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C 아카디아 드날리 얼티밋, 직접 타보고 느낀 솔직한 이야기
GMC 아카디아 | 드날리 얼티밋 | 2.5 가솔린 터보 | 7인승
"제무씨, 제무씨"라고 부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아버지 세대에게는 익숙했지만, 저에게는 낯설기만 한 이름. GMC라는 브랜드 이야기입니다. 트럭으로 워낙 유명한 브랜드라 국내에서는 어색하게 느껴지지만, 북미에서는 프리미어급 대우를 받는 녀석입니다. 이번에 그 GMC의 대형 SUV, 아카디아 드날리 얼티밋을 직접 타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3열까지 꼼꼼하게 앉아보고, 가속 페달부터 트렁크까지 하나하나 뜯어본 후기를 남겨봅니다.
이번 시승에서 다룬 이야기 — 압도적인 덩어리감과 실제 체감 크기 · 2.5 터보로 330마력을 뽑아낸 비밀 · 무거운 페달과 진한 승차감 · 2열의 여유, 3열의 아쉬움 · 오토 홀드가 빠진 이유
SECTION 01
처음 마주했을 때 느낀 건 '멧돼지 같은 덩어리감'이었습니다. 미드에서 요원들이 선글라스 끼고 내릴 것 같은, 그런 낯설고 터프한 인상입니다. 그런데 재밌는 건 옆에서 봤을 때는 그렇게 길어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유는 휠베이스에 있었습니다. 휠베이스가 워낙 길어서 오버행이 짧아지고, 그만큼 비율이 늘어져 보이지 않는 겁니다.
전폭 2,020mm — 팰리세이드보다 4cm 더 넓음
전장 차이 +9.5cm — 팰리세이드 대비 더 긴 앞뒤 길이
휠 22인치 — 6볼트 방식 적용
막상 운전을 해보니 체감이 확실했습니다. 카니발(전폭 1,995mm)도 옆에 있으면 별로 안 커 보일 정도였으니까요. 다만 무조건 좋다고만 하기엔 애매합니다. 주차장에서 옆 차들이 다 팰리세이드나 카니발급이라면 이 차는 꽤 부담스러운 크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릴 디자인도 인상적입니다. 북미 차량답게 크롬을 잔뜩 쓸 것 같았는데, 오히려 절제되어 있습니다. 로고 컬러 정도만 포인트로 남기고 나머지는 대부분 블랙 플라스틱. 캐딜락 에스컬레이드가 스쳐 지나가는 프론트 페이스인데, 생각보다 차분하게 다듬어낸 느낌입니다.
SECTION 02
엔진룸을 열기 전에 먼저 스펙을 짚어보겠습니다. 이 차는 2.5L 가솔린 터보 엔진에 8단 자동변속기를 씁니다. 어디서 많이 본 조합이죠. 팰리세이드 내연기관 모델과 정확히 같은 배기량, 같은 단수입니다. 그런데 출력이 다릅니다.
팰리세이드 280ps — 동일 배기량 2.5 터보
GV80 304ps — 동일 배기량 2.5 터보
아카디아 332.5ps — 최대토크 45.1kg·m
같은 배기량으로 팰리세이드보다 무려 50마력 이상 차이가 납니다. 그럼 당연히 뒷바퀴굴림 기반이겠구나 싶었는데, 의외로 팰리세이드처럼 앞바퀴굴림 기반의 AWD였습니다. 처음엔 의아했지만 곱씹어보니 이해가 됩니다. 고속 크루징이 많은 미국 도로 특성상 무거운 뒷바퀴 구동축을 계속 돌리는 것보다, 엔진과 변속기가 가까운 앞바퀴를 굴리는 편이 연비에 훨씬 유리하거든요. 덩치는 크지만 다운사이징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는 셈입니다.
실제 주행에서는 이 출력이 꽤 부드럽게 다가옵니다. 가속 페달을 얹으면 힘이 뚝뚝 끊기지 않고 매끄럽게 이어지고, 저속에서는 RPM을 계속 낮게 쓰다 보니 엔진 소음이나 진동도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다만 무게가 있는 만큼 풀가속 구간에서는 살짝 버거워하는 느낌도 있습니다. 공차중량이 2,260kg에 달하니까요.
SECTION 03
이 차의 첫인상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미국차 특유의 무게감'입니다.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 모두 국산차처럼 살짝만 건드려도 반응하는 세팅이 아닙니다. 얼마 전 탔던 지프 그랜드 체로키 L과 비슷한 결이었습니다. 미국 브랜드가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세팅인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죠.
