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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로스터 N 리뷰] ‘회사 차’로서 2,000km 몰아본 후기

‘경영지원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무척이나 고리타분합니다. 세상을 살아갈 때 늘 정석을 따라야 한다고 여기지요. 그들은 발목을 덮는 까만 양말을 좋아합니다. 교장선생님이 입을 법한 웃옷을 걸친 채 자기네가 단정하다고 믿습니다. 엊그제는 사무실에서 사원증을 요요처럼 빙글빙글 돌리고 다니는 저에게 눈을 흘기기도 했습니다. 사원증은 목덜미에 차는 거라고 생각하나 봅니다.

에스케이엔카닷컴, 우리 회사의 업무용 자동차는 그들이 골랐습니다. 그들의 성향에 따라 자연스레 현대 아반떼나 쉐보레 크루즈 같은 지루한 것들이 회사의 차고를 채웠습니다. 그런데 한 임원이 이런 의견을 냈습니다. “우리도 자동차 회사인데, 회사 차로 좀 특별한 걸 사 보자”고. 그는 포르쉐 718 박스터를 탑니다. 작년까지 박스터 981을, 지금은 M2를 타는 저만큼 제 정신이 아닙니다. 한데 듣고 보니 설득력 있더군요. 다행히 우리 사장님도 저처럼 생각했나 봅니다. ‘특별한 업무용 차 들이기 프로젝트’는 그렇게 발의되고 실행되었습니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가장 특별한 차는 무엇일까? 거꾸로 접근해 보니 ‘경영지원팀이 가장 싫어할 만한 차’를 고르면 될 일이었습니다. 이윽고 우리-제 정신 아닌 임원과 나-는 현대 벨로스터 N을 회사 차로 들여 경영지원팀을 골탕 먹이자는 결론을 냈습니다. 현대 N 브랜드의 신호탄 같은 모델. 시장에서의 평가가 무척 좋은 모델. 결정적으로 현대차이기 때문에 회사 차로서 운용에 대한 부담도 적을 듯했습니다. 제가 경영지원팀을 이렇게나 많이 배려합니다.

결국 올해 6월 15일에 계약, 8월 28일에 차가 나왔습니다. 출고로부터 지금까지 보름 남짓 탔습니다. 벌써 2,000km나 뛰었습니다. 이에 첫 리뷰를 적어 보겠습니다.


비닐은 안 주셔도 되는데

차는 비가 무척 많이 내리던 날 출고됐습니다. 그래서 검수를 제대로 못했습니다. 계기판에 적힌 누적 주행거리는 30km 정도. 보통 현대차들은 10km 미만으로 출고되는데요. 사실 여부는 모르겠지만 벨로스터 N은 QC를 까다롭게 해서 출고 시 주행거리가 길답니다. 어차피 비 때문에 이상 유무 알기도 어렵습니다. 믿어야지요 뭐.

C... 비닐이 또 있었네

현대차를 출고할 때마다 느끼는 점. 얘네는 유독 신차에 비닐이 많습니다. 새 차를 산 건지 아니면 비닐을 샀는데 새 차가 딸려 온 건지 헷갈립니다. 덕분에 출고 날은 비닐 뜯느라 손 아프고 쓰레기도 많이 나옵니다. 이러면 환경 문제가 되고, 빙하가 녹고, 북극곰이 콜라 먹다 눈물 흘릴 겁니다.

새 차 냄새도 여전합니다. 현대차 냄새는 머리 아프고 역합니다. 신차인데 곳곳에 오염이 있는 것도 거슬렸습니다. 특히 우리 벨로스터 N은 휠과 플라스틱 내장재가 지저분했습니다. 내 차였으면 인수 거부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건 회사 차이고 나랑은 상관 없으니 그냥 넘어가기로 합니다.

주행 모드별 변화 큰 게 맘에 듦
아직 우리 N은 길들이기 중입니다. 아끼는 마음에서 고급유만 넣어주고 있습니다(사실 난 일반유 넣었음). 웬만하면 엔진을 4,000rpm 넘게 안 돌리고 있죠(사실 난 레드존 찍었음). 그래서 제대로 된 가속력 체크(사실 난 해봤음)는 불가합니다. 하지만 운동성, 그러니까 선회 능력은 충분히 파악했습니다. 그 결과는 이렇습니다.

