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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2 스토리 3화] 3,000km 주행, 단점을 보다

저의 21번째 차, M2를 산 지 두 달 지났습니다. 지금까지 3,500km 달렸습니다. 틈 날 때마다 끌고 나갔더니 거의 한 달에 2,000km를 탄 겁니다. 이로써 시간 대비 주행의 밀도(?)가 높았다는 계산이 나오는데요. 그래서인지 차의 성능도 대부분 파악이 되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단점도 알기 시작했죠.

지난 편에서 말한 것처럼 2,000km를 탄 다음 센터에서 ‘길들이기 점검’을 받고 나왔습니다. 뒤 차축의 디퍼렌셜 오일과 엔진오일을 갈았습니다. 정비 후 센터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느껴집니다. 차가 눈에 띄게 부드러워진 것이. 기분이 좋았습니다. 수능시험 끝났을 때랑 비슷한 감정이 들더군요. 이제 ‘참는 것’을 그만하고 맘껏 즐길 수 있기 때문이죠. 이제야 M2 성능을 100% 뽑아낼 수 있는 권한을 얻은 것입니다.

의외의 만족, 힘
M2의 엔진은 N55 유닛입니다. N55는 BMW의 40i 모델에 주로 쓰이고 최고출력 340마력을 냅니다. 변속기는 대개 8단 AT를 씁니다. M2는 여기서 30마력을 더 끌어올렸습니다. 보태어 토크컨버터식 8단 AT 대신 게트락제 7단 듀얼 클러치를 답니다. 이러니 빠르다는 40i 모델보다 더 빠를 수밖에 없는 것. 참고로 M2의 제원상 0→100km/h 가속 시간은 4.3초입니다.

제 M2는 관상용이나 탈세용이 아니라 오직 달리기를 목적으로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틈 날 때마다 열심히 달립니다. 차로 스트레스 푸는 성격은 아니지만 M2 타고 달리면 기분 좋아지고 정신이 또렷해집니다. 운전에 집중하게 만들기 때문이에요. 마치 모터사이클 타는 것과 비슷하죠.

M2의 가속은 이따금 ‘무섭다’는 생각 들게 만듭니다. 차가 작고 엔진 힘은 네 바퀴 중에 절반에만 가는 까닭입니다. 정지 가속을 할 때는 엔진 출력이 펑펑 터지고 그걸 DSC가 죽여 대느라 정신 없습니다. M2의 서로 다른 자아 두 개가 충돌하며 싸우는 듯합니다.

세차 후 하루가 지나면 분진 덮밥이 됩니다

실제로 강한 가속을 하면 여지 없이 휠 스핀이 납니다. 2단에서까지도 DSC 경고등이 미러볼처럼 깜빡거립니다. 사실 구입 전에는 “고작 370마력”이라며 깔보았는데요. 그래도 M은 M인가 봅니다. 엔진이 ‘펄떡거린다”는 표현도 쓸 만합니다. 운전대 돌아간 상태에서 DSC를 끈 채 가속 페달을 밟으면 즉시 드리프트 초기 자세를 만들어 준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제가 먼저 주차했습니다

그런데 ‘후빨’이 약합니다. 정지가속은 충격적인데 추월가속은 ‘그렇구나~’하는 정도입니다. 엔진을 7,000~7,200rpm까지 빠듯하게 돌리면서 흉포하게 굴다가 이윽고 초고속 영역에 들면 터보차저를 떼어버린 것처럼 맥이 빠집니다. 뭐, 개인적으로 200km/h 넘게 쏘는 걸 무서워하는 입장이라 별로 상관 없습니다. 하지만 초고속주행을 즐긴다면 M2보다 M3/M4 쪽을 보는 게 나을 것 같아요.

고속에서의 주행안정성도 별로입니다. 370마력짜리 차라면, 그것도 M이라면 이럼 안 돼요. M2는 서스펜션이 너무 단단하고 스트로크가 짧아 하체가 뻣뻣합니다. 이 때문에 고속주행에서 차가 용수철 밟은 듯 튀어 오를 때가 많습니다. 이따금 노면을 놓치기도 합니다. 조향이 들어간 상태라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겠습니다. 이 연유로 속도 오를수록 즐거운 게 아니라 공포감이 듭니다. 스포츠카가 힘을 쏟아낼수록 공포스럽다니, 문제가 있죠.

