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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방스 롱텀] 코리안 86, 1만km 타고 느낀 단점들

지난 <코리안 86 롱텀 1편>에 달아주신 여러분의 댓글, 하나하나 잘 읽어 보았습니다. 졸필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말씀 많이 적어주셔서 참 감사했습니다. 물론 따가운 얘기도 적잖이 보이더군요. 이를테면 “왜 흉기차 타냐”는 식의 코멘트였죠(수입차 롱텀이었으면 “차 자랑한다”고 했을 거면서). 그 말은 양평해장국 선지를 푹 찌르는 젓가락처럼 제 가슴을 파고 들어왔습니다. 무엇보다 제 기억에 가장 깊이 박힌 댓글은 바로 이거였습니다. 저의 아반떼 스포츠 앞뒤 문짝 색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것.

오늘부터 얘를 '바둑이'라고 부르기로 합니다

여러분은 마법사입니다. 저 댓글은 제게 마법을 걸었습니다. 그 마법은 저로 하여금 앞뒷문의 채도 차이가 예전보다 훨씬 커 보이게 만들었습니다. 하, 왜 이리 색이 다른 건지. 어떤 분 말씀처럼 출고 전 사고라도 있었던 걸까요. 만일 제가 20번째 차를 들이게 된다면 그 이유의 8할은 이쪽에 있을 것입니다.

어쨌든 이번에는 1편에서 예고한 것처럼 ‘오랜 시간 타면서 깨달은 아반떼 스포츠의 단점’ 이야기를 갖고 왔습니다. 뜸 그만 들이고 바로 본론으로 가죠.

아방스 시트가 몸을 잘 잡아주는 건 엉덩이 자국 때문입니다

첫 번째입니다. 아반떼 스포츠 수동 모델에는 천연가죽시트가 기본입니다. 나름 디자인도 무난하고 유치한 레드 포인트도 봐줄 만합니다. 그런데 1만km쯤 타니까 방석 부분이 푹하고 패였습니다. 운전자 엉덩이 자국이 난 겁니다. 처음에는 ‘며칠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선캄브리아대 화석처럼 없어지지 않습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양쪽이 균일하게 눌렸으면 좋으련만 왼쪽과 오른쪽의 눌린 양이 다르기까지 합니다. 이로써 바둑이는 제가 30년 넘게 살면서도 몰랐던 걸 일깨워 주었습니다. 제 엉덩이가 짝궁둥이라는 사실을.

실내에도 비눗칠하고 싶습니다

둘째는 차 안 냄새입니다. 제 차는 3개월 정도 된 ‘재고차’를 출고한 거였습니다. 그 기간 동안은 현대차 원주 출고센터에 서 있었다고 하더군요. 아마 재고로 지내는 동안에는 비도 팍팍 맞고 뜨거운 일광욕도 했을 겁니다. 그래서일까? 처음 차를 받았을 때부터 유독 고무 냄새가 심했습니다. 뭔가 꼬릿하면서도 화학적이어서 코가 아픈 그런 냄새. 그게 6개월 넘게 운용한 아직까지도 완전히 안 잡힌 듯합니다. 냄새는 감성적인 영역이라 표현하기도 어렵고 측정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나 차에 대한 인상을 아주 크게 좌우하는 요소인 건 분명합니다. 이 사실을 잘 아는 아우디는 차 냄새 전담하는 코 팀(Nose team)까지 두었습니다. 이제는 현대도 그렇게 해야 할 때일 것입니다.

