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세 번째 E-GMP(전기차 전용 플랫폼) 전기차인 아이오닉6를 타보고 왔습니다. 멋진 리어 디자인과 C필러의 곡선 그리고 개인적으로 볼수록 안타까운 앞모습, 마지막으로 화끈한 성능이 특징이었습니다. 주행후기는 머지 않아 추가기사로 만나뵙기로 하겠습니다. 오늘은 아이오닉 6 시승을 마친 뒤 느낀 두가지 테마를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① 아름다움을 얻는 대신 잃게 되는 '공간'을 측정해 본 이야기.
②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알고 보니 납득해버린 앞모습에 대한 이야기
두 가지 맛으로 준비했습니다.
일단 차량의 C필러 라인이 완만한 곡선이기 때문에 아우디 A7나 예전 투스카니처럼 트렁크가 아니라 해치가 열리는 모습을 기대했지만, 일반 세단과 같은 트렁크 스타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적재 공간에서는 여러분들의 예상과 같이 경쟁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점은 분명히 알고 계셔야합니다.
아이오닉6 트렁크 공간 실측
(1) 트렁크 높이(외측) : 45cm
(2) 트렁크 깊이(적재공간 only) : 110cm
(3) 트렁크 깊이(풀플랫) : (추후 정밀 계측 후 내용 업데이트 예정) 170~175cn
(4) 트렁크 너비(안쪽 가장 좁은 곳) : 97cm
(5) 트렁크 너비(중간 좁은 곳) : 104cm
(6) 트렁크 너비(외측 가장 넓은 곳) : 121cm
(7) 트렁크 대각(풀플랫 상태) : 200cm
(8) 트렁크 높이(내측, 2열 등받이 뒤편) : 36cm
(9) 트렁크 단차(적재공간↔폴딩시트 높이 차이) : 8cm
2열 공간의 헤드룸도 역시나 부족한 편입니다 키가 작은 제가 2열에 똑바로 앉으면 손가락 2개가 들어가기 힘들 정도입니다. 하지만 아래 측정 수치를 보시고 눈치채신분도 있으시겠지만 레그룸은 확실히 압도적입니다. 제가 과거 측정했던 더뉴 그랜저의 2열 레그룸이 최소 71~최대 93cm였던것을 감안해 보았을 때, 답답한 헤드룸과는 별개로 레그룸만은 확실히 광활합니다.
▶ 아이오닉6 2열 공간 실측 결과
(1) 헤드룸(바닥↔천장) : 106.5cm
(2) 헤드룸(시트↔천장) : 82.5cm
(3) 히프룸(시트 앞뒤 길이) : 51cm
(4) 레그룸(최소, 1열시트 최대 후퇴) : 82cm
(5) 레그룸(최대, 1열시트 최대 전진) : 102cm
(6) 히프룸(시트 좌우 길이) : 131cm
(7) 2열 공간 너비(최대, 도어트림↔도어트림) : 153cm
자동차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이 차는 공기저항을 줄여...공력 계수가 CD 0.21...' 뭐 이런 이야기를 들어 보셨을겁니다. 그런데 저처럼 크게 관심이 가지는 않으셨을테죠.
그런데 아이오닉6 실물을 시승하면서 저는 '현대에서 이 부분에 올인을 하고 그 다음 디자인'을 한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한편, 아이오닉5는 반대로 '디자인에 올인하고 그 다음 공력' 이런 우선순위로 설계된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왜이렇게 생각했냐고요? 아이오닉 6는 공력을 위해 대표적으로 총 6개의 기술이 들어갔습니다. 넘버링과 기술 개수가 같은 건 단순히 우연의 일치겠죠...아무튼 제가 하나하나 찾아봤습니다.
