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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320d 시승] 신형이 구형보다 확 좋아진 점 '3'

D세그먼트 세단의 기준은 어떤 차일까? 이 질문에 대해 많은 카마니아들은 BMW 3시리즈를 떠올린다(이견이 있다면 우리에게 손편지 보내시기를). 3시리즈는 1975년 E21 출시 이래 콤팩트 스포츠 세단의 왕좌를 놓친 적이 없다. 메르세데스의 S클래스, 폭스바겐의 골프, 포르쉐의 911, 현대의 포터처럼 3시리즈는 BMW 브랜드의 상징으로 통한다.

현대(제네시스)를 포함한 수많은 메이커들은 그런 3시리즈를 내버려 두지 않았다. 1등의 자리를 탈환하려 했다. 동급 차를 내놓을 때마다 3시리즈를 대놓고 들먹였다. 하지만 3시리즈 사살에 성공한 메이커가 없었다. 3시리즈는 모델 체인지 때마다 더욱 멀찍이 도망쳐 버렸으니까. 지난해 제네시스 G70이 북미에서 올해의 차에 꼽혔다지만 그때의 3시리즈는 나온 지 6년 넘은, 모델체인지 직전의 구닥다리였다. G70이 이긴 건 팩트지만 그게 진정한 승리는 아니었다는 소리다.

드디어 우리가 사랑하는 ‘3’이 신형으로 돌아왔다. 코드명 G20의 완전한 풀 체인지 버전이다. D세그먼트의 새로운 기준. 앞으로 몇 년 동안 많은 메이커들이 목표로 삼을 자동차. <엔카매거진> 편집부는 신형의 실력과 방향성, 만듦새가 궁금했다. 새 3시리즈를 타 보면 앞으로 D세그먼트 세단들이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있으니까.

결국 우리는 3시리즈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직접 알아보기로 했다. 이윽고 330i M 스포츠 패키지와 320d 럭셔리가 회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나는 파란색 330i를 보자마자 마음을 빼앗겼다. 하지만 그 차의 시승은 이정현 기자가 맡기로 했다. 자연스럽게 나는 알파인화이트 320d를 타기로 했다. 330i를 빼앗은 이정현 기자의 논리는 “선배는 구형 320d를 탔었기 때문에 신형 320d랑 비교하라”는 거였다. 개가 짖는 듯한 이명이 들렸지만 드러내지는 않았다.

이정현 기자의 말처럼 필자는 구형이 된 F30 320d를 보유했었다. 한국에 론칭한 직후 샀다. 하지만 기대보다 영 별로였다. 예컨대 엔진 소리가 납득할 수 없을 정도로 탈탈거렸다. 하체는 늘어난 팬티의 고무줄처럼 흐느적거렸다. 인테리어는 당시 팔리던 현대 YF 쏘나타보다 저가형이었다. 기름값이 프리우스보다 적게 들고 돈 많은 한량처럼 보인다는 점만 빼면 단점이 너무 많았다. 물론 엔진이 N47에서 B47로 바뀐 LCI 320d는 많이 좋아졌었다. 330i는 320d보다 훨씬 즐거운 차였고. 하지만 내가 샀던 초기형은 우리 모카(애완견이다)의 똥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었다.

오래 전부터 3시리즈의 팬을 자처했지만 직접 보유하면서 느낀 3시리즈는 인상이 나빴다. 그래서 이번 320d 역시 부족한 점이 있다면 신랄하게 깎아내리려고 했다. 결론 먼저 말하면 실패했다. 신형은 구형에 비해 두 세대(=Generation) 정도의 차이가 날 정도로 진화했다. 여러 면에서, 아니 사실 상 모든 면에서 진보했다. 그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세 가지가 있었다. 오늘은 그 세 가지를 중점적으로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는 NVH, 둘째는 라이드&핸들링, 셋째는 인테리어다.