M2 전에 탔던 포르쉐 박스터(981)는 반대였습니다. 저속에서는 승차감도 나쁘고 필요 이상으로 둔합니다. 그런데 고속에서는 놀랄 만큼 주행안정성이 좋아집니다. 박스터는 가장 편한 속도 영역이 80km/h가 아니라 160km/h였습니다. 그땐 마치 5톤짜리 납을 납작하게 펴서 타는 듯했습니다. 좋은 스포츠카는 이래야 하는 거고, M2는 그렇지 않습니다.

기름통 좀 키워주세요
현실적인 단점도 있습니다. 전방 주차 센서가 없다는 것. 7,510만 원짜리 차에 전방 주차 센서가 없다. 그리고 통풍 시트도 없다. 흐흐하고 웃음이 나옵니다. 구식 스마트키 디자인도 마음에 안 듭니다. 뭐 요즘 G바디 신형 키로 개조해주는 업체가 많다는데요. 제가 이 정보를 알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얼마나 키의 생김새가 거슬리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면 주유소 말고 화장실 가고 싶어짐

기름통이 작은 것도 저를 힘들게 합니다. M2의 연료탱크는 고작 52L입니다. 3.0L 터보 엔진 달린 차 연료통이 50L 남짓인 건 M2가 세계 유일일 겁니다. 살살 다녀도 350km쯤 타면 주유소 가야 합니다. 게다가 M2는 옥탄가 98 이상의 고급유를 넣어야만 되는데요. 제 경우 집에서 10km 떨어진 곳에 옥탄가 100.9짜리 고급유 파는 데가 있어서 기름 넣고 오는 것도 일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탱크로리 사서 기름 받아 놓고 편히 주유하고 싶습니다.

타이어 온도까지 표현. 하지만 으뜸은 천재적
UX

너무 단점만 얘기한 것 같아서 장점도 좀 적어봅니다. 만회는 안 되겠지만요. 일단 운전대에 열선이 있습니다. 솔직히 이건 기대도 안 했는데 말이에요. 아이드라이브 시스템은 너무 똑똑합니다. 모니터가 터치를 지원하지만 조그 다이얼 쓰는 게 더 편할 만큼 UI와 UX가 천재적입니다. 음성 인식도 최고입니다. 국산차인 제네시스보다 훨씬 잘 알아듣고 인지하는 말도 많습니다. ‘뜬금포’지만 현대의 멀티미디어 시스템은 걸면 걸리는 걸리버 만들던 사람들이 제작하는 거 아닌가 싶어요.

배기 사운드는 현재 팔리는 M카를 통틀어 으뜸입니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머슬카처럼 존재감 ‘뿜뿜’입니다. 그래서 집 근처에서는 무조건 콤포트 모드로 다녀야 하죠. 또 MDM 모드(TCS OFF)에 두면 팝콘 공장으로 탈바꿈합니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큼지막한 파열음을 낸 뒤 이윽고 거품 터지는 소리가 끊이질 않습니다. 이정현 기자는 밖에서 듣는 M2 사운드가 두카티 같다고 극찬했습니다.

포르쉐가 갖고 싶어요
제가 두 달 전 M2를 산 건 ‘고출력 차가 갖고 싶어서’였습니다. 사실 M보다는 포르쉐를 훨씬 좋아하는데요. 문제는 포르쉐에서 0→100km/h 가속을 4초대에 끊는 걸 사려면 718 카이맨 S로 가야만 합니다. 이걸 새로 적으면 ‘포르쉐에 1억 원 이상을 쾌척하라’는 말이 됩니다. 반면 M2는 그보다 25% 저렴한 7,510만 원이고 포르쉐에 비해 할인도 큰 편입니다. 아울러 718은 4기통이지만 M2는 6기통입니다. 후배 기자로부터 두카티 소리를 낸다는 칭찬도 들을 수 있죠.

이렇게까지 ‘정신승리’하는데도 자꾸만 포르쉐 살 걸 그랬나 싶은 건 왜일까요. 며칠 전에는 지인이 718 GTS를 출고했는데, 거기서 나는 가죽 냄새까지도 사랑스러웠습니다. 내 M2 냄새가 롤리타렘피카라면 718은 조 말론 같았죠. 또 앞서 말한 포르쉐 특유의 고속안정성이라든가 MR의 운동성이 그립습니다. M2 롱텀 시승기를 이제야 세 편 썼는데 또 차를 바꾸게 되는 건 아니겠죠? 여러분, 꼭 4편에서 만나길 바라요. 이번이 M2 스토리의 마지막이 되지 않기를. 아멘.

정상현

정상현 편집장

jsh@encarmagazine.com

미치광이 카마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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