<아이오닉6 공력 파츠 특징 요약>
2-1. 리어 스포일러
영화의 대반전 결론을 미리 떠벌려버리는 사람을 두고 '스포일러'라고 하죠? 같은 의미인 스포일러가 차량에도 적용이 됩니다. 원래 차량은 리어 스포일러가 없는 것이 초고속에선 유리합니다. 그래야 차량이 바람 저항을 크게 받지 않고 더 높은 고속 영역으로 쉽게 도달할 수 있으니 말이죠.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또 필요하기도 합니다. 바람 저항은 위에서만 발생하지 않고 차량 아래로 흐르면서 양력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차량을 붕 뜨게 만들어버립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바람의 매끈한 흐름을 역으로 이용(=방해=스포일러)해 차량을 아래 방향으로 눌러줘야 충분한 접지력을 만들어 냅니다.
이 두 상반되는 상황에서 수 많은 도전 끝에 만들어낸 스포일러이기데 현대에서 이토록 강조를 하는 것 같습니다. 거기에 끝나지 않고 보조제동등을 아주 화려하게 디자인 해버렸고 리어가 아닌 탑뷰로 차량을 바라봐도 한 눈에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아이오닉6의 것은 각도 조절이 되지는 않습니다.
물론 스포일러 각도가 조절되는 차량들이 있습니다. 포르쉐는 속도나 환경에 따라 리어 스포일러가 팝업되기도 하도 각도도 조절되기도 하며, 더 비싼 파가니 와이라(Huayra, 후에리아)라는 차량은 스포일러가 앞에서도 있어 코너를 할 때 비행기의 플랩처럼 왔다갔가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와이라의 가격은 못해도 20억부터 시작이니 가능한 것이고 양산차에서 각도 조절 스포일러는 어렵겠죠. 다 비용이니 말이죠.
2-2. 외장형 액티브 에어 플랩
번호판 하단에 닫혀 있는 구멍이 바로 액티브 에어 플랩입니다. '액티브'라는 말처럼 필요할 때만 열고 평소에는 바람 저항을 줄이기 위해 닫혀 있습니다. 양산차인 BMW G30 5시리즈에서도 볼 수 있는 것이기에 그리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만 보통 라디에이터나 범퍼 그릴 안쪽에서 여닫는 것과는 다르게 범퍼 외측과 일관된 높이에 설치되었다는 것은 차량의 디자인 일관성 때문이거나 '그 조금 음각된 부분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을 위한 고심의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2-3. 휠 에어커튼
번호판 숫자 5의 좌측을 보면 범퍼옆면에 조그마한 구멍이 보입니다. 이 곳을 에어커튼이라 부릅니다. 예전에는 뭔가 스포티해보이거나 정밀하게 설계된 느낌을 주기 위해 이러한 곳을 가짜로 만드는 경우들이 있었지만 적어도 아이오닉6에서는 아닙니다. 이는 상시 개방된 곳으로 에어 플랩이 닫혀도 늘 열려 있으므로 상시역할을 하게 됩니다.
2-4. 휠 갭 리듀서
앞서 휠 에어커튼으로 유입된 공기는 아마도 아래에 보이는 위아래로 길쭉한 홀을 통해 배출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범퍼 외측 끝단을 보면 뭔가 마감이 살짝 다른 것이 보이죠? 조금 더 튀어나온 것이 보이실겁니다. 이것은 휠 하우스와 타이어 사이의 간극을 줄여 공기 저함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저도 현대의 컬럼을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 차체 끝단과 휠 간의 거리를 의미하는 프론트 오버행이 짧을수록 공력에는 불리하다고 하네요.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보다 휠 베이스를 길게 쓰게 됩니다. 특히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는 배터리 공간과 실내 공간 확보를 위해서 그렇죠. 따라서 자연스럽게 오버행이 짧아지게 되니 이러한 대안이 나온 것입니다.
휠과 타이어는 늘 위아래로 많이 움직이니 위쪽까지는 막을 수가 없었을테고 앞타이어는 좌우로 움직이기 때문에 공간이 부족했을텐데 이렇게 만들어 냈다는 것은 조금 신기하군요. 다만 눈에 크게 부각되지는 않기 때문에 디자인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고민한 결과인 것으로 보입니다.