NVH - ★★★★★
우선 NVH 얘기부터. 조용한 지하주차장에서 330i가 먼저 엔진을 켰다. 직분사 특유의 고압펌프 소음과 연료분사 소음이 주차장 천장을 타고 증폭됐다. 나는 나지막이 “포트분사가 좋다”고 중얼거렸다. 편집부 팀원들은 그에 동의하는 듯 일제히 주억거렸다. 뒤이어 320d의 크랭크샤프트를 돌렸다. 의외였다. 오히려 330i의 초기 시동보다 조용하다. 차 안이 아니라 외부에서의 소음부터 확 줄은 것. 이건 엔진 자체가 조용하다는 걸 방증한다. 물론 330i의 아이들링이 안정화되면 20d보다는 30i가 조용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콜드 스타트 기준으로는 디젤이 더 차분했다.


실내에서도 감동이다. 디젤 같지 않다. F30 시절의 320d와 NVH 수준이 정말이지 크게 벌어진다. G30 520d와 비교해도 차이를 느낄 수 없다. 이 정도면 “소음과 진동 때문에 320d가 싫다”는 말이 완전한 오류가 되어 버린다. 주행할 때의 노면 소음과 풍절음도 잘 틀어막았다. 세그먼트 중 조용한 편이라는 제네시스 G70 3.3보다 더 정숙하다. 시승 내내 ‘조용하다’든가 ‘편하다’는 생각이 뇌를 가득 채웠다. 이건 내가 알던 –10년 된 트럭 같은- 320d랑 너무 달랐다.

R&H – ★★★★☆
“예전의 3시리즈가 아니다”.
나를 포함한 카마니아들은 3시리즈가 새로 나올 때마다 이렇게 지껄였다. 3시리즈 특유의 스포티함 내지 스파르탄함이 희석됐다는 아쉬움이다. 강철 같던 3시리즈가 대중지향적으로 변하고, 자본과 타협하는 모습에 역겨워 했다. 그 의견은 E46에서 E90으로 넘어갔을 때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E90에서 F30으로 넘어갔을 때는 우리의 대출금처럼 시간에 비례해 증폭됐다.


G20 3시리즈도 마찬가지다. F30보다 더욱 편해졌다. 그런데 G20의 변화는 F30이 겪은 변화와 결이 다르다. F30은 그저 ‘느슨해졌다’는 평가였다. 예컨대 보디 롤이 컸다. 3시리즈답지 않았다. 아울러 스프링이 늘어나면 다시 쪼그라드는 데에 너무 오랜 시간을 들였다. BMW에 토요타 코롤라의 댐퍼를 달아 놓은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빠르게 달리기 부담스러웠다. 운전대 감각도 현대차의 그것보다 조금 나은 수준에 불과했다. 특히 고속 영역에서 전륜 타이어 접지감을 뿌옇게 숨겨 버렸다.


반면 G20은 (이제야) 댐퍼가 제 역할을 하는 듯하다. 사실 감쇠력은 여전히 무른 축에 든다. 가령 다리 이음새 같은 걸 밟고 나면 다시 착지하는 데까지 느긋하게 기다려야 한다. 대신 F30보다 좀 더 플랫 라이드 성향이다. 이 때문에 고속안정성이 좋아졌다. 같은 구간을 구형보다 시속 20km쯤 빠르게 가도 부담 없다. 너울 타는 듯 움직였던 F30과 달리 G20은 평형을 유지하려 애 쓴다. F30보다 승차감이 여유롭다. 한 급 위의 차를 타는 것처럼.


운전대 감각도 한층 선명하다. 이제 EPS의 정점에 올라선 듯하다. 제한 속도에 다다랐을 때 피드백을 거의 ‘삭제’했던 구형은 잊어도 좋다. 신형은 고속에서도 앞 타이어가 미끄러지는지, 땅은 얼마나 잡고 있는지, 언제쯤 노면을 놓치게 될지를 친절하게 알려준다.

