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테스트

> 리뷰 로드테스트 > [BMW M2 스토리 1화] 21번째 자동차를 고른 기준

[BMW M2 스토리 1화] 21번째 자동차를 고른 기준

기억하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필자는 얼마 전까지 ‘코리안 86, 아반떼 스포츠 롱텀’을 연재했었습니다. 당시 아방스의 구매 목적은 스프린트 레이스에 나가는 거였어요. 한데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있었습니다. 움직임이 너무 안정적이었던 겁니다. 나는 코너 안쪽을 향해 가고 싶은데 차는 라인이 부풀어 바깥쪽으로 밀려나는 점(언더스티어)이 재미를 깎아 먹었습니다. 재미있으려고 산 장난감이 재미 없다? 더 보유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이 연유로 잽싸게 코리안 86을 팔았습니다. 그리고 진짜 86인 토요타 86을 샀습니다. 올해 4월, 아반떼 스포츠를 매각한 다음 날 토요타 분당전시장에서 86을 출고했습니다. 사실 86은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2013년에 9개월 정도 홍시 색깔 86을 탔지요. 그 차는 16인치 휠을 끼우고도 사랑스럽게 움직였습니다. 특히 서킷에서는 ‘차가 어쩜 이렇게 가냐’는 생각이 들 정도(좋은 의미로)였습니다. 그 기억으로 이번에도 주저 없이 지를 수 있었어요.

요즘 후륜구동차는 대개 안정적으로 세팅해 출시됩니다. 역설하면 후륜차 특유의 맛이 거의 안 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86은 다릅니다. 양산차를 통틀어 후륜차 맛이 가장 진한 편이죠. 그래서 다시 사도 후회 안 할 자신 있었습니다. 드라이버가 코너 안쪽을 보면 그곳을 향해 함께 돌진해주는 자동차, 너무 사랑스럽지 않습니까?

그런데 제 눈이 높아졌나 봅니다. 아무리 운동성이 좋을지언정 203마력의 출력과 중국 시골 마을에서 만든 듯한 내장재가 납득이 안 되더군요, 납득이. 결국 신차 출고로부터 4개월 만에 또 팔았습니다. 부산 사는 지인에게 딱 5,000km 타고 넘겼죠. 금전적 손해가 컸습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홀가분한 기분은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왜긴요. 86을 팔고 받은 돈으로 또 다른 차를 살 수 있으니까. 낄낄. 그렇게 20번째 차였던 86에 이어 21번째 차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21번째 차의 조건은 세 가지였습니다. 1) 출력이 강할 것 2) ‘소리’가 좋을 것 3) 마지막으로 후륜구동일 것. 더 구체적으로 적어보자면 0→100km/h 가속을 4초 대에 끝낼 것, 부드럽되 폭력적인 사운드가 날 것, 86처럼 코너 안쪽을 바라보며 달릴 수 있을 것을 바랐습니다.

제네시스 G70 3.3T가 조건에 얼추 맞았습니다. 하지만 출퇴근용으로 타는 G80와 겹치는 면이 보였습니다. 현대 기아차 특유의 인테리어가 지겹기도 했습니다. 쉐보레 카마로 SS는 무언가 과한 느낌에 부담스러웠습니다. 사실 순정 카마로 SS는 사운드 면에서 매력이 적고 은근히 언더스티어가 있습니다. 결국 스포츠카는 포르쉐인 건가? 얼마 지나지 않아 알고 지내던 포르쉐 딜러분께 메시지를 보내봅니다. “718 카이맨 스탁차가 있냐”고.


이런. 1억 언저리에 꽤 괜찮은 차들이 있더군요. 즉시 출고 가능한 것들이었죠.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제가 포르쉐를 워낙 좋아하거든요. 한데 981 박스터를 2년 넘게 탔기 때문에 981의 마이너체인지 개념인 718을 살 만한 동기가 ‘크게는’ 안 생기더라고요. 1억 넘게 주고 4기통 차를 사는 것에 대한 저항도 컸습니다(718 오너분들께는 죄송합니다. 포르쉐 만세!!!).

