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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만의 반가운 변화, 렉서스 LS 500h 시승기

풀체인지로 등장한 렉서스의 기함 LS 500h.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을 기반으로 차체는 더 낮고 넓게 설계됐다. 곳곳에 입힌 LC의 역동성은 플래그십의 지루함을 잊게 만드는 치명적인 매력으로 손꼽는다.
글, 사진_ 고석연 기자, 렉서스코리아


3세대로 국내 시장에 첫인사를 건넨 렉서스의 LS는 유독 소음에 민감한 국내 소비자들에게 정숙성을 바탕으로 내구성 좋은 단단한 이미지를 구축했다. 하지만 인기도 잠시, 독일 3사와의 차별성을 찾지 못한 4세대 LS는 사장님들의 선택을 받기엔 조금은 부족한 그저 그런 '큰 차'로 전락하고 만다.

렉서스가 플래그십 시장에 다시 한 번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간 두 번의 마이너 체인지가 있었지만 5세대로의 풀체인지는 무려 11년 만이다. 국산 브랜드도 꼼짝 못할 만큼 굳건한 국내 시장에 어떤 비밀병기를 숨겨 왔는지 직접 살펴보기로 했다.

렉서스코리아는 21일부터 이틀간 새롭게 출시한 LS 500h 시승회를 진행했다. 인천 용유도 일대에서 치러진 시승회는 총 36km의 코스를 한 번은 운전석에, 한 번은 2열 시트에서 LS를 경험했다. 고속 주행의 쾌감은 충분히 맛볼 수 있는 반면, 도심구간의 부재는 아쉬움으로 남는 코스다.

렉서스의 풍미, 초대형 세단에는 파격으로 느껴져

그동안 렉서스가 걸어온 파격적인 변화에 성공 요소를 꼽자면 스핀들 그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다스베이더를 연상케하는 첫 등장에 많은 이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렉서스는 굽히지 않았다. 다양한 모델에 도입될수록 완성도는 더욱 높아졌다. 그리고 천편일률적인 '붙여넣기' 방식이 아닌 차급에 따른 디자인 변화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LS에도 마찬가지로 플래그십답게 스핀들 그릴을 차분하고 웅장하게 재해석했다.

스핀들 그릴의 테마는 후면까지 이어진다. 범퍼 하단에는 과하지 않은 수평축의 크롬 장식으로 안정감과 공간감을 극대화했다. 헤드램프와 마찬가지로 길게 뻗은 선을 강조한 리어램프도 5세대 LS만의 독창성이 돋보이며, 존재감이 확실하다.

오토만시트로 빛이난 풍요로운 2열 공간

운전석에 앉으면 낮아진 시트 포지션을 경험할 수 있다. 렉서스에 따르면 30mm 정도라고 하지만 체감은 더욱 크게 다가온다. 대시보드를 포함한 전면 레이아웃은 수평적 공간감을 강조한 선대모델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꼼꼼히 살펴보면 변속레버가 전진 배치되고 멀티 터치 패널이 자리하는 등의 큰 변화를 발견할 수 있다. 계기판은 8인티 컬러 TFT LCD를 도입해 집중력은 높아졌지만 동급 모델의 큼직한 정보창과 비교해 답답함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플래그십의 백미는 2열 시트에서 찾아야 한다. 렉서스 LS 500h도 그렇다. 운이 좋게 시승차는 AWD 플래티넘 등급의 모델. 유일하게 오토만 시트를 경험할 수 있는 최고 등급의 사양이다. 오토만 시트는 모터식 뉴매틱 시스템을 이용해 22방향으로 시트를 조절할 수 있다. 동반석 슬라이드의 길이를 기존보다 120mm 늘려 최대한 앞으로 밀 수 있으며, 휠베이스도 35mm 늘어난 덕분에 1,022mm의 레그룸이 확보된다. 이는 175cm 정도의 성인 남성이 앉았을 때 종아리 지지대의 각도와 상관없이 시트 포켓에 발끝이 닿지 않을 만큼의 여유로움을 제공한다.

실내에서 느낄 수 있는 장점은 한층 업그레이드된 마크래빈슨 오디오 시스템을 꼽을 수 있다. 헤드 라이너에까지 꼼꼼히 배치한 총 23개의 스피커는 귀를 즐겁게 만든다. 특히, 어떤 자리에 앉아도 트위터, 미드레인지, 우퍼 스피커의 영역을 고루 느낄 수 있어 스위트 존(Sweet zone)이 따로 없다는 게 큰 장점이다. 또한, 최근에는 고음질 음원보다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주로 이용하는데 압축 음원 복원 기술인 클래리-파이(Clari-Fi)가 포함돼 유실된 음원 정보로부터 부족한 저음과 고음을 풍부하게 살려 실내에 퍼뜨린다.

멀티스테이지 하이브리드 시스템

렉서스 신형 LS 500h는 V6 3.5L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를 조합했다. 여기에 후륜 4단 기어를 포함한 CVT 변속기를 더해 파워트레인을 꾸린다. CVT라 밋밋한 감성을 예상한다면 섣부른 판단. 모의 10단 변속 제어 기능을 탑재해 다이내믹한 주행 퍼포먼스를 연출한다. 엔진만 보면 최고출력 299마력(6,600rpm), 최대토크 35.7kg ·의 성능을 발휘하지만 여기에 모터를 더해 359마력의 시스템 출력을 네 바퀴에 전달한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활용하는 만큼 출발은 조용하다. 하지만 가속페달에 힘을 실으면 곧바로 엔진이 깨어난다. 조용했던 실내로 거친 엔진음이 기분 좋게 밀려온다. 물론, 가상의 엔진 사운드지만 과거와 같이 유난히 강조되거나 거슬리는 수준은 아니다. 스포츠와 스포츠 플러스에서는 납득이 되지만 노멀과 에코에서도 으르렁거리는 소리는 자칫 정숙성을 해치는 요소로 해석될 요지가 크다.

렉서스 LS 500h의 드라이빙 감성은 폭발적인 가속감이 아닌 가벼운 몸놀림에 있다. 차체 크기를 보면 자칫, 운전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이번 LS에서만큼은 예외다. 마치 중형 세단을 운전하고 있는 듯이 움직임이 가볍다. 이번 행사에 특별히 초대된 일본 토요타 외와타 제품기획 담당은 경쾌한 움직임의 이유를 신형 GA-L(Global Architecture-Luxury) 플랫폼과 서스펜션이라 설명했다.

신형 플랫폼으로 기존 모델보다 높이를 5mm 낮추고, 넓이를 25mm 늘려 더욱 안정적인 자세를 구현할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앞서 발표한 LC의 것과 구조적으로 동일한 서스펜션이 큰 역할을 담당했다. 여기에 감쇠력을 650단계까지 제어할 수 있는 전자 제어 에어 서스펜션은 노면 추종성을 더욱 높여 준다.

장점

- 플래그십 세단을 잊게 만들 역동적인 익스테리어
- 다재다능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 업그레이드 된 마크래빈슨 오디오 시스템

단점

- 뒷심 부족한 3.5L 엔진
- 남들 다있는 HUD는 어디에?
- 1억 7천만 원

고석연

고석연 기자

nicego@encarmagazine.com

공감 콘텐츠를 지향하는 열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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