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 차량이 출고센터에서 출발 예정입니다.”
8일 오전, 캐스퍼가 곧 도착한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계약이 4월 23일이었으니 인수까지 2주 정도 걸렸네요. 10년 넘게 탄 스파크를 대신할 새로운 경차를 고민하기 시작했을 때, 옵션에 욕심을 부려 후회가 없도록 하자는 생각뿐이었습니다. 물론 안과 밖도 잘 꾸며보자는 마음도 컸고요. 안전 편의 사양은 비슷비슷했지만 귀여운 건 역시 캐스퍼더라고요. 1800만 원 넘는 경차, 비싸도 어쩌겠어요. 귀여운데.
(추억 돋는 예전 영상이지만) 캐스퍼와 레이(+아반떼)의 구성 차이가 궁금하면 ▼▼
일단 스마트는 제외. 15인치 스타일드 스틸 휠도 휠이지만 8인치 내비게이션이 없거든요. 선택품목으로 추가도 못하고요. 운전자의 시선이 가장 많이 가는 곳 중 하나인데 허전하면 보기 안 좋더라고요. 그리고 없으면 불편하잖아요. 내비게이션 말고도 지능형 안전 기술도 따로 추가할 수 없게 막아 놨더라고요. 그래서 진짜 시작은 디 에센셜 라이트부터였습니다.
열선 기능이 포함된 가죽 스티어링 휠을 비롯해 열선/통풍 시트, 스마트키 등 몇 가지가 더해지긴 했지만 크게 다른 점을 체감하긴 어려웠어요. 운행이 잦은 편은 아니었지만 스파크가 거의 깡통이다 보니 타면 탈수록 후회가 됐거든요. 일단 아낌없이 넣어봤습니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포함한 지능형 안전 기술(현대 스마트센스 I, 70만 원)은 필수. 내비게이션, 블루링크, 후방 모니터, 풀 오토 에어컨(멀티미디어 내비플러스, 153만 원)도 빼놓을 수 없었습니다. 17인치 알로이 휠 패키지(65만 원)랑 디자인 플러스(40만 원)도 넣어야 봐줄 만할 것 같았어요. 조금 욕심을 더 부려서 (얼마나 쓸지 모르겠지만) 공간 활용에 도움이 될 컴포트 플러스(60만 원)까지 하면 1878만 원이더라고요. 가장 높은 등급인 인스퍼레이션의 가격은 1870만 원. 인스퍼레이션에는 굳이 더하지 않더라도 원하는 게 다 있더라고요. 근데 여기서도 고민은 있었어요. 바로 터보 엔진.
모닝 때는 안 그랬던 것 같은데 캐스퍼는 액티브 모델(터보)이 주력이 된 것 같아요. 90만 원(스마트, 디 에센셜 라이트에선 95만 원)이라는 가격도 나쁘지 않지만 다른 경차에선 누릴 수 없는 혜택이기도 하니까 이해는 가요. 그래도 전 선택하진 않았습니다. 할까 말까 할 땐 하는 게 맞다고는 하지만 필요 없을 것 같아서요. 게다가 터보 엔진은 관리나 연비에서 자연흡기 엔진과 차이가 있고, 작년에 캐스퍼 액티브에서 터빈과 인터쿨러 문제로 야기된 가속 불량이 조금 신경 쓰이기도 했고요.
앞서 언급했듯 스파크를 대체할 차가 필요한 상황이었고, 스파크는 집 주변을 주로 왔다 갔다 하는 마실용이나 다름없어요. 잠깐 운전을 하더라도 이것저것 다 넣고 싶던 편의 장비와 안전사양과 달리 출력은 더 좋을 필요 없다는 생각이었어요.