포르쉐의 대안을 찾아라
원래 포르쉐가 싫으면 페라리를 사면 됩니다. 그러나 저는 래퍼나 의사가 아니므로 페라리는 불가능했습니다. 결국 페라리는 다음 생에 사는 걸로 합니다. 그렇다면 포르쉐의 대체재는 뭐가 있을까요? 이렇게 생각을 잇다 보면 자연스레 BMW M과 메르세데스 AMG가 떠오를 것입니다. 포르쉐보다 싼 값에 비슷한 성능 내지 같은 값으로 더 강한 성능을 보이는 ‘가성비 머신’들이죠.

개인적으로 메르세데스를 좋아합니다. 물론 M은 그보다 더 좋아합니다. 급식 먹던 시절 제 드림카가 코드명 E46의 M3였습니다. 수동변속기의 E39 M5도 좋고 협곡의 8기통 엔진 품은 E92 M3는 사랑합니다. 얼마 전에는 오토갤러리에서 E30 M3를 보고 팬티 갈아입었습니다. 저는 늘 마음 속에 M을 품고 살았던 거예요.

이 연유에서 M2를 사기로 했습니다. 왜 M2냐고요? M 중에서 제일 싸니까요. 방긋! 곧 S55 엔진의 M2 컴페티션이 나온다느니 EDC랑 M버튼이 없다느니 하는 혹평도 있는 게 사실이지만 제게는 별다른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어차피 오래 안 타니까...는 아니고 컴페티션을 기다릴 자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냥 ‘현 시점에서 내게 가장 알맞은 차를 사면 된다’는 신조에 따라 질렀을 뿐입니다.

M2는 트랙을 포함해 이미 몇 차례 타 본 적 있습니다. 경험에 미루어 말하건대 앞서 언급한 21번째 차의 필수 조건 세 가지를 전부 만족시켰습니다. 1) 파워 : 직렬 6기통 3.0L 엔진에 터보 붙여 370마력을 냅니다. 토크는 오버부스트 시 51kg∙m이나 되죠. 2) 사운드 : S55 엔진의 M3/M4보다 N55 엔진의 M2 사운드가 더 좋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 웬만한 포르쉐보다 팝콘을 잘 튀긴다는 것도 매력입니다. 3) 역동성 : M2는 순수 후륜구동입니다. MDM으로 일컫는 스포츠 디퍼렌셜이 있는 것도 M2의 메리트였습니다. M3만큼은 아니지만 드리프트도 잘 되는 편입니다.

차량 대금을 보냈습니다. 숫자로만 돈이 오가니 돈 쓴 기분은 안 나고, 차 산 기분은 더욱 안 납니다. 괜시리 M2 전시차가 있는 분당의 모 전시장을 들락거리기도 했습니다. 이윽고 일주일 정도 지나니까 “PDI 완료됐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이때쯤 되니 불면증에 시달립니다. M2를 얼른 받고 싶어서죠. 그런데 하필이면 역대급 태풍 솔릭이 온다고. 하. 그래서 출고를 그 다음주로 미뤘습니다.

아시다시피 솔릭은 수도권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솔릭이 지나자 비가 미친 듯이 왔지요. 네, 그렇게 제 인생 첫 번째 M은 퍼붓는 비와 함께 출고되었습니다. 출고 때 얼굴에 묻은 물기가 빗물인지 눈물인지 헷갈렸습니다. ‘나의 불행이 누군가에게는 행복일 수 있다’고 여기며 스스로를 위로해 봅니다.

