯한 주행 보조 장비는 당연히 풍부하며, 각종 모니터링 시스템 덕분에 좁은 골목길도 원활했다.

현대자동차의 팰리세이드 페이스리프트 블랙에디션 모델을 시승했다. 디자인은 더욱 묵직해졌지만, 팰리세이드의 제품성 자체는 일상 친화적이다. 대형 SUV의 무게감보다는 본질적인 실용성과 사용성을 극대화했고, 승용차의 부드러움과 안락함을 함유한다. 이런 주행감의 차이는 취향의 차이로 판가름될 수 있으나 가장 대중적인 설득력을 품고 있기도 하다. 특히 수입차 시장에 의존했던 대형 SUV 분야에 현대차의 강점이라고 볼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 그리고 운전자 위주의 풍부한 편의장비는 팰리세이드의 존재 의의를 확실하게 피력해 준다는 결론이다.

유현태

유현태

naxus777@encar.com

자동차 공학과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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