캐스퍼의 최고출력은 76마력이고 최대토크는 9.7kgf.m인데, 10년 넘은 스파크보다 약간 더 높은 수치예요. 스파크의 출력에 불만이 없었기에 충분하겠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요즘 나오는 차들이 워낙 출력이 높다 보니 경차에 대한 기준도 높아지는 것 같은데, 경차가 언제부터 쌩쌩 잘 달렸다고…
처음엔 집 주변 캐스퍼 공식 인수점으로 차를 받고 바로 틴팅 작업을 진행할까 생각했었는데요. 다른 지역은 모르겠지만 외관부터 응대까지 성에 차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신차 패키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도 여러 군데 찾아보고 돌아다녀 봤는데 이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결국 집으로 받기로 하고 틴팅 시공 대신 브랜드 키트를 선택했습니다. 브랜드 키트는 트렁크 정리함을 비롯해 먼지떨이, LED 안전봉, 전면 유리 커버, 담요, 목베개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딱히 쓸 만한 것은 없어요. 트렁크 정리함은 작아서 뭘 담아서 정리하기엔 좀 부족하고. 그나마 LED 안전봉은 괜찮아 보이는데 쓸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신차의 이상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워서 공식 인수점으로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도색의 균일성이나 미세한 스크래치, 실내외 연결 부위 유격 등은 육안으로 쉽게 판별할 순 없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전문 장비로 가능한 것들을 제외하고 신차 패키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의 검수 리스트를 토대로 나름 눈여겨봐야 할 것들을 미리 정리해 봤어요. 도어 잠금, 라이트, 와이퍼, 미디어, 열선/통풍 등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고 시동도 연속으로 걸어보고 변속기랑 브레이크 조작도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고 엔진룸은 손전등으로 비춰보면서 누유가 있는지 봤어요. 제 눈엔 괜찮아 보이더라고요. 그리고 캐스퍼 홈페이지에서 인수 확정을 누르기 전까진 정말 끝난 게 아니기 때문에 지능형 안전 기술과 같은 것들은 운전하면서 점검했고요.
물론 단기 보험을 따로 들고 운전했습니다. 차대번호만 있어도 가입이 가능합니다. 결제할 때 임시운행 의무보험료를 내긴 하지만 차를 받고 나선 적용이 안 된다고 들었어요. 그리고 신차 등록하려면 보험이 있어야 하고요. 전혀 이상이 없어서 저는 짧게 주행을 마치고 차를 받은 날 저녁에 인수 확정을 눌렀답니다.
인수 확정까지 하면 남은 건 차량 등록. 결제할 때 등록 대행을 신청하면 업체가 대신해주기도 합니다. e-등록이라고 해서 요즘은 온라인으로도 차량 등록이 가능하더라고요. 직접 차량등록사업소로 가서 등록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만약 직접 등록하러 간다면 자동차 제작증이랑 임시 운행 허가증(탁송증 안에 있음), 신분증 등 구비 서류와 함께 임시 번호판을 꼭 떼서 가지고 가야 합니다. 참고로 자동차 의무보험 가입 증명서는 전산으로 확인이 가능하니까 출력할 필요는 없습니다. 임시 번호판은 드라이버로 직접 떼도 되지만 사업소에서 번호판 탈부착 하시는 분들에게 부탁드려도 됩니다.
신청서를 작성하면 번호를 열 개 정도 보여주는데 원하는 걸 픽 하면 됩니다. 그리고 페인트와 필름 중에 하나를 결정해야 합니다. 이것도 조금 고민하긴 했죠. 필름 번호판이 신차 느낌 나고 좋아 보였는데 불량 이슈가 있었잖아요. 요즘에도 필름 번호판 교체하러 간다는 글이 종종 보이던데. 그렇다고 페인트 번호판으로 하자니 밋밋해서 뭔가 아쉽더라고요. 번호판이 엔진도 아니고 필름이 붕 뜨면 교체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에 일단 예뻐 보이는 걸로 달았습니다.
시작부터 번호판을 다는 것까지 합리적인 결정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군가에겐 이해하지 못할 선택의 연속 일지도. 하지만 저는 만족합니다. 보고 있으면 기분이 조크든요. 귀엽잖아요.
소소한 신차 꾸미기는 따로 더 가볍고 재밌게 다뤄볼까 해요. 다음 편에서 만나요!
글 이순민
사진 현대자동차, 국토교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