나도 엉덩이에 살 좀 쪄야되는데

벨로스터 N은 무겁되 작은 조약돌을 타고 다니는 느낌입니다. 일단 차를 움직이면 실제보다 500kg은 묵직한 느낌입니다. 엑셀러레이터 페달 초반 입력에 따른 스로틀 보디의 반응이 느려 출발도 무겁습니다. 하지만 선회를 시작하면 마치 일시적으로 차체가 쪼그라드는 것처럼 민첩하고 경쾌하게 돕니다. 직진할 땐 차체가 2톤이었다가 선회할 때는 1톤이 되는 기분입니다. 숏턴이 많은 와인딩에서는 그 어떤 차가 덤벼도 이길 만합니다.

박스터 순정 타이어를 현대차에서 만나게 될 주링야 +_+

차의 기울어짐을 억제하는 전자제어식 서스펜션과 끈적한 피렐리 피제로 타이어 덕분일 것입니다. 무엇보다 일단 코너에 머리를 넣은 다음에는 가속 페달을 마구 밟아도 됩니다. 앞쪽 디퍼렌셜에 LSD가 있어서 코너 안쪽을 향해 노즈를 말기 때문입니다. 신묘한 움직임입니다. 설령 전륜구동일지라도 LSD가 있으면 후륜차 부럽지 않습니다.

전부 다 SPORT로 해 놓아야 쎄 보이니까

놀라운 포인트는 ‘드라이브 모드’입니다. 그동안 현대차는 주행 모드에 따른 차의 변화가 거의 없었습니다. 포르쉐나 BMW와 대조적이었지요. N은 다릅니다. 주행 모드에 따라 성격이 극명하게 바뀝니다. 특히 댐퍼와 배기 사운드가 크게 변합니다. 가령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 두면 섀시가 웬만한 코일오버 댐퍼 단 것처럼 딱딱해집니다. 이건 서킷에서의 쓰임새를 염두한 게 분명합니다. 머플러에서는 ‘땅땅’하는 총 소리도 납니다. 양산차 맞나 싶을 정도예요. 이런 차를 승인하다니, 예전 현대차 중역들이 많이 잘렸나 봐요?

단점은 연비
약점도 있습니다. 가속력과 연비입니다. 결국 엔진에 대한 불만으로 수렴할 겁니다. 275마력짜리 소형차치고는 가속이 그리 빠르지 않습니다. 엔진 반응도 퍽 둔합니다. 고급휘발유 넣었는데도 ‘조금 더 잘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제는 아반떼 스포츠(204마력)와 함께 달렸는데요. 직선에서는 녀석을 룸미러에서 멀어지게 만드는 게 힘들었습니다.

33분 동안 석가모니가 되었읍니다

기름도 제법 먹습니다. 체감 상 BMW M2와 거의 비슷한 듯합니다. 2,000km 타는 동안 복합 9km/L 나왔습니다. M2는 3.0L 엔진으로 370마력을 냅니다. 벨로스터 N은 그보다 1L나 작은 엔진이고 출력도 100마력 정도 약합니다. 그러니까 M2보다 연비가 좋아야 이치에 맞는 겁니다.

상처엔 대일밴드가 쨩쨩

19인치 휠은 차의 스펙에 비해 ‘오바’입니다. 18인치 정도면 좋았을 뻔했습니다. 이미 벨로스터 N오너들은 인치 다운을 행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회사 차도 휠 사이즈를 줄여 볼까요(경영지원팀의 돈으로)? 그 고민을 하는 찰나에 제 뒷자리 앉는 놈-곤잘로-이 오른쪽 뒷바퀴를 시원하게 긁어먹고 왔습니다. 일단 사진처럼 임시로 수리해 두었지만 영 거슬리는 게 사실입니다.

극한직업

다음 주에는 휠 긁은 ‘그 놈’을 데리고 강원도 굽잇길을 다녀올 예정입니다. 그 놈이 토할 때까지 달려볼 터입니다. <엔카TV>의 ‘큐피디’와 함께 영상도 만들어 오려고 합니다. 영상으로 보시면 우리 회사 차가 얼마나 좋은지 더 잘 느껴지실 겁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당신이 스포츠 드라이빙을 좋아하되 경영지원팀 소속이 아니라면 잘 들으세요. 당장 3,000만 원을 내고 벨로스터 N을 사십시오. 벨 N이 정답입니다. 2,000km 타 본 사람이자 현재 M의 오너로서 단언합니다. 벨로스터 N을 선택한다면, 당신의 삶이 예전보다 한결 즐거워질 것입니다.

정상현

정상현 기자

jsh@encarmagazine.com

미치광이 카마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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