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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Why] 왜 포르쉐와 BMW는 ‘D컷 스티어링 휠’을 안 쓸까요?

포르쉐 918 스파이더의 원형 스티어링 휠

요즘 조금이라도 스포티한 맛을 낸 모델에 D컷 스티어링 휠이 달려 나옵니다. 기본형엔 안 넣어도 옵션으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죠. 심지어 현대 아이오닉에도 달렸을 정도니까요.

D컷 스티어링 휠은 스티어링 휠의 밑동을 자른 형태입니다. 그 모양이 알파벳 ‘D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에요.

D컷 스티어링 휠의 탄생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있는데 가장 널리 퍼진 건 모터스포츠에서의 유래입니다. 멀쩡한 스티어링 휠의 아랫도리를 자른 이유엔 말 못할 고민이 있었어요. 과거, 운전석이 좁고 스티어링 휠이 낮은 레이스카에 앉은 드라이버의 허벅지가 스티어링 휠에 닿는 문제가 있었죠. 초를 다투는 드라이버에게 이런 점은 상당히 신경 쓰이는 부분이었습니다.

처음엔 스티어링 휠을 작게 만들어 해결했어요. 하지만, 1980년대부터 엔진의 출력이 크게 오르고 타이어가 넓어지면서 스티어링 휠로 전달되는 힘을 드라이버가 감당하기 어려울 지경에 이르렀고 사이즈를 마냥 줄일 수 없었습니다. 이때 아이디어를 낸 게 거의 쓸 일이 없는 아랫부분을 자른 것이죠.

그리고, 이 아이디어를 이태리 스포츠카 메이커들이 양산차로 옮겨왔습니다. 페라리와 람보르기니가 대표적입니다. 이들은 운전 중 불편함을 줄이고 타고 내리기 쉽도록 D컷 스티어링 휠을 애용했습니다.

고성능 모델들의 D컷 스티어링 휠이 퍼지면서 점점 일반인들의 머릿속에 ‘스포티 = D컷 스티어링 휠’ 공식이 굳어졌고 스포츠카 메이커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회사의 고성능 모델에 D컷 스티어링 휠이 퍼졌습니다.

그런데 왜 정작 스포티함의 대명사로 인정받는 포르쉐와 BMW가 이런 D-컷 스티어링 휠을 쓰지 않는 걸까요?

그들의 입에서 나온 걸 그대로 전하면 이렇습니다.

"스티어링 휠이 원형이 아니면 돌릴 때 잡는 위치에 따라 감각이 달라집니다. 우린 드라이버에게 일관적인 피드백을 주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이들의 선택을 지지합니다. 조금만 돌려도 바퀴가 많이 비틀어지는 레이스카가 아니라면 D컷 스티어링의 장점보단 단점이 도드라지니까요.

BMW 신형 M5의 스티어링 휠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원형이 가장 좋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특히, 뒷바퀴가 크게 미끄러지는 오버스티어를 제어할 때 쓰는 카운터 상황이나 유턴할 때 D컷 스티어링 휠이 더 불편합니다.

D컷 스티어링 휠 옹호론자들이 말하는 ‘스티어링 휠의 방향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도 크지 않습니다. 스티어링 휠 안쪽의 스포크 모양이 이를 대신하기 때문이죠. 타고 내릴 때의 불편함과 허벅지 닿는 문제도 패키징의 최적화와 스티어링 휠 틸팅 기능이 나오면서 거의 사라졌습니다.

결국, 최근 일반 모델에 D컷 스티어링 휠을 다는 건 감성에 호소하는 이유가 가장 커요. "레이싱카나 이태리 슈퍼카들이 스티어링 휠을 이렇게 만드는 것 봤죠? 해서 우리도 비슷하게 만들어봤습니다." 정도에 불과합니다.

앞서 말한 포르쉐와 BMW는 이런 감성보다는 실리를 추구하며 원형을 고집하고 있는 것이지요. 한동안 D-컷 스티어링 신봉자처럼 보였던 현대차도 i-30 N과 벨로스터 N엔 원형 스티어링 휠을 달았습니다. M의 수장이었던 알버트 비어만의 영향이 있었으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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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문

박영문 기자

spyms@encarmagazine.com

부품의 기술적인 결합체가 아닌, 자동차가 지닌 가치의 본질을 탐미하는 감성 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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