2-5. 박리 트랩
6가지 기술 중 가장 이해하는데 난해했던 개념의 기술이 '박리' 트랩입니다. 뭐가 벗겨지나 싶은 이 단어는 영어로 'Separation'을 뜻하는데 더 정확히는 공기의 박리를 의미합니다. 공기의 박리라 하면 자연스럽게 흐르는 것이 아니라 공기가 둘둘 말리면서 불필요한 저항을 만들어내는 겁니다.
사실 내연기관 차량들도 리어 범퍼를 보면 이런 식으로 돌출부를 만들어낸 차량들을 종종 볼 수 있는데 괜히 있는 것이 아닙니다. 디자인적으로는 없는 것이 더 말끔할테죠.
이는 차량 측면에서 오는 공기의 흐름을 이러한 디자인을 통해 제어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범퍼의 형상은 이미 여러 차종에서 봐올 수 있던터라 그리 놀랍지는 않지만 헤드램프의 형상까지 디자인 했다는 것은 조금은 놀랄만한 포인트였다고 생각합니다.
2-6. 휠 디플랙터
차량 하부에서 타이어를 잘 살펴보면 타이어 뒤쪽이 아니라 앞쪽에 뭔가 날개가 하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전기차 뿐 만 아니라 일반 내연기관 차량들에서도 쉽게 발견됩니다. 10년 넘은 제 똥차에도 있으니 말이죠.
보통 타이어 뒤쪽에 설치되는 '머드 가드'와 혼동하기 쉬운데 앞쪽에 달리는 이것은 차량 하부로 들어오는 공기의 흐름을 제어하여 효율성을 끌어 올리는 역할을 합니다.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기에 관심도 가지 않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러한 부품 하나를 설계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더군다나 보조금 지원 대상이 되기 위해서 '가격 상한'이 분명했던 상황에서는 더더욱 말이죠. 현대에서 WRC에 참가를 하게 되면서 노하우가 많이 축적되었고 그 노하우가 양산차량들에 적용이 된 것은 아닐런지, 조심스레 추측해봅니다. 이 뿐만이 아니라 휠 아치 내부에도 꼼꼼하게 마감했다고 하던데 실제로 차량을 이리저리 둘러 봤을 때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3. 그래서 얻은게 뭔데?
자, 정통 주행감성 리뷰와는 백만광년쯤 떨어진 '자투리' 디테일에 집중하여 차량을 들여다 봤습니다. 그것도 상세히 말이죠. 왜냐하면 이렇게까지 해서 아이오닉 6가 얻고자 했던 '필살기'가 있었기 때문이죠. 바로 1회 충전 주행거리입니다.
지금까지 현대, 기아 그리고 쉐보레의 볼트까지 모두 고려하더라도 국산 전기차에서 1회 충전 복합 주행거리가 500km를 넘긴 경우는 없었습니다.
아이오닉5 458km(19인치, 2WD), EV6 475km(19인치, 2WD), GV60 451km(19인치, 2WD), 니로EV 401km, 볼트EV 403km 정도인데 아이오닉6의 것은 무려 524km입니다. (18인치, 2WD 기준)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전기차량들 중 500km를 넘기는 모델은 테슬라의 모델3와 모델Y가 유일합니다.
도심 주행거리를 보면 아이오닉5가 509km, EV6가 528km, 아이오닉6가 563km로 큰 차이가 없어보이지만 전기차에게 고난의 도로인 고속도로는 아이오닉5 395km, EV6 411km가 인데 반해 아이오닉6는 이러한 여러 노력으로 인해 477km에 달합니다. (아이오닉5 롱레인지, EV6 롱레인지, 아이오닉6 롱레인지 배터리 용량 모두 동일)
아마 500km라는 것은 현 시점에서 전기차에 있어 하나의 크나큰 상징성일 수 있다고 봅니다. 아이오닉6는 이러한 벽을 넘긴 것으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산을 보랬더니 '나무'를 현미경으로 봤던
마이라이드의 아이오닉 6 디테일 리뷰, 재밌게 읽어주셨나요?
큐피디&백한빛의 아이오닉 6 주행기도 전해드립니다!
(원문/취재 : 마이라이드 , 편집 : 차돌박이)