이곳의 미덕은 '무빵자력복귀'라죠

셋째는 서킷에서의 성능입니다. 서킷은 차를 한계 영역으로 내몰게 되는 곳. 이로써 차의 특성을 낱낱이 알 수 있습니다. 일단 아반떼 스포츠의 서킷 주행 능력은 ‘합격’입니다. 가령 인제스피디움 서킷을 세션(20~25분) 내내 풀로 달려도 엔진이 쿨럭거리는 법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11세션, 100랩 정도 돌렸는데 하체 잡소리도 전혀 안 납니다. 랩타임도 훌륭합니다. 인제스피디움 기준 순정 상태의 아반떼 스포츠로 2분 5~6초 나옵니다. 참고로 예전 애마인 포르쉐 복스터로는 2분 20초 나왔었습니다. 복스터가 더 느려서? 아뇨, 복스터는 아끼느라 그랬습니다. 연석도 안 밟고 풀 브레이킹도 안 때렸지요. 데헷. 역설하면 ‘아반떼 스포츠는 서킷에서 타기에 부담 없는 차’라는 얘기입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아반떼 스포츠가 “순정 상태로도 서킷 탈 만하다”는 얘기지 “서킷 달리기에 충분하다”는 말은 아닙니다. 일단 브레이크 성능이 금세 떨어집니다. 인제스피디움 기준 2랩을 넘어가면서부터는 제동력이 원래 능력을 잃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2바퀴 어택, 1바퀴 쿨링하는 식으로 타야 합니다.

순정 타이어는 교체 대상 1순위로 꼽힙니다

또 순정 타이어(한국 S1 노블 2)의 그립도 아쉽습니다. 공도에서는 충분하다 느꼈었는데 트랙에서는 쉽게 지쳐버리는 듯합니다. 차의 코너링 성향도 필요 이상으로 안정적입니다. 뒤 차축이 노면에 너무 끈끈하게 붙어 있습니다. 그래서 코너 도는 맛이 상당히 밍밍합니다. 슬슬 튜닝의 유혹이 들기 시작하는 순간입니다.

이제 오너로서 선택의 길에 섰습니다. 순정 상태로 최대 랩타임을 뽑아낼 거냐, 아니면 내 취향과 트랙 주행에 맞게 차를 손질할 거냐. 사실 이건 고민할 필요도 없는 문제입니다. 노력은 시간에 비례합니다. 하지만 저는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결국 운전자 튜닝 대신 차 튜닝을 하기로 합니다.

벽돌 네 박스가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그렇다고 뭐 대단한 걸 달고 붙이려 하는 건 아닙니다. 그저 공도 주행에 포커싱된 아반떼 스포츠 순정의 주행성을 살짝 서킷 쪽으로 돌려 놓는 겁니다. 이를 골자로 한 첫 번째 튜닝 부품이 도착했습니다. 예전부터 마니아들로부터 사랑 받아온 경량 휠, 엔케이 RPF1입니다. RPF1은 F1 휠의 레플리카(RP)라는 의미로서 이런 이름이 붙었답니다. 사실 저도 이번에 알았…

최고의 휠입니다. 디자인 빼고요

비록 디자인은 심심, 아니 볼품 없을 지경이지만 스펙이 실합니다. 일단 17인치 기준으로 실측 6.8kg인 초 경량 휠에 속합니다. 참고로 아반떼 스포츠 순정 휠은 11kg에 이른다고. 단순 계산으로 순정 무게의 약 60% 남짓인 겁니다. 아울러 경량임에도 레이싱에 써도 될 만큼 튼튼한 것도 장점입니다. 뭐, 이 정도 적어 두면 나중에 중고나라에서 휠 되팔 때 제값 받을 수 있겠죠?

어떤 게 아방스인지 모르겠네요

첫 타자인 휠을 시작으로 두 번째, 세 번째 부품들까지 속속 왔습니다. 전에는 탁송 기사님 얼굴 익히는 맛이 있었는데 이제는 택배 기사님과 안면 텄습니다. 분리수거 때는 박스가 얼굴까지 쌓일 만큼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휠 이외 다른 택배를 뭐 시켰는지, 아직 밝힐 수 없습니다. 이렇게 해야 여러분이 다음 편을 기대하실 거잖아요. 크크. 이 말은 이쯤에서 또 한 번 끊고 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3편에서는 바둑이가 제 입맛에 맞게 변해가는 얘기가 주를 이룹니다. 튜닝하고 서킷에서 몇 초나 빨라졌는지도 그때 말할 겁니다. 사이즈 줄인 17인치 휠의 테를 감은 타이어가 뭔지도 그때 말할 거예요. 이렇게 저는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며 잠시 물러갑니다. 독자 여러분, 3편도 기대해주세요.

정상현

정상현 편집장

jsh@encarmagazine.com

미치광이 카마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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