· "차가 크고 무거운데, 그래도 밀고 가네." — 풀가속 구간에서 느낀 솔직한 인상
ISG(공회전 제한 장치)는 눈에 띄게 자연스럽습니다. 정차 후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시동이 언제 다시 걸렸는지 모를 정도로 조용합니다. 다만 여기서 아쉬운 점 하나. 오토 홀드 기능이 없습니다. ISG가 있는데 오토 홀드가 없다는 건, 8,900만 원짜리 차 기준으로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승차감은 확실히 진한 편입니다. 노면이 험한 구간을 지나도 서스펜션과 무게가 눌러가며 부드럽게 넘어갑니다. 차체가 덜덜거리거나 흔들리는 느낌 없이 견고하게 받아냅니다. "이 정도면 세단에 버금간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습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사용기 — 앞차 추종 성능 자체는 평범한 수준입니다. 다만 차선을 비집고 들어오는 차량을 인식하는 타이밍이 기대보다 늦어서, 몇 번은 직접 브레이크를 밟아야 했습니다. 차간 거리 조절도 위로는 안 되고 아래로만 당겨서 3→2→1→3으로 순환하는 독특한 방식입니다.
SECTION 04
2열은 확실히 여유롭습니다. 시트를 제일 앞으로 당겨도 아반떼급 무릎 공간이 남고, 시트 포지션도 1열보다 높아 시야가 탁 트입니다. 창문 크기도 넉넉해 개방감이 좋습니다.
✅ 2열 무릎 공간
시트를 앞으로 밀어도 아반떼급 여유가 남습니다.
✅ 2열 도어 트림
팔 닿는 부분과 손잡는 부분의 높이가 편안하게 설계됐습니다.
❌ 2열 리클라이닝
6~7단으로만 조절되고, 팔걸이 각도는 따로 조절되지 않습니다.
❌ 2열 선쉐이드
이 트림에는 빠져 있습니다.
3열은 살짝 결이 다릅니다. 2열을 제일 앞으로 밀었을 때는 무릎 공간과 헤드룸이 그럭저럭 남지만, 2열을 뒤로 밀면 3열 무릎이 꽉 닿을 정도로 좁아집니다. 헤드레스트가 있는 걸 보면 3명까지 앉을 수 있는 구조이긴 하지만, 실제로는 접듯이 앉아야 하고 안전벨트 클립 때문에 엉덩이가 불편합니다. 법적으로는 7인승이지만, 3열 3인 착석은 권장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 3열 에어벤트
머리 위쪽에 있어 찬바람이 얼굴로 직방으로 옵니다.
✅ 3열 충전 포트
양쪽 모두 C-타입 포트가 마련돼 있습니다.
❌ 3열 등받이 각도, 풍량·온도 조절
별도로 조절되는 기능이 빠져 있어 형식적인 3열에 가깝습니다.
❌ 3열 볼스터
옆에서 몸을 잡아주는 구조가 없어 코너링 시 홀딩감이 부족합니다.
트렁크는 확실한 강점입니다. 시트를 접으면 경사 없이 끝까지 평평하게 이어지는 완전 평탄화 구조입니다. 등받이도 덜썩거리지 않고 탁 하니 일렬로 내려앉습니다. 캠핑용 매트만 깔면 그대로 눕는 것도 가능할 정도입니다.


SECTION 05
컵홀더와 수납공간은 역시나 미국차답게 넉넉합니다. 도어포켓, 센터, 무선충전 패드 아래까지 자리마다 수납공간이 숨어 있습니다. 다만 자잘한 디테일에서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선바이저 조명이 하얀빛이 아닌 노란빛이고, 거울 배율이 과하게 확대되어 있어 얼굴 전체가 아닌 이마·눈·코·입 정도만 보이는 수준입니다.
실내 디스플레이 구성은 화면 크기 대비 다소 아쉽습니다. 15인치 세로형 디스플레이, 11인치 클러스터, 8인치 헤드업 디스플레이까지 갖췄지만, 화면이 큰 만큼 설정할 수 있는 기능이 다양할 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실제로는 그렇게 다채롭지 않았습니다.
견인 능력 2,268kg — 공차중량 2,260kg과 거의 동일한 수준. 토잉모드(TOW/HAUL)가 별도로 마련돼 있어 트레일러나 보트를 끄는 이들에게는 확실한 메리트입니다.
VERDICT
이 차는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는 것보다, 직접 타봐야 진가를 알 수 있는 차입니다. 지프 그랜드 체로키가 험로를 헤쳐나가는 우직함으로 승부한다면, 아카디아는 그냥 하염없이 편안하게 나아가는 쪽입니다. 타이어 폭이 넓은데도 노면 소음이 크게 넘어오지 않고, 차 높이가 있는데도 울렁거림 없이 안정적으로 지나갑니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승차감 좋은 대형 SUV를 찾는 분 — 노면을 눌러가며 부드럽게 지나가는 세팅을 좋아한다면 만족스러울 겁니다.
· 희소성을 원하는 분 —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브랜드와 실루엣이 강점입니다.
· 2열 위주로 활용할 가족 — 3열은 형식적인 수준이라 2열까지만 쓴다면 만족도가 높습니다.
· 다만 오토 홀드, 3열의 세밀한 편의 기능은 아쉬운 부분으로 감안하고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돈.씨"를 외치는 사람이 있다면, 이 한마디로 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타 봤어?" 실제로 운전하고, 뒷자리에 앉아봐야만 이 차의 매력이 온전히 전해지는, 그런 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