다행히 차는 양품으로 왔습니다. 딜러분께서 제 성격(지랄맞음)을 배려해주셔서 탁송차에서 내려오는 순간부터 꼼꼼히 눈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하나하나 검수하고 인수증에 서명. BMW 특유의 기름진 새 차 냄새가 퍽 기분 좋습니다. ‘그 냄새 몸에 안 좋다’는 댓글은 사양할래요. 구입 전 보디 컬러 고민이 컸는데 실제 보니 끝내주는 롱비치 블루 메탈릭. 아울러 LCI(Life Cycle Impulse, 일종의 페이스리프트) 버전으로서 바뀐 포인트들도 멋집니다.

일단 기존 바이제논 헤드램프가 풀 LED로 진보했습니다. 이에 따라 코로나 링이 육각 형태로 변했고 하이빔 어시스트를 지원합니다. 테일램프도 LED로 바뀌며 그래픽 변경. 보태어 이번 LCI 모델에는 M 퍼포먼스 파츠 중 카본 립 스포일러와 디퓨저가 달려 나옵니다. 이게 300만 원 정도 한다고(내 돈 주고는 안 단다). 휠과 브레이크는 여전히 M3/M4와 공유합니다.

실내도 바뀌었습니다. 가령 대시보드에 스티치를 넣었고 센터페시아 형상을 변경했습니다. 계기판도 평평한 것이 완전 멋짐. 그런데 이런 거, 오너 눈에만 보이는 거 맞죠? 다들 ‘뭐가 바뀐 거냐’는 생각 드시죠? 저도 사진으로 대조하며 적은 것이니 여러분은 오죽하겠어요.

그렇다면 여러분이 궁금해할 만한 ‘M2의 단점’, 이런 게 있습니다. 일단 위 사진처럼 시트에 실밥이 나와 있더군요. 이게 프리미엄 브랜드의 자동차 맞나요? 가죽시트는 엉덩이 쪽이 하루 만에 울기도 했습니다. 사실 저는 자연스러운 주름이라고 생각했는데 보는 사람마다 “시트가 왜 이러냐”고 합니다. 다음부터는 대나무 방석이라도 사주고 말했으면 좋겠습니다.

기름도 많이 먹습니다. 길들이기하느라 살살 모는데도 L당 8~9km 밖에 못 갑니다. 참고로 M2는 옥탄가 95 이하의 기름을 넣으면 안 되고 98 이상을 주유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고급유 기준이 RON 94 이상이니 고급유 위의 고급유를 요구한다는 소리. 게다가 연료통은 52L여서 주유소를 자주 들락거려야 합니다. 이거 상당히 불편합니다. 기름 게이지가 떨어질수록 초조해지거든요.

BMW M 디비전이 권장하는 M2의 길들이기 기간은 주행거리 2,000km까지입니다. 그 동안은 항상 길들이는 시간까지도 즐거웠었는데요. M2는 그런 거 다 필요 없고 얼른 달리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시동 걸 때부터 지축을 뒤흔들어 대니 운전에 대한 욕구를 누르기 힘듭니다. 여러 차를 타 봤지만 이런 차는 처음이에요. 이래서 M은 남자의 차라고 하나 봅니다. 혹시 M은 Male의 M인 걸까요?

다음 편에서는 M2의 실제 시승 소감을 소개하려 합니다. 단독으로만 풀어내면 따분할 테니 다른 스포츠카들과 비교해 보겠습니다. 비슷한 출력의 일본 스포츠카를 끌어내는 게 가장 재미있을 테죠? 한편 얼마 전에 회사 업무용 차로 벨로스터 N이 들어왔는데요(대표님 ♥). 한국의 M을 표방한 그 녀석과 진짜 M을 맞대 보는 것도 재미있겠네요. 잠시 타본 바, 머플러에서 터지는 탕탕탕 총성만큼은 벨로스터 N의 승리였습니다. 그래도 전 M2가 좋아요. 제 차니까요. 헤헤. 그럼 다음 편에서 뵈어요!

정상현

정상현 편집장

jsh@encarmagazine.com

미치광이 카마니아.

작성자의 다른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