인테리어 - ★★★★☆
F30의 인테리어는 지방의 삼류 플라스틱 공장에서 찍어낸 듯했다. 값비싼 330i를 살지언정 싸구려 분위기를 숨길 수 없었다. 손으로 내장재 곳곳을 두들기면 5,000원짜리 장난감 소고에서 나는 듯한 소리를 냈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자동차 같지 않았다. 소비자들은 만족하지 않았다. 심지어 3시리즈를 타는 사람들 마저도.
그런 의견이 BMW 기획자들에게까지 들어간 건가. 신형은 인테리어가 화끈하게 진보했다. 2층 전기버스처럼 첨단을 달린다. 구형은 낡은 마을버스 같았다. 분위기는 소재와 엠비언트 라이트, 그리고 큼지막한 LCD 패널로써 주도한다. 예컨대 G20 320d 럭셔리의 대시보드는 인조 가죽(센사텍)으로 뒤덮였다. 물론 일부 등급은 우레탄을 쓰지만 그마저도 구형보다는 보기 좋다. 야간에는 무드 램프가 들어온다. 건조한 BMW 인테리어에 활력을 불어 넣는 아이템이다. 마지막으로 10.25인치 센터 디스플레이(구형은 8.8인치)와 거룩한 전자화를 이룬 계기판이 2030년도 같은 분위기로 이끈다.


하지만 아쉬움도 존재한다. 가령 드라이브 모드를 바꾸는 스위치가 반 터치식으로 바뀐 게 별로다. 정말 별로다. 구형은 물리 버튼이었기 때문에 눈으로 보지 않은 채 촉감으로 누를 수 있었다. 신형은 반드시 눈으로 체크한 뒤 만져야 한다. 직관성이 떨어진다. 모드 변경 버튼이 시동 버튼 바로 밑에 붙어 있어서 실수로 잘못 누르는 행동에 대한 부담도 크다.


계기판의 시인성이 나쁜 것도 BMW에 어울리지 않는다. 엔진회전계가 일반적인 차들과 달리 반시계방향으로 상승한다. 푸조가 하는 짓을 BMW가 한 것이다. 이건 단순히 전자화의 문제라기보다는 UI 설계의 완전한 실패다. 그나마 엔진회전계를 차의 중심 가까운 쪽에 둔다는 철학을 유지한 건 반가운 일. 분명한 건, 계기판 가독성 내지 시인성 면에서는 구형의 것이 더 낫다.

종합 평가
지금까지 얘기한 세 가지 포인트는 ‘신형의 구형 대비 확연히 좋아진 점’을 꼽은 것. 이밖에도 3시리즈는 구형보다 확실히 좋다.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깎아내릴 수 없을 정도로 좋다.
요컨대 디자인이 예뻐졌고, 보디 스탠스가 좋아졌다. 디자인 공개 직후 뒤쪽이 렉서스 계열 같다는 평이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세련미만 가득했다. 휠베이스는 41mm나 늘었다. 뒷자리 공간은 프리미엄 D세그먼트 세단 중 가장 쾌적했다. 달리기 성능도 훌륭하다. 만일 노말 서스펜션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M 패키지를 고르면 된다(대신 일반 도로에서는 콕콕거리는 충격을 준다). 와인딩에서 시승한 330i는 한계 상황에서 토요타 86에 버금가는 재미를 선사했다. 여러 면에서 ‘완벽’에 가까워졌다. 많이 팔릴 만하다.


유일한 문제는 가격이다. 비싸다는 게 아니다. ‘할인 정책’이 걱정스럽다. 상품성은 의심할 필요 없는데 ‘지금 사도 되냐’는 생각이 든다. 제 값 주고 샀다가 나중에 다가올 ‘폭풍할인’ 때 배 아플까 싶은 걱정이다. 그래서일까? 출시 직후인 현 시점에서는 판매가 그리 활발하지 않다. 이런 부담이 싫은 사람들은 할인 정책이 들쭉날쭉하지 않는 렉서스나 볼보를 기웃거리게 된다. BMW는 그 부담을 없애줘야 한다. 최대한 빨리. 그래야 우리가 BMW를 고민 없이 살 수 있다. 만일 그 BMW가 3시리즈라면 설혹 충동구매해도 후회 없을 테니까.

전문가 평가

84.3
  • 95 파워트레인
  • 90 섀시 & 조종성
  • 80 승차감
  • 85 안전성
  • 85 최신 기술
  • 70 가격 & 실용성
  • 85 기타(디자인)
정상현

정상현 기자

jsh@encarmagazine.com

미치광이 카마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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