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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Why] 왜 앞이 잘 찌그러지는 자동차가 더 안전할까?

자동차에 대한 궁금증을 함께 해결하는 코너입니다. '뭘 이런 걸 다'하고 여길 만한 궁금증까지 최선을 다해 풀어 드리겠습니다. 참여하고 싶으신 분은 댓글 혹은 이메일(media@encarmagazine.com)으로 질문 주시면 됩니다.

오늘은 자동차 안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00차와 ㅁㅁ차가 박았는데 ㅁㅁ차 앞이 아주 아작이 났어, 역시 차는 00이 최고야 웬만해선 안 찌그러지잖아.” 사고 장면을 목격한 이들 사이에서 종종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는 오해예요. 안전을 말하고 싶다면 앞보다는 운전석 부근의 상태를 살피는 것이 옳습니다.

전의 상황을 되짚어 보죠. 큰 사고가 났을 때 차와 운전자 중 어느 쪽 피해를 줄이는 것이 최선일까요? 당연히 '차보다 사람이 먼저'죠. 자동차야 비용을 들이면 원래 모습으로 되돌릴 수 있지만 목숨은 그럴 수 없으니까요.

충격력(힘)은 충격량에 비례하고 충돌 시간에 반비례합니다. 여기서 충격량은 일정하므로 운전자에게 피해를 주는 충격력을 줄이기 위해선 충돌하는 시간을 되도록 길게 가져가야 합니다.

결국, 시간이 포인트입니다. 자동차 회사들은 이 시간을 벌기 위해 엔진룸을 잘 찌그러지도록 설계합니다. 이를 크럼플 존(Crumple zone)이라고 부릅니다. 유리 잔처럼 깨지기 쉬운 물건을 택배 보낼 때 폭신한 에어캡으로 감싸는 것과 같은 이치죠.

크럼플 존이 에어캡 역할을 담당하는 것입니다. 만약 자동차의 앞부분을 돌덩이처럼 단단하게 만들면 에어캡 없는 유리 잔처럼 충격으로 발생한 힘이 고스란히 운전자에게 전달되어 큰 부상을 입히겠죠.

♦ 벨라 바레니의 크럼플 존 스케치

크럼플 존의 개념을 자동차에 처음 도입한 사람은 벤츠 엔지니어였던 벨라 바레니(Béla Barényi, 1907~1997)에요. 발명왕으로 불리는 에디슨보다도 더 많은 특허를 보유한 천재였죠. 그는 1954년 슈투트가르트 인근의 진델핑겐(Sindelfingen)에서 실제로 자동차 충돌 실험을 통해 크럼블 존의 효과를 입증했죠.

최근의 자동차들은 크럼플 존과 세이프티 존(운전석 부근)의 구분이 명확합니다. 이런 이유로 메이커들은 차체의 모든 부분에 같은 소재를 쓰지 않아요. 예컨대 크럼플 존처럼 잘 찌그러져야 하는 곳과 견뎌야 하는 곳의 소재가 다르죠.

♦ 노란색 방향으로 충격을 흡수합니다

정리하면, 자동차는 앞(엔진룸 부근)과 뒤(트렁크)가 잘 찌그러지는 게 좋고 운전석은 단단해야 합니다. 이제부터 누군가 엔진룸이 찌그러진 차를 보고 흉을 보거든 제대로 설명해주세요~.

 

박영문

박영문 기자

spyms@encarmagazine.com

부품의 기술적인 결합체가 아닌, 자동차가 지닌 가치의 본질을 탐미하는 감성 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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