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테스트

> 리뷰 로드테스트 > 대가족도 넉넉한 가솔린 SUV, 닛산 패스파인더 시승기

대가족도 넉넉한 가솔린 SUV, 닛산 패스파인더 시승기

4세대 닛산 패스파인더가 마이너 체인지로 새롭게 등장했다. 오랜 기간 검증받아온 파워트레인은 높은 완성도를 보였고, 편의장비도 꼼꼼히 챙겼다. 다만, 밋밋한 생김새에 대한 불만은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글, 사진_ 고석연 기자


2014년 한반도에 발을 디딘 4세대 닛산 패스파인더가 3년 반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대형 SUV 시장을 두드렸다. 천지가 개벽할만한 변화는 아니지만 신선한 바람인 것은 분명하다. 국내 가솔린 대형 SUV 시장은 광활한 공간과 뛰어난 정숙성으로 꾸준한 수요는 있지만 선택지는 다양하지 못하다. 우람하고 잘생긴 미국산 터프가이가 시장을 독식하고 있고, 섬나라 브랜드는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 실력파 경쟁자가 움켜쥐고 있는 대형 가솔린 SUV 시장에서 살아남을 만한 비밀병기는 무엇인지 직접 확인해 봤다.

장족의 발전, 변화의 초점은 마스크

‘페이스리프트'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닛산은 2017 패스파인더의 마스크에 상당한 변화를 시도했다. 이미 알티마, 맥시마, 무라노 등에서 경험했던 고유의 패밀리룩인 'V-모션' 그릴을 패스파인더에는 더욱 짙게 녹여냈다. 두툼한 크롬으로 장식해 심심함을 달랬고, ’V’ 형상의 아랫부분을 직선으로 표현해 안정감을 높였다.

보닛의 캐릭터 라인은 이전보다 경쾌하게 그었다. 범퍼 하단의 디자인을 비롯한 포그램프의 형상도 새롭지만 큰 차이는 느낄 수 없다. 오히려 굴곡을 살려 세련미를 더한 헤드라이트가 전체적인 변화를 주도한다. 닛산에서는 ‘LED 헤드라이트'라고 표현하지만 자세히 보면 LED는 부메랑 모양의 주간 주행등에만 사용되며, 상·하향등은 프로젝션 타입이다.

측면과 후면의 변화는 알아차리기 어려운 수준. 측면은 이전 보다 깔끔함을 돋보이게 앞·뒤 도어 하단의 크롬 장식을 과감히 걷어냈다. 백도어의 형상은 바뀌지 않았고, 테일램프의 그래픽 디자인과 범퍼 디자인을 조금 손 본 정도로 마무리했다.

진짜 7인승 SUV, 트레일러 토우 패키지가 기본

실내로 들어가면 과거 패스파인더가 보여준 정갈함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차분함을 더했다. 실제로 나무를 사용하진 않았지만 무광 우트 타입의 트림이 은은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거실에서 볼법한 소파를 연상케 하는 시트는 쿠션감을 강조했고, 인조가죽과 천연가죽을 적절히 사용했다. 특히, 손으로 만졌을 때 투툼한 두께감은 요즘 차에서 느껴지는 얄팍함보다 만족스럽다. 하지만, 막상 1열 시트의 착좌감은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 운전석 8방향 파워시트와 럼버서포트를 아무리 조정해도 만족스러운 합의점을 찾기 힘들다. 체형에 따라 다르게 평가되는 부분이라 구매 단계에서 반드시 앉아보길 권한다.

패스파인더 실내의 가장 큰 장점은 3열 시트다. 구색만 갖춘 3열 공간이 아니다. 175cm 가량의 성인 세 명이 앞·뒤로 앉아도 큰 불편함이 없다. 2열 시트와 더불어 3열 시트도 등받이 각도가 조절된다. 단점은 시트에서 바닥까지의 높이가 2열과 비교에 현저히 낮아 자세가 어정쩡하다는 것. 두 개의 컵홀더와 측면 에어벤트로 쾌적하게 이동할 수 있다. 뒤쪽의 파노라마 글라스 루프도 3열 시작 부근까지 이어져 개방감이 좋다. 패스파인더의 선루프는 1열에는 개폐할 수 있는 보통의 선루프와 2열, 3열 천장에는 열리지 않는 글라스 루프를 채택했다. 비용과 안전성을 위함으로 해석된다.

닛산이 ‘EZ 플렉스 시팅 시스템'과 ‘래치 & 글라이드'라고 부르는 시트 무빙 기술로 승객이 타고 내리기 수월하다. 과거 다인승 모델에서 시트 접이로 애먹은 경험이 많지만 패스파인드는 직관적이며, 큰 힘이 필요 없다. 여성들도 쉽게 조작해 스스로 3열 시트에 탑승할 수 있을 정도. 반면, 차체가 높아 아이들에게는 힘겨운 등반이 예상된다.

오디오는 보스 사운드 시스템을 탑재했다. 기대 이상의 만족도로 장거리 이동에 귀를 즐겁게 만들어 준다. 아틀란 3D 내비게이션도 반갑다. 하지만 국내 판매를 위해 추가로 탑재해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뒤로가기' 버튼을 길게 눌러야 화면이 나타난다. 설명서를 보지 않는 이상 내비게이션을 작동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동급에서는 최초로 트레일러 토우 패키지를 제공한다. 뒷범퍼 하단에 견일을 위한 연결 부분과 배선 연결 플러그가 노출되어 있다. 카라반과 트레일러를 사용하는 오너에게는 추가로 돈을 들이지 않을 수 있지만 아직 국내에는 수요가 미미한 편. 사용하지 않는 오너에게는 거추장스러운 장식에 불과하다.

치밀하게 조율된 파워트레인

2017 닛산 패스파인더는 6기통 3.5L VQ35DE 엔진과 CVT 변속기가 조화를 이룬다. 최고 263마력(6,400rpm)의 출력과 최대토크 33.2kg·m(4,400rpm)의 성능을 네 바퀴 또는, 두 바퀴에 전달한다. 꾸준히 10대 엔진에 리스트를 올리며 명성을 쌓아온 VQ엔진. 미국 판매용 모델에는 새로운 직분사 시스템을 입힌 심장(VQ35DD)을 얹었지만 아쉽게도 국내에는 이전 엔진을 그대로 사용했다. 변속기는 자트코 3세대 엑스트로닉 CVT를 새롭게 도입해 일반 자동변속기의 다단화 감각과 효율성을 적절히 타협했다.

시동을 걸고 차를 움직이기 전까지 패스파인더의 주행 감각은 출렁이는 침대를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닛산은 하체를 잘 조율하는 브랜드 중 하나. 2톤이 넘는 무게를 단단히 잡아주는 하체의 감각이 드라이빙을 즐겁게 만든다. 이전 모델에 비교해 전륜에는 구조물이 추가돼 강성을 높이고 후륜 스프링은 25% 정도 단단해 졌다.

가속페달을 힘껏 짓누르면 실내로 들어오는 엔진 사운드가 경쾌하다. 치솟은 엔진 회전수와 함께 거침없이 속도를 높여간다. 다운사이징이 대세인 트렌드를 쫓는 모습이 아닌 오랜 기간 조율된 파워트레인의 장점을 경험할 수 있다. 대배기량 엔진인 만큼 우수한 연비는 기대하기 힘들다. 서울에서 가평, 포천, 남양주를 잇는 180km 정도를 테스트한 결과 L당 8.1km의 주행거리를 나타냈다. 닛산 패스파인더의 복합연비는 8.3km/L(도심 7.3km/L, 고속도로 9.9km/L)이다.

닛산 패스파인더는 '인텔리전트 사륜구동 시스템(4X4-i)'를 채택해 험로 주행 성능을 높이고, 일반 주행에서도 안정성을 높인다. 도로 조건에 따라 로터리 스위치를 돌려 세 가지 드라이빙 모드를 선택한다. '2WD'는 전륜에 100% 구동력을 보내며, 'Auto'는 주행 조건을 모니터링 한 후 토크 밸런스를 찾아 바퀴에 자동으로 배분한다. '4WD Lock'은 앞 축과 뒤축의 토크 배분을 각각 50%로 고정해 비포장도로나 오프로드에서 성능을 발휘한다.

가장 큰 불만은 스티어링 휠의 답력이다. 닛산은 유압과 모터를 동시에 사용하는 전동유압식(EHPS) 스티어링 시스템을 사용한다. 엔진 동력이 아닌 모터로 유압 펌프를 작동시켜 조향을 돕는다. 연료 효율과 엔진 동력 관리에는 다양한 장점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이번 닛산 패스파인더에는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스티어링 휠의 답력이 과도하게 강해 스트레스가 크다. 특히, 유턴 상황처럼 정지상태거나 급제동으로 무게가 앞으로 몰린 상태에서의 조향은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동급대비 낮은 가격, 높은 상품성

5,390만 원으로 정해진 패스파인더의 가격은 동급으로 비교되는 포드 익스플로러(3.5 5,540만 원, 2.3 5,790만 원), 혼다 파일럿(5,460만 원)보다 저렴하다. 그럼에도 인텔리전트 비상 브레이크,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 후측방 경고, 내리막길 주행 제어 장치, 차선 이탈 경고, 1열 3단계 히팅·통풍 시트, 아틀란 3D 내비게이션, 트레일러 토우 패키지 등의 다양한 주행 보조 시스템과 편의 장비를 두루 갖췄다. 특히, 대형 SUV의 특성상 큰 덩치에 부담이 될법하지만 인텔리전트 어라운드 뷰 모니터 기능을 탑재해 전·후·양 측면 4개의 와이드 앵글 카메라를 통해 360도 영상을 제공해 좁은 공간에서도 쉽게 주차를 시도할 수 있다.


Editor’s point

2017 닛산 패스파인더는 ‘플래티넘' 단일 트림으로 국내에 판매가격은 5,390만 원. 데일리카로 사용하기에는 여러모로 부담스러운 패스파인더는 6인 이상의 여행을 좋아하는 가족에게 주말 여행으로 최적화된 모델이다. 출중한 외모와 거친 매력을 원한다면 포드 익스플로러, 8인승을 원한다면 혼다 파일럿이 대안이다. 하지만 종합적인 밸런스를 꼼꼼히 따지는 오너라면 반드시 2017 패스파인더를 구매 리스트에 올려놓고 비교해야 할 것이다.

고석연

고석연 기자

nicego@encarmagazine.com

공감 콘텐츠를 지향하는 열혈 에디터

작성자의 다른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